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무의식 -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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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무의식이라 하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어떠한 행동을 할 때 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요 근래에 읽었던 무의식에 관련된 책들은 프로이트나 융에 의해서 쓰여졌던, 이미 몇 십여 년 전의 그들이 말하는 과학이지만 그것이 진리라고 알고 있었기에 얼마 전까지도 무의식 하면 프로이트와 융의 무대로만 알고 있었다.

과학이라는 것은 발전을 통해 이전의 진실이 다른 현상의 발달로 인해 다시 뒤집히곤 하다. 원자와 전자가 최소한의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배우고 그것이 진리라 알고 있던 시간이 지나 원자와 전자보다 더 작은 물질인 쿼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해 들었다. 소립자의 복합 모델에서의 기본 구성입자의 한 종류인 쿼크가 과학의 진보를 통해 발견되었듯이 그 동안 베일에만 가려져 있었던 무의식이란 세계는 시대의 혁신으로 인해 뇌 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깊게 들어가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의식이란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꿈을 기반으로 하여 분석하려 하였다. 내가 의식할 수 없으나 갈망하고 있는 것들이 꿈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았기에 혹은 일상생활 중에서도 무의식 중에 튀어나오는 언어나 행동들을 기반으로 하여 분석함으로써 무의식을 해석하는 것이었기에 그 근본에 대해 정확하게 집어낸다기 보다는 결과를 통해 원인을 유추해 가는 방식들이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일반적인 유추가 아닌 무의식의 발원인 뇌에 대해 직접적인 관찰이 가능하게 되며 무의식은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탐구가 가능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게 된다. 뇌영상을 분석할 수 있는 fMRI을 통해서 신경과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전 시대의 무의식과 구별되는 새로운 무의식이라는 영역이다.

사람의 몸무게의 5% 남짓 차지하는 뇌의 존재는 그 퍼센트가 차지하는 숫자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생을 결정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부위 중 하나이다. 영장류 중의 최고의 지능을 가진 인간이라는 종이 동물들과 구별되는 것은 고도의 지능을 가진 이 뇌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의 기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진화 과정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이라 한다.

무의식이라고 하면 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며 무의식이라는 세계가 너무도 많은 것들을 내 안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의식하는 부분이 10% 남짓이고 그 이외의 부분이 모두 무의식의 세계이며 그 잠재적인 무의식의 상태가 현재의 나의 행동이나 생각을 통제하고 있었다.

내가 배웠던 경제학만 하더라고 인간은 합리적이다, 라는 명제를 전제로 배웠던 것이었지만 행동경제학의 발견으로 통해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실제의 모습이라는 것은 대략 들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실제 뇌를 통해서 보는 인간의 모습을 바로 바라보게 되자 그 순간만은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며 내가 보았다고 믿었던 것들, 혹은 내가 경험했다고 하는 것들 조차 뇌라는 영역을 통해서 조작되고 변형되는 것들이라는 사실. 그것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들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아, 이것이 현재의 진리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뇌과학은 요즈음에서야 뜨고 있는 분야라고 한다. 우주와 같이 거대하지만 우리가 알고 발견한 것은 아직도 1% 남짓의 것과 같이 뇌 역시도 그 무한대의 가능성과 기능들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그 분야에 대해 알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와도 같다.

아직은 미지의 세계이지만 지극히 존재하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 어려울 것만 같았지만 쉽게 풀어져 있는 이 뇌과학이 너무도 재미있으면서도 계속 알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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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 남경태의 48가지 역사 프리즘
남경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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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와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 전자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도 상의 오른편 구석에 위치하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지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보거나 혹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를 보면 대다수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중심에 있는 지도를 만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발행되는 지도의 대다수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라고 한다.

 지구는 둥글기에 앞으로 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동요의 가사와도 같이 어느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목적이기에 정확하기만 하면 되지 어디를 중심으로 두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느냐, 라고 위의 이야기를 일축할 수도 있지만 이 지도 한 장에도 세상을 보는 눈이 편향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에 단지 한 장의 지도라고 가볍게 볼 수 많은 없는 노릇이다.

 세계사, world history라는 명칭에 걸맞게 세계의 역사를 말한다. 현재 지도상에 존재하는 국가도 있고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나라들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세계사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그들의 역사를 논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세계사라는 이름 하에 우리나라를 뺀 다른 나라들의 역사를 묶어 배우고, 우리나라의 역사는 국사라는 이름으로 배우고 있기에 세계사 속에서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엮어서 함께 배우기 보다는 이분적으로 나뉘어 세계사와 국사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 자체에도 문외한이기에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는 있으나 그 전후 상황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기에 제대로 공부를 해 봐야지, 하는 갈망은 항상 품고 있었다. 다만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만 하는 찰나 제목만으로 동하여 냉큼 마주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정치, 사회, 국제 등 분야별로 나뉘어서 세계사가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 접목시켜 현 시점의 이야기들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사는 세계사고 국사는 국사다, 라는 식이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이야기까지 오게 되는.

아마, 타국의 저자였다면 세계지도 속의 일개 작은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그의 세계사 속에 몇 번이나 등장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절로 고개를 흔들게 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저자가 쓴 세계사이기에 세계 속의 우리나라를 친절하게 엮어 설명하고 있었다.

 민족주의가 나쁘다면 조국과 민족을 사랑해서는 안 되는 거냐고?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은 당연히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민족주의는 감성적 애국심과는 달리 역사적 이념이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독일의 정치가인 요하네스라우는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애국자는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민족주의자는 남의 조국을 경멸하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의 집단주의적 민족주의는 애국심인지, 미시적 파시즘인지 한번 따져봐야 할 때다. –본문

 위의 그의 충고와 같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문체를 보며 그가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라는 것에 제고할 여지가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 과거의 역사적 시선을 기반으로 한 의식 깊이 뿌리 잡힌 것들이라 하더라도 폐단일 경우에는 일침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한반도 문명의 개방성은 고려 시대까지도 대체로 유지되었으나 조선에 접어들어 크게 달라진다. (중략) 이런 소중화 관념은 17세기에 만주족이 중국 대륙을 정복하면서 크게 강화되었고, 심지어 지구상에 문명국가는 조선밖에 없다는 병적인 양상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19세기에 외부로부터 강요된 개항과 개방에 직면하자 방어적 민족주의가 형성되었고, 여기서 허구적인 단일민족의 관념과 순혈주의 같은 독소적 이데올로기가 지배 세력만이 아니라 일반사회에까지 확산되었다.

 거주 외국인 수가 100만명이 넘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다문화에 대한 부지와 배척이 강력하게 온존하는 이유는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본문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다. 하지만 과연 나는 역사라는 것을 배우며 그 내용들을 통해 오늘날의 세상을 들여다 보려 했었나? 라는 질문을 내 스스로 던지게 된 것을 이 책을 통해서였다. 이미 지나간 역사이기에 그저 하나의 상식 만으로 알아두려 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게도 하고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접근 방식, 예를 들자면 역사에 있어서 기후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들은 읽으며 참신하다, 라는 생각과 하나의 역사라 하더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들도 배우게 되었다.

 중요한 부분마다 포스트 잇으로 표기하는 습관 때문에 이 책에는 알록달록한 네임택이 잔뜩 붙여졌다. 책의 내용을 통해서 자연스레 역사적인 사건들을 찾아보게 되고 그를 통해서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한 번 바라보고, 또 나만의 조합으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단 한 권이지만 책을 통해서 꽤나 많은 자료들을 출력하고 읽어보고 포스팅 해 두게 된다. 부담 없이 시작하여 끝날 무렵에는 꽤나 두둑해지는 세상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책. 나와 같이 역사를 알고 싶으나 방대한 양에 먼저 압도되었던 이들이라면, 읽어보라 강력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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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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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모으는 대에 재미를 붙인 요즘. 서재 한 켠에 늘어나는 책들을 보며 내심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우두커니 서서 책장의 책들을 훑어 내려가면 아직 읽지 않은 책, 한 번 읽은 뒤 다시는 펼쳐보지 않을 책,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몇 번은 더 읽고 싶은 책으로 다시금 머릿속에 정리가 된다.

 보통의 존재, 이 책은 바로 마지막에 해당하는 책 중 하나이다. 책 장에서 볼 때마다 반가우면서도 ‘아, 이 책이 있었지.’ 하며 존재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 말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둘러보는 도중에 그저 제목만으로 동하여 구매했던 것인데 이럴 때 보면 제목만 보고 구입하는 충동구매의 나쁜 습관마저도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참 고마운 책이다. .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소박하면서도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바람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세월이라는 시간 안에 편승하여 가면 갈수록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평범하게 보통의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지만 과연 자신이 남들이 바라는 보통 사람으로 산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 틈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힘겹게 오늘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심심하게 위로를 해 준다.

 펑펑 울고 있는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울음이 그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는 연인과 같은 책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울지마, 라며 함께 울어주거나 괜찮아, 라며 힘껏 안아주는 것과는 또 다른 위로의 방식으로 소극적인 듯 하지만 그 어떠한 것들보다도 위안을 주는 것 중 하나다.

 표지마저도 마음에 들었던 이 책을 넘겨 저자의 양력을 보면 ‘1971년생, 나이 탐험가.’ 라는 단 두 줄만이 기입되어있다. 수 많은 수식어와 함께 등장하는 그의 삶의 이력이 아니라 그 자신이 바라보고 살고 싶은 모습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소개를 보면 처음 봤을 때도 그러했듯이 항상 웃음이 난다.  

 나중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남성 3인조 밴드인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라고 한다. 그가 가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그의 노래를 찾아 들어보지 않았다. 이 책 안에서 만났던 나이 탐험가이자 저자인 그의 모습 이외의 다른 모습의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을뿐더러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환상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라는 소유욕도 그 나름의 이유인 듯 하다.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어제는 능룡이랑 오랜만에 차를 마셨다. 최근 근황을 묻다가 요즘 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길 하는데 능룡이가 또 내가 싫어하는 얘길 하는 바람에 울컥했다.

 "내가 쫌만 어렸어도 해봤겠지만 ... "

 능룡이는 올해 서른 두 살, 나하고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가끔, 그래는 너무 쉽사리 조로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인가 춤을 배워보고 싶은데 아쉽다고 하더라. 옛날부터 배워보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난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가서 배우면 되지 무슨 시기를 놓쳤다는 거야?"

 그러나 능룡이는 수긍하지 않는다. 서른 두 살이라는 나이가 춤을 배우기엔 이미 늦었다고 단정 지어버린 것이다.

 아... 그건 정말 아니야 능룡아. 몇 번을 말해줘야 되니.

나도 서른이 될 무렵엔 이대로 젊음이 끝나버리는 줄 알았지만 삼십 대가 되었다고 해서 못 해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본문

29과 30의 경계에서 방황의 풍랑 속에서 혼자 꼬꾸라져 가고 있을 무렵 “너무 빠르게 조로하지 말라” 는 그의 담담한 충고는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찾은 한 줄기 스며드는 빛과 같은 느낌이었다. 별거 아냐, 지나고 나면 다 나아지더라. 라는 매번 들어오던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좀 더 폐부를 찌르는 것으로 1년이라는 시간의 갭을 마치 몇 백 년의 시간을 뛰어 넘는 듯한 착각에 빠져 ‘이제 너무 늦었어 혹은 너무 늙어버렸어’라며 덩그러니 서른이라는 나이만 내게 남겨 져 있다며 책망하고 있는 순간 ‘대체 뭐가 그렇게 늦었다는 거니? 아직 넌 늦지 않았어, 네 나이보다 그렇게 먼저 늙어 버릴 필요는 없다고.’ 나지막하지만 가슴 깊이 울리는 충고를 너무도 담담히 던져주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으며 다시 한 번 기운 내어 일어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오늘처럼 또 다시 우두커니 책 장 앞에서 ‘무얼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려나.’ 라는 고민을 하며 서성일 것이다. 아마 그때도 또 다시 이 책을 발견하고서는 지긋이 웃고 있지 않을까. 언제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는 책장 안에서 담담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보통의 사람들처럼 보통의 내일을 위해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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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맞잡으면 따스하다
야마모토 카츠코 지음, 유가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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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이른바 사회가 정해준 성인이라는 경계선을 떠나 철이 든 순간에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그렇다면 나는 철이 들었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그러니까 내 스스로 어른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한 그 이후부터 어른'화'가 되기 위해서 또 그들과 같은 어른의 세계에 편승하려 고군분투하며 지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사진 속에 웃고 있는 나를 볼 때면 혹은 어디에선가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따라 함께 웃으려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더 이상 그 때 처럼 순수하지 많은 안구나, 라는 생각과 잠시동안이라도 그 동심을 돌아가고자 하는 나를 마주하면서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라는 안도감과 또 그 만큼의 서운함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아이와 같은 동심을 간직한 사람. 주변의 아이들 덕분이라 겸손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녀를 만나는 내내 나는 내 모습을 재차 다시 바라보게 된다.

 어릴 적 담배를 피우시는 아빠를 보면서 '아빠, 왜 담배연기는 코랑 입으로는 나오면서 눈으로는 안나와?' 라고 이야기하던, 무엇을 보던지 그 안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더 이상 이런 질문을 하지 않고 가슴 아픈 이야기 앞에서도 그 잔상을 오래 안고 있지 않는다. 감정을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한 순 간 내 마음을 통해 여과 시켜 버리는 것이다.

 지진이 난 현장에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보며 그 아이에게 밥을 전해주고 싶다며 울며 전화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함께 눈물 짓는 그녀를 보며, 자폐아의 특성상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 경우 평생을 이야기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기에 고된 노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이제 자신의 욕심이라며 자식에게 더 이상 말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엄마'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학생을 보며 웃음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다행이도 나는 아직까지는 그녀가 말하는 행복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우주이자 그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자폐아가 아닌 그들만의 더 특별한 재능을 하나씩 더 안고 있다는 특별한 아이들을 통해 그녀 역시 특별한 어른으로 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나가는 하나의 에피소드이자 타인의 이야기로만 치부하며 살아왔을 그녀와 아이들의 이야기는 책이라는 활자를 통해 다시금 나의 오늘에 밝은 빛을 투영시키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 꽉 맞힌 나만의 세상에 살고 있었던 것일까. 자폐라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 불쌍하다 라는 생각을 하는 내게 과연 진정 안타까운 삶을 흘러보내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을 보며 그들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으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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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 한국경제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김승식 지음 / 끌리는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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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갓 입학한 신입생 당시 내가 선택했던 학부의 방침에 따라 경제원론이란 전공 기초를 수강하게 되었다. 경제학과와 국제통상학과가 통합되어 있었고 2학년이 될 때 전공 기초의 수업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전공을 선택해야 했기에 전공 기초이기는 했으나 앞으로의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듣지 않으면 안되는 과목 중 하나였다. 그 당시의 기억을 되집어 보면 수 많은 그래프들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통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가에 하는 거시적인 입장과 고전적인 경제 원리들을 배우게 되었는데, 실상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알고 있는 경제란 그 책을 통해 배웠던 멘큐의 경제학이 전부였다.

  대학생 내내 경제신문이나 뉴스를 살뜰히 챙겨보거나 찾아보지 않았기에 경제라는 그 분야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외한인, 동떨어진 세상인 냥 관망하고 지내왔다.

 경제, 라는 이 두 글자에 관심을 갖게 시작한 것은 사회에 나가게 되면서 인 듯 하다.

 그간 부모님의 용돈을 받아서 혹은 간헐적으로 과외를 하며 모았던 것들이기에 나의 주머니 사정은 풍족하지는 않다지만 별 다른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기에는 문제가 없었고, 그런 환경 덕분에 경제는 그저 타인들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사회에 나가 일을 하고 월급이라는 것이 통장에 들어오고부터 뒤늦게나마 경제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유럽 경제 위기, 3차 양적 완화, 위안화 환율 등 타국의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매일 뒤흔들고 있다. 오뚜기처럼 서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불어닥치는 거친 파도에는 어김없이 뒤뚱거리며 오랜 시간 동안 그 파장은 이 나라의 사회, 경제 전반적으로 휴유증을 남기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년 성장은 하고 있고 국민소득은 2만불을 넘은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경제는 여전히 불안정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자체의 경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 주변 그 누구도 이전보다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보다는 더욱 살기 힘들어 지고 있다는 푸념들만이 들려오고 있다.

 20-50클럽에 가입되어 있기에 대한민국, 어느 정도 성공이라는 자리매김을 했구나 라고 판달 할 수 있겠지만 그 안의 개인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울상만 짓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바로 이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이런 것인가? 에 대한 물음과 그 대답이 바로 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GDP라는 숫자에 담겨 있는 통계가 보여주는 한계와 그 숫자를 통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현상, 외환위기 이후 점차 소득불균형 현상으로 인해 점차 계층간의 차이가 통계와 수치로 나타나 있다.

 부동산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하우스 푸어들이 되어가고 있는 반면 상위 30%의 자산가들은 더욱 거대해 지고 있는 구조의식. 대기업들의 고용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생산라인들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 속에서 그들의 주식은 외국인들의 손 안에 들려있다.

 대기업을 위한 정책들이 봇물 넘치는 순간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영세한 자영업자로 전락하고 있고 GDP는 상승하고 있을 지언정 실제 그 안의 개개인들은 점차 굶주리게 되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들이고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에 대해 읽으면 읽을 수록 답답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과연 누구의 나라인지에 대해 반문하게 되며 문제는 이러한 류의 책들이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것이 우리가 사는 이 곳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의 반증이기에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오랜동안 경제에 손을 떼고 있던 내가 읽기에도 쉽고도 단어 하나하나를 잡아주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쉬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덕분에 너무 잘 이해해서 죄 없는 이 책을 내려놓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바라건대 이 책이 성공한 국가안에 불행한 국민에 대한 마지막 보고서가 되었으면 한다.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이 많기에, 책 몇 십 페이지에 쓰인 해결 방안을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수 많은 시행착오가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이 문제의 근본을 알고 찾아가다 보면 그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테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꾸준히 지켜보며 이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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