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자본주의를 버리다 - 포스트 캐피털리즘: 다시 성장이다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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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이라 경제란 주제에 국한하여 토론이 진행 되는 줄만 알았는데 공식적인 의제 없이 참가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는 총회라고 한다. 민간회의이지만 세계 각국의 총리, 장관,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 등이 대거 참가하는 이 총회는 전 세계의 중요 이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알짜배기의 장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뜨거운 감자는 자본주의의 위기설에 관한 것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점령하라에서도 자본주의의 폐해로 빈부 격차가 발생 되었으며 상위 1%이 부도덕한 행위로 인한 결과임을 비난 하고 있었는데,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2년 다보스 포럼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서 그 동안의 사회적 불평등과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디스토피아에 대해서 간과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체재가 필요함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지해 오던 다보스 포럼의 그간 행보 자체를 뒤집어 엎은 것이라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세계 경제를 압박해오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본주의를 버린다고 외치고는 있으나 그들은 아담 스미스의 자본주의를 다시금 되돌아 보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아직 국부론을 읽어보지 않은 터라 정확한 비교가 불가했지만 현재의 자본주의와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가장 큰 차이는 윤리적 기반이란 것이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로 해 왔기에 그 과정에 있어서 공정하게 혹은 윤리적으로 진행이 되었는지는 차후의 문제로 인식하여 옴에 따라 그 결과가 지금의 문제를 키워온 원흉이 된 것이다. 자본주의의 기반에 이러한 온정에 있었다니, 이를 알면서도 지나쳐 온 것일까 아니면 지나친 결과주의에 빠지면서 덮어져 버린 것일까? 여하튼 근본의 시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니 현재의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열쇠도 찾은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본 키워드는 인재의 부재였다. 넘쳐나는 구직자들에 비해 일자리는 턱 없이 부족하여 실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서는 인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재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현 노동 시장에서는 충족이 되지 않는 다는 말이 선뜻 이해 가지 않는다. 양질이 아닌 노동력이 너무 많은 시장에 넘쳐 흐르다 보니 가격만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인재는 어떠한 인재를 말하는 것인가? 인재를 향한 전쟁이 지속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그들이 원하는 인재에 대해서도 함께 일러주면 좋으련만, 이 부분의 누락은 아쉽기만 하다.

책 안에 수 많은 거장들과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브리티시 텔레콤의 켈리 CEO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통신사 경쟁이 개방되어 있는 영국에서는 기업 문제에 집중하기 보단 소비자를 중심으로 우선 생각한다고 한다. 이러한 공개 경쟁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시장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부분에서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해서 아직까지도 공개 경쟁의 문을 열기 꺼려하는 것들을 보면 일부 산업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기업을 위한 마인드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기업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하지만 그 기업을 선택하는 것을 소비자의 몫이거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세태로 얼마나 그들이 지속 될 수 있을지, 따가운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아시아 시장의 대두,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문제, 물 부족 문제, 초 연결 사회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수학 공식 마냥 하나의 체제가 반드시 어떠한 결론으로 도출되지 않기에 않기에 모범 답안은 없다지만 최상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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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훔치는 스토리텔링 전략
한혜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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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논리로 보이지만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그 재미의 요소가 뭔가 심심하고 아직 간이 덜 된 음식마냥 밍밍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텔레토비, 뽀로로 등을 보면서 귀엽다 혹은 아기자기하다 란 생각만 했을 뿐 대체 무엇이 그토록 아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가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찰나에 이 책이 그 해답을 명쾌히 설명해 주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의 경우 구매소비자와 실질소비자가 상이하기에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구매를 원하게 된다. 구매소비자인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교훈이 될 만한, 그 컨텐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여 구매를 하고 그것을 실제 사용하는 아이들은 컨텐츠가 흥미로운지 여부만 고려한다. ‘마법 천자문의 경우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천자문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다른 아이들 보다 빨리 접하게 되면서 한문을 익히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아이들은 마법이란 신비한 주문에 끌려 구매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책과 비교 시 띠지라는 마케팅 전략이 다르게 진행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른에게 있어 이미 지나와 버린 동심의 세계는 잔상의 조각들의 퍼즐 맞추기나 그러했을 거란 추측만이 가능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어린아이를 위한 노력들은 지극히 어른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있기에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 효과를 강조하기에 때론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놓치고 만다. 쿵푸팬더를 함께 관람 후 부모는 아이에게 끊임 없는 노력과 타인과 함께 하는 법 등에 대해 알려주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쿵푸 하는 팬더인 포에게 마음이 뺏겨 다른 것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철저히 스토리에 집중하여 컨텐츠를 판단하기에 그 이면의 교훈이 있는지, 어떠한 의미를 주는 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 말라는 것들에 아이들도 더 많은 호기심을 유발 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 금기 시 되는 밤이나 주방의 냉장고 등은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대변하는 또 다른 나로서 자신을 거리감을 두고 보며 배우게 된다. 특히 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말은 단순히 외계어로만 들릴 뿐이기에 말이 많은 컨텐츠 보다는 넌더벌로 처리 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텔레토비로 그들을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보다는 행동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아이들은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고 백지장과 같은 스케치북에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여성학 강의를 들으면서 동화 속 주인공들은 대게 사람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동물을 의인화해서 그리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여우가 오리새끼를 키우는 내용이었는데, 이를 엄마와 아이가 아닌 여우와 오리로 그린 것은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실 아이들의 책에 있어서 그토록 많은 고민을 해보지 않은 터라 보는 내내 이해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운 느낌이다. 무조건 책을 권하기 보다는 효율적인 컨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컨텐츠 안에 재미라는 요소가 빠져버리면 아무리 교육적이라고 해도 아이들에게서 외면 당하는 지름길이라 조언하고 있다.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컨텐츠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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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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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과 같이 한 순간의 인생역전을 꿈꾸는 동안 달달한 미래만을 그려보게 된다. 도랑이 시골집에서 뛰쳐나와 대학을 다니고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기를 염원하며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가족이란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나려 발버둥 쳤을 때,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은주를 갖고자 했을 때. 그는 자신이 소망하던 것을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생각만 했을 뿐 그에게 어떠한 시련이나 고난이 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 잘나가던 컨설팅 회사의 전략가로 손꼽히던 그는 사랑이라 믿었던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다. 직장도 사회적 명예도 가진 돈마저 모두 빼앗기는 상황에서 그는 은주가 자신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그녀를 대신해서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환상에서 쫓겨나게 된다.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에 대한 순애보는 달라지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남자 주인공은 참 멋있게 보이기만 했는데 현실 속의 도랑을 보노라면 씁쓸하기만 했다. 되려 그의 미련함을 질책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은주를 사랑했던 것인지 은주와 사랑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던 것인지,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도 그 알량한 사랑 타령만 할 수 있는지. 이것이 남자들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어찌되었건 은주를 통해서 도랑은 현실은 잠시 궤도를 이탈한 것이라 스스로 다독이며 다시금 되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게 한다.

 흘러 버린 시간은 추억만 거둬 간 것이 아니었다. 말랑말랑했던 서글픔과 뜨거웠던 마음 같은 것들, 하루도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리움들. 비 온 뒤의 맑게 핸 하늘 같은 것들, 딱딱하게 굳은 아픔 같은 것들, 달리지 않고는 식히지 못할 열정 같은 것들, 눈곱 낀 개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같은 것들도 거둬갔다. –P61

 개를 산책시키는 동안 발생한 사고로 인해 그는 또 그 자리를 잃어버린다. 모든 것이 돈으로 일사천리 해결되는 장면에서 인간으로서의 박탈감이 느껴졌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만 매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치 책정되어 있는 가격표에 의해서만 대우 받게 되는 현실에 불평하면서도 그 제도권 안에 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묘한 현상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을 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의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불판을 닦고 대행업체에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게 된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금 한 줄기 빛을 가져다 준 것이 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개를 산책시키는데 최소 대학을 졸업한 원하는 주인들을 아니꼽게 보던 그였지만 궁여지책 속에 동물병원장의 끈질긴 요청으로 이 일을 맡게 된다. 강남의 왠만한 집 값을 호가하는 라마를 맡으면서 그는 자신이 처해져 있는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 보며 비관하기도 하지만 그 대가를 받는 순간 그는 쾌재를 부르며 다시 한번 인생 역전을 꿈꾸게 된다. 이대로라면 그는 재개는 물론 이전보다 훨씬 나은 삶을 보장 받은 셈이었다. 이런 계산이 끝나자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을 거리를 두게 된다. 이전에는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던 삼손과 미향은 이제는 더 이상 나와 어울리지 않는, 그저 내가 잠시 알던 사람으로만 치부하는 장면에선 은주와 같은 모습이 보였다. 은주를 그리워하며 품었던 미향도,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한 그에게 휴식처와 같던 삼손도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간 그를 보면서 풍족한 물질 속에 물들어 가며 변해가는 인간의 본성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노숙자로 전락하여 하루 몸 뉘일 곳을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그가 이제는 명품 슈트를 걸치고 우아하게 라마와 산책하며 뭍 여성들의 시선을 즐기는 그는 원래 그러한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구나 힘을 가지면 이렇게 변하게 마련일까.

 우린 우주의 존재거든. 우리가 죽어 재로 변하지만 우리의 질량은 우주 어딘가에서 다른 뭔가로 다시 나타난다고 생각해. 화장을 해도 마찬가지야. 습기나 다른 원소들로 우리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질량이 그대로 다른 곳에서, 아님 다른 우주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과정 중에 영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가 평소 살면서 가졌던 우리의 생각이나 정신, 각오, 희망, , 슬픔, 절망 그런 걸 질량으로 잴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난 그 개념들도 난 질량이 있다고 봐. 그 개념들이 영혼으로 환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느 날 그는 미향과 몽몽 원장의 오묘한 관계 속에 일그러진 욕망의 현장에서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모래알보다 가볍다 느낀 가족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 그리고 그 이후 들려오는 라마의 실종으로 그의 한줄기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한 권의 소설 속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마냥 웃어 넘기기엔 현실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그런지 보고 나서 되려 쌉쌀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 쓰디 쓴 인생이라 해도 그 안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참 많다. 달아나고 싶지만 그 굴레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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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하라 - 세계를 뒤흔드는 용기의 외침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우석훈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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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월가의 시위운동에 대한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맹신하고 그 틀 안에서 꽃을 핀 미국이란 경제 안에서 그것도 금융의 본가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위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가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그 속내가 궁금했는데 점령하라란 책을 통해서 그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책의 제목과 대략적인 목차를 보면서 월가 시위 운동의 당위성에 대해서만 재차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란 의문이 들었는데, 실제 책 안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 의해서 시위 운동 이외의 문제점이나 그들의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광범위한 문제들을 하나로 엮어 놓은 현 시대의 보고서 같은 느낌이다.

 자본주의 하에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이긴 하나 성장을 위해서는 두 눈 질끈 감고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라 생각했었다. 부득이한 희생으로 받아들였기에 간과하고 있었던 문제들을 이제서야 비로소 끄집어 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한 이래 미국의 실업난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로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빚만 늘어난 대학생들과 실직 혹은 구직 중에 길거리고 나앉은 사람들, 또 그 이외의 각기 다른 사유들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동일하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막기 위해 혈세를 동원하여 금융가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작 그들은 돈 잔치에 빠져있었으며 그 사이 99%의 서민들의 생계는 피폐해지고 위협받고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그들은 같은 분노로, 같은 마음으로, 같은 희망으로 하나로 만들고 있었다.

 1%를 위한 시위 운동으로 모였지만 비단 그 문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점령 공간에서 함께하는 사회 소수자들도 안전하고 공평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장면들은 그들이 가진 또 다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통역을 요청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통역사를 대동하여 그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성애자, 동성애자를 구분하기 전에 그들 스스로가 불려지기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불러야 한다, 점령 공간 안에서 드럼 연주를 하는 드럼 서클이 때론 소음으로 전락해 버릴지라도 그들 역시 점령운동에 동참하고 있음에 합의를 이끌어 내는 그들을 보면서 대다수의 의견 안에 존재하는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으레 통합시키려 하기 보단 하나하나의 뜻을 모으려 하는 태도는 매우 존경스러웠다.

 우리가 사는 게 이렇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자유를 갖고 잇죠.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빨간 잉크, 바로 우리의 비자유를 또렷이 말할 언어입니다. 우리가 자유를 말하도록 배운 방법은, 테러와의 전쟁, 뭐 그런거겠죠, 자유를 날조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여기에서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은 모두에게 빨간 잉크를 주고 있는 겁니다 -슬레보예 지젝

슬레보예 지젝은 이 현장이 단순한 축제로 치부하여 이 현장에 있었던 자기 자신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며 차후에 그래, 그때 멋있었지라는 생각으로 남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함께 하는 것 만큼이나 왜 이곳에 우리가 모였는지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그 뜻을 굽히지 않는 신념이 중요함을 나타내며 많은 사공들로 인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걱정하며 남긴 그는 이 운동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시위대 진압을 위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관한 행태가 SNS를 통해 전달되면서 현 사건뿐만 아니라 깨진 유리창 이론을 기반으로 유색인종들에 차별적 공권력 행사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오랜 동안 토론이 이어진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노숙자에 대해 그들이 토론하는 장면으로 대게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시위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원래 그 장소를 점령하고 있던 노숙자들이 시위대에겐 공공의 적이 되곤 한다. 공짜 음식과 공짜 담배를 얻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1%에 대한 시위를 펼치는 곳이므로 노숙자를 쫓아내야 한다는 의견과 노숙자로 보이는 자들에게만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를 묻고 그에게 시위에 참여를 요구하는 것 역시 하나의 월권이라는 의견들이 대립하면서 오랜 토론으로 합의를 도출하게 되는 장면에서 그들의 진득한 토론의식이 부러웠다.

 이익을 사람 위에 두고, 사리사욕을 정의 위에 두고, 억압을 평등 위에 두는 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1%의 기득권층을 향한 99%의 외침이 그들에게 제대로 전달 된 것인지, 그저 역사 속 사건 하나로 잊혀 질지는 차후에 밝혀지겠지만 우리 역시 언젠가 점령해야만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기에 이미 그 어려움을 겪어 본 그들의 고충을 한 번쯤 읽어보고 우리에겐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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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무엇인가 - 이대 석좌 교수·전 인권 대사 박경서의 교양학 강의
박경서 지음 / 미래지식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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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혹은 범죄자의 인권 침해 등 인권이란 말들은 뉴스나 신문에서만 접하는 뭔가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별 다른 관심이 없어서 인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 체감을 못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던 터에 이 책은 그 해답을 아주 쉽게 제시해 주었다.

 얼마 전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살해의 이유인 즉 자신의 아내가 이웃집 아내와 비교했을 때 한국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말다툼에서 폭력으로 번졌으며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는 아내를 목 졸라 죽였다는 것이다. 타국의 언어를 빨리 습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저버리게 하는, 그 무자비함이 한 켠에 자리 잡은 기사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단일 민족의 자부심이 팽배해진 나머지 타 민족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시선을 갖게 된 것일까? 수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편견은 깨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필요에 의해 그들을 수용하긴 했으나 우리 스스로는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그들에겐 그저 이 땅에 있는 것만을 허락하는 양가적인 모습이 현재의 우리인 것이다.

요 근래 크레파스를 써 본 적이 없어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살색살구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릴 때만 해도 얼굴을 칠하는 색은 그저 살색이라 자연스럽게 불렀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이주 노동자들의 요청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이 살색으로 명명된 그 하나의 색만을 사람의 색깔로 인식하여 다른 피부 색을 가진 자신들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자연스레 녹아 있던 것들이 그들에겐 또 다른 상처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들임을 알고 난 이후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았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냉소를 머금게 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의 대상이 유색인종에게만 대게 몰려 있다는 것이다. 백인에 대한 무한 신뢰와 선호로 그들에겐 친절을, 유색인종에 대해서는 폄하와 무시를. 대체 언제부터 이렇듯 색깔에 대한 계급이 나뉘어졌으며 그로 인해 편파적인 행태가 시작 된 것인지, 세계화 속에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굵직한 사건들의 나열만이 아닌 우리 생활 속에 곳곳이 자리 잡고 있는 일상 속에서도 타인의 인권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것은 비단 도덕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인권과 행복을 침해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너무나 당연히 받아왔던 두발이나 용모 규제 또한 인권의 문제 속에 포함되는 것이라 한다. 내가 그러한 시기를 지내왔음에 지금의 학생들도 자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하나의 형태였던 것이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외국인들의 시선에 비쳐진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연말이나 특정일자에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보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응당 법의 제도권 하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외국인들은 그 자체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술을 마셨으면 의례히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경찰이 나서서 이를 단속한다는 것 차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공권력의 힘을 빌어 이를 단속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보면 아직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인권 문화가 그다지 깊이 뿌리 내리고 있지는 않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에서 말한 인권의 특징은 태어날 때부터 갖는 것으로 누구에게 어느 경우에도 양도 할 수 없으며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임을 천명하고 있다. 나의 것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것 또한 존중하고 돌아봐야 그들과 나의 인권 모두가 존중 받을 수 있는 것임을 그리고 인권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자연스레 용해 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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