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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무엇인가 - 이대 석좌 교수·전 인권 대사 박경서의 교양학 강의
박경서 지음 / 미래지식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혹은 범죄자의 인권 침해 등 인권이란 말들은 뉴스나 신문에서만 접하는 뭔가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별 다른 관심이 없어서 인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 체감을 못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던 터에 이 책은 그 해답을 아주 쉽게 제시해 주었다.
얼마 전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살해의 이유인 즉 자신의 아내가 이웃집 아내와 비교했을 때 한국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말다툼에서 폭력으로 번졌으며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는 아내를 목 졸라 죽였다는 것이다. 타국의 언어를 빨리 습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저버리게 하는, 그 무자비함이 한 켠에 자리 잡은 기사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단일 민족의 자부심이 팽배해진 나머지 타 민족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시선을 갖게 된 것일까? 수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편견은 깨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필요에 의해 그들을 수용하긴 했으나 우리 스스로는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그들에겐 그저 이 땅에 있는 것만을 허락하는 양가적인 모습이 현재의 우리인 것이다.
요 근래 크레파스를 써 본 적이 없어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살색”이 “살구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릴 때만 해도 얼굴을 칠하는 색은 그저 “살색” 이라 자연스럽게 불렀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이주 노동자들의 요청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이 “살색”으로 명명된 그 하나의 색만을 사람의 색깔로 인식하여 다른 피부 색을 가진 자신들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자연스레 녹아 있던 것들이 그들에겐 또 다른 상처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들임을 알고 난 이후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았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냉소를 머금게 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의 대상이 유색인종에게만 대게 몰려 있다는 것이다. 백인에 대한 무한 신뢰와 선호로 그들에겐 친절을, 유색인종에 대해서는 폄하와 무시를. 대체 언제부터 이렇듯 색깔에 대한 계급이 나뉘어졌으며 그로 인해 편파적인 행태가 시작 된 것인지, 세계화 속에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굵직한 사건들의 나열만이 아닌 우리 생활 속에 곳곳이 자리 잡고 있는 일상 속에서도 타인의 인권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것은 비단 도덕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인권과 행복을 침해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또한 너무나 당연히 받아왔던 두발이나 용모 규제 또한 인권의 문제 속에 포함되는 것이라 한다. 내가 그러한 시기를 지내왔음에 지금의 학생들도 자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하나의 형태였던 것이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외국인들의 시선에 비쳐진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연말이나 특정일자에 음주운전 단속에 관한 보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응당 법의 제도권 하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외국인들은 그 자체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술을 마셨으면 의례히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경찰이 나서서 이를 단속한다는 것 차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공권력의 힘을 빌어 이를 단속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보면 아직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인권 문화가 그다지 깊이 뿌리 내리고 있지는 않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에서 말한 인권의 특징은 태어날 때부터 갖는 것으로 누구에게 어느 경우에도 양도 할 수 없으며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임을 천명하고 있다. 나의 것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것 또한 존중하고 돌아봐야 그들과 나의 인권 모두가 존중 받을 수 있는 것임을 그리고 인권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자연스레 용해 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