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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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살면서 내가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선택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 곰곰이 생각하고서는 결단을 한 후 그 일을 행했다기 보다는 무심코 한 행동이 지나고 나면 나를 진창으로 끌어내리기도 하고 때론 저 높이 날아오르게 하기도 하는데 이른바 나비효과는 우리네 인생에서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사람들은 죽어, 당연하지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물건이 사라지는 건 참 가슴이 아프고 불가피한 게 아니지 싶어. 순전히 부주의 때문이거든. 화재, 전쟁, 파르테논의 화기 저장고로 쓰였지. 내 생각엔 우리가 과거에서 뭔가를 구해내는 것 자체가 기적 같아.” –본문

대부분의 경우, 지난날에 대한 회상을 하며 그 당시의 나의 모습이 달라졌다면, 이라고 바라는 것은 그 때의 순간이 현재의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치거나 현재의 내가 놓쳐버린 무언가를 그 때는 가지고 있었기에 과거의 시간에 대한 상념에 빠지는 것일 게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제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것이 아쉽게 다가오는데 그 대상이 하나의 사물을 넘어선 누군가라면, 우리에게 드리우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 먹먹함으로 드리우게 된다.

어느 호텔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시오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만약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만약 그 때 시오가 월반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톰 케이블과 함께 어울리지 않았더라면, 그 날의 면담이 다른 일자로 아니 시간이 달랐더라면, 폭우가 쏟아지던 그 날 만났던 택시가 상쾌한 느낌의 것이었더라면, 선생님과의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내지 않았더라면 시오의 나날을 달라졌을 것이다. 계속된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일들은 마치 일련의 조각을 따라가는 것처럼 순간순간의 변화들이 모인 것임에도 꼭 그렇게 흘러가야만 했던 것처럼 냉담한 운명이 되어 시오에게 다가오게 된다. 몇 시간 전만해도 엄마에게 들을 꾸지람을 걱정하고 있던 그는 이제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된 것이다.

미술관에서 바라보았던 발에 달린 족쇄 때문에 세상으로 날아갈 수 없던 황금방울새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시오의 삶은 꼭 그와 같이 흘러가게 된다. 그의 조부모마저도 홀로 남겨진 시오를 반기지 않았던 그때, 앤디네 가정을 지나 웰티가 남겨준 단서를 따라 호비를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치 않게 피파를 마주하게 되며 시오는 피파와의 재회를 조심스레 그려보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운명이 우리네 바라처럼 되지 않듯이 피파는 그 곳을 떠나 있었고 갑작스레 등장한 아버지를 따라 라스베가스로 가게 되면서 시오의 인생의 제 2막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뉴욕에서 나는 속물적인 아이들 틈에서 자랐다.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고 서너 가지 언어를 할 줄 아는 아이들, 하이델베르크의 여름 프로그렘에 참가하고 리우데자네이루나 인스부르크, 앙티브에서 휴가를 보내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보리스는 나이 많은 선장처럼 그 아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본문

 보리스를 만나며 시오의 내면의 갈등은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세상은 시오를 폭발 사고에서도 살아남은 아이이며 그 사고로 엄마를 잃은 불쌍한 아이일 뿐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고 심지어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찾은 것이 아내가 시오 앞으로 남겨 놓은 유산을 얻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 지게 된다.

불안한 마음.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ㅡ나처럼ㅡ영혼의 뒷골목을, 속삭임과 그림자,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 가는 돈, 암호, 신호, 또 다른 자아, 평범한 삶을 한껏 드높이고 살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숨겨진 위안을 알았다. –본문

그렇게 다시 뉴욕으로 오게 된 시오는 그의 지난 날의 유일한 기록이자 증거인 황금방울새 그림 때문에 다시 숨막히는 일화들로 빠져들게 되는데, 호비의 가게에서 이제 어엿한 가구 판매원이 된 것처럼 보인 그는 사람들을 속여 가품을 진품으로 파는 일을 벌이게 되고 이 일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그 동안 숨겨 왔던 비밀이 밝혀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까 시오는 뉴욕-라스베가스-다시 뉴옥으로 오는 동안에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그의 삶에 대한 위안을 받은 적 없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치유가 되어 모든 것이 이전의 정상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종용하고 있고 수 많은 이들의 암묵적인 요구에 시오는 위태위태하게 약물에 의존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있어 한 줄기 인생의 달달함이 전해지기도 하련만, 그의 약혼은 물론 피파와의 만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그 뒤에 이어지는 황금 방울새의 원작을 쫓는 이들로 하여금 그는 계속해서 쫓기게 되는 것이다.

삶은ㅡ그것이 무엇이든ㅡ짧다고 말이다. 운명은 잔인하지만 제멋대로는 아니라고. 자연(, 죽음)이 항상 이기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굽실거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항상 기쁘지만은 않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삶에 몰두하는 것, 눈과 마음을 열고서 세상을, 이 개똥밭을 똑바로 헤쳐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본문

결국에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그 상태가 되어서야 시오는 자유로워지게 된다. 황금방울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며 고군분투했던 시간들도, 왜 그 그림에 대해 월티는 그토록 집착했던 것인지, 피파는 왜 시오를 사랑할 수 없었는지 등 수 많은 사건들이 그저 다 놓아버린 마지막에서야 이 모든 이야기는 평화롭다고 느껴질 만큼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황금방울새라는 과거의 족쇄를 스스로 끊어 나온 후에야 평이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시오의 이야기는 때론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소설에만 존재하는 운명의 굴레 속 황금마차가 아닌 평이한 이들의 삶을 압축해 놓은 것만 같아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부디 그의 앞날에는 웃음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날들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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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딸들 / 랜디 수전 마이어스저

 

 

 

독서 기간 : 2015.07.09~07.1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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