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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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똑같은 일상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기쁨, 슬픔, 회한이나 연민 등 다양한 감정들이 한대 섞여 있다. 그저 무난하게 어제를 지나 오늘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계속 변모하게 되는데 ㄱ부터 ㅎ까지 100여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황경신의 <반짝반짝 변주곡>을 보노라면 언젠가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라던가, 미처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면서 변화 없는 일상 속에서는 스타카토처럼 통통 튀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남자가 여자를 알아온 기간만큼 나도 그녀를 알아왔다. 물론 두 사람은 연인 사이였으니까, 남자는 내가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다 소용없게 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게 되면, 여자는 남자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나는 그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본문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한 연인의 결별 소식을 접하게 된다. 마치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책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 연인 사이에 제 3자였던 저자는 그 둘 모두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에 대한 유효기간이 소멸되어 버린 지금 여자는 모든 것을 알았다며 유유히 사라지고 있었고 남자는 털썩 주저 앉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 글을 뒤로하고 있는 그들의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저 그들에게는 더 이상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아 끝났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더 이상의 미련도 없이 그저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거니, 라는 마음으로 사는 그들을 보면서 한때는 하나였을 그들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들을 보노라면 왠지 애잔함이 밀려든다.

가장 화가 나는 게 뭔지 알아?”
내가 말했다.
너희들은 운명이나 필연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야. 순간적으로, 충동적으로, 막무가내고,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아무 곳이나, 아무 생각 없이 들이닥치지. 그리고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거야. 가장 기가 막히는 게 뭔지 알아?”
종소리는 듣고 있다는 표시로,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린다는 거야.” –본문

사랑을 시작할 때는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그 녀석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대체 사랑을 마주하기 전까지의 삶을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전후의 상황은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데, 일명 종소리를 내고 있는 이 사랑에게 묵직한 아픔을 데여 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 읊조림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것이다. 어디서 오는 지도 모르게 마냥 등장해서는 간다는 말도 없이 혼자 떠나버리고 마는 이 종소리는 곁에 있는 순간마저도 괜히 불안에 떨게 하니 말이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우리가 서로의 시간을 더듬어볼 때, 우리가 새긴 마음은 이미 지워지고 사라졌을 것이다. 지워지고 사라진 흔적이 증명하는 것은, 우리의 사랑이 그토록 살아 퍼덕이는 생명이었다는 것, 그래서 바람에 쓸리고 비에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단 하나의 진실이리라. –본문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사랑에 대한 단상들에 눈길이 계속 쓰인다. 아마도 지금의 내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길지 않은 단상들을 마주하면 할수록 그가 보여주는 독특한 접근들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서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저번 주 1등 복권을 내밀며 다 괜찮아, 라고 말하던 그 남자의 이야기는 진짜였을까, 라는 호기심에서부터 못된 여자를 만난 이들을 위로해주며 다니는 모습까지. 저자는 그야말로 팔색조 같은 모습으로 이 안에서 무궁무진하게 변신하고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꽤나 많은 책을 읽은 느낌이다. 실재와 허구 그 사이의 경계에 있는 리듬에 빠져들어 금새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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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황경신저


 

 

독서 기간 : 2014.08.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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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세요! - 그림책으로 보는 어린이 인권
서지원 글, 이미정 그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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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세요!>에 이어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세요!>를 읽는 내내 아이들이 왜 이토록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미안함과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을 이 상황으로 내몰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한탄스러움과 또 다시 이 아이들을 잊고 호위호식하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한번에 발현해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책이다.

 


 

 

 아북은 펜과 공책을 가질 권리가 있어요.
 
어린이는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어야만 하거든요.

 제발 아북이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27조 적정한 생활수준
 -29
조 교육의 목적  본문

 아북은 공부를 하고 싶은 소녀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환호성을 지르던 나의 어릴 적 모습과는 달리 아북에게는 눈을 뜨는 순간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러 나가야만 한다. 그러니까 내가 공부에서 회피하고 싶었던 나날들은 그야말로 배가 부른 와중에 했던 투정이었다면 아북에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도무지 이뤄질 수 없는 꿈을 쫓는 슬픈 꿈인 것이다.

 이 책의 표지 속에 그려져 있는 아홉 살짜리 소녀 자메르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로 뛰어나가 놀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속닥속닥 이야기 나누며 까르르 웃으며 지내는 보통 아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며칠 뒤 시집을 가야 한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자메르는 싫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어요.
 
우린 이미 신랑에게 소 한마리를 받았어
.
  
농사를 지으려면 그 소가 꼭 필요하단다
.”
 
어쩌죠. 자메르는 겨우 소 한 마리랑 자기 꿈을 맞바꿔야만 해요. –본문

 겨우 9살짜리 아이에게 결혼이라니. 가난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악습은 자메르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아홉 살 소녀의 꿈은 처참히 무너지고 있고 그 곳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 때문에 열 살의 소피는 총을 들고서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이른바 소년병이 되어버린 소피는 친구들과 웃으며 놀고 공부를 하는 것보다도 사람을 죽이는 킬링 머신이 되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되는데 마약 등을 통해서 환각상태에서 일을 저지른다는 한 다큐멘터리의 보고를 보면서 어른들의 이권다툼이 아이들만 피멍으로 물들이고 있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전쟁 후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들이 소년병 이였을 때 저지른 참혹한 일들 때문에 마을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있었고 오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다시 범죄의 소굴로 빠져들게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며 과연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들인지에 대한 향할 곳 없는 분노를 삼켰던 기억이 나는데 그 소년병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아이들을 보살피고 그들이 배를 곪지 않고 배불리 먹으며 합당한 교육을 받으며 그들이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이 아이들에게 베풀어야 하는 의무이다. 나이가 적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삶을 어른들이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른으로서 그들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권이 모든 어린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른이란 그저 나이만을 얻는 것이 아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두 어깨가 무거워질 지 언정 한줄기 자라나는 새싹을 보듬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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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세요! / 서지원저


    

 

독서 기간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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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기행 -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인다
김봉규 글.사진 / 담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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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판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 현판이라는 것 자체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이나 누각, 정자 등에 걸려있는 현판을 보면서 그저 그곳의 명칭을 알려주기 위함이라는 생각과 한문에 취약하기에 현판을 보며 이름을 맞추기 보다는 한글로 적인 소개글이 있으면 그것을 보고서는 눈에 보이는 풍경에 몰두해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나에게 현판은 그 건물을 알려주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뇌리에는 별다른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광화문이라고 그려져 있는 현판의 배경이 검은색이었는지 흰색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할 정도이니, 현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인 셈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현판에 그 무슨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겠느냐,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저 건물의 이름을 담고 있는 것이려니 했으나 현판이 걸리기까지는 실로 어마어마한 일들이 압축하여 담겨 있는 것을 보면서, 이 하나의 현판에도 역사와 그날의 기록이 담겨있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얼마 전 도산서원을 방문했을 때, 퇴계 이황 선생이 현판을 직접 쓰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제서야 현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기에 관심도 없었던 현판을 보면서 그 안에 새겨진 문체의 힘이 느껴지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현판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산서원을 갔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알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마주하게 되어 다른 때보다 좀 더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현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릇 건물의 얼굴과도 같은 현판이기에 이 편액을 쓸 수 있는 것은 당대의 필력가가 아니면 힘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7세와 11세의 아이가 편액을 썼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자신의 키보다 컸을 글씨를 어떻게 썼을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글씨도 힘이있게 잘 썼다. 확대 복사할 수 있는 기계도 없던 옛날이라 편액 글씨는 편액 크기에 맞는 큰 글시를 서야 했는데. 믿기 어려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이 편액 글씨는 서예가들로부터도 불가사의한 필력으로 회자되어 왔다. –본문

 편액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한자를 제대로 읽을 줄도 모른다지만, 현판에 글린 서체들을 보면 그 나름대로의 힘이 느껴진다. 사진으로 보아도 무언가 압도되는 느낌인데 그 실제를 눈 앞에서 마주했을 때에는 어떻게 이렇게 큰 글씨에 흐트러짐 하나 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을까, 라는 호기심이 일게 된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완벽해야 해내야 하는 편액 제작 작업은 위탄으로 하여금 순식간에 머리를 희게 만들었다고 하니, 그 노고는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가늠할 수도 없을 중압감일 것이다.

 남명 조식(1501~1572)이 지은 글 <민암부>중 일부다. 배가 순항하고 조난을 당하지 않으려면 물의 이치를 알아야 하고 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하듯이, 군왕은 미심을 잘 알고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에 묻혀 살면서도 백성의 삶과 왕을 위해 왕실과 조정을 거침없이 비판한 남명은 태산교악(성격이 산과 절벽처럼 거칠고 드세다는 뜻), 추상열일(형벌이 엄하고 권위가 있음)’의 기상으로 살았다.
 
선비를 천자의 신하가 되지 않고 제후의 벗이 되지 아니한다.”고 했던 그는 진정한 선비 정신을 일깨우고 심어 주었던 대표적 인물이다. –본문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현재의 정치인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이가 바로 남명이었다. 백성은 물과 같으며 그 물은 배를 나아가게도 하지만 뒤집어 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 생각한 그는 가장 두려워하고 섬겨야 할 대상을 백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나 그가 평생을 좇으려 했던 경의지학은 선비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는 것으로 어떠한 순간에도 거짓이 없고 바르게 행동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두렵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리란 그의 다짐은 그가 사라진 지금에도 계속해서 깨달음을 주고 있다. 이렇듯 그의 가르침을 본받기 위해 후학들이 남명을 기르기 위해 창건한 덕천서원에는 경의당이라는 이름의 현판이 걸리게 되는데, 아마 이 책을 읽지 않고 그저 이 현판을 마주했다면 경의당이라는 이름만으로 끝났을 테지만 이 책을 통해 바라본 경의당 편액은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어렵다거나 혹은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현판들을 마주하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로 하여금 당시의 선비들의 지조는 물론 하나의 편액에 담긴 노고들을 마주해 볼 수 있게 된다. 그저 건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현판이 이제는 그저 현판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앞으로는 어느 현판을 바라보든지 꽤나 오랜 시간 상념에 잠겨 바라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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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현판과 주련 1~3 / 문화재청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4.08.25~08.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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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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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 <데이안>을 통해 마주한 성장통을 안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이 책을 집필한 것은 이미 노년의 시기였지만 이 소설 속에 투영된 헤르만 헤세는 고뇌하는 청년의 모습으로만 각인되어 있기에 <헤르만 헤세의 사랑>을 마주하는 내내 생경한 듯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헤세와 실존했던 헤세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었기에 사실 초반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혼제도에 회의감을 품고 있던 그지만 어찌되었건 그는 세 번의 결혼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이름을 모른 채 어떠한 남자가, 그것도 결혼에 대해 불신을 안고 있는 이가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면 나를 그를 알지도 못하면서도 이래저래 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 누군가가 살아온 삶이지만 편협한 나의 잣대를 드리우며 옳다, 옳지 못하다는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을 텐데 헤세의 이야기를 마주하면 할수록 내가 누군가의 삶을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그저 이것이 그의 삶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받아들여 보려 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네. 오랜 망설임과 저항 끝에 어찌할 수 없는 체념, 아니면 이 여인에 대한 너그러운 양보라고나 할까. 어쨌든 난 이 여인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네. 그녀가 다 늙어빠진 나를 유혹하고 나의 욕망을 일깨워주고, 나를 타락시켰다네 본문

 

 이름만 대면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는 작가를 떠나 그는 한 인간이자 남자로서 그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3명의 여인과 함께 하는 동안 그의 삶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들은 그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 속에도 녹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느 부분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마리아 베르누이와의 결혼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다시 루트 벵거를 만나고 세번째 부인인 니논 돌빈과의 결혼까지. 전형적인 나쁜 남자인 듯 하지만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새 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헤세가 들려주는 문장 속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 속의 헤세는 아버지이자 남편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철저히 작가로서의 모습으로만 다가오는데 마리아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루트 벵거를 만나고 그녀와의 결혼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했던 그는 결국 다시 파경이라는 결말을 맞이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스스로 속박하려 했으니 헤세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주변에 있던 여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시간이 헤세 자신에게는 인생에 대한 고뇌는 물론 삶의 성찰의 시간이 되어 그의 작품 속에 녹아낼 수 있는 윤택함을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안의 실제를 고개 내밀어 들여다본 바로는 찰리 채플린이 말했듯이 그들의 인생은 멀리서 볼 때는 희극이었지만 가까이서 볼 때는 비극과 같은 삶이었다.

 

후고 부부는 예언가 수잔 파우밍어를 초대해 헤세의 손금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녀는 헤세에게 혼자 살아가야 할 운명, 고독에 대한 욕구를 읽었다. 앞서 헤세의 운명을 들여다본 랑 박사는 그에게서 결혼을 암시하는 징후를 발현했다. (중략)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두려워하고 가능하다면 벗어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본문

 

 그 동안 읽어왔던 그의 소설 속에 투영된 그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헤세를 마주한 지금 여전히 씁쓸함이 맴돌고 있다. 모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 안의 내면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선인장들의 군도를 본 듯 하다. 대문호의 헤세와 나쁜 남자인 헤세. 과연 앞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어디에 서서 그를 바라보게 될지, 아직은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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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 고체 스밀레프스키저

 


  

 

독서 기간 : 2014.08.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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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기회의 대이동 -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최윤식.김건주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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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한다. 예전에는 10년이라는 주기마다 세상이 변하는 것으로 바라보았지만 요새의 세태를 반영하자면 이보다는 훨씬 짧은, 5년마다, 아니 2~3년마다 변모하는 세상이라 말해도 될 정도로 세상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이전에 영화 써니에서 말했듯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방송을 보고 하는 일들이 그저 공상과학 속에서나 가능할 수 있었던 것들이라면 21세기의 지금은 그 이상의 것들을 스마트폰이 재현해주고 있으며 아날로그를 지나 디지털 세대를 지나고 있는 나로서도 매번 업그레이드되는 기기며 프로세스들을 따라가는 것이 어느 새 버거워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는 기술 발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곡선의 무릎에 진입했다. 지난 100년간 기술의 발달은 인류 역사 전체의 기술 발달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보했다. 그런데 미래사회의 기술 진보의 속도는 지난 100년의 기술발달의 속도를 뛰어넘을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이루었던 모든 것을 20년 만에 이룰 수 있고, 그만큼의 발전을 다시 14년 만에, 그 다음에는 7년만에 해낼 수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속도다. 2041년이 되면 우리가 생활로 체감하는 심리적 나이는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에 300살을 추가해야 한다. 우리는 조상들이 5세대를 산것과 같은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단지 33년후의 일이다. -본문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제는 모두 기계가 대체되고 인공지능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지금. 2014년도에 서서 2030년의 나를 준비해야 할 때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현재를 인식하고 내일은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기필코 기회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3개의 장으로 나누어 판이 바뀌고 있는 현실을 다루고 있는 땅의 이동을 1장으로, 그 움직이는 땅을 기반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고 있는지를 보고 있는 과녁의 이동이 2,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취합하여 2030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있있는 것이 3장의 내용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현재의 나를 안다면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이나 이 책 안에서는 너무 많은 내용들을 담아 전해주려는 과도한 저자의 친절이 가끔은 삼천포로 이야기가 빠져드는 부분들을 마주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니 변화가 필요하다, 라는 주장을 초반에 드러내면서 이러한 것들이 미래의 징후이며 일자리 변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현재의 직장과 직업이 한 개인을 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 이야기하며 바로 다른 이야기로 전환이 되고 있는데, 물론 이 내용이 1장의 현실 속에서 들어나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전개 안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2장 혹은 3장에서 다룬다거나, 뒤에 어느 정도의 방안들은 이러한 것들이 있다, 라고 제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바로는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이기에 대체 에너지를 찾고 있는 우리에게 당분간은 절대 고갈되지 않을 것들이라며 안심하라 말하고 있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라는 의구심을 안고 계속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고령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들이 점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령화 인구 안으로 편입되게 되면서 평균 소비량은 현재를 기반으로 40%가 줄어든다고 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대해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반을 시스템을 두고서 변모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이 될 미래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물의 소통, 사물과 사물의 소통으로 그 영역이 확장된다. 사람과 로봇이 소통하고 사람과 건물이 소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건물과 건물이 소통하고 사람과 상품이 소통하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소통의 장이 열린다. 모든 사물이 소통의 대상, 통신의 대상이 된다고 해야 할까. 그런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런 변화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본문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역시 변모의 대상인데 저자가 바라본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이전에는 기계산업으로 분류되었던 이 산업은 전기 자동차가 중심이 되면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 산업으로 변화될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아닌 진일보된 혁신적인 자동차가 나올 것이라 그리고 있는데 이러한 변모된 사회에서는 요구하는 인간상 역시도 변모되어야 하기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인재상을 2030년의 모델로 요구하고 있다.

언어소통보다는 의사소통이, 지식보다는 지혜가, 암기력보다는 이해력이, 매뉴얼보다는 창의력이 경쟁력있는스팩이 될 것이다. 인재상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제품도 잘 알아야 하지만, 제품을 구매할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의 심리, 사람의 역사, 사람의 철학, 사람의 성향, 사람의 정서와 감정, 감성까지 잘 이해한다는 뜻이다. 결국 인문학적인 소양이 매우 중요한 스펙이 될 수 있다. –본문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보다는 현재의 우리가 있는 모습 안에서 멀지 않는 미래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산으로 몰고 간 느낌을 받았는데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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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대담한 미래』 / 최윤식저

 


 

 

독서 기간 : 2014.08.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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