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 ㅣ 재밌밤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김정환 옮김, 황영애 감수 / 더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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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면 나는 달고나를 만든답시고 그 많던 국자와 숟가락을 태우고 엄마한테 혼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도 길거리에서 파시는 분들이 만드는 그 맛과 모양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기에 매번 국자와 설탕만 버리고는 바로 달려나가 달고나를 사먹곤 했으니 그 당시에는 단지 그 만큼의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노하우라는 이름 하에 숨겨진 화학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란 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이과로 지원하고 과학 분야 중 화학2를 전공으로 선택했었다. 분자와 분자간의 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어떠한 물질은 분해하면 어떠한 것들이 발생되는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하여 물을 만들어 내듯이 A+B라는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라 화학적 반응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기에 화학이라는 과목이 참으로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다. 아마도 그 화학식을 통해서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연금술사가 되는 것 마냥 신기했기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화학을 배우고 생각한 시간은 딱 그 고등학생 시절에 한정되어 있다. . 우리 생활 속에 수 많은 화학이 스며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화학이라는 것을 들추어 내어 알기 보다는 생활 속에 사용하는 일상적인 것들로 치부하여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그것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맥주나 콜라와 같은 강한 탄산을 가진 탄산음료 제품들은 ‘내압용 페트병’을 사용한다. 일반 생수병과 달리 내부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바닥을 평평한 모양이 아니라 둥근 발이 5개 달린 꽃잎 모양의 페달로이드라는 형태로 만든다. –본문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왜 일반 생수병의 바닥은 평평한대 반해 탄산음료의 제품들은 꽃잎 모양을 가졌는지에 대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라고 그제서야 깨달았지 그것들의 바닥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인지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실험은, 기억에 남는 다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을 실험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소재들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 짙은 그 실험은 다이아몬드를 태우는 것이었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 동일한 원소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석탄과 다이아몬드가 만들어 질 당시의 압력 차이에 의해 탄소의 배열이 상이하게 됨에 따라 하나는 연료인 석탄으로 하나는 값비싼 보석인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하게 탄소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를 태우게 된다면 산소와 결합하게 되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화학식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는 것들로 굳이 실험을 하려면 아마 석탄으로 이용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태우기에는 너무 비싸니까. 하지만 그는 과학자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단지 하나의 공식이 아닌 진정으로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고 알려주는 것이 바른 가르침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쉽사리 타지 않는 다이아몬드를 태워 이산화탄소로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기까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한 그의 집념을 보면서 직접 실험하고 확인 한 다음 가르치겠다는 그만의 확고한 의지 덕분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실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매실 장아찌나 레몬은 시큼한데도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매실로 레몬도 리트머스 시험지 등으로 산성, 알칼리성을 살펴보면 명백히 ‘산성’을 나타낸다. 그렇게 보면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것이 그 식품 자체가 알칼리성임을 의미하지는 않는 듯하다.

사실은 식품을 태워서 생긴 재가 알칼리성이면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한다. 태우고 남은 재가 산성이면 산성 식품이 된다. 매실이나 레몬이 시큼한 것은 구연산이라는 유기산 때문인데,구연산은 탄소와 수소, 산소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된다. 한편 태워서 생긴 재가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성분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서 탄산칼륨이라는 알칼리성 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다.-본문

그간 상식으로 알아왔던 사실들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산성식품,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것은 맛으로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식품을 태우고 남은 재가 가지고 있는 성분을 가지고 판별하는 것이라니. 당연히 레몬은 산성 식품인 줄만 알았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계란으로 탱탱볼을 만들거나 감귤 통조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생활 속에서 보아왔던 것들 안에 이렇게 많은 화학이 숨어있었다니. 심지어 달고나의 공기 구멍 같은 잔해에서도 화학으로 설명가능 한 것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입고 먹고 것들 모두 화학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진배 없을 것이다.

생각만큼 화학식들의 맹공이 아닌 실험으로 설명해 주는 화학이야기가 참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그저 칠판의 글자들로만 살아있던 화학이 책 안에서 실험들로 되살아나다니. 화학에 대한 호기심들이 다시 발동되는 순간들이다.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 주변에 숨어져 있을지,두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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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ㅣ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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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그리스는커다란 세계 지도 안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나라이다. 또 누군가 에게는 조국일 테고 누군가에는 살아서꼭 가야만 하는 성지와도 같은 장소일 것이다. 첫 번째 언급했듯이, 그리스란그저 이 지구상의 한 나라로 고대 민주주의의 발아한 장소로만 알고 있는 것이 나에게 비춰진 그리스의 모습이라면 저자인 박경철 선생에게 있어 그리스는살아서 그가 꼭 가야만 하는, 20대의 그의 삶을 그리스로 가득 채우게 하고 그곳을 가야겠다는 갈망을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도 그를 이끄는 장소가 바로 또 다른 이름의 그리스다.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의장소도 다른 학교들은 해외다 제주도다 하며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반면 우리는 그 당시 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하게 되었다. 10원짜리 동전에서 수 없이도 보았던 다보탑을 경주까지 가서 보아야 한다니,조금 더 멋지고 확 트인 바다와 같은 장소를 원했던 나에게 경주는 그저 하나의 배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별 다른감흥 없이 경주를 다녀왔던 후 십 여 년 후에 친구와 함께 여행 차 다시 찾아간 경주는 여고생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떠한 감흥과 감동을 가득알게 해 주었다. 책 속에서 단지 몇 십 페이지 혹은 몇 백 페이지로만 만나왔던 역사라는 것들을 실제몇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그 신비롭고 영험한 느낌 받았으니 그 전에는 보라고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정도의 이해를통해서인지 하나의 장소가 아닌 지난 역사가 살아 숨쉬는 삶의 보고로 보이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저자인그가 30여 년의 세월 동안 그토록 원하던 그리스를 마음껏 누비고 경험한 이 책 속의 시간들은 내가느꼈던 그 감동과 견주어 훨씬 커다란 것일 게다.

처음에 이 책을받아 들고서는 그 두께에서부터 깜짝 놀라게 되었다. 대체 그는 그리스에 대해 무엇을 보고 느꼈기에 이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것도 단권이 아닌데도 말이다. 무엇이 한 남자의 인생을 통틀어 그토록 갈망하게 되었는지, 그 궁금증에시작한 그와의 여행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감탄과 존경이 배가되었다.

펠로폰네소스의관문인 코린토스. 사실 이 지역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그 부분에 이토록 많은 페이지를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 그의 지식이 마냥 놀라우면서도 부러울 따름이었다. 지금은 폐허나 마찬가지로 한때의전성기였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이나 고요한 그 곳에서 그는 레온 스구로스를 마주하고 아크포코린토스에서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마주하게 된다.

당시 로마인들의 그리스에 대한 짝사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갓 부임한 여선생을 연모하는 사춘기 더벅머리소년의 열병 같은 것이어서, 로마인들은 조각과 건축, 문화와연극뿐 아니라 철학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문화를 통째로 받아드렸다고 한다. 로마의 상류층들은 심지어 그리스어로말하고 그리스어를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 땅이야 로마가 점령했을지언정, 정신은 도리어 그리스가 로마를 점령했던 셈이다. -본문

아크로코린토스를점령했던 로마조차도 그들의 문화를 흠모하게 만든 그리스의 마력은 그 자리까지 찾아오게 한 그 이전에도 수 많은 사람들을 끌어 당기게 하는 넘치는역사와 신화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하나의 샘을 보아도그들에게는 신화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벨레로폰에게 고삐를 잡힌 천마페가수스가 화가 나서 걷어찬 발길질때문에 바위가 패여 생겨났다는 페이레네 샘부터 인간과 인간의 몸을 이상화된 신의 모습으로 표현한 쿠로스와 코레의 조각상들까지. 지금은 몇 개의 기둥만이 남아있는 그 아름다운 공간 안에 있는 신전의 모습도 아마도 그가 아니였다면 나는 그저하나의 샘물이요, 하나의 조각상으로, 그리고 신전에 우두커니남겨진 몇 개의 거대한 기둥으로만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눈을 통해 보고 그의 지식을 통해 배우며그 장소들을 바라보았기에 그제서야 나는 그리스를 그저 그리스가 아닌 문명의 탄생의 보고로서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코린토스는 천혜의 지정학적 장점을 바탕으로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라는 의므이 이면엔 지정학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실제로코린토스의 방볍은 아티카를 유린한 크세르크세스의 군대도 주춤거리게 만들었고, 오스만투르크의 강력한 군대도주춤거리게 만들었고, 오스만투르크의 강력한 육군도 엄청난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돌파할 수 없었다. 즉 아티카에서 펠로폰네소스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반드리 코린토스의 방벽을 넘어야만 했다. –본문

한 때는 그리스의주요 항구이자 주요 항로였던 코린토스의 항구는 번영의 땅이었지만 그 번영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았다. 번영이기에누군가에게는 탐욕이자 갈망의 땅이었고 그렇기에 몰락의 운명도 품고 있는 곳이었다. 디올코스의 건립으로오디세이아라는 전설속의 괴물을 탄생시켰던 위험한 항로가 아닌 코린토스를 통과하게 됨으로써 그 곳은 항만과 해운업의 요체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는 사치와 향락만이 존재하고 더 이상의 문화가 없었기에 그 찬란한 불꽃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번영이라는 그 찬란했던 역사만을 남겨놓은 채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뒤이어 헤라클레스의전설이 있는 네메아를 통해 수도원으로 발길을 옮기고 ‘성스러운 휴전’이라는‘헬라스’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제우스 신전과 헤라 신전을보면서, 스파르타로 가는 길목에서 헬레네를 만나기까지. 그의여행은 단지 현재 눈에 펼쳐지는 장면 뿐만이 아니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리스 안에서 자유로이 유영 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우리가 역사와 전설과 신화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그저 기티오 항의 이 자그마한 포구가 파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터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강퍅한 우리들에게 그 정도의 너그러움도 없다면 여행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본문

여행이라는 틀이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는 그리스 안에서 눈 앞에 보이는 것 이상의 그리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화와현실이 뒤엉켜 있으며 딱딱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그 행로마다 새로이 살아나는 이야기들 사이사이 가득한 사진들을 보며 20대의 열정을 담아 불혹의 나이에 실현하고 있는 그가 그리스에 담긴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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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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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영어 소설 100선 / <옵서버>지선정, 가장 위대한 소설 100선

영국 <가디언>지선정, 필독 소설 1000선 / 하버드대학 필독서 100선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 / 칼리지보드 추천 고등학생 필독 도서 100

표지의 무언가표정을 알 수 없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의 추천서가 가득한 이 책을 보면서 읽기도전에 나는 압도되어 이 책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고전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그다지 두껍지않은 책을 보면서도 쉬이 넘기지 못하고 오히려 작품해설을 먼저 읽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점잖고 품위 있고 친밀한 우정을 이어온 두 부부의 관계를 그 중 한 사람인 존 다우얼이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904년 여름, 온천으로유명한 독일 나우하임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호텔 식당에서 우연히 알게 된 네 사람은 다우얼 본인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마음의 미뉴에트’또는 ‘든든한성체’같은 친교를 이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9년 6주일 3일 후, 그는 자신이 그토록 완벽하다고 생각한 레오노라로부터 그녀의 남편 에드워드와 자신의 아내 플로렌스가 그 기간내내 내연관계였고, 아내가 심장마비 때문이 아니라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두 사람의 피후견인 낸시가 에드워드를 열애했고, 그의 자살소식에 완전히 실성했다는 말을 듣고 실론까지 가서 그녀를 데려다가 에드워드의 저택에서 같이 지낸다. 그 후 레오노라는 전부터 흠모하던 로드니 베이햄이라는 지주와 재혼해 그의 아이를 가진다. –본문 작품해설 중

처음 위의 작품해설을읽으며 느낀 바로는, 대체 이러한 내용이 모두가 극찬을 한다는 거지?어디로 보나 이것은 현대판 사랑과 전쟁의 막장 스토리나 마찬가지인데 대체 무엇이 최고의 소설이라는 건지라며 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생각에 뾰로통한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초, 중반을 지나는 동안에도 사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 속에서, 이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우얼의 목소리는 너무도 담담하게 마치 제 3자인듯 회자하는 그를 쉽사리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야, 라며힘겹게 페이지를 넘기던 손놀림은 어느 샌가 그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으며 이미 모든 사건이 공개 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앞에서의 그 잔잔했던 파장들이 다시 결합하여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건들의 재구성은 그 어떠한 소설에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흥분을 가져다 주었으며동시에 소름 끼칠 만큼이나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다는 것에 이 소설을 만난 것을 다시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 모든 것이 끝났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원하는것을 얻지 못했다. 레오노라는 에드워드를 원했지만 로드니 베이햄을 얻었다. 물론 그런대로 괜찮은 남자다. 폴로렌스는 브램쇼를 원했지만, 실제로 레오노라에게 이 영지를 구입한 사람은 바로 나다. 사실 내가원했던 것은 브램쇼가 아니라 간호사 또는 수행인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간호사또는 수행인으로 살고 있다. 낸시 러포드를 원한 것은 에드워드였지만 그녀를 차지한 사람은 바로 나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실성한 상태다. 정말 이상야릇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까? 세상에는 우리가 원하는것이 모두 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걸 갖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본문

이 거대한 이야기를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너무도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레오노라와 에드워드에서부터이야기 해야 할까 아니면 화자인 다우얼이 그의 부인인 폴로렌스를 만났을때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 아니그의 부인이기도 전에 처녀였던 폴로렌스가 8월 4일이라는일자마자 이룩했던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말을 해야 하나.

완벽한 두 부부에숨겨져 있던 그들의 또 다른 삶을 가장 마지막에서야 알았던 다우얼을 통해 드러나는 그 이야기들이란. 자신의아내의 내연남이었던 에드워드를 훌륭한 군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처음에는 이것이 반어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인가, 라고 읽는 내내 그의 어조를 분석하고 또 생각했다. 대체 그 어떤남자가 아내의 내연남에게 그토록 찬사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태도는 나의 끊임없는 힐책에도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다. 그에 반면 아내였던 폴로렌스가 심장병이 아닌 자살이었던 것이라는 사실보다, 그가 알아온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삶에 대한 비난이 훨씬 짙었다.아니, 비난이라기 보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놓고 체념한 듯 했다. 폴로렌스는 원래 그런 여자였으며 에드워드는 원래 그런 남자였던 것마냥 말이다.

낸시는 이모한테서 그가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기를사랑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절대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것이 되겠지만, 나는 절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본문

남편으로부터의사랑을 얻고 싶었던 한 여자는 평생 동안 그를 향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갈망은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그 자신을 남편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어느 정도의 방황이 끝나면 이 고통 어린 시간이 지나 자신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오노라는 폴로렌스로부터그 희망의 시간이 산산조각 났으며 그 모두의 남자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남자가 될 수 없었던 남편인 에드워드의 진정한 사랑이었던 낸시로 하여금자신과 같은 고통을 에드워드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간절히 그 사람의 마음을 갖고자 하지만 가질 수없기에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 쓰라린 고통의 시간들. 어디서부터 그들은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있던 것일까.

레오노라가 “안 보여요?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는 말을 듣자 두려움으로 심장이 멎는 듯했다. 나는 떠듬떠듬 작은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아뇨! 뭐가 문젠데요? 대체 뭐가 문제죠?”

그러자 레오노라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엄청나게크고 압도적인 푸른 두 눈이 나를 세상에서 격리시키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중략)

“그게 바로이 모든 비극., 이 세상 모든 슬픔의 원인이라는 것, 나와당신, 그리고 그 두사람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할 영원한 저주의 원인이라는 걸 모른다고요?”-본문

그래, 이 때만해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왜 레오노라가 이토록 치를 떨며두려워하고 있었는지. 이게 대체 무슨 비극이라는 것인지. 나는그 때만 해도 레오노라가 히스테리 가득한 여자인 줄만 생각했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내내, 그제서야 나는 이 장면이 얼마나 무서운 장면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어느 공포영화보다도 섬뜩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 반전의 역습이란. 이 모든 것이 이 완벽했던 두 부부에드리워질 절망과 슬픔의 서막이었다니. 아마 한 동안 오랫동안 이 훌륭한 군인의 이야기에 빠져 있을 듯하다. 대체 그들이 원하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들은이렇듯 세상 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할수록 안타까우면서도 아프지만그래도 놓아버릴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아니, 간절히 듣고 싶으면서도 어디서든 그들을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이 슬픈 이야기는 단 한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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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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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에 행동할 것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깨고 실제 인간은 그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과는 별개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행동경제학의 등장으로 인해 그간 배워왔던 경제학이 아닌,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경제학을 접하게 되면서 인간의 사회심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럴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려고 할 것이다. 막연히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저 사람들은 뭔가 알지도 몰라.’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내가 쭈뼛거리며 다른 사람들을 살피듯이 그들도 힘끔힐끔 내 눈치를 본다. 이렇듯 어떻게 대처하거나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 저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애매한 상황을 사회심리학적 용어로 다원적 무지 현상이라고 한다. - 본문

실생활에서도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은 A라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B라고 대답한다면, 내가 가진 답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B라고 대답하는 것은 내가 가진 A라는 대답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혹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모두와 함께 B라고 대답하는 것이 편하겠다, 라며 A가 맞다 에서 B로 하는 것이 안전하면서도 합리적인 것이라며 내 자신과의 타협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은 가상으로든, 은연 중에든 혹은 명백하게든 타인의 존재와 그들의 특징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죽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자극이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분석하고, 나아가 개개인이 갖고 있는 심리적 요인들이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학적 연구 영역이다.”- 본문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고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고 있는 사회심리학.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에서 그 진중한 이유들을 배워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시에는 기발했던 심리실험들을 나열하며 그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결과를 설명하는 이 책이 너무나도 이미 널리 알려진 실험들을 조합이라는 것에 다소 실망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나 잠깐 동안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 속에 있던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라던가 하나의 이야기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왜곡되고 재 탄생하는 과정들.

정보적 영향은 현실을 좀 더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다. 다수에게서 얻은 정보를 진실의 증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동조 과정은 출처의 권위나 신빙성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능을 한다.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어 자신이 내릴 판단의 정확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 하기 때문에 정보적 영향은 ‘다른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라는 가정에서 생겨나는 동조에 대한 압박이다. - 본문

30년대부터 90년대의 진행되었던 실험들은 대부분 다른 책들에서 이미 봐 왔던 것들이다. 아직도 연구 중인 학문이기에 그 시초들을 기반으로 하여 설명하는 것이 자명한 것일 테고, 인간의 행태가 변화가 없기에 그 이전의 데이터를 가지고 그대로 설명하려는 것 역시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새로운, 새롭기보다는 좀 더 깊이 있게 사회심리학을 배우고 싶었던 바람에서 보았을 때 너무도 기본에만 충실하게 담아 낸 책인 듯 하다. 또한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그림들은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데 그다지 시너지 효과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차라리 그 그림을 차지할 공간에 조금 더 많은 내용들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그럼 이 허탈함은 조금 덜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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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무언가를 이해한다, 이해해, 라는 말을 내가 너무도 쉽게 해 왔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주인공이 어떠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나는 종종 그들을 이해해, 라고 이야기 해왔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 앞에서는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말로만 이해한다는 그 뻔한 거짓말과 그 거짓말을 기반으로 마치 이해심이 넓은 듯 행동해 온 내 자신의 위선은 마주하며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진퇴양난에 빠져 고심하고 있었다.

 첫 페이지를 넘겨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하게 된 그 끔찍한 장면에서 나는 이 책을 덮어버리고만 싶었다. 처음부터 너무 강력한 충격의 파도가 불어 닥치는 한 가운데서 이 책을 덮고 현실로 벗어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미친 척 계속 가 볼 것인가 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 이왕 시작한 거 그래도 한 번 가보자라며 내 자신을 다독이며 또 각오를 다부지며 다시 책을 넘기고 있었다.

남녀의 성행위가 포르노로 전락하고 있는 와중에 과연 게이들의 성행위는 변태적인 행위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과연 어느 것이 정상인 것이고 어느 것이 비정상 적인 것인가를 판단하고 그 잣대를 드리울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까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는 첫 장의 그 장면들을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가 허구한 날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엄마와, 잊을 만하면 집으로 찾아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아버지로부터, 그리하여 혼자일 때보다도 못한 이 구질구질하고 외롭고 두려운 현실로부터 달아나 살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떠나고 싶었고, 벗어나고 싶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상관없었고, 하루빨리, 한시바삐, 아니, 지금 당장 떠나고만 싶었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이 집을 찾아왔다. 이따금 한 번만 오는 주도 있긴 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 찾아올 때마다 엄마에게 항상 “성재는?” 하고 물었다. 그것은 나의 존재가 아닌 부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물음이었다.- 본문

 폐물, 쓰레기라는 의미를 지닌 정크를 제목으로 칭한 것은 주인공인 성재 자신이 자신을 정크와 같은 쓰레기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었고, 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닌, 실상 그는 존재하고는 있지만 세상은 그를 비존재라 부르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이다. 함께 숨쉬고 있지만 마치 우리는 그들의 존재가 부끄러운 듯 혹여 드러날까 두려워 꼭꼭 숨겨 놓고서는 ‘그들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야’ 라며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외면하고 있었고 선을 긋고서는 ‘넘어 오지마, 여긴 우리들의 세상이야’ 듯이 초등학생 때 했던 책상을 선점하기 위해 종종 해 왔던 놀이처럼 현실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들은 비정상적인 카테고리로 묶어 나와는 ‘다른’ 이 아닌 ‘틀린’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조차 우리의 생각을 강요하여 그들 스스로 정상이 아님을 인지하고 살도록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걷기만 해도 마냥 좋았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알 수 없음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도 멈추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형, 민수 형, 나는 있잖아, 이런 것들은 하나도 필요가 없어. 나는 이런 것들을 사 주는 민수 형이 필요한 게 아니야. 나는 그냥, 형이 내 곁에, 진정으로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랄 뿐이야.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은 한번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런데 왜 자꾸만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는 거야? 왜 나에게는 절대로 형 자신을 주려고 하지 않는 거야? 왜 자꾸만 나에게 쓸데없는 물건들만 주려고 하는 거야?– 본문

그가 사랑하는 대상이 이성이 아니라 동성이라는 사실. 그것만이 다를 뿐이었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나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더 갖고 싶기에 욕망에 뒤틀려가는 그의 모습 속에서도 나는 그가 아니라 나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이면의 더러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과 더러움을 억지로 가려 둔 채 애써 깨끗한 면만 보여 주는 것 중 무엇이 더 더러운것일까. 사실을 숨기고 감추는 위장술이야 말로 진정으로 더럽고 추악한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 모두는 결국 그렇게 살기 위해, 진정으로 더러워지기 위해 이토록이나 애를 쓰며 아득바득 경계선 안으로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문

모두가 아무일 없는 듯이 오늘도 웃으며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웃음을 관통하여 내부를 들여다 보면 우리는 모두 타인들처럼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아등바등 하며 나를 가리고 또 다른 페르조나를 등장시켜 사회라는 흐름 안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을 뿐 실상은 그 누구도 평이라는 삶의 기준에 서 있는 사람을 없다.

모두가 옳고 그름을 인지하고 그것이 유전적으로 이미 내 몸에 흐르고 있듯이 나는 언제나 옳고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다는 듯이 자아도취에 빠져 타인에 대해서는 왜 나와 같지 않냐며 비난을 퍼붓기 일쑤이다.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는 진정 곧게 올바르게 서 있는 것일까?

돈을 300만 원씩 쏟아붓고 시간을 2년이나 투자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곧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현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와 아버지 모두 나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였다. 나에게는 늘, 무언가를 망쳐 버리는 힘이 있었다. 처음부터 나는 아무 필요도, 쓸모도 없이 인생을 망쳐 버리기만 하는 쓰레기 같은 새끼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 본문

언제나 패배자 일 수 밖에 없는 그를 보면서 과연 이 사회에 승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몇 천 만원을 쏟아 붓고 대학 졸업장을 받아 들고 나서도 전전긍긍해야 하는 이 시대에,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종종거리며 마음을 졸여야만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그를 보면서도 단지 이성애자가 아니고 평이하지 않은 집안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려는 그를 수식하는 순간, 정크로 전락해버리는 이 씁쓸한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그가 정크라면 한때 정크였거나 지금이 정크가 아닌 사람이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왜 나만 늘 이렇게 거지같이 구걸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랑을 구걸하고, 일을 구걸하고, 엄마와 아버지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나는 자꾸만 화가 나는데, 화가 나서 미쳐 버릴 것만 같은데, 그것은 민수 형이 내 사랑을 받아 주지 않아서, 직장에서 나를 받아 주지 않아서 화가 나는게 아니라 이토록 구질구질하게 그들에게 매달리고 있는 나 자신 때문에 화가 나는 거였다.

반드시……살고 싶었다. 어떠한 삶도, 죽음보다 못하지 않았다. 죽음이,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거라면, 삶보다, 내가 사는 현실보다 못한 거라면, 죽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 본문

어떻게든 살아남아 남들처럼 살아야만, 우리 사회는 나를 그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마냥 그들의 선 밖으로 밀어내어 존재 차체 인정해 주지 않기에 그 사회에 편승하기 위해서 우리는 평범한 그들의 노선에 편승하려 고군분투한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늘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있어야 하는 그가 마지막에 자신을 놓으려는 순간, 삶의 이유를 찾는 모습에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틀 안에 갇혀 그 세상이 옳다고만 주창해온 우리의 이야기를 깨고 나오는 그 모습에서 참으로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고마움 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우리를 깨고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기나긴 흐름의 시간 속에, 나는 단 한 번도 혼자인 적 없었다. 언제고 어디서고, 생명이 내 곁에 있었고, 그것을 둘러싼 아버지의 생명 또한 단 한 번도 나에게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의 존재를 보고 있었고, 듣고 있었고, 말하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던,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머나먼 시간에서부터 나에게 자리해 있던 말. 그러나 단 한번도 들어 보지 않았고, 단 한번도 소리내지 않았던 말. 아빠…..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라는 말을, 나는 꺼내어 놓았다. – 본문

루저들의 이야기, 라는 부제를 보며, 동성애자가 주인공이라는 그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이 책을 마주하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 했던 내가 참 부끄러웠다. 과연 진정한 루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되뇌게 하는 이 책을 보며 나는 그간 내가 쌓아왔던 편견의 장벽을 조금 낮추고 내 오만했던 생각들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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