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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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어떤 수치심이나 자랑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담백하게 써내려간 어느 천재의 지독한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의 장편소설 『자화상』. 서로 연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일상의 모든 면을 간결하고 단정적인 건조한 문장들로 엮어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성적, 정치적, 철학적, 미학적 자화상을 그려냈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완벽한 자서전이자 완벽한 소설로 읽힐 수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자전적 허구의 세계를 선사한다.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던 저자가 2002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낮에는 사진을 찍고 저녁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문장들을 조금씩 써내려갔는데 그 당시의 쪽글들이 모여 이루어진 이 작품은 거대한 한 폭의 자화상을 이룬다. 지나온 삶과 작품, 일상, 습관, 의혹과 불안에 관련된 문장들이 연대기적 순서 없이 나열되어 있다. 평범한 것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썼지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프랑스 문학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비범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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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자신을 그린 초상화란 뜻을 담은 이 <자화상>이라는 소설은 소설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나 저자인 에두아르 르베의 모든 것을 담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한 나름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생경한 느낌의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에 대한 마성의 이야기로 빠져들게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에둘러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그의 고백처럼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무엇이 좋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어느 것을 더 좋아한다, 라는 조심스러운 듯 전해지는 이야기가 송글송글 맺혀 간다. 어머니의 자궁의 고독과 내 무덤 속의 고독 사이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어 갈 것이라 말하는 그의 삶에서 실제 그가 얼마나 많은 삶의 그물을 남기고 갔는지에 대한 뚜렷한 결말은 없지만, 그가 매 순간 그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순간순간을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는 독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나 자신을 대단한 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읽은 것을 다시 읽는다. 내 책꽂이의 책들 가운데는 끝까지 읽지 못한 것이 읽은 것만큼이나 많다. 읽은 책들을 셀 때 나는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세는 속임수를 부린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본문

 자신의 자화상이 수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무어라 말했을까. 인생의 중간이 열다섯 살이라 말한 그의 수 많은 그의 단편들을 보면서도 아직 그의 모습이 확고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그의 모습을 그려볼 수는 있지만 그의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움만이 전해지는데 그의 인생 최고의 날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조금 더 진득하니 기다려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자신의 자화상을 너무 빨리 남기고 가버린 그가 야속할 뿐이다.

어떠한 형식도 없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생경하게 느껴지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나는 이토록 나를 또렷이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남긴 자화상처럼 나도 조금씩 나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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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렐렘』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작품이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단일 구조의 파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구조가 품고 있는 감각의 갈래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환각 상태 속에서 주인공 ‘나’는 온전한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환각으로 인해 엉켜가는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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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5.03.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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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웅들 - 필멸의 인간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아고라의 지성 소크라테스까지
그레고리 나지 지음, 우진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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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웅들

고대 그리스 영웅, 그 개념을 뒤집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은 고대 그리스 전승에서 특별한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영웅에 대한 종교적 개념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하는 책이다. 등장하는 모든 기록과 작품은 원래 고대 그리스어로 되어 있는 것을 번역해서 소개했으나, 특별히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리스어 원문을 그대로 담아냈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 표면에 새겨진 그림과 같은 유물의 사진들을 부족함 없이 보충해 독자들의 생생한 이해를 도왔다.

고대 그리스에서 ‘영웅’이 갖는 의미가 현 세대가 이해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고 역설하는 이 책은, 역사적인 맥락의 분석을 통해서만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오이디푸스, 그리고 헤라클레스와 같은 영웅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바탕으로 서사시와 서정시의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형태 속에 등장하는 영웅부터 다양한 산문매체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 등을 총 5부로 구성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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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이런 저런 책들을 뒤척여보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텅 비어 버리는 나로서는 늘 이 분야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갈망만을 안고 있었는데 이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은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신화 속 영웅으로 칭송 받는 인물들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강의라고 하니,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의 모습과 더불어 하버드 대학의 강의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의 영웅의 이미지와 고대의 영웅의 모습은 다르다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과연 그 당시의 영웅은 무엇이었으며 이 신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에 대한 접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서사시에서 아킬레우스의 아버지는 필멸할 수밖에 없는 인간임이 분명히 드러나며, 따라서 이 영웅 주의 영웅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이는 다른 모든 고대 그리스 영웅들에게도 똑같이 주어진 운명이었다. 또한 그 영웅들이 어떤 식으로든 신들의 후손이라 할지라도, 수명이 아무리 길다 해도 영웅들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필멸의 존재들이다. –본문

 고대 그리스에서 말하는 영웅은 오래 전 살았던 인간을 지칭하고 있는데, 이들은 남녀의 구분 없이 신들의 후예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신들의 후손이지만 어찌되었건 인간이기에 신과 같이 불멸의 존재로 살아갈 수 없는, 그러니까 유한한 삶을 안고 사는 이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죽음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짐승과 구별되며 신과 같이 영원을 살 수 없음에 신들과도 다르다는 것을 전하며 결국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만이 경험하게 되는 오롯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화병에 그려진 그림을 보노라면 무덤이 그려진 그림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무덤의 모습과는 달리 하얀 봉분 속에는 사자가 지키고 있으며 그 봉분의 주인공의 이름은 봉분 주변에 그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위에는 달려가고 있는 전사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것은 특별히 추종을 받는 영혼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전사는 죽은 후에도 자신의 무덤 위를 떠돌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속의 영웅들의 모습을 쉬이 배워보자는 시도로 시작된 이 독서는 수 많은 시간 동안 이 안의 이야기들이 쉽지 않다는 것을 톡톡히 배운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강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각 챕터의 이야기들은 친절하게 A부터 Z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고전을 기반으로 하여 그 안의 핵심 내용들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기에 그리스 신화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을 경우 이 책이 설명하는 바를 쉬이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나에게 있어서는 이 책은 그리스 로마의 신화를 거의 다 배웠다고 생각할 때 마지막에 다시금 찾아봐야만 하는 책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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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로마 신화』 제1권 《신과 영웅의 시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재미를 느끼고, 신화의 전체 체계를 잡고자 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이다. 지은이 구스타프 슈바브는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의 필요성을 느껴,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에 몰두한 끝에 시간의 흐름과 맥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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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5.02.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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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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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그림 형제 동화전집(완역본)』에는 그림 형제의 작품 210편이 담겨 있다. 《개구리 왕자》 《백설공주》《라푼첼》《헨젤과 그레텔》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익숙한 동화의 제목이자 오늘날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형태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그림 형제가 약 200년 전 수집했던 이야기들이 원작이라는 점이다. 유럽 지역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 속에서 인간적인 심성의 기원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노력했던 그림 형제. 그들의 노력으로 시간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모습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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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를 완역했다는 말마따나 어린 시절 보았던 이야기들은 물론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들까지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 그야말로 기대감이 증폭되어 설렘까지 느껴졌다.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 내려가며 느낀 생각은 생각보다 이야기의 길이가 짧다는 것과 그리고 이전에 느꼈던 것처럼 따스한 느낌보다는 의외의 잔혹한 면들도 담고 있구나, 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그림 동화의 느낌은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었다면 지금 다시 마주한 이야기들은 예리한 칼날을 숨기고 있는 벌집 같은 느낌이랄까. 그 안에 달콤한 꿀이 있기는 하나 수 많은 벌들이 지키고 있는 그 안의 이야기들 하나하나를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림 동화에 대한 감정과 틀을 철저히 부셔뜨려야만 했다.  

 난 피곤해요, 공주님. 나도 공주님처럼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날 침대 위로 올려 주세요. 안 그러면 아버님께 일러바치겠어요!”
 
이 말에 공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개구리를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벽에다 던졌습니다.
 
이제 푹 쉴 수 있을거야, 이 더러운 개구리 같으니!”
그러나 개구리가 방 바닥에 떨어졌을 때 개구리는 이미 아름다운 눈을 지닌 왕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공주는 이제 아버지가 지시하신 대로 왕자를 자신의 다정한 친구요 남편으로 맞아드리게 되었습니다. –본문

 개구리 왕자의 마법이 풀리기 위해서는 공주의 따스한 입맞춤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그녀의 곁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마법이 풀리는 것이었다니. 특히나 황금공을 되찾기 위해 개구리에게 했던 약속 따위는 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다 아버지의 명령에 의해 자신의 약속을 억지로 지키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심술쟁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개구리 왕자가 벽에 부딪치는 순간 마법이 풀리며 아름다운 왕자로 변하지 않았더라면, 공주는 개구리를 계속해서 편애하고 괴롭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감언이설도 마다 하지 않던 그녀가 개구리를 대하는 모습은 우리네 사회 속에서도 종종 보아왔던 모습 같아 씁쓸하게만 보인다.

 내가 죽일까요?”
아내가 물었습니다.
 
안 돼! 이 놈은 잔인하게 죽여야 해. 내가 삼켜 버리겠어.”
그러더니 새를 통째로 삼켰습니다. 참새는 사나이의 목 속에서 퍼덕거리더니 목구멍까지 다시 기어나왔습니다. 참새를 머리를 삐죽 내밀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 목숨도 성치 않을 줄 알아라!”
 
마부는 아내에게 도끼를 건네면서 말했습니다.
 
내 입 안의 새를 죽여!”
 
아내를 도끼를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빗맞은 도끼가 마부의 머리를 정통으로 내리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마부는 쓰러져 죽고 참새는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본문

 주인에게 버림받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림에 빠져있는 개를 보고서는 참새를 도시로 함께 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곳에서 참새는 개에게 고기를 물어다 주기도 하고 빵을 전해주기도 하며 개의 주린 배가 채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윽고 배불리 먹은 개는 길 위에서 잠이 들게 된다. 한가한 초원 위에 잠이 들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개가 누워있던 곳은 마차가 오가는 길목이었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마차가 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본 참새는 마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지만 마부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선 마차를 계속 움직이고 있다. 결국 개는 마차에 치어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되고 그 모습을 바라본 참새가 마부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이어지게 되는데 이 혈투 넘치는 복수 장면을 보노라면 과연 개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참새는 왜 막무가내로 마부에게 길을 돌아가라 명령하며 그렇지 않으면 망하게 될 것이라 폭언을 쏟아 부은 것인지, 마부 또한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서는 자신의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이 안의 이야기들에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물론 우리가 있는 현재의 모습도 늘 모든 것이 나의 생각대로만은 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은 말이다.

 어른과 아이를 위한 이야기이지만, 실상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니었을까. 그림 형제의 동화 속에서만큼은 현실이 아닌 동화 속의 환상에 빠져들고 싶었던 바람은 되려 더욱더 깊은 현실의 진창에서 허덕이다 나온 듯한 느낌이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원작 이야기를 이 한 권으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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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 명작!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세트. 『어린왕자』,『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작은 아씨들』 등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선사하는 고전 명작들을 어른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들과 함께 담아낸 시리즈이다. 명작들을 읽다보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더불어 그때는 미처 느끼고 깨닫지 못했던 메시지를 어른이 된 나의 생각과 마음으로 새롭게 느끼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명작의 깊이에 버금가는 일러스트로,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를 더했으며, 하드커버 양장 제본으로 제작하여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책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했다. (전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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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간 : 2015.02.2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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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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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수 많은 사람들과 여기저기서 오가는 잡음들을 차단하고자 이어폰을 귀에 꼽고서는 나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음악을 켜고서 책을 보며 출퇴근길을 오르는 것이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나에게, 만약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홀로 암흑 속에 살아야 한다면. 과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두 살 때 앓았던 열병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한 아이. 그럼에도 예쁜 옷을 입고 독특한 소품을 모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나름의 행복에 젖어있던 그녀에게 전해진 망막색소변성증. 그러니까 그녀의 앞에 드리웠던 아름다운 세상마저 점점 닫혀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눈마저도 잃게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내가 그녀의 상황이었더라도, 왜 하필 나에게만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누구를 향할지 모를 원망만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 속에 왜 나는 그 안에 포함될 수 없는지. 왜 하필 나에게 이 모든 슬픔이 밀려들어야만 하는지, 분노에 휩싸여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녀 역시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명을 듣고서 방황을 하게 되지만,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한 소녀를 보고서는 자신의 삶을 다시금 다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통해서 이전보다 더 씩씩하게 지내는 것은 물론, 주변 이들에게 따사로움을 전해주는 전령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어머님의 바람을 보면서 뭉클해진다. 귀가 들리지 않는 그녀에게 소리를 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어머니. 그녀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자신을 그토록 보살펴 주던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엄마가 되어서 모두 전해주고 싶은 것일 게다.

  

 그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있다. 또한 그녀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던 그녀만의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 아침, 점심, 저녁의 소박한 하루 보내는 것, 해가 뜨는 순간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 등등 소박한 바람들이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날 속에서 그녀가 바라는 일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 데이트도 해보고,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마주하며 무엇보다도 어셔증후군을 고칠 수 있는 의학기술이 발전되어 그녀가 있어야 할 암흑의 세계가 오래되지 않기만을 바라본다.

 

 

 책을 읽는 내내 울컥하며 밀려드는 눈물이 씩씩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되려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다. 이토록 예쁜 이야기와 그림을 담아내는 그녀라면 그녀의 주변에 있는 이들마저도 그녀의 힘을 통해 저절로 행복이 전해지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한 명의 독자로서 그녀의 모든 시간 속에 그녀가 바라던 버킷 리스트가 더욱 행복해지기를 응원을 담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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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희망입니다 / 고도원저 


 

 

독서 기간 : 2015.02.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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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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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사는 동안, 자의든 타의든, 불가항력의 사유 등으로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이전에는 도통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그 모든 시간이 싱크홀로 사라지는 느낌. 그 아득한 느낌을 지나온 저자는 15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물론 이 안에는 그녀만의 시간을 넘어 그녀가 만났던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슬픔이라는 감정 또한 어느 새 일상 속에 사그러드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84 3개월간 일본으로의 연수가 그녀에게 이별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시의 연인이었던 그는 그녀에게 3개월 간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을 기다리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감행했던 이 여정의 초입에서부터 그녀는 삐걱거리고 있었고, 일본에서의 체류시간을 늦추기 위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배를 통해 이동했으며 그렇게 일본에 있는 동안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그녀는 오롯이 일본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일까, 란 물음이 생긴다.

당시 그녀가 찾았던 점성가는 그녀에게 어디서든 혼자가 될 운명이라고 했다. 용하다던 점술가의 말이 맞았던 것일까. 이별이 드리운 순간, 과연 그녀는 그 점술가가 자신의 미래를 맞추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구태여 그 곳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들고 왔기에 이 모든 사단이 난 것이라 자신을 채근하고 있었을까.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심심풀이로 보던 점괘가 미래의 한 장면과 중첩되어 나타날 때의 묘한 두근거림. 그녀는 훗날 이것을 무엇이라 되뇌고 있었을까.

3개월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 인도에서 만나기로 했던 이 커플은 끝내 전화로 이별 통보를 하고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남자가 떠나갔던 그 날,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빨간 전화만이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할 것이고 그 이후 더 이상의 그들의 시간을 흐르지 않은 채 멈춰 버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 스스로 더 이상 자신의 사람이 아닌 그를 회상하는 시간들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처럼 그녀 역시 시간 안의 순례자처럼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그녀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수 많은 타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아픔에도 애잔하게 눈길이 간다. 세상의 아픔을 하나의 형태가 아니었구나, 과연 그들은 지금 웃고 있는 것 일까, 라는 애잔함에 어느 새 책장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어찌되었건 시리기만 했다면 오늘날의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지 않았을까. 아픔은 이 안에 묻어두고선 조금씩 내일을 향해 가는 그들이었기에 이 안의 이야기를 툭 하고 내어 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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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 백영옥저 


 

 

독서 기간 : 2015.02.27~02.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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