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다른 두 남자가
만났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표지를 보고서 그저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겠거니,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림의 선도 그렇지만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둘을 보면서 느와르 장르의 영화 속의 한편 같은 느낌이겠거니, 라고만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 둘의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표지 속의 이 둘은
활자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나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표지 속의 이들이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바짝 머리
뒤로 넘긴 머리며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패션에 너무도 민감한 구와바라와 평이한 나날 속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로 살기를 바라고 있는 니노미야의 만남이 시작되면서부터 이 남남 커플의 케미는 조금씩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뼈 속까지 야쿠자로서 구와바라는 알고 보면 교육자 집안의 아들이지만 그는 현재 건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반면, 아버지대에서부터 이미 야쿠자였던 니노미야는
그의 아버지의 삶과는 달리 평범한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으나 결국에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건설업계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자
집안에서 난 조폭인 야쿠자 구와바라와 조폭 집안에서 난 평이한 삶을 쫓고 있는 컨설턴트 니노미야는 사바키, 그러니까 건설 업계의 현장 안에서 일어나는 야쿠자 조직과의 알력 관계를 중개하는 일을 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돈’때문에 엮이기 시작한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을 넘어 그들만의
시각으로 세상에 대항하고 있다.
“케이 짱, 흥신소 소장이지?” “흥신소가 아니라 건설
컨설턴트!” “아, 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우리 거래처에 고바타케총업이라고 있는데, 돈다바야시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업을 하고 있어. 얼마 전 콘크리트 쓰레기를 운반하러 갔는데, 사장인 고바타케가 건설 관련 상담을 할 사람이 있느냐고 묻더라고. 일단 얘기 한번 들어볼래?” “좋습니다. 부탁 드릴게요.” 니노미야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고무됐다. –본문
폭력으로 점첨될 수 밖에 없는 남자들만의 세계 속에 마주한 구와바라와 니노미야는
고바타케의 요청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일이 커져가게만 되고 그야말로 암흑과도 같은 일들이 계속 쌓이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저 폭력만으로 이 세계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그들만의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로 보자면 얼마 전에
보았던 '신세계'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인데 사투리를 쓰면서 나름대로 멋을 부린다고 하고는 있지만 무언가 촌스러워 보이는 느낌이
들던 황정민이 구와바라의 모습이고 젠틀하면서도 조폭보다는 회사원 같은 느낌이 드는 이정재의 느낌이 니노미야의 모습으로 이 둘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오랜 동안 함께 해오며 남자들간의 의리를 나누는 것이 영화 속의 모습이었듯이 단 5일간의 이야기긴 하지만 돈으로 시작되었던 이 둘의 이야기는 조금씩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를 생각하며 그들을 범접해 오려하는 이들로부터 서로를 지키는 모습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 거여, 여그서 연공을
받으시겄다?" 구와바라가
미야모토의 점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너무
욕심을 내믄 나도 마이시마에서 수영이나 하는 신세가 되겠구마이." "우리는
어차피 같은 밥을 먹는 신세니 좋게 처리하자고" 미즈타니가
표정 하나 안바꾸고 "돈은
준비했어. 신청서류와
맞교환이야." 라고
말했다. –본문
고바타케를 대신해 산업
폐기물 처리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찌된 일인지 일은 다른 패거리들에 의해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나면 비용을 지불하겠다던 고바타케는 사라져버린 상태이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라는 것도 없이 살기 위해 달리고 있는 그들은 어느 새
함께하고 있다.
그야말로 온갖 음모가 가득한 이 어둠의 세계에서 그들은 나름대로의 노선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가고 있다. 무언가
정의를 위한 몸부림은 아니지만은 어두운 곳에서 꿈틀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눈에 띄는 듯 하다.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그 틀을 벗어나려 하는 구와바라와 니노미야의
이야기는 이번이 첫 번째 시작이라고 하는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만들어 내는 캐미는 시간이 갈 수록 더 설레게 한다. 그들만의 의리를 계속해서 이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빨리 마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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