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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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너무나 당연하기에, 때론 그저 스쳐 보내면서도 구태여 그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적이 없던 것들을 이 책 안에서 만나면서 왜 한 번도 이런 것들에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왜 하늘이 파란 것인지, 녹색 신호등을 보면서 파란 불일 때 건너야 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파란색을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파란색과 녹색을 모두 파랗다고 말하는 그들을 이야기에 대해서 갸웃거리면서도 그저 그것이 하나의 정형화된 것이려니 생각하고서는 그 이상의 물음은 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렇게 지내온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별달리 궁금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이 안에서 마주하는 순간, 그 동안 왜 나는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이 안의 것들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인지, 라며 스쳐 지나갔던 찰나의 시간들이 아쉽게만 느껴져 그 여느 때보다도 부지런히 이 안의 이야기들을 탐독해 나가기 시작했다.

김유정은 소설에서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꽃은 붉은색입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백꽃이 맞을까요?
 
붉은 동백꽃에 아무리 코를 바짝 대고 맡아봐야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는 도무지 나지 않습니다. 그런 희한한 냄새를 풍기는 꽃의 이름은 생강나무꽃입니다. 잎이며 꽃을 비비면 생각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생강나무. 그래서 김유정이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본문

동백꽃을 사진 혹은 그림으로만 보았던 나로서는 동백꽃이 붉은 색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종류의 동백꽃, 그러니까 예쁜 노란색의 동백꽃이 또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한 것도 이 책을 보면서 한 것이지 그저 동백꽃이라는 소설 속에 담겨 있는 의미나 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문학의 문제들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뿐인데 동백꽃이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꽃이 아닌 생강나무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백꽃의 진짜 주인공은 생강나무꽃이었다니. 그것이 강원도의 기후와 그가 자랐던 동네의 특색이었다니, 이것을 알고 나니 소설 동백꽃이 또 다르게 전해지게 된다.

 당 태종이 보냈다는 나비가 없는 모란도에 대한 일화가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생채기가 있어야만 발아할 수 있는 연꽃의 생애를 바라보며 진흙에서 한 평생 지내고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청아한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며 우리 내 생애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가은 공식문서에 영조가 직접 탕평채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다만 탕평채라는 음식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이 영조 때인 것은 사실이고 다음 왕인 정조 때 사람, 유득공이 봄철 음식으로 추천한 것인데요. 음식 이름에까지 탕평, 즉 공평하게 고루 인재를 등용하는 뜻이 담긴 걸 보면 역설적이게도 당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또 그로 인해 한 정치적인 비극을 막고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짐작할 수 잇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당쟁에 희생당한 사도세자의 아들 정도의 염원이 담긴 음식이 있습니다. –본문

 탕평채라는 음식에 대해서 들어보았으면서도 그 음식이 정조의 정치적 바람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던 비극적인 참사를 회고하며 올린 음식이라는 것 역시 이 안에서 처음 배우게 된다. 그러니까 이전에 내가 알던 탕평채는 그저 하나의 요리였다면 이 책을 통해 알고 난 탕평채는 그저 한 접시의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가슴 어린 사연이 담긴 음식으로 애잔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제대로 된 의미를 배우게 되면서 흘려 보냈던 것들 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마누라라는 어감이 왠지 가벼워 보여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여보, 라고 불러주기를 바랐던 나로서는 마누라의 어원이 마노라로 조선시대의 궁중에서 사용했던 극존칭의 호칭이었다는 것에서 새삼 다르게 전해지며 마누라가 낮게 부르는 것이 아니었구나, 도 배우게 된다.

 아마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그저 전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단편의 이야기들 속에 담겨 있는,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을 넘어선 숨겨진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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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5.07.15~07.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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