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불한 완역판, 개정판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미성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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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도통 책이 손에 잡히던 것이 며칠을 지나 몇 달을 넘어가게 되면서 이제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버거워져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책을 뒤로하고 지내던 나날이 계속되던 요 근래에, 그럼에도 새해가 됐으니 작심삼일이라는 심정으로 책 한 권을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그 때 <어린왕자>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책장 어딘가에 있을 인디고의 어린왕자를 찾기 위해서 3시간이 넘는 여정을 먼지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도무지 그 책의 흔적을 찾지 못했을 때,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서점으로 뛰쳐나가 이 책을 손에 쥐고서는 안도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 책에 대한 미련을 모두 버리진 못했구나, 라는 사실에 피식 웃음을 흘려본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왔어. 양들이 꽃을 먹은 것도 수백만 년 전부터야. 그런데도 꽃들이 애써 가시를 만드는 이유를 알아내는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양들과 꽃들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그게 빨간 얼굴의 뚱뚱한 신사가 계산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만일 내가 내 별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알고 있다고 해.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어린 양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단번에 그 꽃을 먹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문

 너무도 유명한 책 일뿐더러 이전에도 읽어봤기에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린왕자는 그대로일지언정 그 책을 바라보는 내가 변해있기 때문인지 그때 읽었던 어린왕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텍쥐페리의 말마따나 한때는 어린이였다는 걸 잊어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양을 묶어두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꽃들이 가시를 만드는 이유보다는 카드 값 정산이 더 중요한 것이 되었기에 어린왕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묻는 것들을 바라보고서야지금 내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른들의 시선에 갇혀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지금의 내 모습은 어린왕자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을 때야 비로소 투영하니 순수했던 시절을 잊어버리고서는 그것을 잃어버린 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글픔이 밀려 드는 것이다. ‘착하게 굴면 낮 동안 양을 매어 둘 끈도 하나 그려 줄게.” 라고 담담히 말하는 화자를 보면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깜짝 놀라는 어린 왕자를 보고서야 딱딱한 어른이 되지 말자던 어린 시절의 다짐이 무색해져 버린, 수 많은 어른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때 난 아무것도 몰랐어!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내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빛나게 해 주었어. 내 꽃으로부터 도망쳐서는 안 되는 거였어! 가엾은 속임수 뒤에 숨은 다정한 마음을 눈치챘어야 했어. 꽃들은 너무나 모순적이야. 그리고 그때 난 꽃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어.” –본문

자신의 별에 툴툴거리지만 아름다운 꽃을 홀로 두고 온 어린왕자가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고 여우를 만나게 되면서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삶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 씩 배워가는 어린왕자의 모습을 보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설렘 가득히 바라보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치중하며 아등바등 지내왔던 나에게 어린왕자의 울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나지막이 전해주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여우를 만났던 장면에서 멈춰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듯이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 취해 한동안 그 안에서 허덕이며 함께하게 된다. 이전에 읽었을 때에는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이번에는 여우와 어린왕자의 만남과 더불어 어린왕자와의 헤어지는 부분을 보면서 상념에 빠져들었는데, 결말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억이 남아있지 않던 나에게 있어서 그와의 이별은 먹먹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자 안에 담겨 있는 양과 같이 어딘가에 빛나고 있을 그의 존재를 믿기에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어린왕자가 다가올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때에도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그래, 그때는 그랬지.; 라고 탄식할 수 있는 어른이길 바라본다. 이 모든 것이 다 부질 없는 이야기라며 이 책을 덮어버리는 그런 어른만은 되지 않기를, 그래서 다음 번 어린왕자를 만났을 때에도 어른인 나를 참회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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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 이철환저

 

 

 

독서 기간 : 2016.01.02~01.03

by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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