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1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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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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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이라는 것은 어느 한 생명체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멸종이 대상이 된 그 생명체에게는 더 이상의 생존이라는 말은 접목시킬 수 없는 그야말로 끝을 의미하게 되는데, 이러한 멸종이 실은 현재 우리가 살수 있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준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지질시대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생물상의 커다란 변화, 즉 대규모 멸종이다. 멸종이란 단 하나의 개체도 남김없이 종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종의 사라짐은 생명의 역사 이래 항상 되풀이 되고 있는 일상적인 사건이다. 작은 규모의 멸종은 수십 번 있어 왔다. 하지만 지구 전체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대멸종은 진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며 지구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본문

 다소 엉뚱한 생각이겠지만 만약 중생대 백악기 말의 공룡들이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아마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쥐들의 모습처럼 공룡들을 피해서만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은 언제 어디서나 죽음을 맞이하는 공포를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모습일 텐데 한편으로는 그러한 공룡을 화석으로만 마주해야 한다는 아쉬움과 또한 현 인류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바로 공룡이 사라진 그 때의 대멸종 시기에 바야흐로 포유류 및 고래나 물개, 그리고 다양한 새들이 등장하게 되며 그 안에서 니치의 의미들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보았을 때 인류의 등장은 23 59분 정도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류는 그야말로 지구의 마지막에 등장한 것인데 이렇게 마지막에 등장한 그 작은 인류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단 스스로의 발전을 통해서 현재 지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류는 지구가 거쳐온 역사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는데 40억년 이전에서부터 존재했던 생물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 책을 통해서 지구 상에 등장했던 생물들은 물론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유들을 배우게 된다.

 하나의 개체가 살아남은 평균적인 기간은 500만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통해서 마주했던 생명들은 아득한 먼 옛날 500만년의 시간 동안 당시 지구의 주인으로서 지내고 있었던 것들인데 지구에 등장하기 시작한 진핵 생물에서부터 다세포 생물이 등장하고 그렇게 캄브리아기가 시작 되면서 북적이던 지구는 첫 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바다에 주로 서식하고 있던 생물들이 육지로의 이동을 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생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생명체의 완전한 죽음은 다음 생명체가 드리울 수 있는 공간, 니치를 만들어 주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의 틈이 바로 대멸종이 되는 것이다.

 생물 교과서에서 마주했던 삼엽충과 암모나이트, 육식 공룡의 대표주자인 티라노사우루스에서부터 검치호와 메머드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서 지구에서 발생한 다섯 번의 멸종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데 이러한 멸종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지구에 찾아온 빙하기는 물론, 천체 간의 충돌, 초신성의 폭발 등의 외부적인 이유와 지구 내부적인 변화, 그러니까 화산 폭발이라든지 해수면의 변화, 기후 변화 등으로의 생물의 멸종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멸종에 의한 원인은 하나의 원인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이러한 변화는 점점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데 다섯 번째 대 멸종이 지나 현대의 인류가 등장하게 된 지금, 여섯 번째의 대 멸종도 계속해서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의 행위로 스스로를 지우는 일, 인류 멸종만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인류가 보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우리 지구의 미래는 멀지 않은 장래에 인류와는 상관없는 길을 갈 것이다. 생명 진화의 처음과 끝을 만들어온 대 멸종의 역사 앞에서 지금이라도 인류는 만류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본문

그러한 증거로는 수 많은 종의 생명체가 이전보다도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오존층 파괴로 인한 기상 이변의 발생, 열대 우림이 파괴되면서 점점 사막화는 빨라지고 있고 특히나 벌의 괴사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악 영향이라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 죽음을 향한 방종을 울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섬뜩함이 밀려들게 된다.

 대 멸종이 발생된 전후의 상황을 보노라면 생명의 역사는 대 멸종 전후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최상위의 포식자로 손꼽히던 생명체들은 어김없이 대 멸종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며 그보다도 보 잘 것 없이 보이는 생명체들이 오히려 살아남아 그 이후의 시대까지도 살아남는 것을 보며 생존이라는 것은 너무도 현재의 모습에 적합하게 되어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재 인류의 역사 안에서 함께 하고 있는 나로서도 우리 인류가 영원히 살아남기를 바란다지만 그 어떠한 생명체도 자신들의 멸종을 바라며 살아갔던 것은 없었으리라는 생각에 이 바람이 얼마나 막연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살아남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해서 함께 살아남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지구 상 그 어느 생명체보다도 뛰어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과연 여섯 번째 멸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의 행보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구의 역사에 대해서 배우고자 했던 목표를 넘어 인류의 현재 모습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깊은 반성까지 하게 되는 이 책을 통해서 여섯 번째 멸종에 대한 경종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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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대 멸종 / 엘리자베스 콜버트저


 

 

독서 기간 : 2014.09.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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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말하다 - 세계의 문학가들이 말하는 남자란 무엇인가?
칼럼 매캔 엮음, 윤민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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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명의 이야기가 한 곳에 모여있다 보니 집중은 다소 힘들었던 책이다. 뭐랄까. 이제 시작하겠거니 하면 어느새 끝이 보이고 마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 가, 하는 생각도 종종 들곤 했는데 남자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틀과 그들이 바라보았던 경계의 선이 확연히 달랐기에 그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되었건 80여편의 글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그 중에서도 몇 가지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었으니, 그 정도 만으로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껴보려 한다.

 지난 밤, 당신의 심장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난 후, 어딜 가나 나에게는 당신의 모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렸지요. 우렁찼지만 거칠게 쉰 목소리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습니다. 미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죽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고, 결국에는 태워ㅡ 사람들은 이걸 화장이라 부르더군요 ㅡ 내 손으로 당신을 직접 묻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그러나 자꾸만 당신이 보입니다. –본문

 남들보다 훤칠하게 큰 키에 듬직한 체구를 가진, 이른바 황소라 불리던 남자는 늘 과묵하니 말이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제 마음 하나 드러내는 법 없이 조용하게만 지내고 있던 그의 눈에 어느 날 아리따운 여인인 프쉬케가 등장하게 되고 혼사 문제가 오가고 있을 그녀의 집안에 성큼 들어서 그녀의 남자가 된 엘리후를 보며 그렇게 그의 인생은 평온하게 지나가는 줄만 알았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37년 만에 다시 나타난 엘리후는 혼자 오두막에서 지내고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프쉬케에 대한 안부도 없이 고요히 지내기만 하는 그를 보며 증손녀인 에스메렐다는 그가 그것을 가져왔노라 고백하고 있다. 이렇게 그걸 다시 가지고 돌아왔다는 엘리후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되는데 대체 그가 다시 가져온 것이 무엇일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이 남았던 이 책을 읽는 동안 적잖이 머리가 아픈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 와중에 마주하는 단비 같은 이야기들로 인해 겨우내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남자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이 정리 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역시, 책 한 권으로 그들을 알고자 했던 것은 과욕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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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모른다 / 이우성저

 


 

 

 

 

독서 기간 : 2014.08.3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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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 기획 사무소 니노미야 시리즈
구로카와 히로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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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다른 두 남자가 만났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표지를 보고서 그저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겠거니,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림의 선도 그렇지만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둘을 보면서 느와르 장르의 영화 속의 한편 같은 느낌이겠거니, 라고만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 둘의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표지 속의 이 둘은 활자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나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표지 속의 이들이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바짝 머리 뒤로 넘긴 머리며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패션에 너무도 민감한 구와바라와 평이한 나날 속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로 살기를 바라고 있는 니노미야의 만남이 시작되면서부터 이 남남 커플의 케미는 조금씩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뼈 속까지 야쿠자로서 구와바라는 알고 보면 교육자 집안의 아들이지만 그는 현재 건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반면, 아버지대에서부터 이미 야쿠자였던 니노미야는 그의 아버지의 삶과는 달리 평범한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으나 결국에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건설업계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자 집안에서 난 조폭인 야쿠자 구와바라와 조폭 집안에서 난 평이한 삶을 쫓고 있는 컨설턴트 니노미야는 사바키, 그러니까 건설 업계의 현장 안에서 일어나는 야쿠자 조직과의 알력 관계를 중개하는 일을 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돈’때문에 엮이기 시작한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을 넘어 그들만의 시각으로 세상에 대항하고 있다.

“케이 짱, 흥신소 소장이지?
“흥신소가 아니라 건설 컨설턴트!
“아, 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우리 거래처에 고바타케총업이라고 있는데, 돈다바야시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업을 하고 있어. 얼마 전 콘크리트 쓰레기를 운반하러 갔는데, 사장인 고바타케가 건설 관련 상담을 할 사람이 있느냐고 묻더라고. 일단 얘기 한번 들어볼래?
“좋습니다. 부탁 드릴게요.
니노미야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고무됐다. –본문

폭력으로 점첨될 수 밖에 없는 남자들만의 세계 속에 마주한 구와바라와 니노미야는 고바타케의 요청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일이 커져가게만 되고 그야말로 암흑과도 같은 일들이 계속 쌓이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저 폭력만으로 이 세계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그들만의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로 보자면 얼마 전에 보았던 '신세계'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인데 사투리를 쓰면서 나름대로 멋을 부린다고 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촌스러워 보이는 느낌이 들던 황정민이 구와바라의 모습이고 젠틀하면서도 조폭보다는 회사원 같은 느낌이 드는 이정재의 느낌이 니노미야의 모습으로 이 둘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오랜 동안 함께 해오며 남자들간의 의리를 나누는 것이 영화 속의 모습이었듯이 단 5일간의 이야기긴 하지만 돈으로 시작되었던 이 둘의 이야기는 조금씩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를 생각하며 그들을 범접해 오려하는 이들로부터 서로를 지키는 모습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 거여, 여그서 연공을 받으시겄다?"
구와바라가 미야모토의 점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
"
너무 욕심을 내믄 나도 마이시마에서 수영이나 하는 신세가 되겠구마이
."
"
우리는 어차피 같은 밥을 먹는 신세니 좋게 처리하자고
"
미즈타니가 표정 하나 안바꾸고 "돈은 준비했어. 신청서류와 맞교환이야." 라고 말했다. –본문

고바타케를 대신해 산업 폐기물 처리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찌된 일인지 일은 다른 패거리들에 의해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나면 비용을 지불하겠다던 고바타케는 사라져버린 상태이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라는 것도 없이 살기 위해 달리고 있는 그들은 어느 새 함께하고 있다.

그야말로 온갖 음모가 가득한 이 어둠의 세계에서 그들은 나름대로의 노선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가고 있다. 무언가 정의를 위한 몸부림은 아니지만은 어두운 곳에서 꿈틀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눈에 띄는 듯 하다.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그 틀을 벗어나려 하는 구와바라와 니노미야의 이야기는 이번이 첫 번째 시작이라고 하는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만들어 내는 캐미는 시간이 갈 수록 더 설레게 한다. 그들만의 의리를 계속해서 이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빨리 마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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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 히가시노 게이고저


독서 기간 : 2014.09.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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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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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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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는 여러방면에서 나에게 많은 의미를 준 책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책장에 꽃혀 있는 히가시고 게이고의 책이 10여권 정도는 있을 텐데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으로 그의 책을 마주한 책이었고, 둘째, 종이 책이 아닌 전자책은 나에게 절대 맞지 않아, 라는 생각에 마주한 적도 없었는데 e-book으로 이 책을 모두 읽어내려갔으며 마지막으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것 만으로 나는 그의 소설을 읽는 내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상념들로 인해 페이지가 넘어가면 갈 수록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한 권의 소설을 읽은 것 이상의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공허한 십자가>는 여러방면에서 나에게 많은 의미를 준 책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책장에 꽃혀 있는 히가시고 게이고의 책이 10여권 정도는 있을 텐데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던 나에게 처음으로 그의 책을 마주한 책이었고, 둘째, 종이 책이 아닌 전자책은 나에게 절대 맞지 않아, 라는 생각에 마주한 적도 없었는데 e-book으로 이 책을 모두 읽어내려갔으며 마지막으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것 만으로 나는 그의 소설을 읽는 내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상념들로 인해 페이지가 넘어가면 갈 수록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한 권의 소설을 읽은 것 이상의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중학생땐가 학원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담아 글로 써오라는 숙제를 받고서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다음주엔가 준비를 해 간 적이 있다. 당시 30여명 정도의 정원이었던 반 내에서 나 혼자만이 사형제도에 대해서 반대의 견을 내고서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찬성을 하는 입장이라 1대 다수로 아이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내 의견을 점철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리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오르며 지금도 과연 나는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이전처럼 쉬이 답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를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 안에는 사형제도를 바라보는 피해자 가족, 가해자의 가족들의 서로 다른 시선은 물론 그에 따라 관철되 있는 수 많은 이해관계자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에 흑백논리와 같이 무엇 하나로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는 그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읽는 내내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며 어디에도 설 수 었는 경계선에서 마냥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내 딸이 죽어야 하는가. 이제 겨우 8년밖에 살지 못했는데. 앞으로 기나긴 인생이 남아 있는데. 그리고 그 딸이야말로 나와 아내 인생의 아름다운 빛이며 삶의 보람이 아닌가.
이런 자의 생명을 빼앗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지만 적어도 그 생명을 빼앗지 않으면 내 딸이 너무 불쌍하다ㅡ 재판이 있을 때마다 피고인석에 앉은 히루카와의 작은 등을 노려보면서 나카하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본문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오는 전화에서 아내 사요코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나카하라는 무슨 일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도무지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날의 사건은 그렇게 예고없이 나카하라와 사요코에게 드리우게 된다. 그저 평범한 가정 속의 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 날, 마나미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이 가족에게 더 이상의 희망을 없게 만든 범인은 결국 사형 선고를 받게 되지만 사요코와 나카하라에게는 그 이후의 삶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범인이 사형 선고를 받는다고 해서 그들의 딸이 다시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히루카와 가즈오의 형벌로 인해서 구제되는 것도 아닌,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는 남남의 삶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카하라는 동물들의 화장을 해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사요코는 기자로서 취재를 다니고 가족 모임에 나가는 등 나름대로 활발하게 지내고 있었다. 물론, 그 둘간의 더 이상의 유대관계는 없었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그들의 생활을 해내가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지내고 있는 그들에게 다시금 어두운 장막이 드리웠으니 그것은 바로 사요코의 살인 사건이 발생된 것이다. 이제는 남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던 전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에서 실타래의 그늘이 하나둘씩 나타나는 것을 쫓아가며 나카하라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과 이혼 후 살인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가족들의 모임에서 사요코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집필하고 있었기도 하고 도벽에 관한 취재를 하고 있던 그녀가 갑작스레 피살을 당한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속의 사요코를 보며, 그것이 살인사건의 피해 가족 중 한 가족이 가해자의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환하게 웃었다는 것을 듣게 되면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낙이 이제는 그것이 전부로 전락해 버린 그들의 모습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사요코의 피의자였던 마치무라 사쿠조의 사위인 후미야를 만나게 된다. 피의자인 장인 어른의 형량을 줄여보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피의자의 가족과 대조적으로 나카하라는 당시 마나미의 살인 사건의 피의자였던 히루카와 가즈오를 대변했던 변호사를 마주하게 되면서 사요코의 의중을 다시금 마주하게 도니다.

한때 심심치 않게 들렸던 잔혹한 살인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당연히 그들에게 사형이란 가장 최고 수준의 형벌이 당연히 구형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자비가 주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그것만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한 순간에 피의자에 대한 형벌을 집행하는 사형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있어서는 더 없이 필요한 것이지만 그 죽음이 모든 것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런 속죄도 없이 그저 사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피의자들을 보며 이 십자가의 무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 권의 소설로 읽기에는 너무도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속죄가 없는 십자가는 그 누구에게도 의미 없는 공허함일 것이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꽤나 오랜 시간 이 문제를 잡고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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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저


독서 기간 : 2014.09.0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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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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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자신의 본성, 그러니까 자신이 남성인지 아니면 여성인지에 대한 인식을 언제 하게 되는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물론 나는 내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인지를 한 적도 없었고 구태여 생각해본 적도 없이 당연히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왔고 그것이 나의 성이라는 것에서 추어도 의심을 해본적이 없었지만, 이 책 안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후천적인 선택에 의해서, 그것도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부모님의 선택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야했던 브렌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동안 과연 인간은 언제부터 자신의 본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러한 문제에 대해 엄마에게 여쭤보아도 그녀 역시도 확실한 답을 들려주지는 못했다. 아무렴, 자신이 낳은 딸에게 분홍색 옷을 입히고 머리를 따주며 예쁘게 아장아장 걷기를 시작한 나를 보며 엄마는 본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너무도 까탈스러운 성격때문에 고민을 하셨다는 것을 보노라면 브렌다, 그녀 아니 그의 부모와는 첨예하게 다른 상황이었던 엄마와 그들 안에서 답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어찌되었건 과연 인간은 언제부터 자신의 본성에 대해서 인지를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본성에 대해서 인위적으로 거스르게 될 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보고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국 브루스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사람은 론과 재닛이었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끔찍한 사고의 흔적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도 론과 재닛이었다. 재닛은 아들과 딸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당시에는 뭘 몰라서 여자들 성격이 훨씬 부드럽닥 생각했어요. 착각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들이 더 사납고 요란하고 터프하더라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상처도 있고 하니까 브루스를 딸로 얌전히 키우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남자들은 이것저것 겪어야 하는 게 만잖아요." -본문 

  자신이 원래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사고로 인해서 여성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브렌다로서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짜증스러운 것들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자신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지만 여자처럼 조신하게 지내야 했고 치마를 입어야 했으며 인형을 가지고 놀며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수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총과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아이들과 주먹다툼을 하고 거칠게 노는 것을 즐기던 브렌다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그어디에도 낄 수 없는 중성도 아닌 제 3의 성을 가진 외톨이로서 늘 외면당하며 지내는 시간들을 견뎌야만 했다.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가족들의 고통은 물론, 그들의 고통스런 시간들을 마주해보고 있었던 머니 박사는 브렌다의 무언가 비뚤어진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변모될 것이며 여자로서 제 2차 성징이 나타날 수 있도록 그녀에게 수술 및 호르몬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브렌다 및 그의 가족들을 환자가 아닌 자신의 연구 목적을 위한 데이터로만 바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브렌다의 부모가 없을 때 머니 박사가 브렌다와 브라이언에게 한 추악한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가 의사가 맞는 것인지,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모든 것들을 그에 끼워 맞추려 하는 그야말로 마리오네트로서 한 가족을 이십여년 동안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게 된다.

 데이비드는 당시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화가 나기도 했고,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따로 있었다. "마음이 놓였어요. 그제서야 모든 수수께끼가 해결된 듯한 심정이었어요. 난 돌연변이가 아니었어요. 미친 것도 아니었고요."
 
브렌다는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었다. 온전한 모습으로 살았던 유일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생후 8개월이라는 짧고 매혹적이었던 시기에 대한 것이었다

 "제 이름이 뭐였나요?"-본문 

 어찌되었건 브렌다의 이름으로 살았던 데이비드는 자신의 생의 기록이 너무도 성공적인 임상 사례로 알려지고 있어 매년 발생하고 있는 성전환 수술을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자신과 같이 고통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밝힌다는 그의 이야기가 애잔하면서도 그 용기에 대해 끊없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이상한 건 세상이지 내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에 아무말도 할 수 없이 그저 바라만 보았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가 아닌 또 다른 용서와 베품을 보여주는 그를 보며 잃어버린 그의 20여년 동안의 삶을 이제라도 그 누구보다 만끽하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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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 / 존 콜라핀토저

 


 


 

 

 

 

독서 기간 : 2014.09.13~09.1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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