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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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선생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권을 다 읽은 것이 아마 이로서는 2번째인듯 하다. 그 동안 짧은 단문들로 그의 이야기를 마주하던 나로서는 꽤나 부지런을 떤 셈인데 그 단문들을 이전부터 계속 일거왔기 때문인지 그의 이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제목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탄탄대로 위를 걸을 수 있기를 내심 바라곤 하지만 인생의 언저리에서는 불쑥 불쑥 등장하는 장애물들로 인해서 쿵 하니 그 앞에 부딪혀 멈춰서야 할 때도 있고 빙 돌아 그 곳을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러한 나날들이 있다고는 하나 언제나 나의 앞에 있는 장벽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질 때면 다시 툴툴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가 쉬이 생각할 수 있는 것임에도 쉬이 따라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더욱 강하게 반응하게 된 듯 하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만 늘 어렵게만 빙 돌아 지내고 있는 나날들에 대해서 휘휘 털어 내보고자 이 책을 조용히 열어본다.

 누군가에게 잊어버린 사람이 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잃어버린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 잊어버린 사람은 이름도 모습도 기억되지 않을 정도로 무가치한 존재지만 잃어버린 사람은 최소한 아쉬움이라도 불러일으켜서 찾고 싶은 존재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본문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나의 세계는 점점 더 편협해진다. 전화번호 속의 숫자는 더 늘어났을지언정 실제 연락할 수 있는 이들의 숫자는 더 줄어드는 것이 현실인데 그렇게 하염없이 넘어가는 전화번호부를 볼 때면 답답한 마음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수 많은 전화번호 속에 실제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는 그 가벼움은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에 대한 반증이기에 자연히 고개가 숙여지는데 지금이라도 연락해볼까? 라는 생각과 구태여 지금 와서 연락을 해야 하나, 라는 양가적 감정이 함께 하는 지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닌 잊어버린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가 있을까, 하는 상념에 빠져본다.

남에게는 춘풍같이 대하고 나에게는 추풍같이 대하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는 따뜻하게 처신하고 나에게는 냉엄하게 처신하라는 뜻이겠지. 자신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그리고 호감은 성공을 부른다. –본문

 남에게는 배려 깊게, 나에게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내가 행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너무도 관대한 잣대를, 타인에게는 한 없이 냉철한 잣대를 드리우며 잘잘못을 따지는 내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나는 누군가의 행태를 판단할만한 재목인가를 뒤돌아 볼 때면 간담이 서늘해지곤 한다. 말을 아껴야지 하면서도 금새 그 사실을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는 내 모습은 언제나 타인에게는 추풍을 넘어선 한겨울 바람과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현재의 나는 쓸쓸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

 어떤 이들은 이외수 선생의 글을 보며 괴팍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거침없기에 속이 시원하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글들을 읽는 동안 제법 많은 시간 고개를 끄덕거렸던 나로서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드러낼 수 없는 카타르시스의 정수를 느끼는 듯 하다. 콕 꼬집어 이야기하기에 때론 그것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내가 마주하기 꺼려했지만 실제의 진실이기에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게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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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해냄출판사저


 

 

독서 기간 :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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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미래 - 세계적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송휘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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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도 몇 년 전으로 거슬러가면 생소한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어 버렸고 그를 비롯해 다른 수 많은 기술들은 감히 따라가기에도 벅찰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연이 나비의 성체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보잘것없는 애벌레들이어서 모든 변화, 모든 아름다움은 철저하게 파괴됨으로써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 애벌레는 자신의 생물학적 주위 환경 때문에 냉정하게도 자기 자신을 먹는 건강한 생명체다. 이와 같은 욕심과 탐식은 변신의 중요한 단계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할 때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본문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에 함께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는 현대의 우리로서는 변화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내고 있는데 무언가 이전과는 다르게 바뀐다는 의미의 변화라는 것을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틀이 없기에 막무가내로 모든 것들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그야말로 피곤한 나날 속에 찌들어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다양한 방면으로의 변화에 대해서 전해주며 앞으로의 변화가 어떠한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대체 어떻게 변화를 해야 할지 모르기에 늘 입으로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며 그 기회 속에서는 죽음과 비견될 만한 어둠과 그 곳을 통과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만약 그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면 영영 번데기 안에서 잠식해야 하기에 그는 천천히 그의 이야기에 따라 변화될 미래를 마주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경제적이나, 정신적, 일상적인 변화들은 물론 그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오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고 있는 변화가 어떠한 형태들로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거시적인 것들도 있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 담긴 이야기들도 쉬이 마주할 수 있기에 중간중간 가볍게 읽어볼 수 있다.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회복 탄력성을 말미암아 인간이 안고 있는 능력에 대한 것인데 어떠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을 말하는 회복 탄력성에 대해서 저자는 내구성을 넘어선 그 이상의 힘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회복 탄력성은 우리가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픔, 상처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스스로 안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그는 아프리카인들도 단순히 지난 세기의 식민주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자신들의 부정부패, 경제적 침체 등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것을 분명히 말한다. 그가 건강 제도를 개혁하려고 할 때는 먼저 관계되는 사람들 모두를 한 책상에 모은다. 그리고 전체 건강 제도의 머핏 쇼, 관청, 제약 산업, 병원 운영자, 지방 자치단체, 시민들에게 미국인들이 얼마나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 의미 있는 제안들을 내놓으라고 단호하게 요청한다. –본문

 오바마의 변화에 대한 모습들을 보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왔던 것들을 쏟아 내고 있는 경험적 대통령이라 칭하고 있다. 오바마의 행보를 보노라면 그는 변화를 위해서 아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에 대해서 세상을 통해 배운 것은 물론 자신이 겪어 왔던 인종차별의 길에 대해서 그것들을 타파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드리운 책임에 대해서 방종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함께 짊어지고 가되, 그 짐의 무게를 함께하는 이들과 같이 나누어 서로 책임의식을 가지고서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모습에서 변화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배워 본다.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우리네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접하는 것들이기에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에 대입해보며 책을 읽어 내려간 듯 하다. 막연하게 변화라는 단어만을 쫓아 가던 나에게 변화라는 의미가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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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기회의 대이동 / 최윤식, 김건주저


 

 

독서 기간 : 2014.1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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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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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어지는 얼굴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차마 이 책을 마음 놓고 펼치지 못하면서도 또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수선거리는 전철 안에서도 부지런히 읽어 내려간 듯 하다.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조선시대의 여성들의 덕목 중 투기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보면서,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러웠던 그 당시 과연 그것이 가능이나 할까, 라는 생각에 머리를 갸웃거리곤 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다른 이를 품고 있는 것을 보고도 그저 수긍해야 했던 그 시절은 권력과 지휘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나날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현실이 눈앞에 있을지언정 언제나 꾹 참고 지내며 안으로만 곪아 삭히는 삶이 여전히 내게는 버겁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자유롭던 남자들과 수 많은 제약을 안고 살아야 했던 여자들이 함께하던 조선시대에 남성과 같이 자유분방한 사랑을 꿈꾸던 어우동은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호기심의 대상이자 취하고자 하는 욕망의 대상이자 또 한 편으로는 자신들과 같은 삶을 지향하고 있기에 위험한 인물임이 틀림 없었다. 그들의 손아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어우동은 그야말로 그들에게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는데, 파란한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열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그녀의 모습이 생경하기도 하지만 훗날 그녀에게 드리울 미래는 마주한 지금은 그저 아련한 마음 만이 가득하다.

무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미와 아비는 한시도 목소리를 낮출 줄 몰랐다. 제 목청을 돋우느라 남의 말을 듣지 못했다. 기억이 생겨난 때로부터 항시 그러했기에, 그녀는 다른 집들도 모두 가족끼리 이야기할 때 핏대를 세워 고래고래 악을 쓰는 줄로만 알았다. 그 악다구니 속에 깊은 침묵이, 음습한 비밀이 곰팡이처럼 피어났다. –본문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던 그녀의 유년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싸움으로 물들어 있는 벗어나고 싶은 악몽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힐난하는 것은 물론 하나 뿐인 오라버니마저도 이 싸움의 흙탕물을 더 흐트리고 있으니 그녀가 속해 있는 가족은 이름만 가족일 뿐 오히려 남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그랬기에 그녀는 더 단란하고 알콩 달콩하게 지낼 수 있을 그녀만의 가정을 원했을 것이다. 이 간절함 앞에 드리운 것은 기생에게 빠져 그녀를 버린 지아비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허망하지 않은가, 그 찰나의 쾌락에 목숨을 걸다니!

 그 찰나가 내겐 영원이었어요. 몸과 몸이 섞일 때에만 느낄 수 있었죠. 아무에게도 훼손당할 수 없는 나, 조롱 당할 수 없는 나, 학대 당할 수 없는 나…. 오직 나뿐인 나. –본문

 그렇게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 받은 그 순간 그녀는 스스로 피어나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 모두가 말하는 사랑만을 쫓아 가는 불나방과 같은 삶의 서막은 종친의 처이자 사족의 딸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녀의 목을 옥죄어 오는 아득한 결말 따위는 그녀를 도무지 붙잡을 수 없었다.

 그녀가 누구와 함께했었나 그 수를 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녀를 아는 이들은 많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진정으로 안아준 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색사만을 쫓아 가는 것처럼 그녀의 모습들이 오히려 더 과장되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이름을 세긴 그들은 그 순간만큼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돌아서는 순간에는 갖가지의 이유로 그녀를 떠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만의 성이 있는 곳에 여자로서 그 세계에 뛰어든 것이 그녀의 죄라면 죄일 것이다. 다른 여인네처럼 속이 문드러질지언정 혹은 중국의 여인들처럼 발이 썩어 들어갈지언정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았더라면 그녀에게는 적어도 당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안위는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에게 그러한 삶을 강요하도록 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그야말로 사랑 속에 살고 팠던 그녀가 그 순간들만이라도 행복했기를, 다시금 바라며 조용히 책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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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여인 / 김경민저


 

 

독서 기간 : 2014.1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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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조실록 1 신라왕조실록 1
한국인물사연구원 엮음 / 타오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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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신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에 대해 이 책을 읽기 전 떠올려보면 고구려와 백제 이외에 가장 미약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삼국을 통일했으며 화랑제도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여왕이 탄생했다는 점들이 전부인 듯 하다. 이마저도 드라마나 연극을 통해서 보았던 기억들이 전부이니, 학창시절 6년의 시간 동안 배웠던 국사 시간의 배움은 모두 사라지고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득한 신라라는 이름뿐인 듯 하다.

조선시대의 역사는 익숙하게 다가오는 반면 신라에 대한 역사는 이토록 멀게 느껴지는 것인지. 조선보다도 훨씬 더 오랜 시간 한반도를 장악했던 신라의 이야기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와 더 멀리 떨어진 과거이기에 조선시대보다는 친숙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일 텐데 새삼스레 갑자기 신라에 대해서 보고자 하는 부지런일수도 있으나 왜 나는 신라에 대해서 이토록 모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반문과 함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4권의 웅장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4권의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 과연 다 읽어 내려갈 수 있을까, 라는 불안이 엄습해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992년의 역사를 이 4권의 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서 도전해 봄직한 것이란 생각에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거즌 3주를 넘어가게 되었으니 나름대로는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긴 한 셈이지만 아직 이 모든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지는 못했지만 그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에서 만족한 독서였다.

신라시대에 존재했던 골품제도부터 다시금 배우게 되는데 신라의 초대에 만들어진 이 제도는 삼국통일은 지나 400여년 간이나 거쳐 신라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서 왕족의 혈통에 대한 증빙은 물론, 이 골품제의 규제에 따라서 혼인을 하는 것은 물론 가옥의 크기, 의복의 색채 등 모든 것들 것 제약이 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골품제의 상위에 있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지만 골품제라는 제도 하에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한계이자 제약이 되는 것이었는데 성골과 진골이라는 두 개의 골과 육두품으로 이루어진 이 골품제도는 총 8개의 신분은 그들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이상의 여러 골품 가운데서 성골은 김씨왕족 중에서도 왕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최고의 신분이었다고 하는데, 진덕여왕을 끝으로 하여 소멸하였다. 진골도 성골과 마찬가지로 왕족이었으나, 처음에는 왕이 될 자격이 없었다고 하며 성골이 소멸되자 김춘추 때부터는 왕위에 올랐다. 그 뒤 신라의 멸망때까지 모든 왕은 진골이었다. –본문

신라의 건국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신라의 마지막 왕까지,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이 책 안에 담아놓고 있는데 역사이기에 ?’라는 질문 대신에 당연히 그러한 것이다, 라며 외우기만 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마립간이나 이사금에 대한 칭호부터 그것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에 대해 세세히 설명해주고 있기에 단순히 외웠던 학창시절에 마주했던 역사가 아닌 이해와 진정한 학습이 함께하는 시간이기에 이전보다 즐겁게 읽으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한 줄 한 줄을 넘기고 있었다.

이사금은 우리말로 원래 잇금;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적에 남해 차차중이 서거하기 직전 아들 유리와 사위 탈해에게 말하기를,
내가 죽은 후 너희 둘 중에 연장 자로 왕위를 이으라.” 고 했더니 연령이 많음에 따라 서로 와위를 잇게 되었다. 여기서 연령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혜가 많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본문

진흥왕 시대의 이야기를 보면 그는 이전부터 자행되고 있던 순장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중국에서 있다고 알고 있었던 순장은 신라시대에서 성행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국왕이 죽음은 남녀를 각각 5명씩 순장하던 풍습을 금하게 됨에 따라 당시 귀족들이 죽을 경우 그를 지키던 호위 무사나 시녀를 함께 묻게 되던 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순장 제도를 지금의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끔찍한 일로서 살아있는 자를 죽은 자와 함께 묻는 것이 무엇이 그리 중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죽고 난 뒤에도 현세의 생이 계속되는 것으로 믿어왔다고 하니 당시의 시대상을 모르던 나로서는 참 알면 알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천 년의 시간을 흘러 오는 동안에 혁거세를 시작으로 진흥왕을 지나며 나라는 점점 탄탄하게 기반을 잡아가고 드라마 덕분에라도 친숙하기도 하거니와 여왕이기에 기억될 수 밖에 없는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의 이야기는 물론 마지막 경순왕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신라시대의 왕들보다는 모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훨씬 많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과서 속의 인물들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이들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 눈에 띄는 사건들을 기반으로 바라보고 그 이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저 숫자로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신라 56대 경순왕의 태자였던 마의태자의 이야기는 이곳에서 처음 마주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당시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해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935(경순왕9) 신라는 후백제의 견휜과 고려의 왕건의 세력에 눌려 대항할 힘이 없으니 무고한 백성만 죽일 필요가 없다하여 왕이 친히 군신회의를 열고 고려에 항복할 것을 논의하자, 태자는 충신과 의사를 시켜 민심을 수습하고 나라를 지킬 것을 주장하며 천년사직을 일조일석에 버릴 수 없다고 반대하였다.
그러나 대세는 기울어져서 고려의 귀부를 청하는 국서가 전달되자, 통곡하며 개골산(금강산)에 들어가 마의를 입고,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맹해가며 일생을 마쳤다한다.
마의태자는 그가 베옷을 입고 일생을 보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본문

그 시작은 찬란했으나 마지막은 언제나 허망할 수 밖에 없는 그 시점을 바라만 봐야 했던 마의태자는 얼마나 황망했을까. 천세를 누리던 신라의 명망이 점점 흩어져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그 마음을 암담하면서도 안타까웠을 것이다.

신라가 통일을 했기에 한반도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푸념 섞인 국사 시간의 이야기를 넘어 천 년의 찬란한 시간들을 지나온 나로서는 그 동안 신라에 대해서 정말 알고 있는 게 없었구나,라는 반성을 다시금 해 본다. 천 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흘러온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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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 / 박영규저


독서 기간 : 2014.09.2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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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4-11-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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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바탕 위에 드러난 검은 얼굴의 여자의 모습. 흑백만 있는 세상에서 그녀는 평범한 여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으로 그녀를 마주한다면 우리는 그녀의 얼굴 반쪽을 뒤덮고 있는 화염상모반에 눈길이 갈 것이며 선화라는 여자를 보기보다도 그 붉은 반점만을 보며 그녀가 정상이 아닌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단박에 눈치 챌 것이다.

언제나 평범한 세상과는 다른, 마치 그녀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인 것 마냥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만 했다. 세상 그 누가 뭐라 하더라도 그녀의 가족이 설화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하지만 당시에 어리기만 했던 그녀의 언니는 선화에게 핀잔을 주기만 했고 자신의 딸이지만 괜찮다, 라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아버지, 집안의 모든 불화는 그녀 때문이라는 듯이 굿판을 멈추지 않았던 할머니, 그리고 어린 그녀를 두고 세상을 먼저 떠나버린 어머니까지. 어찌 보면 그녀의 가장 원초적인 울타리가 무너졌던 그때, 그녀는 세상에 오롯이 혼자 남겨진 것처럼 지내야 했는지 모른다. 아름다운 꽃을 다루는 그녀지만 그녀의 손은 늘 습진에 진물이 흘러 넘쳤던 것처럼, 괜찮은 듯 태연히 지내는 듯 했지만 과연 설화는 괜찮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엄마의 제사상을 차리기 시작한 건 언니가 결혼한 뒤부터였다. 그 전에는 누구라도 엄마의 죽음에 대해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할머니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엄마를 몹쓸 여편네라고 청했다. 그건 엄마가 살아 있을 때도 그랬고, 죽어서도 그랬다. 자식을 버리고 죽은 어미는 어미가 아니라고, 그냥 미치년이라고, 몸뚱이만 병신인 줄 알았더니 결국 병신 짓으로 죽은 년이라고, 그런 년이었으니 집안 꼴이 제대로 돌아갔을 리 있었겠느냐고, 미친년을 집안에 들여놓고 살았으니, 집안이 이지경이 된 것이라고, 엄마 잃은, 겨우 열댓 살 먹은 손녀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던 할머니와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본문

그래서 일까. 선화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전반전으로 회색 빛의 느낌이 들곤 한다. 영롱한 빛이 나는 여자의 모습이 아닌 수 많은 사람들 속에 조용히 지내고 있는 하나로서만 살고 있는 모습인데 그런 그녀에게 그녀 자신이 이 세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 바로 영흠이 내민 수국 다발이었다. 타인을 위해서만 만들었던 꽃다발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그녀는 다시 세상과의 화해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어린 마음에 언니에게 했던 반항이 세상과의 벽을 쌓을 것이었다면 그가 건넨 수국으로 세상과의 벽을 허물고 나오려 하는 그녀는 도무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아버지와 마주하게 되고 언니와의 거리도 점점 좁혀져 가고 있다.

할머니도, 아버지도, 엄마도 없었지만 이 집에서 살았던 시간 중에서 가장 시끄럽고, 가장 소란스러운 저녁식사였다. 배부르다며 뒹굴거리던 조카애는 어느새 병준의 무릎에 발 하나를 걸쳐두고 게임을 하고, 술기운과 포만감으로 어른들도 하나둘씩 마루에 드러누웠다. 벽과 지붕만 남은 빈집에 봄 달빛이 차곡차곡 차오르기 시작했다. –본문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얼굴을 누군가에게 가려야만 하는 얼굴이었다면 이제부터의 그녀의 얼굴은 당당히 세상을 향해 드러낸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녀의 외모가 남들과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녀 자체가 틀리다고 규정해버리는 우리 스스로가 선화를 상처 속에 살게 한 것이 아닐까. 세상을 냉철하게만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이 따스하게 변해가는 모습으로 마지막 장면을 마주했기에 마음 편하게 이 이야기를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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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딸들 / 랜디 수전 마이어스저


독서 기간 : 2014.10.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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