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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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1440, 86400. 지구 안에 있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전해지는 이 시간의 마법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구의 자전 주기에 따라 모든 이들이 정해놓은 ‘1=24시간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길에 올랐으며 오전 9시 업무를 시작하고서는 오후 6시에 시계 바늘이 도달하기를 바라며 바쁜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법칙이 조금씩 깨어지게 된 것은 바로 슬로잉 현상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 누구도 대체 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한 것인지 모르지만 조금씩 이상 현상들, 하늘을 날던 새들이 추락을 하고, 하루의 시간이 24시간이 아닌 30시간, 나중에는 심지어 70시간까지도 늘어나고 있고 일몰과 일출은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인간은 슬로잉 증후근에 걸리게 된다. 또한 이전보다 추락하는 것은 더 빠르게 떨어졌으며 그에 따라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을 주어야 하는 등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지구 안의 모습을 보면서 그럼에도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또 지금의 우리를 보는 듯 해서 아련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이 소설은 지구의 자전주기가 어느 순간 점차 늦춰지면서부터 지구 상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에 대해서 당시 11살 소녀였던 줄리아의 눈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공상 과학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며 외면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들에게 나는 현재 지금의 지구 상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기후의 현상 속에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들이기에 마냥 픽션의 세계라고만 칭할 수 없는 것이다.

 10 6, 일단의 전문가들이 비밀을 공개햇다. 물론 우리는 모두 이날을 기억한다. 그들은 어떤 변화가, 그러니까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그것을 슬로잉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중략
)
 
하지만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하루는 이미 밤 시간이 오십육 분이나 늘어나 있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길모퉁이마다 삼삼오로 모여서 세상의 종말을 외쳤다. 심리 상담가들이 학교를 찾아왔다. 옆집의 발렌시아씨가 통조림과 생수를 차고에 가득 채워 넣는 모습도 보았다. –본문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나 오래 전에 한반도의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마트마다 라면이나 생필품들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실제 전쟁이 난다면 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하며 집에 쌓여져 가는 라면과 쌀을 보면서 그저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는데 이와 비슷하게 줄리아 역시도 조금씩 달라져가는 일상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 안에 속해서 서서히 변해가는 현실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변화되어 가는 일상들을 전해주고 있다.

 지구의 자전 주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하루가 24시간을 넘어 점점 길어지는 날이 계속 될 수록 사람들의 혼란은 가중되게 된다. 시계는 이전처럼 동일하게 12시간을 기준으로 바늘을 가르키고 있지만 밖의 풍경은 아침이 될 시간인데도 여전히 깜깜하거나, 밤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양이 솟아있는 현상들이 계속되고 있고 그리하여 각 국가는 클락 타임으로 생활할 것을 국민들에게 권고하게 된다. 클락 타임이란 말 그래도 자전 주기가 늘어나게 되면서 하루의 기준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 없이 무조건 하루를 24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생활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줄리아는 암흑과 같은 나날에 등교를 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수업을 하는 날들이 왕왕 일어나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클락 타임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 ‘리얼 타임으로 지내고 있는 이들은 소외되거나 아니면 그들만의 도시인 서케이디어로 이주를 하고 있다. 물론 클락 타임의 생활권에서 리얼 타임으로 지내는 실비아 선생님과 같은 이들도 있지만 이들은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위협을 받게 된다.

 고래만 자기장이 필요한 게 아니야.”
골짜기 가장자리에 이르러 보도에 들어설 때 세스가 말했다
.
우리 인간에게도 필요해. 아빠가 그러는데 자기장이 없으면 인간은 모두 죽는대
.”
 
하지만 그날 내 귀에는 세스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오후 내내 세스 모레노와 함께 있다니……. –본문

 리얼타임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나의 삶으로는 그저 어쩜 이런 일이!’라며 탄식만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삶 속에는 여전히 우리와 같은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쟁과 같이 아픔과 고통만 가득할 것 같은 곳에서도 사랑과 희망이 피어나 그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지듯이 기적이라기 보다는 재앙에 가까운 이 나날 속에서도 그들은 계속해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줄리아의 할아버지나 세스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야만 했고 줄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을 맛보아야 했으며 해나와도 결별을 했지만, 그녀는 세스와의 두근거리는 나날들을 안고 있었으며 지금은 그와 헤어진 상태이지만 어느 순간 기적처럼 나타날 그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 이야기가 회색조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닮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잿빛이지만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영롱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생각이 들어 읽고 나서는 묵직하게 밀려드는 따스함을 느낄 수가 있다.

 오랜만에 신나게 읽어내려 간 소설책인 듯 하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줄리아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나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돌이켜 보는 것은 물론, 현재의 줄리아에게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본다.

 

 

 

독서 기간 : 2014.10.11~10.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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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박홍순 지음 / 르네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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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과거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글로써 기록을 하거나, 구전을 통해서 전해진다던가 아니면 그림을 통해서 기록을 한다던가, 의 여러가지가 있을테인데 가장 익숙한 것을 아무래도 글로 기록되어 있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국사를 배우는 것도 선대 조선들이 기록으로 남겨둔 것들을 현재의 우리가 다시 마주하는 것일텐데, 그렇게 기술되어지는 역사란 한편으로는 승자들이 기록하는 것들이라서는 점에서 그들만의 역사일 수 있다는 오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그림으로 남겨진 것이야 말로 그 누구의 입김 없이 오롯이 역사를 기록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미술을 통해서 세계사를 보는 것이야 말로 날것 그대로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그 자신과는 상관 없지만 에스파냐의 내란의 참혹성을 보고서 그가 느낀대로 남겨놓은 기록물이다. 이 한 점의 그림은 수 많은 이들에게 당시의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는 기록일텐데, 이와 같이 이 책 속에는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명화들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안에 담긴 당시의 모습들을 꾸밈없이 만나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사냥보다 채취에 의존하여 살아야 하는 날이 더 많았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석기인은 충분한 고기와 가죽, 털을 얻을 수 있는 사냥을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카피바라 동굴의 <채집과 사냥>은 채취와 수렵 사이에서 당시 인간이 가졌을 감정을 잘 보여 준다. 사냥 대상인 동물은 인간에 비해 훨씬 크게 그렸다. 이에 비해 채집 대상인 나무는 작게 그렸다. 과거로 갈수록 중요한 것을 더 크게 그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석기인이 갖고 있던 사냥에 대한 열망을 읽어낼 수 있다. -본문

기 위해서 인간은 사냥에 성공해야만 했다. <들소 사냥>의 그림에서 역시 <채집과 사냥>처럼 들소를 더 크게 그렸음은 물론이고 이 그림 속에서 인간은 들소에게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의 사냥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었음을 반증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은 돌칼로 날카로운 투창을 만들어 사냥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었는데 구석기 시대의 대부분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들소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당시 구석기인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귀중한 식량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구석기시대의 기록에서부터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인류의 모습을 지나, 그리스의 이야기와 로마 제국, 2차 세계 대전 등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것들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마주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프랑스군은 사흘 동안 약탈 기회가 주어지자 메뚜기 떼처럼 달려들었다. 수백 년 전 야만족들이 침략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그와 같은 대대적인 파괴의 향연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또한 그처럼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작품들이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단기간에 파괴된 적도 없었다. (......)심지어 250년 뒤에 오스만 술탄에게 함락될 때조차도 그때만큼 암울하지는 않았다. -본문

처음 그들의 전쟁은 이슬람교도에게 빼앗긴 성지를 되찾기 위한 교회와 황제의 진두지휘아래 이뤄진 전쟁이었다. 그래, 처음에는 말 그대로 십자가를 찾기 위한 전쟁인 종교 전쟁의 모습을 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 약탈과 학살이 점점 강해지고 그렇게 복수에 복수가 더해지는 참혹함만이 오랜 기간 수 많은 이들의 피눈물로 덮게 된다.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그들의 전쟁은 모두를 피폐화시켰고 수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상처를 남기고만 떠나갔다. 참혹했던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져 있고 그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긴 그들의 울분을 얼마나 깊고 아팠을 지 숙연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마 그저 이 그림들을 마주했더라면 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머리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활자와 함께 마주친 이 그림들은 쉬이 잊혀질 그 당시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자칫하면 지나칠 과거를 현재의 나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어렵게만 느껴졌을 세계사를 그림과 함께 보는 동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방식으로 접하며 더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그림으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 김희보저

독서 기간 : 2014.10.0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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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작은 새 - 잘랄 앗 딘 알 루미 우화잠언집
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 최준서 옮김 / 하늘아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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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문학에 대해서는 접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이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작은 새>가 최초의 이슬람 문학을 접하게 되는 기념비적인 독서의 시초였는데,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처음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는 그 동안 읽어왔던 것들과는 다른, 생경하다기 보다는 신선한 느낌의 것이었다.

온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입을 뗍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영혼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
그리고 그곳에서 내 생의 끝을 마치고 싶습니다. –본문

 현재의 육체는 이곳에 있지만 그들의 영혼은 다른 곳, 다른 대륙에서 온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광활한 광야를 달리던 인디언들이 떠오른다. 거침 없이 말을 타고 질주하며 가는 동안 잠시 동안에 한참을 바라보며 자신이 왔던 길을 돌아본다고 하는데 혹여나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과 저자가 말하는 영혼의 모습은 어쩐지 비슷하게 느껴진다.

도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서 끊임없이 책을 사들이고 그것이 마치 마음의 양식이자 오롯이 나의 지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늘어나는 카드 값에 대해서도 위안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리스인들이 들려주는 예술의 길은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며 뜨끔하게 만든다.

수피들은 철학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맑게 더욱더 맑게 만듭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아무런 분노 없이
.
그 순수 안에서 매 순간의 이미지들을 받아 비춥니다
.
여기에서, 별들에게서, 허공에게서 받아 흡수합니다
.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저 밝음과 명료함을 마주보며….. –본문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들을 내면을 들여다보며 더 투영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떠한 목적만을 위해서 쫓아가던 지난날의 모습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중국인들과 그리스인들의 예술가가 모여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시합에 있어서도 중국인들은 모든 것을 다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 하는 반면 그리스인들은 작업장을 닦고 또 닦음으로써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내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국인들의 작업장에 드리운 작품이 그리스인들의 작업장에 비춰지며 만들어내는 오묘한 아름다움은 세상에 둘도 없는 미색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을 위한 목적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아닌 포용하기 위한 내 안의 공간을 찾아보는 것부터 필요한 게 아닐까.

한적하게 숨어서 쉴 곳을 찾아 세상을 떠돌지 마십시오.
어느 굴 속에서 맹수들이 살고 있는 법
.
쥐와 산다 해도 고양이의 발톱이 당신을 찾아낼 것입니다
.
진실의 쉼터는 신과 홀로 마주하고 있을 때만 찾아옵니다. –본문

 힐링이라는 단어가 넘쳐나는 요즘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 지쳐있는 지금을 떠나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 혹은 사람들을 찾게 된다. 그렇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 지금의 현재를 견디고 있다는 것이 맞을 텐데 저자가 들려주고 있는 것은 그러한 휴식처만을 찾기 위한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옥죄어 오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홀로 설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해주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여느 책들과는 조금 다른 이 책을 보며, 그렇기에 처음에는 받아 들이는 것이 어색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곤 했지만 또 이렇게 새로운 그들의 문학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그들의 지혜를 알려주는 이 책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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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저


 

 

독서 기간 : 2014.09.3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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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데니스 홍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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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데니스 홍 박사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어느 샌가 영화 속 주인공으로 로봇이 등장하고 현재 수 많은 과학자들이 로봇을 발명하는 것에 대해 주력을 다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로봇 박사에 대해서는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나와는 마주할 일이 없는 이들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기에 관심을 가져 본적도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면서 비록 어린이를 위한 책이기는 하지만 즐겁게 읽어내려 갔다.

 초등학교 때 과학반에 들어 방과후 수업들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나에게는 과학은 즐겁다, 기보다는 무언가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 귀찮은 것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학교의 소수 인원만을 선발한다는 이야기에 신청을 하고 그 반에 있는 동안에도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였는데 그런 점에서 데니스 홍 박사와는 첨예하게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모습을 보며 어쩜 이렇게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과 그런 호기심이 올바르게 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눈 앞에서 궁금한 것들을 몸소 체험해 봐야만 직성이 풀리고 가전제품들을 분해해서 그것들을 다시 조립하면서 희열을 느꼈던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하자마자 공구세트를 선물 받고서는 라디오를 시작으로 믹서, 청소기, 컬러 텔레비전까지 모두 분해하고서는 그 안을 살펴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 간다.

 맞다! 식초랑 탄산수소나트륨!”
 
머릿속 전구에 불이 반짝 들어왔다. 식초와 탄산수소 나트륨을 섞으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만약 가벼운 물체라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생기는 힘으로 발사시킬 수 있지 않을가?식초는 주방에 있고, 탄산수소나트륨은…..-본문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을 보고선 우와라는 감탄사와 그 놀라움이 몇 초면 사라져버리는 나와는 달리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로켓 발사 장면을 보고서는 자기도 그와 같은 로켓을 만들어 발사해보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니까 그는 그저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기반으로 해서 직접 만들어 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그를 보면서 어쩜 이토록 다른 유년기를 보냈나, 하며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게 유년시절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제작하기 좋아했던 그는 로봇 공학박사가 되게 되는데 그 이후의 그의 행보를 보노라면 그가 가진 지식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누기 위한 무한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따스하게 전해진다.

 

로봇이라는 딱딱한 느낌의 공학이 그를 만나게 되면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시각 장애인들에게 운전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그들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고 얼마 전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해서 재난 구조를 할 수 있는 로봇 대회를 열기도 했다니 그는 로봇의 기술을 계속해서 우리네 삶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다.

 

 

독서 기간 : 2014.10.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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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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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모르지만서도 이 시를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이다. 운율이 어떠하고 함축적 의미가 어떠하고를 떠나서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기분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시작부터가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임에도 잘 선택한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아픈 물고기를 치료하기 위해서 물에 귀를 대며 물고기의 말을 듣는다는 수의사 둘리틀처럼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사람들의 가슴에 귀를 대는 이들이 시인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시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왜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할지에 대한 이유가 충분하기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에머슨은 시 속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현재 살아 있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본문

이 짧은 이야기를 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지는 듯 하다. 주변 이들과 비교에서 조금 더 나은, 다른 이들보다 더 빠른 승진이나 안락이 성공이며 그것은 금전적인 숫자로서 증명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로 하여금 에머슨이 들려주고 있는 진정한 성공의 의미는 그 어디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으로서 과연 이 생을 살다 가는 동안 나는 이 곳을 더 좋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자문을 해보게 된다. 나 이외의 것들을 이용해서 내 스스로의 만족과 번영이 아닌 내가 잠시 지나가는 곳인 지금의 내 자리를 더 따스하게 만들고 가는 어른, 그런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시는 물론 시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조차도 매료되게 하는 이 책을 통해서 시에 대한 두려움들이 모두 쓸려가 버린 기분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만으로 편안했던 이 기운을 기반으로 그들의 시를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다 

 

 

 

아르's 추천목록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저 


 

 

독서 기간 : 2014.09.30~10.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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