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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클래식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대의 계급을가리키는 라틴어로 “잘 정돈된, 품위 있는, 영구적이며 모범적인’이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 예술사에서 고전주의 시대를 뜻하는 말로 ‘클래식’이 사용되다가 지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영역까지 아우르게 된 것입니다. -P247
음악의 아버지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세계 3대 교향곡은 베토벤의 ‘운명’, 차이콥스키의‘비창’,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 음악을 글로 배운 나에게는 클래식이란 제목부터 왠지 내가 범접해서는 안될 곳을 탐하는 느낌에마냥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을 위한 클래식에 내가 침범해서 흐트러트리는 것은 아닐까, 클래식이라 하면 멋지게 차려 입고 웅장한 장소에 모여서만 들어야 하는 것이란 생각에 왠지 까탈스러울 것이란생각을 안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제 1악장 – 스타카토처럼 경쾌하고 활기차게
제 2악장 – 안단테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제 3악장 – 비바체처럼 열정적으로
제 4악장 – 칸타빌레처럼 흘러가듯이
4악장의 큰 틀을 기반으로 50여개의 부재로 이루어진 내용은 걱정만큼어렵지 않았다.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는데 평소 출퇴근 시간에책을 보거나 잠들이 전에 책을 보곤 했다면 이 책만큼은 컴퓨터 책상 앞에서 책을 펼쳐 보았다. 이유인즉 읽다 보면 저자가 느꼈다는 그 음악들이나 음악가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기에 검색을 통해 부가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들어보고 하는 제 2의 학습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으로 클래식을 읽기에는 뭔가부족한 느낌이라 소개된 내용과 관련해서 CD라도 첨부되어 있으면, 하는바람을 가졌다. 하지만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만 하나에 50여분가량,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한 곡을 연주하는데 1시간반 가량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모든 것을 다 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란 이해와 이렇게라도 찾아보게 하는 재미에도 점차 빠져들며이 책 한 권이 새삼 클래식이란 장르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음악에 대해선철저한 문외한인지라 소개된 대부분의 음악가들이나 곡들에 대해 처음 접해보거나 들어는 봤으나 실제 누가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허다했다. 지휘자의 시대라 명명하는 20세기의 가장 큰 영향을미친 카라얀이 그러했고, 그가 소프라노 조수미를 발탁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수미가 ‘밤의 여왕’을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프라노라는 사실에 그 음악을 찾아보며, 많이 들어오긴 했었는데이게 밤의 여왕 아리아였구나 라는 것을 보면서 정말 알고자 하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구나 란 현실이 부끄럽게만 다가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말처럼 배우고 나니 그에 대한 관심이 생기더라. 그저 음악으로 들을 때는 좋은 멜로디구나, 웅장하다 그도 아니면 잘 모르겠다 이런 느낌만 받았다면 이 책 안에는 그 음악이 나오는데 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담겨 있다. 화려한 결과물 뒤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며 ‘아, 이런 의도였구나.’ 를 전달해 주며 자연스레 그 작품에 관심을 유발하는방식이라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학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집에 돌아가고싶어했던 악사들을 위해 2주만에 만들어진 하이든의 ‘고별교향곡’이나 아일랜드 여배우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음악사에서의날라리 벌이라 할 수 있는 베를리 오즈가 만든 ‘환상 교향곡’, 불면증을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 폭격으로목숨을 읽은 22명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연주되었던 알비노닌의 ‘아다지오’, 음악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었던 차이콥스키의 ‘비창’.
이전에 보았다면그저 스쳐지나 갔을 음악들이건만 그 내용들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책 안에만 가둬둘 수 만은 없었다. 하루아침에 클래식이란 세계를 섭렵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어떻게 접해야 하는 나침반을 손에 쥐었으니 하나씩 하나씩 좀 더 알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