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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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종교와 법의 충돌, 복잡하게 얽힌 가치판단의 문제를 세밀하게 그려낸 이언 매큐언의 강렬한 소설!

《속죄》의 저자 이언 매큐언. 그가 이번에는 법과 종교 간 대립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세 번째 장편소설 『칠드런 액트』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과 사흘 안에 아이의 목숨이 걸린 판결을 내려야 하는 고등법원 판사의 이야기를 통해 법정이 맞닥뜨린 난제를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우아하고 세련된 문체로 풀어나간다.

영국 고등법원의 명망 높은 판사 피오나 메이는 어느 일요일 밤 남편의 갑작스러운 선언으로 인해 결혼생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고, 그와 동시에 법원으로부터 긴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7세 소년 애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에서는 죽어가는 소년을 살리기 위해 강제로 수혈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한다.

사흘 안으로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애덤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피오나는 애덤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리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법정이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직접 애덤을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이 만남은 피오나에게는 오래된 아픔을 휘저어놓는 계기가, 애덤에게는 새로운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고 두 사람 모두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르's Review

 

 

 이언 매큐언에 대해서, 그의 <속죄>라는 소설보다도 영화 <어톤먼트>를 먼저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가 그리고 있는 세상에 한번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빨간책방'을 통해서야 갖게 되었고 그제서야 <속죄>를 넘어 이 <칠드런 액트>를 마주하게 되었다.

 속죄도 속죄이지만 이 칠드런 액트 역시 그가 조용히 건네는 질문은,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글을 읽고서는 자명하게 답이 드러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소개글에 실린 것은 그저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중의 일부만을 표명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며 이 문제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묵직하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법의 세계에 있어서 모든 것을 점령한 한 여인이 등장한다. 고등법원의 판사인 피오나는 그 누가 말해도 고개를 끄덕거릴만큼 명망 높은 인물로 그녀의 앞에는 판결을 기다리는 재판들이 매일매일 쌓여있다. 혼신을 다해 써내려가는 판결문은 그녀로 하여금 지금의 그녀가 있게 만든 것들로써 그 판결문을 보고 있노라면 법조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런 것이구나.'라며 조용히 그 안에 빠져들게 만든다.

 자기비판. 나는 이기적이고 까다로운 사람, 메마른 야심의 소유자이다. 나만의 목표를 추구하고, 내 직업이 본질적으로는 자기만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따뜻하고 재능있는 인간 두세 명이 세상에 오는 것을 막은 사람이다.
 
만일 내 아이들이 태어났다면, 그 애들이 없을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겠지. 그래서 난 이렇게 벌을 받아 이제앙에 홀로 맞서게 된 거겠지. 그래서 난 이렇게 벌을 받아 이 재앙에 홀로 맞서게 된 거겠지. 분별 있는 성인 자식이 없으니 걱정스럽게 전화하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달려와 식탁에 둘러앉아 긴급회의를 열고, 바보 같은 아버지에게 정신 차리라고 설득해 집에 돌아오게 하는 아이들도 없는 거야. -본문

 그렇다. 그녀는 법의 세계 안에서 모든 이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사람이자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다.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도 쉬이 만나볼 수 있는 그녀는 내일을 위해서 판결문을 가다듬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남편과의 간헐적인 대화는 그녀로 하여금 일과 가정 사이에서 풍랑을 맞았음을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던 그녀의 삶 뒷편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던 가정사의 위태로움이 자리하고 있었고 노년의 부부에게 드리운 이 문제는 그녀가 수 십번, 수백 번도 더 마주했던 사건들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그들의 사회적 지위의 이유로 그 누구에게도 쉬이 드러낼 수 없는 것으로 변모해 버린다.

 피오나가 자신에게 닥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하면 현관의 키를 바꾸며 오지 않은 남편 잭의 연락을 기다리기를 멈추고서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문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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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술실에서 일어난 일은 의료과실인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의학 서스펜스로 미스터리 소설의 밀도 있는 긴장감과 사회의식의 대대적인 환기가 융합된 작품이다. 제아무리 커다란 사회문제라 해도, 그 근저에는 ‘사명’을 잊은 소수의 개인이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해 현대 의료 시스템과 의료과실 문제, 그리고 이에 얽힌 의사와 환자, 유족들의 관점을 심도 있게 제시하며 의료사고 및 기업윤리 등 사회의식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어느 날 데이도 대학병원에 날아든 의문의 협박편지. “의료과실을 공개하라. 그렇지 않으면 병원을 파괴하겠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은 없다고 하지만 중학생 시절 심장 수술 실패로 아버지를 잃고, 당시의 수술을 집도했던 외과의사 니시조노 요헤이를 새아버지로 맞게 된 심장혈관외과 수련의 히무로 유키는 이 사건에 주목한다. 니시조노가 아버지의 수술을 ‘의도적’으로 실패한 건 아닌지 파헤치던 그는 협박편지를 발견한 주인공이 되면서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고, 아버지와 니시조노 사이의 또 다른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8.20~08.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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