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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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모으는 대에 재미를 붙인 요즘. 서재 한 켠에 늘어나는 책들을 보며 내심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우두커니 서서 책장의 책들을 훑어 내려가면 아직 읽지 않은 책, 한 번 읽은 뒤 다시는 펼쳐보지 않을 책,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몇 번은 더 읽고 싶은 책으로 다시금 머릿속에 정리가 된다.

 보통의 존재, 이 책은 바로 마지막에 해당하는 책 중 하나이다. 책 장에서 볼 때마다 반가우면서도 ‘아, 이 책이 있었지.’ 하며 존재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 말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둘러보는 도중에 그저 제목만으로 동하여 구매했던 것인데 이럴 때 보면 제목만 보고 구입하는 충동구매의 나쁜 습관마저도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참 고마운 책이다. .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소박하면서도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바람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세월이라는 시간 안에 편승하여 가면 갈수록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평범하게 보통의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지만 과연 자신이 남들이 바라는 보통 사람으로 산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 틈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힘겹게 오늘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심심하게 위로를 해 준다.

 펑펑 울고 있는 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울음이 그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는 연인과 같은 책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울지마, 라며 함께 울어주거나 괜찮아, 라며 힘껏 안아주는 것과는 또 다른 위로의 방식으로 소극적인 듯 하지만 그 어떠한 것들보다도 위안을 주는 것 중 하나다.

 표지마저도 마음에 들었던 이 책을 넘겨 저자의 양력을 보면 ‘1971년생, 나이 탐험가.’ 라는 단 두 줄만이 기입되어있다. 수 많은 수식어와 함께 등장하는 그의 삶의 이력이 아니라 그 자신이 바라보고 살고 싶은 모습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소개를 보면 처음 봤을 때도 그러했듯이 항상 웃음이 난다.  

 나중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남성 3인조 밴드인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라고 한다. 그가 가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그의 노래를 찾아 들어보지 않았다. 이 책 안에서 만났던 나이 탐험가이자 저자인 그의 모습 이외의 다른 모습의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을뿐더러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환상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라는 소유욕도 그 나름의 이유인 듯 하다.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어제는 능룡이랑 오랜만에 차를 마셨다. 최근 근황을 묻다가 요즘 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길 하는데 능룡이가 또 내가 싫어하는 얘길 하는 바람에 울컥했다.

 "내가 쫌만 어렸어도 해봤겠지만 ... "

 능룡이는 올해 서른 두 살, 나하고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가끔, 그래는 너무 쉽사리 조로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인가 춤을 배워보고 싶은데 아쉽다고 하더라. 옛날부터 배워보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난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가서 배우면 되지 무슨 시기를 놓쳤다는 거야?"

 그러나 능룡이는 수긍하지 않는다. 서른 두 살이라는 나이가 춤을 배우기엔 이미 늦었다고 단정 지어버린 것이다.

 아... 그건 정말 아니야 능룡아. 몇 번을 말해줘야 되니.

나도 서른이 될 무렵엔 이대로 젊음이 끝나버리는 줄 알았지만 삼십 대가 되었다고 해서 못 해볼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본문

29과 30의 경계에서 방황의 풍랑 속에서 혼자 꼬꾸라져 가고 있을 무렵 “너무 빠르게 조로하지 말라” 는 그의 담담한 충고는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찾은 한 줄기 스며드는 빛과 같은 느낌이었다. 별거 아냐, 지나고 나면 다 나아지더라. 라는 매번 들어오던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좀 더 폐부를 찌르는 것으로 1년이라는 시간의 갭을 마치 몇 백 년의 시간을 뛰어 넘는 듯한 착각에 빠져 ‘이제 너무 늦었어 혹은 너무 늙어버렸어’라며 덩그러니 서른이라는 나이만 내게 남겨 져 있다며 책망하고 있는 순간 ‘대체 뭐가 그렇게 늦었다는 거니? 아직 넌 늦지 않았어, 네 나이보다 그렇게 먼저 늙어 버릴 필요는 없다고.’ 나지막하지만 가슴 깊이 울리는 충고를 너무도 담담히 던져주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으며 다시 한 번 기운 내어 일어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오늘처럼 또 다시 우두커니 책 장 앞에서 ‘무얼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려나.’ 라는 고민을 하며 서성일 것이다. 아마 그때도 또 다시 이 책을 발견하고서는 지긋이 웃고 있지 않을까. 언제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는 책장 안에서 담담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보통의 사람들처럼 보통의 내일을 위해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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