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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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앵무새 죽이기>라는 이 책을 이전부터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은 늘 상 하고 있으면서도 매번 다음에, 다음에, 를 외치다 이번에서야 제대로 만나보게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제목을 보면서 대체 앵무새를 왜 죽이려는 것인지, 동물 학대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그 어떠한 내용도 모른 채 막막하게 이 책을 펼친 나로서는 성경 이후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이제서야 이 책을 펼치게 된 것에 내심 밀려드는 죄책감 같은 것을 안고서 조심스레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통의 책들이 서문을 시작으로 저자가 이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는 별도의 서문이 없다. 서문을 통해서 이 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등을 가지지 않고 이 책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한번 서문을 읽어보면서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우리가 처음에 만나게 되는 이 메시지가 사실 저자가 전해지기 바라던 모든 것의 압축이었구나, 라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야말로 그녀가 바라는 대로 충실한 독자였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앞서 도무지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무던히 높은 철장 속의 우리네 세상을 보며 이제 어린 아이처럼 울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이 안에 있는 어른들의 모습과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서글픔을 먼저 밀려들게 된다.

내가 1학년을 마칠 때쯤엔 젬 오빠가 듀이 십진법이라고 말한 그 교수법이 학교 전체에 퍼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다른 교수법과 비교해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저 주변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지요. 집에서 공부한 아빠와 삼촌은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한 사람이 모르면 다른 한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빠가 지난 몇 해 동안 한 번도 낙선하지 않고 주 의회 의원으로 뽑혀 일 하시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 선량한 시민이 되는 데 필수 조건으로 생각하는 가보 그 적응이라는 것도 거치지 않고 말이지요. –본문

사실 초, 중반을 넘어서는 동안에도 이 안의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스카웃이 말하는 유년 시절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도무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 래들리 아저씨에 대한 수수께끼를 탐험하고 그의 집 근처 나무에서 발견하게 되는 스카웃과 젬에게 주어지는 작은 선물과 같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함께 설레였고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친구들과 발생하게 되는 사소한 문제들을 보며 그 당시의 내 모습을 바라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두 남매가 거리에 나타나게 되면 불만 섞인 이야기로 꾸지람을 늘어놓던 듀보스 할머니의 모습 등 처음에 읽었을 때는 이 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의 연속을 담아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톰 로빈슨의 사건을 넘어 재판의 결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 안의 이야기들이 그저 한 마을에서 생겨난 일의 회고가 아닌 세상의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자부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있는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는 듯 하여 마지막을 향해 가면 갈수록 세상을 향한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배심원 여러분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흑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ㅡ 물론 그건 잘못된 가정이지요 ㅡ 모든 흑인은 기본적으로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가정, 모든 흑인은 우리 여자들 주위에 믿고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가정, 우리가 그들의 정신과 관련짓는 그런 가정을 따르리라는 확실을 갖고 말입니다.
 
배심원 여러분, 그것은 우리가 알다시피 (톰 로빈슨의 피부처럼) 새까만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에게 지적할 필요조차 없는 거짓말이지요. 배심원 여러분은 진실을 알고 계십니다. 그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흑인은 거짓마을 하고, 또 어떤 흑인은 부도적하며, 또 어떤 흑인에게는 여자를 ㅡ 백인이건 흑인이건 말이지요 ㅡ 옆에 맡겨 둘 수

조용하게만 보이던 마을, 물론 그 안에는 집 안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은연중에 서로 알고 있는 이 마을 안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피해자는 메이엘라 유얼로 백인이자 유얼 집안의 장녀였고 가해자는 톰 로빈슨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며 흑인이다. 이 한 줄의 사실을 가지고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과 그들의 피부색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건의 결말이나 판결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상 안에서는 이 한 줄의 이야기로 세상은 모든 것을 결론지어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아무리 애써도 항상 공정할 수 많은 없는 거야. 우리 법정에서 백인의 말과 흑인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 이기는 쪽은 언제나 백인이지. 비열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쩌니
 
그건 옳지 않아요.” 젬 오빠가 주먹으로 무릎을 가볍게 내리쳤습니다. –본문

아마도 어른들의 시선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았다면,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했을 지 모른다. 이 사건을 바라보던 딜과 스카우트만이 눈물을 머금었으며 젬은 이렇게는 끝나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원래 세상은 그렇단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아이들뿐이었다는 것이 참담하지만 그런 이들을 위해서 애티커스 핀치 이외의 소수의 사람들은 검둥이의 애인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 해 나아가고 있고 진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들 세대에서는 비록 성공하지 못한 이 참담한 역사를 보며 그럼에도 이 일련의 시도를 통해서 조금씩 변모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 게다.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던 앵무새, 벌레를, 죄책감도 없이 그저 방아쇠를 당겨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지난 시간들을 수 많은 앵무새를 죽이는 누군가와 앵무새가 되어 죽어야만 했던 누군가가 존재했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나와 스카웃이 말하는 것과 같이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있는 곳에 서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 작은 변화가 우리 안에 오랜 동안 관철되어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틈이 되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책을 덮었다. 우리 스스로 양산해 놓은 과거의 늪이 누군가를 헤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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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5.07.20~07.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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