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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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책에 대한 뚜렷한 취향이 있다거나내 인생에 이 책만큼은, 혹은 이 작가만은 이라는 나만의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없기에 언젠가책장 하나에 내가 그토록 염원했던 책만을 모아두는 것이 소망이기에 지금도 조금씩이나마 책을 읽고는 있다지만, 그중에서도 웬만해서는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자기계발서와 경제, 경영, 종교에 관한 이야기다.

 원채외고집이 강한터라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도 그는 그의 삶은, 나는 나의 삶을 이라는 생각에 그 안에 내용들을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경제/경영분야는 아직 아는 것이없기에 읽기 버거운 이유로 회피하고 있다면 종교에 관한 내용은 감히 그 분야에 대해서 무엇이라 왈가왈부 해서는 안될 것 같은 영역이기에 좀처럼손을 대지 않고 있다.


 제가 예수에게 사로잡힌 건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대목에서였습니다.사로잡혔다고는 하나 곧이곧대로 믿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건 분명히 위선일 것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예수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서 성서를 통독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이 위선을 부렸다는 증거를 끝내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통 사람, 병든 사람, 미천한 사람, 천대 받는 사람과 진정으로 더불어 계셨습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어떤계층의 사람과도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하느님이그를 보내심은 보통 사람을 하느님의 자녀로 편입시키기 위한 큰 역사였음을. –본문


 제작년이었던가,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후 몇 달은 꽤나 열심히 성당을 나섰지만 그 이후에는 냉담하고 있는나로서는 여전히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을 하고서는 그의 말씀을 따라서 온전히 움직이고 있다기 보다는 그저 잠시 그 안에서 쉬어가는사람처럼, 성당에 들러 미사를 드리고서는 조용히 홀로 나오는 그런 사람이기에 제대로 알지도 못할뿐더러종교라 함은 무언가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기 일쑤였다. 아마도박완서선생의 이 <빈방>이라는 책이 아니었다면어떤 식으로든 종교를 기반으로 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인데 그녀의 이야기라는 말에 용기를 가지고서는 이 책을 마주해본다.


 예수를까발리기 위해서 성서를 통독했다, 라는 말을 담대히 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토록 용기있는 발언이 있을수 있다니,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그득히 맴돈다. 제대로알지 못하기에, 혹은 그게 맞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때 조차도 종교라는 이름 하에 성서에 적힌그의 말씀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그러니까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따라야 할 것만 같은 무언의압박감에 그저 고개를 돌리고서는 아직은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멀게만 느껴졌으나, 그녀는 반항과 같은 마음으로 어떻게든 성서에 말씀을 읽고서는 그를 반박하겠다며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읽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외면하고 모른 채 돌아섰다면 그녀는 예수와의 정면 돌파로 이 안에 깨달음을 얻은 것을 보며 다르지않은 출발선에서 전혀 다른 도착지를 보여주는 나와 그녀의 모습에 겸허히 이 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생명치고 귀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을까마는 효도 관광과 가족 단위의 여행이 많아 어린이가 희생되었다는사실이 우리를 참담하게 합니다. 이런 경우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우너망의 소리는 하느님은 없다는말입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거죠.
 
그러나 주님, 당신을믿고 당신을 닮겠다고 약속한 저희는 압니다. 당신은 거기에도 계셨으리라는 것을. 그리하여 마지막까지 가장 고통받는 사람의 고통까지 함께하셨으리라는 것을.
 
그걸 믿지 않고 어찌 이 참담한 슬픔을 견디리이까. –본문


 뉴스를통해서 여전히 지구 상에 전쟁이며 기아, 학살 등의 참혹한 현실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찌하여그들에게 그토록 가혹한 아픔을 시간만이 드리우는 것인지, 누구를 향해야 할지 모를 이 슬픔과 분노를보며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대로 이렇게 내버려 두시기만 하시는 건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전재전능한 그가 있다면, 이상황을 어떻게든 종식시키거나, 아니 그 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셔야 하는 것을 아닐까, 에서부터 시작하여 대체 종교의 힘은 무엇에서 기반으로 하여 시작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종교에 대한 믿음을가질 수 있는 것인가, 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기도 한다. 이모든 것을 그저 방관하고서는 바라만 그의 모습에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그의 존재를 남겨진 활자를통해서만 받아들여야 하기에 늘 그를 향한 내 신념은 위태롭기까지 하다.


 주님을향한 신념과 믿음이 흐려진다고 한다면 나보다는 그녀가 먼저였을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던 이들을 먼저떠나 보내야만 했던 그녀의 가슴은 냉가슴을 넘어서 꽁꽁 얼어붙어 그를 향한 분노만이 남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그녀는 하느님의 모습에 대한 반박을 위해 성서를 읽기 시작했다는 고백을 하지만 결국에 다시 그의 품 안에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는 의문 덩어리인 그 시간을 지나온 그녀의 이야기는 생경하면서도 또 하나의 세계로 접어드는 문을열어주고 있다.


 그때 문득 이 문명의 이기로 가득 찬 도시가 문명 이전의 광야로 변한 것 같아 섬뜩해졋다. 서울 한복판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이 맹수만 으르렁거리는 불모의 광야나 다름없어 보이다니.
 
이럴 땐 누구라도 외쳐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느리게, 조금만 더 못살자.”라고. 이렇게 급하게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다 우리는 도대체어떻게 되는 걸까? 나중엔 인간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실은 우리 내부의 아직은 희미하지만다급한 외침이다. -본문


 이안의 모든 이야기가 종교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그녀의 부드러운 어조에도 나는 넘을 수 없는담을 앞에 둔 기분으로 막막함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일상 속의 이야기들은 이 묵직한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샘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이들의 동심을 무너뜨리면서도 그것이 더 큰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말하는 우리의 모습이라든가, 운전대 안에서 변모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든가, 이전보다나은 삶을 위해서 만들어 내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등의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이야기들을 보며 묵직한 이야기를 넘어우리네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나에게이 책은 그저 한번 읽어서는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랜만에 다운받았던 성서 어플을 보면서 그녀와 같이 조금씩 성경을 읽으며 상념에 잠길 즈음, 다시금 그녀와 함께책을 통해 대담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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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한 완역판, 개정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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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도통 책이 손에 잡히던 것이 며칠을 지나 몇 달을 넘어가게 되면서 이제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버거워져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책을 뒤로하고 지내던 나날이 계속되던 요 근래에, 그럼에도 새해가 됐으니 작심삼일이라는 심정으로 책 한 권을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그 때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책장 어딘가에 있을 인디고의 어린왕자를 찾기 위해서 3시간이 넘는 여정을 먼지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도무지 그 책의 흔적을 찾지 못했을 때,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서점으로 뛰쳐나가 이 책을 손에 쥐고서는 안도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 책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리진 못했구나, 라는 사실에 피식 웃음을 흘려본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왔어. 양들이 꽃을 먹은 것도 수백만 년 전부터야. 그런데도 꽃들이 애써 가시를 만드는 이유를 알아내는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양들과 꽃들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그게 빨간 얼굴의 뚱뚱한 신사가 계산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만일 내가 내 별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알고 있다고 해.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어린 양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단번에 그 꽃을 먹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문

 너무도 유명한 책 일뿐더러 이전에도 읽어봤기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린왕자는 그대로일지언정 그 책을 바라보는 내가 변해있기 때문인지 그때 읽었던 어린왕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텍쥐페리의 말마따나 한때는 어린이였다는 걸 잊어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양을 묶어두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꽃들이 가시를 만드는 이유보다는 카드 값 정산이 더 중요한 것이 되었기에 어린왕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 것들을 바라보고서야지금 내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른들의 시선에 갇혀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지금의 내 모습은 어린왕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을 때야 비로소 투영하니 순수했던 시절을 잊어버리고서는 그것을 잃어버린 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글픔이 밀려 드는 것이다. ‘착하게 굴면 낮 동안 양을 매어 둘 끈도 하나 그려 줄게.” 라고 담담히 말하는 화자를 보면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깜짝 놀라는 어린 왕자를 보고서야 딱딱한 어른이 되지 말자던 어린 시절의 다짐이 무색해져 버린, 수 많은 어른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때 난 아무것도 몰랐어!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내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빛나게 해 주었어. 내 꽃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안 되는 거였어! 가엾은 속임수 뒤에 숨은 다정한 마음을 눈치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나 모순적이야. 그리고 그때 난 꽃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어.” –본문

자신의 별에 툴툴거리지만 아름다운 꽃을 홀로 두고 온 어린왕자가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고 여우를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삶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 씩 배워가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보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렘 가득히 바라보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치중하며 아등바등 지내왔던 나에게 어린왕자의 울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나지막이 전해주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여우를 만났던 장면에서 멈춰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듯이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 취해 한동안 그 안에서 허덕이며 함께하게 된다. 이전에 읽었을 때에는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이번에는 여우와 어린왕자의 만남과 더불어 어린왕자와의 헤어지는 부분을 보면서 상념에 빠져들었는데, 결말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억이 남아있지 않던 나에게 있어서 그와의 이별은 먹먹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자 안에 담겨 있는 양과 같이 어딘가에 빛나고 있을 그의 존재를 믿기에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어린왕자가 다가올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에도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그래, 그때는 그랬지.; 라고 탄식할 수 있는 어른이길 바라본다. 이 모든 것이 다 부질 없는 이야기라며 이 책을 덮어버리는 그런 어른만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다음 번 어린왕자를 만났을 때에도 어른인 나를 참회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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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이철환저

 

 

 

독서 기간 : 2016.01.02~01.03

by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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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 용기 세트 - 전2권 -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 &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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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한 미움 받을 용기>이어 펼친 이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는 이전 책의 시리즈와 같은 느낌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 대해 그리고 있는 것이 보낸 <엄마를 위한 미움 받을 용기>라면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는 아버지가 바라보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있었기 때문인지, 꽤나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의 심리에 대해서, 과연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배워보자는 심산으로 펼친 이야기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묵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너무도 정정하시던 아버지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늘 나의 뒤에서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실 것이라 생각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변화는 누구에게나 드리우는 시간이 변화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가혹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린 지금의 모습 속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하던 저자는, 간호를 하며 그가 배워온 것들을 담담이 전해주고 있다.

부모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게 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자녀로서 슬픕니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를 행복하게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일이 간호의 기분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람은 인생의 그 어떤 순간에도 다른 사람에 의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육할 때 부모는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 합니다.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게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부모가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 –본문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위해서 당신들이 즐겨 드시는 과자나 빵을 사가지고 오시는 것을 보면서 어릴 때는 더 맛있는 것들도 많은데, 하며 아쉬움을 표하곤 했었다면 이제는 그것이 당신들에게 가장 좋은 것들이기에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름대로는 상대를 위해서 배려로 하는 것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식사를 하실 때를 제외하고서는 늘 주무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사는 것이 어떠한 즐거움이 있을까, 라며 활동을 하라고 계속해서 조언하는 것도 실은 나의 바람을 그들에게 투영하려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있어서 늘 보살핌을 받고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던 것이 어린 시절 우리의 모습이라면 성인이 된 지금의 우리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언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육아의 기틀 안에서 아이와 나와의 관계에 동등함을 전제로 하여 바라보던 것처럼 부모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도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병을 앓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나아가 그런 자신도 누군가에게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부모가 지금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부모를 간호할 때 무엇을 이루는지가 아니라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 자신이 놓인 상황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만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공헌감을 느끼게 되면 좋겠습니다 본문

 일전에 치매를 앓으셨던 외할머니의 늘 같은 이야기를 허투루 듣고 넘겼던 지난날의 모습 속에서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가 아닌 그 안에서 다르게 전해지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를 찾으며 그 이야기를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3년 이라는 시간 동안에 나의 외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간 동안 과연 그녀를 간호해드렸다 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서 점점 나의 모습이 안일하게만 전해진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예고 없이 다가올 수 있는 그의 담대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노년의 시간을 걷고 있는 부모님과 이제 중반의 시간을 걷고 있는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다시 마주해야 할지, 무언가를 드리고서는 답변을 기다리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 그들을 지키고 함께 할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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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인가 / 알프레드 아들러저 

 

 

 

독서 기간 : 2015.08.25~08.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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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의 성장 에너지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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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엄마를 바라볼 때면 엄마로서의 삶을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대한 경외심이 들곤 한다. 조카와 2~3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체력 고갈을 느끼고 있던 나로서는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이 막연함을 넘어서 이제는 왠지 모를 두려움으로 느껴진다. 20대에만 하더라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을 그려보면 마냥 행복한 만이 그려졌다면 지금의 내가 그리는 엄마가 된 나의 모습은, 너무도 부족한 것이 많은 어른으로서 한 아이의 인성이 완성될 때까지 그 아이의 롤 모델이 되어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인가, 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곤 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필요했다. 무언가 중심이 잡을 것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절실히 느낀 것은,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분유를 타거나 기저귀를 갈아 주는 일은 처음이었지만 금방 배웠고, 능숙하게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가정에서 자란 적이 없으니 다른 가정에서 어떻게 육아를 했는지 알 방도가 없지만, 우리 부모님이 해 주었을 육아 방식을 흉내 내면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본문

다른 아이들보다 활동성이 떨어진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잘 걷지를 않는다던가 뛰지를 않는다는 등, 또래 아이들보다도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제 3자의 입을 통해 듣게 된다면 혹여 아이의 문제를 나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후회와 그를 넘어선 두려움이 엄습하게 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 나아가야 할지 종종거리고 있을 어머니들에게 저자는 이 모든 답을 아이에게서 얻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 타인이 바라보는 시각과 그 안의 아이가 느끼는 것은 첨예하게 다를 수 있기에 아이를 통해서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오히려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서 한결 마음이 놓이게 된다.

혼내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입니다. 아이는 자기가 하는 행동이 부모에게 혼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합니다. 부모가 그런 행동을 혼낸다면, 꾸지람을 들음으로써 시선을 끈다는 걸 배웁니다. (중략)
 
아이는 혼나는 것으로 부모에게 관심을 받으려 합니다. 혼나면 확실히 부모에게 관심받겠지만 그게 소속감을 얻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건 아이의 착각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반드시 자신을 주목하리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본문

 잘못한 일이 있으면 가르쳐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했으나 저자가 말하는 것은, 인도의 방법 중 혼내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꾸지람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 순간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만을 바라보기에 자꾸 엇나가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과연 저자의 주장이 옳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늘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의 심리는 칠판에 자신의 이름이 적힘으로써 주목 받고 싶어하는 심리라는 이야기에 또 다른 관점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나의 미니미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아이를 혹여 나의 마리오네트처럼 바랐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 때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아이를 나의 소우주가 아닌 동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볼 것을 전해주고 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아이기에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그 길을 따라가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인격도 나와 같은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미리 만나본 느낌이다. 엄마가 되어 한 아이를 바라보고서는 그 아이를 이끌어 준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미리 마주하는 것도 꽤나 유익하게 전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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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믿는 만큼 크는 아이 ./ 기시미 이치로 

 

 

 

독서 기간 : 2015.08.20~08.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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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프런티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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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그 무엇보다도 항상 나의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스마트 폰을 보노라면,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을 어떻게 보냈었는지 하는 생각이 밀려들게 된다. 너무 익숙하기에 사용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이 책은 담담하게 그 모든 것의 시초에 대해서 전해주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히스토리가 있었구나, 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2600만 년 전, 사하라 사막의 동쪽 끝에 있는 삭막하고 메마른 리비아사막의 모래밭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졌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무척 뜨거웠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산화규소 알갱이들이 적어도 섭씨 500도를 넘었을 뜨거운 열기에 녹아 합해졌다. 여기에서 형성된 화합물은 특이한 화학적 특성을 띤다. 이산화규소는 물처럼 고체 상태에서는 결정체를 형성하고 열을 받으면 녹아 액체가 된다. 그러나 이산화규소는 물보다 융해점이 훨씬 높다. 정확이 말하면 물의 융해점은 섭씨 0도이지만 이산화규소의 융해점은 섭씨 260도 이상이다. –본문

유리가 얼마나 사용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았던 때에는 몰랐지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유리 제품만 해도 꽤나 많은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컵에서부터 거울도 그렇고, 안경부터 가까이에 있는 출입문과 유리창 등 생각보다 많은 것에 유리가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 유리는 2600만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유리를 실제 사용하게 된 것은 26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아 내리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12세기경이었으니 우연한 발견과 그것이 실제 우리의 생활에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유리 조각을 통해 굴절된 글자를 보았던 수도사들의 모습을 넘어 렌즈의 발명이 이어지게 되면서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한번의 안경은 착용하게 된다는 안경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안경의 수요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전과 더불어 증폭하게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발견으로 세계 최초의 인쇄기술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됐지만 그 인쇄술의 시초가 수 많은 백성들에게는 실제 전파의 영향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인쇄술의 발전으로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시력의 문제를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것에서 그 방향의 차이가 너무도 다른 결말을 내는 것이 안타깝게도 느껴진다.

뉴 잉글랜드 겨울의 저에너지 상태 및 낮은 에너지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얼음은 귀중한 상품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열대권에서는 황금작물을 재배했기 때문에 지독히 더운 지역이었는데도 많은 사람이 살았다. 따라서 열기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무역의 장구한 역사에서 에너지는 언제나 가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더운 곳, 즉 태양에너지가 많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탕수수와 목화를 생산하는 열이 강렬하던 세계에서는 차가운 냉기도 자산이 될 수 있었다. –본문

 버튼만 누르면 얼음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이전에는 얼음이 너무도 귀했던 이전의 시대에 얼음으로 무역을 할 생각을 떠오른 이가 있다. 미국의 사업가인 튜더는 19세기의 초에 이 얼음을 이용하여 식품 운송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단순히 얼음의 이동이 아닌 식자재의 보관 및 운송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것에서, 그리하여 전혀 다른 공간 속에서 이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식자재를 이용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훗날 공기의 순환에 대해서 발견하게 되면서 에어컨의 발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인류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의 발견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낼 수 없던 우리의 선조들은 2~3번에 나누어 잠을 자곤 했으며 생활 패턴 역시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빛을 알게 된 이들이 빛을 만들기 위해 고래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기도 했던 이전의 시대를 넘어 에디슨의 전구의 발명이 실은 스티븐 잡스가 MP3를 만든 시초와 비슷하다는 것을 보며 그 시대의 니즈를 잘 인지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배우게 되는 것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조합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익숙해져 있기에 그것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또 변모하게 될지에 대해 관심 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들이 실은 거대한 시간의 틀을 넘어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넘어선 교합으로 만들어 지는 것을 보며 벌새효과의 현상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 어느새 즐겁게만 느껴진다. 우리의 곁에 있는 세계가 과연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하게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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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의 역사 / 로렌스 프리드먼저 

 

 

 

독서 기간 : 2015.08.31~09.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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