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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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의 아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롱한 눈을 보면 그 이외의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지저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때가 탄 증거일 것이다. 작가도 사진을 촬영 한 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아이의 눈 속 그 순수함.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을 듯한 촉촉한 눈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너의 눈을 보며 아직 순수함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구나. 예쁜 여자아이인줄 알았는데, 남자 아이란다. 네가 누구이든 나는 너를 통해 휴식과 같은 안락을 잠시 느꼈으니 그것만으로 고맙구나.





 땅 마을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해발 3 미터의 척박한 환경.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하늘마을 사람들의 삶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찍은 사진은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입니다. 나는 그들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았을 뿐입니다. –본문

 아이들은 언제나 이방인인 우리에게 환한 웃음을 건네 주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그 마음들. 나는 언제라도 누구에게 이러한 편안한 안식과 같은 웃음을 건네 준 적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그 아이들에게 그늘이 드리워지는 순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현재의 모습들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혹은 이전부터 내려온 관습이란 명목 하에 너와 내가 다름을 끊임없이 구분 지으려 한다. 다르다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그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기에 불필요한 언쟁이나 폭력 등이 난발하게 되며 그 순간의 우리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그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기만 한 오늘일 뿐이다.


불가천민으로 구분되어 있는 아이는 투명인간과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지어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매우 끔찍하게 생각한다. 그런 아이에게 일행은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손도 잡고 헤드폰을 씌워준다. 놀라운 광경은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불가천민인 것을 인식하고 있기에 일행이 손을 잡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다양성의 이해란 이름 하에 지켜져야 한다지만,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죄로 사람들 사이에서 무존재한 생명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아이는 철창의 쇠를 붙잡으며 울부짖는다. 언어가 다르지만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그 순간,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사람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너를 더 오래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본문

너도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란다. 책을 통해 만났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책 속의 만난 아이들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아이는 뭄타즈였다. 강렬한 눈빛으로 기억되었다고 남겨져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뭄타즈를 길에서 한 번 만나고 다시 이발소에서 만나면서 찍은 사진. 이 아이에 대해 많은 사연이 남겨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나서도 아른거린다. 아마도 저자와 같이 나도 이 아이의 강렬한 눈빛에 매료된 듯 하다.

나는 어느 곳을 여행하든 사람들과 함께 하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혼자 있으려 노력을 한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에도 그렇기도 하거니와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선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생각해보면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야 실시간으로 검색을 해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억은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내 기억이란 장소에 존재할 시간조차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순도리, 순도라라는 멋있다, 예쁘다의 네팔어는 이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잘 지내냐는 인사가 되고 잘 지내라는 마음을 담아 전달 된다. 사람과 만들어가는 소중한 인연들을 애초에 차단하려고만 급급했던 나의 지난 날의 여행들이 헛되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하늘마을 아이들의 사연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게 된 그는 제대로 갖춰진 것도 없는 열악한 환경을 보곤 그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알렉스 초등학교’. 부족한 것이 많다고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 누가 쉽게 사연을 듣고 바로 그 곳으로 달려가 줄 수 있을까. 눈 앞에 그 광경이 펼쳐져 있다고 하여 그 누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란 생각에 내 자신이 무한히 부끄러워졌다. 다 갖추고 나서, 아직은 아니라며 뒤에서만 관망하고 있는 내게 아이들과 그는 모두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알라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을사람 450명이 매일 다섯 번씩 당신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날마다 천사들이 나를 위해 2250번의 기도를 합니다.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본문

한 장의 사진으로, 한 번의 웃음으로, 한 장의 그림으로. 그들은 이 책을 잡고 있는 내내 내게 위로와 안녕과 행복을 함께 전달해 주었다. 별 다른 도구가 필요 없어도 오롯이 전해지는 그들의 마음이 나를 뜨겁게 해주었다. 책을 다 보고 난 후 꺼뭇하고 덥수룩한 수염이 있는 주인공이 멋있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배우고 또 나누며 그도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해 보였다. 아이처럼 행복하라, 이 주문이 내일의 나에게도 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 이름을 다 불러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사진을 꺼내보고서야 너희를 기억하는 것이 미안하다. 책상을 만들어주지 모해 미안하고 더 많은 선생님을 모셔 오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 손을 더 오래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더 꼭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희가 그토록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더 많이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부지런하지 못해 너희가 쓰는 말을 배우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그래서 너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말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너희가 나를 보고 웃어준 만큼 웃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나에게 행복을 가르쳐준 너희에게 고맙다고 일일이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나의 친구들에게 전한다. 아이처럼 행복하다. 하늘처럼 행복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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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파는 아이들 문학의 즐거움 37
린다 수 박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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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빈곤, 가뭄, 기아. 이 안타까운 현실은 왜 하필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움이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그들에게 더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계속 되는 것인지. 소설이라지만 현실을 오롯이 옮겨 놓은 이 책을 보며 다시금 쓰라림이 전해졌다.

아프리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식량 부족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누런 흙탕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에 동물과 사람이 함께 먹고 마시는 장면, 먹을 것이 없어 빈 바닥만 긁고 있는 아이들, 내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절망.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도 힘든 그 곳엔 핏빛이 가득한 오늘이 계속 되고 있었다.

니아는 오늘도 물을 길으러 발걸음을 옮긴다. 이 물이 있어야만 가족들이 살 수 있다. 작은 몸집의 그녀는 물통을 가져가는 것도 버겁지만 물을 길어 되돌아 오는 때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발에 상처가 나고 몸이 고되어도 하루도 쉴 수 없는 여정. 니아는 학교에 가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꿈꿀 수도 없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물을 길으러 이 길을 왕복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이전에도 몇 번 본적은 있으나 금새 또 잊어버리곤 했다. 가뭄이나 기아를 겪어 본적이 없기에, 나에게 지금 당장 닥친 현실이 아니기에 안타깝다 란 생각만 하곤 지워버리기 때문일 게다. 수돗물을 틀면 언제나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고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게 있는. 이런 풍족한 생활에 있기에 지구 반대편의 그들의 삶 자체를 이해한다기 보다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물이 부족하기에 물이 나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 두 부족간의 다툼이 끊이질 않고 그러한 다툼으로 인해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잃기도 한다. 아이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이동을 해야 하며, 물을 구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 따위는 없다. 살기 위해 물을 구하러 가지만 그 물로 인해서 또 병에 걸리게 되는 무한 도돌이표 같은 악순환의 고리 속에 엎친대 덮친 격으로 내전까지 발생한다.

이 내전으로 살바는 남수단에서 에티오피아, 케냐 그리고 다시 뉴욕 주 로체스터, 마지막엔 다시 수단으로 오기까지 십 여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 하에 한 걸음 한 걸음을 떼기 시작한 여정 동안 삼촌과 친구, 그리고 가족과 나라를 떠나 보내야만 했다. 그가 미국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으면서 알게 된 친 아버지의 소식. 하지만 그 소식을 듣고도 그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 고국에 돌아가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려 아버지를 만나지만 살바는 집으로 돌아 갈 수 없다. 자신의 가족을 두고 다시 돌아서야 하는 살바는 그는 자신의 나라인 수단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이름이 뭐니?”

그가 물었다.

니아.”

만나서 반갑다 니다. 내 이름은 살바야.”

그가 말했다. –본문

http://www.waterforsouthsudan.org/

 

깨끗한 물 한 모금에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마을의 공동 우물로 아이들에겐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며 더 이상 물로 인한 다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나라이며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 그 곳에는 아직도 니아와 살바가 살고 있다. 그들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이 고통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크다. 나의 일부가 그들에겐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살바 투드와 같이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가면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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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 -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한 예비 안내견들의 성장 일기
하우종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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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간의 시간 동안 안내견이 되기 위한 이들의 성장 기록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퇴근길 종종 마주치는 안내견이 떠오르면서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서 읽게 된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고 읽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매년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안내견협회(IGDF)가 지정한 세계 안내견의 날입니다. 안내견의 도움으로 세상 밖에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각 장애인 등에게 매우 뜻 깊은 날이죠.(중략) ‘세계 안내견의 날은 그 무엇보다도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P5

사실 이러한 날이 지정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내견 양성을 시작한 지가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아직까지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퍼트리고 있는 단계인 듯 하다.

대부분의 안내견들을 보면 리트리버종인데 이는 종의 특성상 기질과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 상태 등 많은 부분에서 안내견으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최초의 안내견은 독일 셰퍼드라고 하는데 리트리버종이 현재 안내견의 대표 주자가 된 만큼 셰퍼트에겐 사냥견이 더욱 잘 어울리나 보다. 리트리버 중 가장 대표적인 골든 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안내견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이 책에서 만나볼 7마리의 귀여운 꼬마 안내견들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이다.

안내견을 낳아 번식의 역할을 맡은 종견과 모견은 안내견 활동을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귀여운 7마리 예비견들의 엄마인 카미 역시 안내견의 모종으로서 안내견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수 많은 노력이 동반된다고 한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음에도 모성이란 언제나 자식 앞에선 무한히 발휘되는가 보다. 태어난 새끼들의 온 몸을 핥아 체온을 높여주고 배변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엉덩이를 핥으며 도와주고, 정말 어미개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게다.

아직 눈도 못 뜬 7남매는 태어나서는 보통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란다. 이 귀여운 녀석들이 장차 안내견이 되기 위한 수 많은 교육을 받게 될 아이들이라니. 마냥 귀여워만 보인다.

.태어나서 2주 정도가 되면 눈을 뜨는데 그 때부터 목줄 훈련과 배변 훈련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제 겨우 눈을 뜬 녀석들인데 훗날 안내견이 되었을 때 어색하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미리서부터 준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강아지계의 조기 교육 같은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빠른 시기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구나 란 생각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어린 7남매가 첫 외출 하는 날. 새로운 것들에 신나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낯선 환경이 무서워서 주저앉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시간이 가지고 달래며 슬그머니 첫 발을 떼어 나가는 모습에선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 계속 눈길이 갔다. 이 작은 아이가 한 사람의 눈이 되어주고 항상 곁을 지키는 듬직한 아이가 되는 첫 발걸음. 하지만 아직은 너무 작게만 보인다.

퍼피 코트를 두른 아이들의 모습. 안내견으로 성장하기 위해 저는 공부중입니다.”란 빨간 망또 같은 코트를 입고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을 알고나 있을까? 사진 찍는 동안 기다리며 졸려서 눈을 감는 7남매가 마냥 귀엽게만 보인다.

퍼피워킹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두실 것은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든 칭찬받고 사랑받는 훌륭한 품행을 갖춘 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P131

태어난 지 7주가 지나면 강아지들은 1년간 일반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른바 퍼피워킹으로 안내견이 되기 위해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난생 처음 자동차도 타보고 마트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경험하게 된다.

안내견은 무조건 똑똑하기만 한 개가 아니라 항상 사람과 함께 걸어가기 위해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개라는 것이지요.-P245

그 중에서도 보행 연습을 가장 중요시 한다고 하는데 사람 보다 한 발 앞서서 걸으며 사람과의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것은 안내견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건널목 끝을 가로막고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인해 안내견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어요. 차량 운전자들에게 제발 지정된 곳에만 주차해주십사 당부하고 싶어요. 안내견이나 시각장애인이 다니기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 많거든요.-P276

개는 색맹이다. 색을 구분할 수 없기에 신호등 앞에서는 시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길을 건너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좌우를 살피고 주변의 차들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선 길을 건너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계속된 훈련이 필요하다. 그들이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우리의 작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안내견에 대한 나의 가장 큰 오해는 그들이 너무 힘들고 불쌍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사람을 지키는 임무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 테고 그로 인해 다른 반려견들 보다 수명 또한 짧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철저히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해였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받는 모습을 보며, 안내견은 너무 불쌍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들에게 훈련은 곧 놀이입니다. 훈련견들이 훈련사의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비슷한 동작들을 반복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 일이란 아주 즐거운 놀이의 하나예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훈련견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살짝 지켜봐주세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중략) 많은 관심과 사랑속에서 건강 관리도 잘 받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리트리버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오해가 풀려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보다 넓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P284

안내견의 교육을 통해 실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3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안내견을 보며 사람도 저렇게 하기 힘들텐데, 한결같이 시각 장애인들의 곁에 있어주는 안내견들이 참 고맙기도 하고 사람을 대신하여 그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때론 미안하기도 하다. 언젠가 길에서 만나게 된다면 또 혹하여 어루만지고 싶겠지만 마음속으로만 깊이 응원만 해야겠다.

너무 고마워, 언제나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우리나라는 아직 안내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고 몸집이 큰 개가 사람들 사이에서 다닌다는 사실 자체를 언짢아하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안내견은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는 개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고 굳이 싫어하는 티를 내기 보다는 가볍게 피해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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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유랑단 - 255일, 세계 24개 도시, 8770그릇, 100번의 비빔밥 시식회 성공 스토리
비빔밥 유랑단 지음 / 담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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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대명사인 청춘의 수식어를 뒤따르는 도전이란 단어는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 그것을 실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은 들어가기에 급급한 대기업에서 나름 인정도 받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무작정 비빔밥을 알리러 세계로 나가보겠어라고 한다면, 그들의 지인들이나 가족들이 했던 것처럼 배가 불렀구나, 미친 짓이야혹은해보지 않았기에 마냥 혹하는 것이야, 현실을 즉시해라며 말리느라 진땀을 뺐을 것이다. 어찌됐건 그들은 누구의 요청이나 외압이 아닌 그들 스스로 이 험난한 여정을 진행했으며 그 결실의 보고로 이 한 권의 책을 내게 던져주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행복한 반란이긴 하다. 사직서를 던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리라는 환상의 달콤함은 언제나 머리 속에서만 이뤄지는 공상일 뿐이야 라고 단정짓고 있는 내 앞에 그들은 그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만다. 확고한 목표가 정해지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지 라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그들이 일단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며 무모하단 생각뿐이었다.

분명 의도는 좋은 것 같은데….. 제가 그 동안 전혀 고민해 보지 않았던 분야라서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진정성이 없는 목표가 의미가 있을까요?”

김장훈도 태어났을 때부터 기부를 밥 먹듯이 하고 독도 문제를 가지고 절규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다 보니까 의미를 찾고 그 중요성도 깨닫게 되면서 더욱 간절하게 몰두하는 거 아니겠어요? 진정성은 그 과정 속에서 찾아 나가면 돼요.”-P36

대부분을 자비로 그리고 서경덕 교수님의 도움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부터 시작해서 유럽, 미국을 통해99번의 비빔밥 홍보를 이뤄낸다. 아무리 머리 속에서 그려본 장면들이라 할지라도 실제 눈 앞에 펼쳐지게 되면 현실과 상상의 괴리감이 발생하듯 처음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과연 그들이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가는 여정 속에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마다 성장해나가는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우리 것이 좋으니 한 번 해보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 함께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74



한국인이기에 너무나 익숙한 비빔밥은 세계의 무대 위에서는 그저 낯설고 신기한 음식일 뿐이다. 그 나라들만의 문화가 있기에 우리의 것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만을 바라기 보단 그 곳의 문화를 융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에서는 계란을 빼고 파프리카로 대체하고 체코에서는 무를 콜라비로 대체하고, 샐러드를 자주 먹는 유럽인들에게는 먹는 방법부터 처음부터 알려줘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필요했다.

사진 속 커플의 여자처럼 뭔가 미덥지 못한 그들에게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와준 그들에게도 비빔밥 한 그릇을 통해 세계 속의 조화와 화합에 대한 장을 이어나갔다. 누가 시켜서 한 것들이라면 중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공통분모가 별로 없는 다섯 사람이 모여 수 많은 제약들을 뒤로하고 24개 도시에서 8,870 그릇을 나누는 동안 그들 나름대로 마찰도 있었으나 그들이 선택한 길이었기에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이 그들에겐 끊임없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관광을 위한 여행이 아니기에 설렘보다는 걱정을 안고 떠난 그들에게 세상은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결실을 던져 주었다. 건강한 슬로푸드면서 먹을 때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비빔밥에게도 일본의 스시, 베트남의 쌀국수와 같은 세계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이 터진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한식의 세계화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나 한국적인 한식만을 고려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이들의 무모한 시도가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어른들보다 낫지 않아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조건 남들이 하는 것 따라하고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어른들보다 추운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지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저 아이가 어른들보다 마음의 키가 훨씬 더 커 보이네요.” –P179

도전은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힘은 있으나 그를 기반으로 향해 가기엔 용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럴싸한 스펙을 한 줄 채우기 위해,지금의 나에 만족하기에, 지금 나이에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주저 앉아만 내게 그들의 방랑은 위대하면서도 부럽기만 하다. 막상 나에게 기회를 주어도 내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갈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내게 남겨준 당신이 만들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란 조언을 곱씹어보며 나를 위한 무언가를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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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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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대의 계급을가리키는 라틴어로 잘 정돈된, 품위 있는, 영구적이며 모범적인이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 예술사에서 고전주의 시대를 뜻하는 말로 클래식이 사용되다가 지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영역까지 아우르게 된 것입니다. -P247

음악의 아버지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세계 3대 교향곡은 베토벤의 운명’, 차이콥스키의비창’,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 음악을 글로 배운 나에게는 클래식이란 제목부터 왠지 내가 범접해서는 안될 곳을 탐하는 느낌에마냥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을 위한 클래식에 내가 침범해서 흐트러트리는 것은 아닐까, 클래식이라 하면 멋지게 차려 입고 웅장한 장소에 모여서만 들어야 하는 것이란 생각에 왠지 까탈스러울 것이란생각을 안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1악장 스타카토처럼 경쾌하고 활기차게

2악장 안단테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3악장 비바체처럼 열정적으로

4악장 칸타빌레처럼 흘러가듯이

4악장의 큰 틀을 기반으로 50여개의 부재로 이루어진 내용은 걱정만큼어렵지 않았다.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는데 평소 출퇴근 시간에책을 보거나 잠들이 전에 책을 보곤 했다면 이 책만큼은 컴퓨터 책상 앞에서 책을 펼쳐 보았다. 이유인즉 읽다 보면 저자가 느꼈다는 그 음악들이나 음악가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기에 검색을 통해 부가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들어보고 하는 제 2의 학습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으로 클래식을 읽기에는 뭔가부족한 느낌이라 소개된 내용과 관련해서 CD라도 첨부되어 있으면, 하는바람을 가졌다. 하지만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만 하나에 50여분가량,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한 곡을 연주하는데 1시간반 가량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모든 것을 다 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란 이해와 이렇게라도 찾아보게 하는 재미에도 점차 빠져들며이 책 한 권이 새삼 클래식이란 장르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음악에 대해선철저한 문외한인지라 소개된 대부분의 음악가들이나 곡들에 대해 처음 접해보거나 들어는 봤으나 실제 누가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허다했다. 지휘자의 시대라 명명하는 20세기의 가장 큰 영향을미친 카라얀이 그러했고, 그가 소프라노 조수미를 발탁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수미가 밤의 여왕을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프라노라는 사실에 그 음악을 찾아보며, 많이 들어오긴 했었는데이게 밤의 여왕 아리아였구나 라는 것을 보면서 정말 알고자 하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구나 란 현실이 부끄럽게만 다가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말처럼 배우고 나니 그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 그저 음악으로 들을 때는 좋은 멜로디구나, 웅장하다 그도 아니면 잘 모르겠다 이런 느낌만 받았다면 이 책 안에는 그 음악이 나오는데 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담겨 있다. 화려한 결과물 뒤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며 , 이런 의도였구나.’ 를 전달해 주며 자연스레 그 작품에 관심을 유발하는방식이라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학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집에 돌아가고싶어했던 악사들을 위해 2주만에 만들어진 하이든의 고별교향곡이나 아일랜드 여배우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음악사에서의날라리 벌이라 할 수 있는 베를리 오즈가 만든 환상 교향곡’, 불면증을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 폭격으로목숨을 읽은 22명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연주되었던 알비노닌의 아다지오’, 음악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었던 차이콥스키의 비창’.

이전에 보았다면그저 스쳐지나 갔을 음악들이건만 그 내용들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책 안에만 가둬둘 수 만은 없었다. 하루아침에 클래식이란 세계를 섭렵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어떻게 접해야 하는 나침반을 손에 쥐었으니 하나씩 하나씩 좀 더 알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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