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치심이나 자랑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담백하게 써내려간 어느 천재의 지독한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의 장편소설 『자화상』. 서로 연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일상의 모든 면을 간결하고 단정적인 건조한 문장들로 엮어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성적, 정치적, 철학적, 미학적 자화상을 그려냈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완벽한 자서전이자 완벽한 소설로 읽힐 수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자전적 허구의 세계를 선사한다.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던 저자가 2002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낮에는 사진을 찍고 저녁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문장들을 조금씩 써내려갔는데 그 당시의 쪽글들이 모여 이루어진 이 작품은 거대한 한 폭의 자화상을 이룬다. 지나온 삶과 작품, 일상, 습관, 의혹과 불안에 관련된 문장들이 연대기적 순서 없이 나열되어 있다. 평범한 것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썼지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프랑스 문학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비범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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