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수 많은 사람들과 여기저기서 오가는 잡음들을 차단하고자 이어폰을 귀에 꼽고서는 나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음악을 켜고서 책을 보며 출퇴근길을 오르는 것이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나에게, 만약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홀로 암흑 속에 살아야 한다면. 과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두 살 때 앓았던 열병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한 아이. 그럼에도 예쁜 옷을 입고 독특한 소품을 모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나름의 행복에 젖어있던 그녀에게 전해진 망막색소변성증. 그러니까 그녀의 앞에 드리웠던 아름다운 세상마저 점점 닫혀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눈마저도 잃게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내가 그녀의 상황이었더라도, 왜 하필 나에게만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누구를 향할지 모를 원망만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 속에 왜 나는 그 안에 포함될 수 없는지. 왜 하필 나에게 이 모든 슬픔이 밀려들어야만 하는지, 분노에 휩싸여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녀 역시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명을 듣고서 방황을 하게 되지만,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한 소녀를 보고서는 자신의 삶을 다시금 다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통해서 이전보다 더 씩씩하게 지내는 것은 물론, 주변 이들에게 따사로움을 전해주는 전령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어머님의 바람을 보면서 뭉클해진다. 귀가 들리지 않는 그녀에게 소리를 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어머니. 그녀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자신을 그토록 보살펴 주던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엄마가 되어서 모두 전해주고 싶은 것일 게다.

그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있다. 또한 그녀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던 그녀만의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 아침, 점심, 저녁의 소박한 하루 보내는 것, 해가 뜨는 순간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 등등 소박한 바람들이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날 속에서 그녀가 바라는 일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 데이트도 해보고,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마주하며 무엇보다도 어셔증후군을 고칠 수 있는 의학기술이 발전되어 그녀가 있어야 할 암흑의 세계가 오래되지 않기만을 바라본다.

책을 읽는 내내 울컥하며 밀려드는 눈물이 씩씩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되려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다. 이토록 예쁜 이야기와 그림을 담아내는 그녀라면 그녀의 주변에 있는 이들마저도 그녀의 힘을 통해 저절로 행복이 전해지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한 명의 독자로서 그녀의 모든 시간 속에 그녀가 바라던 버킷 리스트가 더욱 행복해지기를 응원을 담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