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여름방학이 되면 늘 찾아가던 외할머니댁으로의 방문은 그 시절의 나로서는 기차를 타고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설렘과 무엇을 해도 지긋이 웃으시며 마음껏 밭을 뛰어놀게 해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마당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새끼염소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 무엇보다도 우리가 내려가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가득한 음식을 해주시던 외할머니를 뵈러 간다는 것이 마냥 설레기만 했다. 매년 여름 방학이 되면 바리바리 싸들고서 시골로 향하던 연례행사는 두 분이서 당신들만의 힘으로 움직이기 버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시골로의 귀향은 점차 횟수가 줄어들더니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난 지금은 나에게 더 이상 시골이란 곳도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시골이라는 장소를 기억 한 켠에 밀어 넣고서는 꺼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때나 ', 나도 어릴 때 그런 적이 있었지.' 라는 생각에 잠시 잠기곤 하지만 어느 새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자연스런 요즘, 아주 오랜만에 그 때의 향수에 푹 빠져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나쓰미의 반딧불이>라는 책이었다. 아쉽다고 해야할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바깥에서 읽었던터라 마음껏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눈물을 머금으며 열심히 책을 넘기며 그들의 이야기를 넘어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스피드를 즐기는 나쓰미와 조용조용 이야기를 건네는 싱고는 잠시 들린 '다케야'를 통해서 그들의 일상은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유치원교사인 나쓰미와 사진학과에서 졸업전을 준비하고 있던 싱고에게 이 다케야는 그들이 서 있던 바쁜 나날 속의 일상과는 다른, 이전에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또 하나의 세상이 나쓰미와 싱고의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모래무지가 숨은 곳 부근을 위에서 꾹 눌러 보았다. 양손으로 모래째 살짝 들어 올렸을 뿐인데, 15센티나 되는 훌륭한 모래무지가 내 손안에 있었다. 그 순간 느꼈던 궁극의 희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강을 즐기고 있었다. 이 모래무지도 황어처럼 잉엇과에 속하는데, 소금구이로 먹으면 꽤 맛있는 흰 살 생선이다. 특히 껍질이 별미다. 지장 할아버지는 이 껍질을 대꼬챙이에 뱅글뱅글 감아서 소금을 뿌리고 불에 구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먹을 수 있는 양은 적지만 술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안주가 되었다. -본문

 다케야에서의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나쓰미와 싱고는 그 안에 하나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이 곳에 들린 그들은 지나가는 여행자의 느낌이었다면 하루하루를 지내며 강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장할아버지와 야스할머니, 히토미와 다쿠야와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동안, 그들이 걸어둔 달력은 점차 날씬해지지만 그들의 웃음 소리는 점차 깊어져만 간다.

 그렇게 점차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은 이제 서로가 가슴 속 깊이 숨겨 놓았던 아픔들도 서로에게 꺼내어 보여주게 된다. 그리하여 지장 할아버지에게 아내와 헤어져야만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는 것도, 그가 왜 그토록 민들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싱고와 나쓰미에게 차갑기만 했던 운게쓰가 품고 있던 아픔은 무엇인지, 지장 할아버지가 쓰러진 이후 이들은 더욱 서로를 위로하며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시간이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추억이라든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 있다. 그런 건 아무리 튼튼한 쇠사슬로도 묶어 둘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내 안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만 접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내 안의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과 더불어 살아가야겠지. -본문

 이제 지장할아버지와 야스할머니가 안계시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나날은 나쓰미와 싱고를 넘어 나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날의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울컥하며 눈물을 쏟으려 했던 그 순간은 활자를 넘어서 오랜 동안 가슴에 남아있을 것 같다. 지장보살이 자리를 다해 그 곳을 지키는 동안 이 따스한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휴식과 같은 위안을 전해다주길 바라본다.  

 

아르's 추천목록


‘무지개 곶의 찻집’  / 모리사와 아키오저

 

 

 

독서 기간 : 2015.07.31~08.0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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