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리스트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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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한동안 버킷 리스트 작성이 한창 유행을 하던 때에, 인생을 살며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들 적어봐야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서는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었다. 스쳐지는 생각들로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 봐야지, 라는 것들은 이내 현실 앞에 닥친 문제들로 인해서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이 보통의 나들이기에 <라이프 리스트>를 만나고 나서야 나는 이전의 내가 꿈꿔왔던 나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하나씩 찬찬히 생각해 보며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른 네 살의 브렛은 탄탄대로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회사의 차기 후계자가 되기 위해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멋있는 남자친구 앤드류가 현재 그녀의 곁에 있다. 성공과 사랑을 모두 거머쥔 그녀의 앞에 드리운 어머니의 죽음과 그 후에 드리우는 현실은 그녀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버리고서는 그녀의 손 위에 그녀가 14살때 작성해 놓았던 리스트가 전해진다.

그 안에 담겨 있는 20개의 리스트 중 10가지를 1년 안에 완수해야만 그녀에게 남겨진 유언장이 공개된다는 완수해야만 이 유언을 받아 들고서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파하던 브렛은 회사에서 해고된 채 그야말로 혼자서 벌판 위에 내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 밤을 계기로 너의 용기, 인내, 의지가 되살아나면 좋겠구나. 두려운 일이 닥치면, 이런 순간을 기억하고 네 인생을 밀고 나가봐. 이 모든 용기 있는 행동은 네 안에 있는 온전한 너로부터 나온 거니까.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너의 모습. –본문

어릴 적 적어 놓은 그녀의 리스트를 보노라면 강아지를 키우고 말을 사고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보기, 그녀가 당시에 꿈꾸던 교사가 되기 등 그야말로 다양한 것들의 총집합체가 담겨 있다. 자신이 쓴 내용인지도 가물가물하던 그 안의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기 위해 그녀는 조심스레 그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때 드리운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현실 속에서 브렛의 어머니는 왜 그녀에게 이 얼토당토않은 주문을 한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녀를 쫓아 가다 보면 이 모든 여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특히나 하나의 리스트를 완성해 나아 갈 때마다 그녀의 어머니가 남겨준 메시지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을 전해주고 있다.

이 목표를 꼭 실천하고 싶어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어요. 유산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어린 날의 나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요 -본문

 그녀의 곁에서 늘 빛이 날 것만 같았던 앤드류와의 관계는 결국 남남이 되어 돌아선 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손 안에 있는 리스트를 하나씩 이뤄가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시작으로 산타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며 브렛 스스로가 그 동안 알고 있다 믿었던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를 계기로 인해서 이전과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 결실을 맺고 있는 브렛을 보노라면 이 리스트를 시작하기의 그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변화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가 꿈꾸던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 새 훌쩍 커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 스스로에게 이 안의 이야기는 정말 우리가 바라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인지, 현실에 안주해서 혹은 현실이라는 각박함이라는 벽 안에서 우리가 꿈꾸던 나의 진짜 모습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게 한다. 지금 작성한 버킷 리스트의 내용도 그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나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을 꽤나 즐겁게 읽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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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이즈 굿 / 제니 다우넘저

 

 

 

독서 기간 : 2015.08.10~08.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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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자본주의 이야기 - 산업혁명에서 피케티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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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대부분의 나라가 자본주의의 경제체제 아래서 보내고 있기에 우리에게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너무도 익숙한 것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익숙하다, 라는 것은 때로 그것에 대해서는 확실이 알고 있다기 보다는 알고 있다는 그 막연한 믿음 때문에 오히려 그 안의 내용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 있어서 이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바로 그 막연함 뒤에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자유 시장경제는 국가의 경제 개입을 가능하면 최소화하려는 것이지만 현재 자유 시장을 철저하게 옹호하는 미국 외에는 국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는 혼합경제를 채택한 나라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혼합경제에서는 국영기업의 수가 많고 도로, 항만, 교육, 금융, 통신 같은 사회 인프라를 국가가 건설, 관리하며 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도 국가가 관장한다. –본문

 자본주의라는 단어의 태동이 어디서부터 온 것 인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와 비슷한 것이나 다름 없음을 인지하게 해주는 것으로 겸허하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안의 이야기가 따라가다 보면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자본주의에 대한 막연했던 내용들을 하나씩 두렷하게 표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다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틀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가 있음에도 여전히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50개의 키워드로 하나씩 전해주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용어 자체는 19세기의 경제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자본이라는 의미는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그것은 마르크스의 사회 경제체제에서 노동이 아닌 자본에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는 이들을 대항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서 자본주의라는 말보다는 시장경제라는 단어를 더 즐겨 사용했다고 하는데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 경제가 흘러가는 것을 표방했던 대부분의 국가가 현재는 완전한 자본주의의 형태보다는 수정 자본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는바 지금의 모습까지 흘러오기까지의 자본주의의 흐름을 이 한 권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기계화를 통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인 경제적인 팽창에 들어섰던 포드사의 방식이 널리 퍼지게 됨에 따라 자본주의는 발아를 넘어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처럼 급속하게 전세계로 뻗어 나가게 되었으며 모두에게 획기적인 이 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인간을 위협하게 된다.

 현재까지도 자본주의로 인해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있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의 틀 위에 있는 세계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 안에서 어떻게 변모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다. 다양한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비춰 우리의 문제를 바라볼 때면 때론 고개가 절로 갸우뚱하게 되지만 문제를 인지했다는 것에서부터 무언가를 다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게 된다.

시간 관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가치로 자리 잡게 된다. 한 사람의 근면, 절약, 규울, 시간관념, 자존심, 협동, 신사적 행동을 가르키는 인내 자본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본문

 자본주의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그 실체에 대해 꽤나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알고 있다, 라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며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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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  EBS 자본주의 제작팀저

 

 

 

독서 기간 : 2015.08.20~08.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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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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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인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지도 얼마만인지를 모르겠다.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인어공주를 읽은 기억은 나지만 당시의 내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느꼈는지도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아득하게 오래 전에 마주했던 그 단어를 이 <딥 블루>를 통해서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인어. 반은 인간의 모습이며 반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상 속의 그녀들의 모습이 나에게 투영된 것이라면 <인어공주>속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물거품으로 사라져야만 했던 비련의 주인공의 모습과 뱃사람들을 유혹해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두려움의 인어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인어의 모습은 아리따우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미모를 넘어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기 보다는 다분히 수동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었기에 인어는 유약한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연약한 그들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이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이 <딥 블루>안에서 영롱하게 빛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 것이다.  

미로마라 왕국의 도키미 의식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세라피나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베네치아의 여왕인 이사벨라와 같이 미로마라를 이끌어 나갈 여왕이 되기 위한 의식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마음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채근되고 있다. 마탈리의 황태자 마흐디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그녀는 마흐디의 마음이 이전과 같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녀가 마법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다는 자책감 등의 중압감에 압도되어 있었기에 그녀 주변에 일어나고 있던 심상치 않은 일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아니, 그것이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문제만을 바라보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도키미 의식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즈음,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복면을 한 이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숙하면서도 평화로운 가운데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던 미로마라의 백성들과 마탈리의 가문의 황태자와 황후의 눈앞에 드리운 이 끔찍한 사건은 이 모든 것들을 잠식시키고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닐라와 함께 겨우 미로마라를 빠져 나온 세라피나는 그 누구의 생사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제노 피스코를 만나게 되며 잠시 숨을 돌리게 되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들의 현상금을 노린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며 다시 아등바등하던 찰나 베르데와 그리지오를 통해서 촌각을 다투는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바다의 해적이라 생각했던 프라이다토리가 실제는 테라고그로부터 바다를 지키기 위한 수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세라피나의 어머니인 이사벨라와도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 아르만도 공작의 집에 쉬고 있던 그녀들을 찾아 헤메는 습격은 계속되고 거울의 세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되며 옴니복사인 링을 만나게 된다.

세라, 그 꿈에서 어떤 일이 있었니?”
강의 마녀들이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불렀어. 그리고 괴물이 우리 안에 갇혀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 그 괴물이 거의 나올 뻔했는데……”
 
아바돈이야. 그 괴물의 이름이 아바돈이야. 강의 마녀들 중에 나이가 지극한 원로가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브라저고.”
 
세라피나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닐라가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파란 빛을 내며 대답했다. “나도 똑 같은 꿈을 꿨으니까.” –본문

너무도 급박하게 지나온 시간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들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엘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이며 그 꿈은 모두 동일하게 그녀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과연 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제는 셋이 되어 함께 동행하게 된 그녀들의 여정 안에서 마침내 강의 마녀를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세라피나, 닐라, 베카, 아바, , 아스트리드라는 비밀을 품은 여섯 인어가 세상을 무너뜨리려 하는 이들을 맞서 이 앞의 시련을 넘어서기 위해 피로서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넘어서겠노라 다짐을 하게 된다.

노래주문의 마지막 음이 높아지면서 다섯 인어들의 피가 함께 진홍색 나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감쌌다. 바다가 조류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들의 살은 피를 다시 받아들였다. 물에 흘러든 피가 손바닥의 베인 상처 속으로 들어갔다. 손바닥의 베인 상처들이 닫히고 아물었다. 손바닥마다 상처가 남겨졌다. 이제는 각각의 손에 다른 인어들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검푸른 상처가. –본문

아틀란트의 여섯 마법사의 자손인 그녀들이 비록 지금은 다섯이서만 함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모두 함께 모여 여섯이 되는 날이 올 즈음, 긴박하게 바바 브라저의 곁을 떠나야 했던 그녀들이 옴펨므와 아바돈을 대적하여 어떠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게 될지, 연약하게만 보이던 그들이 만들어 갈 거대한 모험의 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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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레드 / 케르스틴 기어저

 

 

 

독서 기간 : 2015.08.15~08.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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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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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종교와 법의 충돌, 복잡하게 얽힌 가치판단의 문제를 세밀하게 그려낸 이언 매큐언의 강렬한 소설!

《속죄》의 저자 이언 매큐언. 그가 이번에는 법과 종교 간 대립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세 번째 장편소설 『칠드런 액트』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과 사흘 안에 아이의 목숨이 걸린 판결을 내려야 하는 고등법원 판사의 이야기를 통해 법정이 맞닥뜨린 난제를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우아하고 세련된 문체로 풀어나간다.

영국 고등법원의 명망 높은 판사 피오나 메이는 어느 일요일 밤 남편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인해 결혼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고, 그와 동시에 법원으로부터 긴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7세 소년 애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에서는 죽어가는 소년을 살리기 위해 강제로 수혈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한다.

사흘 안으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애덤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피오나는 애덤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법정이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직접 애덤을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이 만남은 피오나에게는 오래된 아픔을 휘저어놓는 계기가, 애덤에게는 새로운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고 두 사람 모두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르's Review

 

 

 이언 매큐언에 대해서, 그의 <속죄>라는 소설보다도 영화 <어톤먼트>를 먼저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가 그리고 있는 세상에 한번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빨간책방'을 통해서야 갖게 되었고 그제서야 <속죄>를 넘어 이 <칠드런 액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속죄도 속죄이지만 이 칠드런 액트 역시 그가 조용히 건네는 질문은,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글을 읽고서는 자명하게 답이 드러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소개글에 실린 것은 그저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중의 일부만을 표명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며 이 문제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묵직하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법의 세계에 있어서 모든 것을 점령한 한 여인이 등장한다. 고등법원의 판사인 피오나는 그 누가 말해도 고개를 끄덕거릴만큼 명망 높은 인물로 그녀의 앞에는 판결을 기다리는 재판들이 매일매일 쌓여있다. 혼신을 다해 써내려가는 판결문은 그녀로 하여금 지금의 그녀가 있게 만든 것들로써 그 판결문을 보고 있노라면 법조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런 것이구나.'라며 조용히 그 안에 빠져들게 만든다.

 자기비판. 나는 이기적이고 까다로운 사람, 메마른 야심의 소유자이다. 나만의 목표를 추구하고, 내 직업이 본질적으로는 자기만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따뜻하고 재능있는 인간 두세 명이 세상에 오는 것을 막은 사람이다.
 
만일 내 아이들이 태어났다면, 그 애들이 없을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겠지. 그래서 난 이렇게 벌을 받아 이제앙에 홀로 맞서게 된 거겠지. 그래서 난 이렇게 벌을 받아 이 재앙에 홀로 맞서게 된 거겠지. 분별 있는 성인 자식이 없으니 걱정스럽게 전화하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달려와 식탁에 둘러앉아 긴급회의를 열고, 바보 같은 아버지에게 정신 차리라고 설득해 집에 돌아오게 하는 아이들도 없는 거야. -본문

 그렇다. 그녀는 법의 세계 안에서 모든 이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사람이자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다.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도 쉬이 만나볼 수 있는 그녀는 내일을 위해서 판결문을 가다듬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남편과의 간헐적인 대화는 그녀로 하여금 일과 가정 사이에서 풍랑을 맞았음을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던 그녀의 삶 뒷편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던 가정사의 위태로움이 자리하고 있었고 노년의 부부에게 드리운 이 문제는 그녀가 수 십번, 수백 번도 더 마주했던 사건들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그들의 사회적 지위의 이유로 그 누구에게도 쉬이 드러낼 수 없는 것으로 변모해 버린다.

 피오나가 자신에게 닥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하면 현관의 키를 바꾸며 오지 않은 남편 잭의 연락을 기다리기를 멈추고서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문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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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술실에서 일어난 일은 의료과실인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의학 서스펜스로 미스터리 소설의 밀도 있는 긴장감과 사회의식의 대대적인 환기가 융합된 작품이다. 제아무리 커다란 사회문제라 해도, 그 근저에는 ‘사명’을 잊은 소수의 개인이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해 현대 의료 시스템과 의료과실 문제, 그리고 이에 얽힌 의사와 환자, 유족들의 관점을 심도 있게 제시하며 의료사고 및 기업윤리 등 사회의식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어느 날 데이도 대학병원에 날아든 의문의 협박편지. “의료과실을 공개하라. 그렇지 않으면 병원을 파괴하겠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은 없다고 하지만 중학생 시절 심장 수술 실패로 아버지를 잃고, 당시의 수술을 집도했던 외과의사 니시조노 요헤이를 새아버지로 맞게 된 심장혈관외과 수련의 히무로 유키는 이 사건에 주목한다. 니시조노가 아버지의 수술을 ‘의도적’으로 실패한 건 아닌지 파헤치던 그는 협박편지를 발견한 주인공이 되면서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고, 아버지와 니시조노 사이의 또 다른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8.20~08.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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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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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한 아이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놓은 것을 더듬더듬 만지며 그 안의 공간을 손으로 익히고 있다. 열병을 앓은 이후로 앞을 볼 수 없는 소녀를 위해서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 스스로 집을 넘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으로 그녀만을 위한 세계를 구축해 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년은 광부였던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동생과 함께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다. 그의 아버지와 같이 열 다섯 살이 되면 광부로서의 살아야 하는 삶이 정해져 있지만 그는 라디오를 듣고 기계를 만지는 것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내게 들려줬다면 이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재의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의 현재는 아니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이 소녀에게 그녀만의 희망을 가지고서는 거리를 활보할 수 있기를, 광부로 살아가야 하는 삶이 정해져 있는 소년에게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삶이 주어지길 바랐을 것이다. 이름도 모르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희망이라는 불씨가 내려질 수 있길 말이다.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속닥이길, 독일군이 중세 성벽 아래 2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 복도를 보수했다고 한다. 독일군은 새로운 방어 시설, 새로운 전선관, 새로운 탈출로,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복잡한 지하 단지를 지었다고 한다. 시테 요새 아래, 구시가에서 강을 건너면 붕대를 쌓아 놓은 방, 탄약을 쌓아 놓은 방이 여러 개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병원까지 있다고 한다. 아니, 그렇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20만 리터짜리 물탱크, 베를린 직결선도 있다고 한다. 불길을 내뿜는 폭탄이 숨겨져 이쏙, 사방 시야를 확보한 사격 진지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매일, 일년 내내 바닷속으로 포탄을 퍼뜨릴 수 있는 대포를 다량 비축해 놓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1000명의 독일군은 죽을 각오로 사람들은 속닥거린다. 5000명일지도 모른다. 아니, 더 될지도 모른다. –본문

 그러나 이 안의 책을 통해서 마주하는 세상은 우리가 바라는 평화로운 세계가 아닌 이념의 상이가 불러온 전쟁의 시작으로 누군가는 가해자, 누군가는 피해자의 구도로 변모하게 되지만 실상 이 안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모두가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그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이 거대한 파도 속에 휘말려 버리게 되는 것인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측은함을 넘어 먹먹함이 밀려들게 된다.

독일군이 급습할 것이라는 소식에 파리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자물쇠 담당으로 일하고 계신 아버지와 함께 그의 삼촌이 계신 생말로로 이동하게 되지만 그의 아버지에게 주어진 임무인 불꽃의 바다라는 다이아몬드는 그 다이아몬드가 품고 있는 전설처럼 이 부녀를 함께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마도 그 전설은 이 다이아몬드를 탐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허상이자 룸펠과 같은 이들에게 펼쳐지는 현실이 만들어낸 환상이겠지만 그 불꽃의 바다는 전쟁을 넘어 또 다른 아픔을 마미로르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과 함께 하는 나날 동안에 에티엔마저도 전쟁의 아픔으로 인해서 집안에서만 생활하지만 마네크 부인을 통해서 그들은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뢰델은 호스를 내려다본다. 검은색에 길이는 1미터 남짓하고, 추위에 뻣뻣하게 굳어 있다. 몇 초 지났을까 싶은 시간이 베르너에겐 몇 시간은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데, 얼어붙은 잔디 사이를 바람이 가르며, 사이렌을 울려 대는 서풍과 눈발을 설원 너머로 몰아내자, 갑자기 졸페라인을 향한 그리움이 그의 마음속으로 파도쳐 흘러 들어온다. 오후가 되면 검댕으로 얼룩진 밀집 지역을 정처 없이 오가며, 어린 여동생을 수레에 태워 끌고 다니던 소년 시절의 오후. 뒷골목 쓰레기, 작업반 인부들의 목쉰 고함 소리, 벽에 코트와 바지가 걸려 있는 공동침실에서 완전히 곯아떨어진 소년들. 자정 녁 침상 옆을 천사처럼 지나가며 중얼거리듯 말하던 엘레나 아주머니. –본문

 그리고 그들과는 또 다른 전쟁의 가해국의 입장에 속해 있는 베르너는 작은 체구와 흰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다. 광부였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동생 유타와 함께 아이들의 집에서 살고 있는 그는 라디오를 듣고 세상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만큼 라디오를 고치는 대에도 으뜸이었던 베르너는 그가 가진 재주를 높이 사는 이를 만나게 되면서 광부가 아닌 군사 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그 안에서 만난 친구 프레데리크가 약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구타를 받으며 일어날 수도 없는 지경에 빠지는 것을 보고서는 끔찍한 학교의 현실과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져 살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르너는 나이를 속였다는 이유로 전쟁에 강제 징집 당하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프랑스의 소녀 마리로르와 독일의 소년 베르로가 만나게 된다.  

 전쟁터로 징집된 베르너는 주변에서 비밀리에 전해지는 송신들을 찾아내어 보고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전쟁의 참혹함과 광기 어린 현상이 그의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지게 된다. 독일군과 그들을 포위하려는 연합군과의 대치 속에서 어린 베르너는 호텔의 지하에 고립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어린 시절 그가 들었던 방송의 주파수를 들으며 마리로르의 목소리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호텔에서 탈출한 베르너는 마리로르의 목소리를 찾아 생말로로 향하게 되지만 마리로르 역시 롬펠의 포위망 안에서 점점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질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와 엔티엔 작은할아버지와 마네크 아주머니와 이름이 베르너 페닝이었던 그 독일 소년이 왜가리처럼, 제비갈매기처럼, 찌르레기처럼 무리 지어 다니며 하늘을 들쑤실지도 모른다는 것을? 영혼을 실은 그 거대한 셔틀이 주변을 날아다닐지도 모르며, 희미하지만 귀를 바짝 가져다대로 들으면 들을 수 있다는 것을?(중략)
 
그녀는 생각한다. 매시간, 전쟁을 과거의 기억으로 간직한 뿐인 누군가가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 –본문

베르너와 마리로르가 마주할 수 있었던 그 짧은 찰나를 보며 그들의 바람대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저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어느 한 장소에서 숨어서 지낼 수는 없었던 것일까, 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아니, 전쟁이 발발되지 않았더라면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물론 그랬다면 이 아련한 이야기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 먹먹함을 느끼기 보다는 당시의 수 많은 사람들의 웃음이, 그리하여 그 평범한 나날들의 그들의 앞에 펼쳐졌더라면 이 아득함은 애당초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마리로르는 그 나름의 삶을 아버지가 이끄는 손을 따라 지냈을 것이고 베르너 역시 광부가 되었던 아니면 또 다른 인생을 지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만났을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전쟁 속에서 모두가 피해자의 자리에 서서 아련하게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랐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왜 이 시간 속에 그들이 있어야만 했는지 서글픔이 밀려든다.

한 세대가 지나고 나서 마리로르가 서 있는 현재의 모습 속에서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그들에게 그저 역사 속에나 등장하는 이야기로만 들리고 있다.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그날들이 다시금 걸어오며 그 아득했던 시간을 건너 온 그녀가 전해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 안의 이야기들은 한동안 오랜 여운으로 내게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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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 줄리 오린저 저

 

 

 

독서 기간 : 2015.07.25~08.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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