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자화상

어떤 수치심이나 자랑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담백하게 써내려간 어느 천재의 지독한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의 장편소설 『자화상』. 서로 연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일상의 모든 면을 간결하고 단정적인 건조한 문장들로 엮어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성적, 정치적, 철학적, 미학적 자화상을 그려냈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완벽한 자서전이자 완벽한 소설로 읽힐 수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자전적 허구의 세계를 선사한다.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던 저자가 2002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낮에는 사진을 찍고 저녁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문장들을 조금씩 써내려갔는데 그 당시의 쪽글들이 모여 이루어진 이 작품은 거대한 한 폭의 자화상을 이룬다. 지나온 삶과 작품, 일상, 습관, 의혹과 불안에 관련된 문장들이 연대기적 순서 없이 나열되어 있다. 평범한 것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썼지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프랑스 문학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비범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아르's Review

 

     

 스스로 자신을 그린 초상화란 뜻을 담은 이 <자화상>이라는 소설은 소설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나 저자인 에두아르 르베의 모든 것을 담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한 나름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생경한 느낌의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에 대한 마성의 이야기로 빠져들게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에둘러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그의 고백처럼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무엇이 좋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어느 것을 더 좋아한다, 라는 조심스러운 듯 전해지는 이야기가 송글송글 맺혀 간다. 어머니의 자궁의 고독과 내 무덤 속의 고독 사이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어 갈 것이라 말하는 그의 삶에서 실제 그가 얼마나 많은 삶의 그물을 남기고 갔는지에 대한 뚜렷한 결말은 없지만, 그가 매 순간 그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순간순간을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는 독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나 자신을 대단한 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읽은 것을 다시 읽는다. 내 책꽂이의 책들 가운데는 끝까지 읽지 못한 것이 읽은 것만큼이나 많다. 읽은 책들을 셀 때 나는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세는 속임수를 부린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본문

 자신의 자화상이 수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무어라 말했을까. 인생의 중간이 열다섯 살이라 말한 그의 수 많은 그의 단편들을 보면서도 아직 그의 모습이 확고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그의 모습을 그려볼 수는 있지만 그의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움만이 전해지는데 그의 인생 최고의 날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조금 더 진득하니 기다려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자신의 자화상을 너무 빨리 남기고 가버린 그가 야속할 뿐이다.

어떠한 형식도 없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생경하게 느껴지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나는 이토록 나를 또렷이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남긴 자화상처럼 나도 조금씩 나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진다.


전체서평보기 : http://blog.yes24.com/document/7978089

 

 

 

 

아르's 추천목록

 

 

『세렐렘』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작품이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단일 구조의 파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구조가 품고 있는 감각의 갈래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환각 상태 속에서 주인공 ‘나’는 온전한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환각으로 인해 엉켜가는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곱씹는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3.04~03.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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