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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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인생을 사는 동안, 자의든 타의든, 불가항력의 사유 등으로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이전에는 도통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그 모든 시간이 싱크홀로 사라지는 느낌. 그 아득한 느낌을 지나온 저자는 15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물론 이 안에는 그녀만의 시간을 넘어 그녀가 만났던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슬픔이라는 감정 또한 어느 새 일상 속에 사그러드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84 3개월간 일본으로의 연수가 그녀에게 이별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시의 연인이었던 그는 그녀에게 3개월 간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을 기다리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감행했던 이 여정의 초입에서부터 그녀는 삐걱거리고 있었고, 일본에서의 체류시간을 늦추기 위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배를 통해 이동했으며 그렇게 일본에 있는 동안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그녀는 오롯이 일본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일까, 란 물음이 생긴다.

당시 그녀가 찾았던 점성가는 그녀에게 어디서든 혼자가 될 운명이라고 했다. 용하다던 점술가의 말이 맞았던 것일까. 이별이 드리운 순간, 과연 그녀는 그 점술가가 자신의 미래를 맞추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구태여 그 곳에 가서 그런 이야기를 들고 왔기에 이 모든 사단이 난 것이라 자신을 채근하고 있었을까.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심심풀이로 보던 점괘가 미래의 한 장면과 중첩되어 나타날 때의 묘한 두근거림. 그녀는 훗날 이것을 무엇이라 되뇌고 있었을까.

3개월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 인도에서 만나기로 했던 이 커플은 끝내 전화로 이별 통보를 하고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남자가 떠나갔던 그 날, 침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빨간 전화만이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할 것이고 그 이후 더 이상의 그들의 시간을 흐르지 않은 채 멈춰 버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 스스로 더 이상 자신의 사람이 아닌 그를 회상하는 시간들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처럼 그녀 역시 시간 안의 순례자처럼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그녀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수 많은 타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아픔에도 애잔하게 눈길이 간다. 세상의 아픔을 하나의 형태가 아니었구나, 과연 그들은 지금 웃고 있는 것 일까, 라는 애잔함에 어느 새 책장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어찌되었건 시리기만 했다면 오늘날의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지 않았을까. 아픔은 이 안에 묻어두고선 조금씩 내일을 향해 가는 그들이었기에 이 안의 이야기를 툭 하고 내어 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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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 백영옥저 


 

 

독서 기간 : 2015.02.27~02.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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