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15,000km, 두 바퀴의 기적 - 베를린-서울, 100일간의 자전거 평화대장정
조선일보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원정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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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서는 유라시아를 횡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어떻게 그 긴 여정을 자전거로 건너려 했을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무엇을 위해 그들은 이 고된 여정을 시작한 것일까 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기회가 된다면 어느 곳이든 해외로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만 막연하게 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의 이 엄청난 여정에 먼저 압도되어 책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평화 통일을 위한 염원을 담아 그들이 페달을 힘차게 밟는 것으로 이 여행의 서막을 올리게 되었다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저 엄청난 열정이구나, 라는 생각에 경외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통일은 언제 되나요?”
 
대원들은 여전히 모른다. 오늘 땀을 흘리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내일 그곳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것은 안다. 원코리아 로드에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이 함께 두만강과 압록강을 자전거로 달리고,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을 걷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르는 꿈을 꾼다. –본문

물론 그들의 이 행보가 지금 당장 우리에게 통일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평화 통일을 꿈꾸며 그것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그 작은 움직임은 언젠가는 큰 파도처럼 이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들은 이 여정의 시발점을 독일에서 처음 시작하고 있었고 한때는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이 이제는 독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되어 평화롭게 지내고 있듯이 우리나라 역시 그러기를 바라면서 브란덴부르크의 문을 넘어서 이 고된 여정을 펼치게 된다.

나폴레옹은 1806년 프로이센 전쟁에서 승리한 뒤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베를린에 입성했다. 1933년 집권한 히틀러는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섬뜩한 친위대 횃불 퍼레이드를 벌였다. 1987년 레이건은 브란덴부르크 문을 가린 베를린 장벽에서 연설했다.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를 향해 진정 평화와 자유를 추구한다면 이 문을 열고 이 장벽을 허물어버리라고 했다. 2년 뒤 장벽은 제풀에 무너졌다. 콜 서독 총리가 모드로 동독 총리의 환대를 받으며 들어서는 순간 브란덴부르크 문은 통일의 문이 되었다. 장막을 걷고 냉전을 끝냄으로써 현대사의 큰 매듭 하나가 지어졌다. –본문

 베를린을 시작으로 폴란드를 거쳐 가면서 폴란드의 역사 안에서도 주변국들의 침략으로 인해 아픈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쇼팽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에게 영토가 분할됨에 따라서 폴란드라는 국가가 없을 때 태어난 쇼팽은 그럼에도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도 깊었으며 죽음을 넘어서라도 그는 조국에 묻히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그는 파리에 있을 지 언정 자신의 심장은 폴란드로 옮겨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은 그의 마지막은 민족의 언어와 예술이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그들의 이름을 꽃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대원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지금은 대학 아시아연구소와 함께 스기하라의 집이 됐다. 2차대전 초기 1939년 여기에 살며 일했던 일본 영사대리 스기하라 지우네를 기린다. 리투아니아에는 폴란드 유대인 12만 명이 나치를 피해 와 있었다. 리투아니아 유대인도 20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곧 닥칠 나치로부터 탈출해야 했지만 비자를 내주는 공관이 거의 없었다. 이듬해 소련이 리투아니아를 차지하고 외국 공관을 쫓아내면서 사정이 더 급박했다. 일본 영사관에도 유대인이 몰려왔다.
 
스기하라는 이들이 일본을 거쳐 3국으로 갈 수 있는 통과 비자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본문

독일인들은 나치의 만행과 더불어 그 당시 피눈물을 흘리며 세상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유대인들을 기리며 계속해서 당시의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전범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에 자신들의 반성이자 그 반성을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 더 나아가고자 함 일텐데 일본은 스기하라가 펼친 이 위대한 업적만을 기리며 그들 자신이 저지를 만행을 스기하라의 이름으로 가리려고만 하는 것을 보노라면 억장이 무너지게 된다. 하늘을 무너뜨린 이들이 손바닥으로 그것을 가린다고 가려질까 만은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울려퍼지고 있다는 것에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모두에게 어제 오늘 달린 길은 하나같이 초행길이었다. 오로지 내비게이션 하나에 의지해 낯선길에 나서는 것은 때로는 신선하고 때로는 비장했다. 모스크바와 니즈니노브고로드 구간에서는 선도차와 자전거 대열 사이에 사인이 맞지 않아 서로 다른 길을 간 적도 있었다. 선도차의 역할은 몇 킬로미터쯤 앞서 가며 교통량이나 도로 상태 등을 점검해 자전거 대열에 알려주는 일이다. 길 안내뿐 아니다. 그날그날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미리 물색해놓는 것도 맡겨진 일이다. –본문

 니즈니노브고로드에 다다른 일행은 우리의 역사 속 아관파천의 나날을 떠올리며 민영환의 안타까운 죽음과 힘이 없던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다시금 목도하게 되는데 그 때의 기억이 있어서 일까. 나에게 있어서 니즈니노브고로드는 왠지 서글프게만 다가왔다.

수 많은 우여곡절을 넘어서 러시아를 넘어 강원도의 철원에서 마지막 야영을 하면서 베를린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점차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평화를 바라며 그 평화를 기반으로 하나가 되길 원하는지를 담을 한 발 한 발의 페달이 닫은 그 모든 도로에서 전해졌으리라 믿기에 그들의 긴 여정이 여느 때보다도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긴 여정 속에서 각 나라마다 담겨 있는 역사적 배경과 그 도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 그곳을 통과하며 이들이 남겨 놓은 하나하나의 추억을 모아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문장의 흐름이 너무 짧아서 전체적인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꽤나 있다는 점이었다.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서 호흡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더 집중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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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신화 기행』 / 공원국저

 

 

 

독서 기간 : 2015.07.28~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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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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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이 되면 늘 찾아가던 외할머니댁으로의 방문은 그 시절의 나로서는 기차를 타고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설렘과 무엇을 해도 지긋이 웃으시며 마음껏 밭을 뛰어놀게 해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마당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새끼염소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 무엇보다도 우리가 내려가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가득한 음식을 해주시던 외할머니를 뵈러 간다는 것이 마냥 설레기만 했다. 매년 여름 방학이 되면 바리바리 싸들고서 시골로 향하던 연례행사는 두 분이서 당신들만의 힘으로 움직이기 버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시골로의 귀향은 점차 횟수가 줄어들더니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난 지금은 나에게 더 이상 시골이란 곳도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시골이라는 장소를 기억 한 켠에 밀어 넣고서는 꺼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때나 ', 나도 어릴 때 그런 적이 있었지.' 라는 생각에 잠시 잠기곤 하지만 어느 새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자연스런 요즘, 아주 오랜만에 그 때의 향수에 푹 빠져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나쓰미의 반딧불이>라는 책이었다. 아쉽다고 해야할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바깥에서 읽었던터라 마음껏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눈물을 머금으며 열심히 책을 넘기며 그들의 이야기를 넘어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스피드를 즐기는 나쓰미와 조용조용 이야기를 건네는 싱고는 잠시 들린 '다케야'를 통해서 그들의 일상은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유치원교사인 나쓰미와 사진학과에서 졸업전을 준비하고 있던 싱고에게 이 다케야는 그들이 서 있던 바쁜 나날 속의 일상과는 다른, 이전에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또 하나의 세상이 나쓰미와 싱고의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모래무지가 숨은 곳 부근을 위에서 꾹 눌러 보았다. 양손으로 모래째 살짝 들어 올렸을 뿐인데, 15센티나 되는 훌륭한 모래무지가 내 손안에 있었다. 그 순간 느꼈던 궁극의 희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강을 즐기고 있었다. 이 모래무지도 황어처럼 잉엇과에 속하는데, 소금구이로 먹으면 꽤 맛있는 흰 살 생선이다. 특히 껍질이 별미다. 지장 할아버지는 이 껍질을 대꼬챙이에 뱅글뱅글 감아서 소금을 뿌리고 불에 구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먹을 수 있는 양은 적지만 술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안주가 되었다. -본문

 다케야에서의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나쓰미와 싱고는 그 안에 하나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이 곳에 들린 그들은 지나가는 여행자의 느낌이었다면 하루하루를 지내며 강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장할아버지와 야스할머니, 히토미와 다쿠야와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동안, 그들이 걸어둔 달력은 점차 날씬해지지만 그들의 웃음 소리는 점차 깊어져만 간다.

 그렇게 점차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은 이제 서로가 가슴 속 깊이 숨겨 놓았던 아픔들도 서로에게 꺼내어 보여주게 된다. 그리하여 지장 할아버지에게 아내와 헤어져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는 것도, 그가 왜 그토록 민들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싱고와 나쓰미에게 차갑기만 했던 운게쓰가 품고 있던 아픔은 무엇인지, 지장 할아버지가 쓰러진 이후 이들은 더욱 서로를 위로하며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시간이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추억이라든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 있다. 그런 건 아무리 튼튼한 쇠사슬로도 묶어 둘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내 안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만 접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내 안의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과 더불어 살아가야겠지. -본문

 이제 지장할아버지와 야스할머니가 안계시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나날은 나쓰미와 싱고를 넘어 나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날의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울컥하며 눈물을 쏟으려 했던 그 순간은 활자를 넘어서 오랜 동안 가슴에 남아있을 것 같다. 지장보살이 자리를 다해 그 곳을 지키는 동안 이 따스한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휴식과 같은 위안을 전해다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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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 모리사와 아키오저

 

 

 

독서 기간 : 2015.07.31~08.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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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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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하기에, 때론 그저 스쳐 보내면서도 구태여 그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적이 없던 것들을 이 책 안에서 만나면서 왜 한 번도 이런 것들에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왜 하늘이 파란 것인지, 녹색 신호등을 보면서 파란 불일 때 건너야 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파란색을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파란색과 녹색을 모두 파랗다고 말하는 그들을 이야기에 대해서 갸웃거리면서도 그저 그것이 하나의 정형화된 것이려니 생각하고서는 그 이상의 물음은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렇게 지내온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별달리 궁금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이 안에서 마주하는 순간, 그 동안 왜 나는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이 안의 것들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인지, 라며 스쳐 지나갔던 찰나의 시간들이 아쉽게만 느껴져 그 여느 때보다도 부지런히 이 안의 이야기들을 탐독해 나가기 시작했다.

김유정은 소설에서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꽃은 붉은색입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백꽃이 맞을까요?
 
붉은 동백꽃에 아무리 코를 바짝 대고 맡아봐야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는 도무지 나지 않습니다. 그런 희한한 냄새를 풍기는 꽃의 이름은 생강나무꽃입니다. 잎이며 꽃을 비비면 생각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생강나무. 그래서 김유정이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본문

동백꽃을 사진 혹은 그림으로만 보았던 나로서는 동백꽃이 붉은 색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종류의 동백꽃, 그러니까 예쁜 노란색의 동백꽃이 또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한 것도 이 책을 보면서 한 것이지 그저 동백꽃이라는 소설 속에 담겨 있는 의미나 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문학의 문제들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뿐인데 동백꽃이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꽃이 아닌 생강나무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백꽃의 진짜 주인공은 생강나무꽃이었다니. 그것이 강원도의 기후와 그가 자랐던 동네의 특색이었다니, 이것을 알고 나니 소설 동백꽃이 또 다르게 전해지게 된다.

 당 태종이 보냈다는 나비가 없는 모란도에 대한 일화가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생채기가 있어야만 발아할 수 있는 연꽃의 생애를 바라보며 진흙에서 한 평생 지내고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청아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며 우리 내 생애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가은 공식문서에 영조가 직접 탕평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다만 탕평채라는 음식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이 영조 때인 것은 사실이고 다음 왕인 정조 때 사람, 유득공이 봄철 음식으로 추천한 것인데요. 음식 이름에까지 탕평, 즉 공평하게 고루 인재를 등용하는 뜻이 담긴 걸 보면 역설적이게도 당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또 그로 인해 한 정치적인 비극을 막고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짐작할 수 잇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당쟁에 희생당한 사도세자의 아들 정도의 염원이 담긴 음식이 있습니다. –본문

 탕평채라는 음식에 대해서 들어보았으면서도 그 음식이 정조의 정치적 바람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던 비극적인 참사를 회고하며 올린 음식이라는 것 역시 이 안에서 처음 배우게 된다. 그러니까 이전에 내가 알던 탕평채는 그저 하나의 요리였다면 이 책을 통해 알고 난 탕평채는 그저 한 접시의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가슴 어린 사연이 담긴 음식으로 애잔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제대로 된 의미를 배우게 되면서 흘려 보냈던 것들 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마누라라는 어감이 왠지 가벼워 보여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여보, 라고 불러주기를 바랐던 나로서는 마누라의 어원이 마노라로 조선시대의 궁중에서 사용했던 극존칭의 호칭이었다는 것에서 새삼 다르게 전해지며 마누라가 낮게 부르는 것이 아니었구나, 도 배우게 된다.

 아마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그저 전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단편의 이야기들 속에 담겨 있는,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넘어선 숨겨진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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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 앤서니 그레일링

 

   

 

독서 기간 : 2015.07.15~07.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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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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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라는 이 책을 이전부터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은 늘 상 하고 있으면서도 매번 다음에, 다음에, 를 외치다 이번에서야 제대로 만나보게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제목을 보면서 대체 앵무새를 왜 죽이려는 것인지, 동물 학대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그 어떠한 내용도 모른 채 막막하게 이 책을 펼친 나로서는 성경 이후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이제서야 이 책을 펼치게 된 것에 내심 밀려드는 죄책감 같은 것을 안고서 조심스레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통의 책들이 서문을 시작으로 저자가 이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는 별도의 서문이 없다. 서문을 통해서 이 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등을 가지지 않고 이 책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한번 서문을 읽어보면서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우리가 처음에 만나게 되는 이 메시지가 사실 저자가 전해지기 바라던 모든 것의 압축이었구나, 라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야말로 그녀가 바라는 대로 충실한 독자였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앞서 도무지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무던히 높은 철장 속의 우리네 세상을 보며 이제 어린 아이처럼 울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이 안에 있는 어른들의 모습과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서글픔을 먼저 밀려들게 된다.

내가 1학년을 마칠 때쯤엔 젬 오빠가 듀이 십진법이라고 말한 그 교수법이 학교 전체에 퍼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다른 교수법과 비교해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저 주변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지요. 집에서 공부한 아빠와 삼촌은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모르면 다른 한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빠가 지난 몇 해 동안 한 번도 낙선하지 않고 주 의회 의원으로 뽑혀 일 하시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 선량한 시민이 되는 데 필수 조건으로 생각하는 가보 그 적응이라는 것도 거치지 않고 말이지요. –본문

사실 초, 중반을 넘어서는 동안에도 이 안의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스카웃이 말하는 유년 시절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도무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 래들리 아저씨에 대한 수수께끼를 탐험하고 그의 집 근처 나무에서 발견하게 되는 스카웃과 젬에게 주어지는 작은 선물과 같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함께 설레였고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친구들과 발생하게 되는 사소한 문제들을 보며 그 당시의 내 모습을 바라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두 남매가 거리에 나타나게 되면 불만 섞인 이야기로 꾸지람을 늘어놓던 듀보스 할머니의 모습 등 처음에 읽었을 때는 이 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의 연속을 담아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톰 로빈슨의 사건을 넘어 재판의 결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 안의 이야기들이 그저 한 마을에서 생겨난 일의 회고가 아닌 세상의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자부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있는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는 듯 하여 마지막을 향해 가면 갈수록 세상을 향한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배심원 여러분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흑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ㅡ 물론 그건 잘못된 가정이지요 ㅡ 모든 흑인은 기본적으로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가정, 모든 흑인은 우리 여자들 주위에 믿고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가정, 우리가 그들의 정신과 관련짓는 그런 가정을 따르리라는 확실을 갖고 말입니다.
 
배심원 여러분, 그것은 우리가 알다시피 (톰 로빈슨의 피부처럼) 새까만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에게 지적할 필요조차 없는 거짓말이지요. 배심원 여러분은 진실을 알고 계십니다. 그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흑인은 거짓마을 하고, 또 어떤 흑인은 부도적하며, 또 어떤 흑인에게는 여자를 ㅡ 백인이건 흑인이건 말이지요 ㅡ 옆에 맡겨 둘 수

조용하게만 보이던 마을, 물론 그 안에는 집 안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은연중에 서로 알고 있는 이 마을 안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피해자는 메이엘라 유얼로 백인이자 유얼 집안의 장녀였고 가해자는 톰 로빈슨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며 흑인이다. 이 한 줄의 사실을 가지고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과 그들의 피부색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건의 결말이나 판결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상 안에서는 이 한 줄의 이야기로 세상은 모든 것을 결론지어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아무리 애써도 항상 공정할 수 많은 없는 거야. 우리 법정에서 백인의 말과 흑인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 이기는 쪽은 언제나 백인이지. 비열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쩌니
 
그건 옳지 않아요.” 젬 오빠가 주먹으로 무릎을 가볍게 내리쳤습니다. –본문

아마도 어른들의 시선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았다면,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했을 지 모른다. 이 사건을 바라보던 딜과 스카우트만이 눈물을 머금었으며 젬은 이렇게는 끝나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원래 세상은 그렇단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아이들뿐이었다는 것이 참담하지만 그런 이들을 위해서 애티커스 핀치 이외의 소수의 사람들은 검둥이의 애인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 해 나아가고 있고 진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들 세대에서는 비록 성공하지 못한 이 참담한 역사를 보며 그럼에도 이 일련의 시도를 통해서 조금씩 변모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던 앵무새, 벌레를, 죄책감도 없이 그저 방아쇠를 당겨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지난 시간들을 수 많은 앵무새를 죽이는 누군가와 앵무새가 되어 죽어야만 했던 누군가가 존재했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나와 스카웃이 말하는 것과 같이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있는 곳에 서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 작은 변화가 우리 안에 오랜 동안 관철되어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틈이 되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책을 덮었다. 우리 스스로 양산해 놓은 과거의 늪이 누군가를 헤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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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1~2 / 캐스린 스토킷저

 

 

 

독서 기간 : 2015.07.20~07.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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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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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살면서 내가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선택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 곰곰이 생각하고서는 결단을 한 후 그 일을 행했다기 보다는 무심코 한 행동이 지나고 나면 나를 진창으로 끌어내리기도 하고 때론 저 높이 날아오르게 하기도 하는데 이른바 나비효과는 우리네 인생에서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사람들은 죽어, 당연하지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물건이 사라지는 건 참 가슴이 아프고 불가피한 게 아니지 싶어. 순전히 부주의 때문이거든. 화재, 전쟁, 파르테논의 화기 저장고로 쓰였지. 내 생각엔 우리가 과거에서 뭔가를 구해내는 것 자체가 기적 같아.” –본문

대부분의 경우, 지난날에 대한 회상을 하며 그 당시의 나의 모습이 달라졌다면, 이라고 바라는 것은 그 때의 순간이 현재의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치거나 현재의 내가 놓쳐버린 무언가를 그 때는 가지고 있었기에 과거의 시간에 대한 상념에 빠지는 것일 게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제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것이 아쉽게 다가오는데 그 대상이 하나의 사물을 넘어선 누군가라면, 우리에게 드리우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 먹먹함으로 드리우게 된다.

어느 호텔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시오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만약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만약 그 때 시오가 월반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톰 케이블과 함께 어울리지 않았더라면, 그 날의 면담이 다른 일자로 아니 시간이 달랐더라면, 폭우가 쏟아지던 그 날 만났던 택시가 상쾌한 느낌의 것이었더라면, 선생님과의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내지 않았더라면 시오의 나날을 달라졌을 것이다. 계속된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일들은 마치 일련의 조각을 따라가는 것처럼 순간순간의 변화들이 모인 것임에도 꼭 그렇게 흘러가야만 했던 것처럼 냉담한 운명이 되어 시오에게 다가오게 된다. 몇 시간 전만해도 엄마에게 들을 꾸지람을 걱정하고 있던 그는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것이다.

미술관에서 바라보았던 발에 달린 족쇄 때문에 세상으로 날아갈 수 없던 황금방울새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시오의 삶은 꼭 그와 같이 흘러가게 된다. 그의 조부모마저도 홀로 남겨진 시오를 반기지 않았던 그때, 앤디네 가정을 지나 웰티가 남겨준 단서를 따라 호비를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치 않게 피파를 마주하게 되며 시오는 피파와의 재회를 조심스레 그려보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운명이 우리네 바라처럼 되지 않듯이 피파는 그 곳을 떠나 있었고 갑작스레 등장한 아버지를 따라 라스베가스로 가게 되면서 시오의 인생의 제 2막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뉴욕에서 나는 속물적인 아이들 틈에서 자랐다.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고 서너 가지 언어를 할 줄 아는 아이들, 하이델베르크의 여름 프로그렘에 참가하고 리우데자네이루나 인스부르크, 앙티브에서 휴가를 보내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보리스는 나이 많은 선장처럼 그 아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본문

 보리스를 만나며 시오의 내면의 갈등은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세상은 시오를 폭발 사고에서도 살아남은 아이이며 그 사고로 엄마를 잃은 불쌍한 아이일 뿐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고 심지어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찾은 것이 아내가 시오 앞으로 남겨 놓은 유산을 얻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 지게 된다.

불안한 마음.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ㅡ나처럼ㅡ영혼의 뒷골목을, 속삭임과 그림자,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 가는 돈, 암호, 신호, 또 다른 자아, 평범한 삶을 한껏 드높이고 살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숨겨진 위안을 알았다. –본문

그렇게 다시 뉴욕으로 오게 된 시오는 그의 지난 날의 유일한 기록이자 증거인 황금방울새 그림 때문에 다시 숨막히는 일화들로 빠져들게 되는데, 호비의 가게에서 이제 어엿한 가구 판매원이 된 것처럼 보인 그는 사람들을 속여 가품을 진품으로 파는 일을 벌이게 되고 이 일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그 동안 숨겨 왔던 비밀이 밝혀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까 시오는 뉴욕-라스베가스-다시 뉴옥으로 오는 동안에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그의 삶에 대한 위안을 받은 적 없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가 되어 모든 것이 이전의 정상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종용하고 있고 수 많은 이들의 암묵적인 요구에 시오는 위태위태하게 약물에 의존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있어 한 줄기 인생의 달달함이 전해지기도 하련만, 그의 약혼은 물론 피파와의 만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그 뒤에 이어지는 황금 방울새의 원작을 쫓는 이들로 하여금 그는 계속해서 쫓기게 되는 것이다.

삶은ㅡ그것이 무엇이든ㅡ짧다고 말이다. 운명은 잔인하지만 제멋대로는 아니라고. 자연(, 죽음)이 항상 이기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굽실거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본문

결국에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그 상태가 되어서야 시오는 자유로워지게 된다. 황금방울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며 고군분투했던 시간들도, 왜 그 그림에 대해 월티는 그토록 집착했던 것인지, 피파는 왜 시오를 사랑할 수 없었는지 등 수 많은 사건들이 그저 다 놓아버린 마지막에서야 이 모든 이야기는 평화롭다고 느껴질 만큼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황금방울새라는 과거의 족쇄를 스스로 끊어 나온 후에야 평이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시오의 이야기는 때론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소설에만 존재하는 운명의 굴레 속 황금마차가 아닌 평이한 이들의 삶을 압축해 놓은 것만 같아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부디 그의 앞날에는 웃음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날들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살인자의 딸들 / 랜디 수전 마이어스저

 

 

 

독서 기간 : 2015.07.09~07.1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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