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 남경태의 48가지 역사 프리즘
남경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와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 전자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도 상의 오른편 구석에 위치하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지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보거나 혹은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를 보면 대다수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중심에 있는 지도를 만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발행되는 지도의 대다수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라고 한다.

 지구는 둥글기에 앞으로 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동요의 가사와도 같이 어느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목적이기에 정확하기만 하면 되지 어디를 중심으로 두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느냐, 라고 위의 이야기를 일축할 수도 있지만 이 지도 한 장에도 세상을 보는 눈이 편향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에 단지 한 장의 지도라고 가볍게 볼 수 많은 없는 노릇이다.

 세계사, world history라는 명칭에 걸맞게 세계의 역사를 말한다. 현재 지도상에 존재하는 국가도 있고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나라들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세계사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그들의 역사를 논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세계사라는 이름 하에 우리나라를 뺀 다른 나라들의 역사를 묶어 배우고, 우리나라의 역사는 국사라는 이름으로 배우고 있기에 세계사 속에서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엮어서 함께 배우기 보다는 이분적으로 나뉘어 세계사와 국사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 자체에도 문외한이기에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는 있으나 그 전후 상황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기에 제대로 공부를 해 봐야지, 하는 갈망은 항상 품고 있었다. 다만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만 하는 찰나 제목만으로 동하여 냉큼 마주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정치, 사회, 국제 등 분야별로 나뉘어서 세계사가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 접목시켜 현 시점의 이야기들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사는 세계사고 국사는 국사다, 라는 식이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이야기까지 오게 되는.

아마, 타국의 저자였다면 세계지도 속의 일개 작은 한 조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과연 그의 세계사 속에 몇 번이나 등장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절로 고개를 흔들게 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저자가 쓴 세계사이기에 세계 속의 우리나라를 친절하게 엮어 설명하고 있었다.

 민족주의가 나쁘다면 조국과 민족을 사랑해서는 안 되는 거냐고?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은 당연히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민족주의는 감성적 애국심과는 달리 역사적 이념이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착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독일의 정치가인 요하네스라우는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애국자는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민족주의자는 남의 조국을 경멸하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의 집단주의적 민족주의는 애국심인지, 미시적 파시즘인지 한번 따져봐야 할 때다. –본문

 위의 그의 충고와 같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문체를 보며 그가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라는 것에 제고할 여지가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 과거의 역사적 시선을 기반으로 한 의식 깊이 뿌리 잡힌 것들이라 하더라도 폐단일 경우에는 일침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한반도 문명의 개방성은 고려 시대까지도 대체로 유지되었으나 조선에 접어들어 크게 달라진다. (중략) 이런 소중화 관념은 17세기에 만주족이 중국 대륙을 정복하면서 크게 강화되었고, 심지어 지구상에 문명국가는 조선밖에 없다는 병적인 양상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19세기에 외부로부터 강요된 개항과 개방에 직면하자 방어적 민족주의가 형성되었고, 여기서 허구적인 단일민족의 관념과 순혈주의 같은 독소적 이데올로기가 지배 세력만이 아니라 일반사회에까지 확산되었다.

 거주 외국인 수가 100만명이 넘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다문화에 대한 부지와 배척이 강력하게 온존하는 이유는 그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본문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다. 하지만 과연 나는 역사라는 것을 배우며 그 내용들을 통해 오늘날의 세상을 들여다 보려 했었나? 라는 질문을 내 스스로 던지게 된 것을 이 책을 통해서였다. 이미 지나간 역사이기에 그저 하나의 상식 만으로 알아두려 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게도 하고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접근 방식, 예를 들자면 역사에 있어서 기후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들은 읽으며 참신하다, 라는 생각과 하나의 역사라 하더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들도 배우게 되었다.

 중요한 부분마다 포스트 잇으로 표기하는 습관 때문에 이 책에는 알록달록한 네임택이 잔뜩 붙여졌다. 책의 내용을 통해서 자연스레 역사적인 사건들을 찾아보게 되고 그를 통해서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한 번 바라보고, 또 나만의 조합으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단 한 권이지만 책을 통해서 꽤나 많은 자료들을 출력하고 읽어보고 포스팅 해 두게 된다. 부담 없이 시작하여 끝날 무렵에는 꽤나 두둑해지는 세상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책. 나와 같이 역사를 알고 싶으나 방대한 양에 먼저 압도되었던 이들이라면, 읽어보라 강력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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