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박홍순 지음 / 르네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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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지나간 과거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글로써 기록을 하거나, 구전을 통해서 전해진다던가 아니면 그림을 통해서 기록을 한다던가, 의 여러가지가 있을테인데 가장 익숙한 것을 아무래도 글로 기록되어 있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국사를 배우는 것도 선대 조선들이 기록으로 남겨둔 것들을 현재의 우리가 다시 마주하는 것일텐데, 그렇게 기술되어지는 역사란 한편으로는 승자들이 기록하는 것들이라서는 점에서 그들만의 역사일 수 있다는 오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그림으로 남겨진 것이야 말로 그 누구의 입김 없이 오롯이 역사를 기록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미술을 통해서 세계사를 보는 것이야 말로 날것 그대로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그 자신과는 상관 없지만 에스파냐의 내란의 참혹성을 보고서 그가 느낀대로 남겨놓은 기록물이다. 이 한 점의 그림은 수 많은 이들에게 당시의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는 기록일텐데, 이와 같이 이 책 속에는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명화들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안에 담긴 당시의 모습들을 꾸밈없이 만나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사냥보다 채취에 의존하여 살아야 하는 날이 더 많았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석기인은 충분한 고기와 가죽, 털을 얻을 수 있는 사냥을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카피바라 동굴의 <채집과 사냥>은 채취와 수렵 사이에서 당시 인간이 가졌을 감정을 잘 보여 준다. 사냥 대상인 동물은 인간에 비해 훨씬 크게 그렸다. 이에 비해 채집 대상인 나무는 작게 그렸다. 과거로 갈수록 중요한 것을 더 크게 그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석기인이 갖고 있던 사냥에 대한 열망을 읽어낼 수 있다. -본문

기 위해서 인간은 사냥에 성공해야만 했다. <들소 사냥>의 그림에서 역시 <채집과 사냥>처럼 들소를 더 크게 그렸음은 물론이고 이 그림 속에서 인간은 들소에게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의 사냥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었음을 반증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은 돌칼로 날카로운 투창을 만들어 사냥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었는데 구석기 시대의 대부분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들소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당시 구석기인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귀중한 식량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구석기시대의 기록에서부터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인류의 모습을 지나, 그리스의 이야기와 로마 제국, 2차 세계 대전 등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것들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마주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프랑스군은 사흘 동안 약탈 기회가 주어지자 메뚜기 떼처럼 달려들었다. 수백 년 전 야만족들이 침략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그와 같은 대대적인 파괴의 향연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또한 그처럼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작품들이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단기간에 파괴된 적도 없었다. (......)심지어 250년 뒤에 오스만 술탄에게 함락될 때조차도 그때만큼 암울하지는 않았다. -본문

처음 그들의 전쟁은 이슬람교도에게 빼앗긴 성지를 되찾기 위한 교회와 황제의 진두지휘아래 이뤄진 전쟁이었다. 그래, 처음에는 말 그대로 십자가를 찾기 위한 전쟁인 종교 전쟁의 모습을 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 약탈과 학살이 점점 강해지고 그렇게 복수에 복수가 더해지는 참혹함만이 오랜 기간 수 많은 이들의 피눈물로 덮게 된다.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그들의 전쟁은 모두를 피폐화시켰고 수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상처를 남기고만 떠나갔다. 참혹했던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져 있고 그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긴 그들의 울분을 얼마나 깊고 아팠을 지 숙연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마 그저 이 그림들을 마주했더라면 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머리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활자와 함께 마주친 이 그림들은 쉬이 잊혀질 그 당시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자칫하면 지나칠 과거를 현재의 나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어렵게만 느껴졌을 세계사를 그림과 함께 보는 동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방식으로 접하며 더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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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 김희보저

독서 기간 : 2014.10.07~10.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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