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블루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인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지도 얼마만인지를 모르겠다.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인어공주를 읽은 기억은 나지만 당시의 내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느꼈는지도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아득하게 오래 전에 마주했던 그 단어를 이 <딥 블루>를 통해서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인어. 반은 인간의 모습이며 반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상 속의 그녀들의 모습이 나에게 투영된 것이라면 <인어공주>속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물거품으로 사라져야만 했던 비련의 주인공의 모습과 뱃사람들을 유혹해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두려움의 인어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인어의 모습은 아리따우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미모를 넘어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기 보다는 다분히 수동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었기에 인어는 유약한 존재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연약한 그들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이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이 <딥 블루>안에서 영롱하게 빛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 것이다.  

미로마라 왕국의 도키미 의식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세라피나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베네치아의 여왕인 이사벨라와 같이 미로마라를 이끌어 나갈 여왕이 되기 위한 의식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마음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채근되고 있다. 마탈리의 황태자 마흐디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그녀는 마흐디의 마음이 이전과 같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녀가 마법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다는 자책감 등의 중압감에 압도되어 있었기에 그녀 주변에 일어나고 있던 심상치 않은 일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아니, 그것이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문제만을 바라보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도키미 의식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즈음,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복면을 한 이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숙하면서도 평화로운 가운데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던 미로마라의 백성들과 마탈리의 가문의 황태자와 황후의 눈앞에 드리운 이 끔찍한 사건은 이 모든 것들을 잠식시키고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닐라와 함께 겨우 미로마라를 빠져 나온 세라피나는 그 누구의 생사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제노 피스코를 만나게 되며 잠시 숨을 돌리게 되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들의 현상금을 노린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며 다시 아등바등하던 찰나 베르데와 그리지오를 통해서 촌각을 다투는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바다의 해적이라 생각했던 프라이다토리가 실제는 테라고그로부터 바다를 지키기 위한 수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세라피나의 어머니인 이사벨라와도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 아르만도 공작의 집에 쉬고 있던 그녀들을 찾아 헤메는 습격은 계속되고 거울의 세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되며 옴니복사인 링을 만나게 된다.

세라, 그 꿈에서 어떤 일이 있었니?”
강의 마녀들이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불렀어. 그리고 괴물이 우리 안에 갇혀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 그 괴물이 거의 나올 뻔했는데……”
 
아바돈이야. 그 괴물의 이름이 아바돈이야. 강의 마녀들 중에 나이가 지극한 원로가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브라저고.”
 
세라피나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닐라가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파란 빛을 내며 대답했다. “나도 똑 같은 꿈을 꿨으니까.” –본문

너무도 급박하게 지나온 시간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들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엘레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이며 그 꿈은 모두 동일하게 그녀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과연 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제는 셋이 되어 함께 동행하게 된 그녀들의 여정 안에서 마침내 강의 마녀를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세라피나, 닐라, 베카, 아바, , 아스트리드라는 비밀을 품은 여섯 인어가 세상을 무너뜨리려 하는 이들을 맞서 이 앞의 시련을 넘어서기 위해 피로서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넘어서겠노라 다짐을 하게 된다.

노래주문의 마지막 음이 높아지면서 다섯 인어들의 피가 함께 진홍색 나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감쌌다. 바다가 조류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들의 살은 피를 다시 받아들였다. 물에 흘러든 피가 손바닥의 베인 상처 속으로 들어갔다. 손바닥의 베인 상처들이 닫히고 아물었다. 손바닥마다 상처가 남겨졌다. 이제는 각각의 손에 다른 인어들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검푸른 상처가. –본문

아틀란트의 여섯 마법사의 자손인 그녀들이 비록 지금은 다섯이서만 함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모두 함께 모여 여섯이 되는 날이 올 즈음, 긴박하게 바바 브라저의 곁을 떠나야 했던 그녀들이 옴펨므와 아바돈을 대적하여 어떠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게 될지, 연약하게만 보이던 그들이 만들어 갈 거대한 모험의 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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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비레드 / 케르스틴 기어저

 

 

 

독서 기간 : 2015.08.15~08.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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