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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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무언가표정을 알 수 없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의 추천서가 가득한 이 책을 보면서 읽기도전에 나는 압도되어 이 책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고전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그다지 두껍지않은 책을 보면서도 쉬이 넘기지 못하고 오히려 작품해설을 먼저 읽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점잖고 품위 있고 친밀한 우정을 이어온 두 부부의 관계를 그 중 한 사람인 존 다우얼이회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904년 여름, 온천으로유명한 독일 나우하임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호텔 식당에서 우연히 알게 된 네 사람은 다우얼 본인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마음의 미뉴에트’또는 ‘든든한성체’같은 친교를 이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9년 6주일 3일 후, 그는 자신이 그토록 완벽하다고 생각한 레오노라로부터 그녀의 남편 에드워드와 자신의 아내 플로렌스가 그 기간내내 내연관계였고, 아내가 심장마비 때문이 아니라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두 사람의 피후견인 낸시가 에드워드를 열애했고, 그의 자살소식에 완전히 실성했다는 말을 듣고 실론까지 가서 그녀를 데려다가 에드워드의 저택에서 같이 지낸다. 그 후 레오노라는 전부터 흠모하던 로드니 베이햄이라는 지주와 재혼해 그의 아이를 가진다. –본문 작품해설 중

처음 위의 작품해설을읽으며 느낀 바로는, 대체 이러한 내용이 모두가 극찬을 한다는 거지?어디로 보나 이것은 현대판 사랑과 전쟁의 막장 스토리나 마찬가지인데 대체 무엇이 최고의 소설이라는 건지라며 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생각에 뾰로통한 마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초, 중반을 지나는 동안에도 사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 속에서, 이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우얼의 목소리는 너무도 담담하게 마치 제 3자인듯 회자하는 그를 쉽사리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야, 라며힘겹게 페이지를 넘기던 손놀림은 어느 샌가 그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으며 이미 모든 사건이 공개 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앞에서의 그 잔잔했던 파장들이 다시 결합하여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건들의 재구성은 그 어떠한 소설에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흥분을 가져다 주었으며동시에 소름 끼칠 만큼이나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다는 것에 이 소설을 만난 것을 다시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 모든 것이 끝났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원하는것을 얻지 못했다. 레오노라는 에드워드를 원했지만 로드니 베이햄을 얻었다. 물론 그런대로 괜찮은 남자다. 폴로렌스는 브램쇼를 원했지만, 실제로 레오노라에게 이 영지를 구입한 사람은 바로 나다. 사실 내가원했던 것은 브램쇼가 아니라 간호사 또는 수행인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간호사또는 수행인으로 살고 있다. 낸시 러포드를 원한 것은 에드워드였지만 그녀를 차지한 사람은 바로 나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실성한 상태다. 정말 이상야릇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까? 세상에는 우리가 원하는것이 모두 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걸 갖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본문

이 거대한 이야기를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너무도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레오노라와 에드워드에서부터이야기 해야 할까 아니면 화자인 다우얼이 그의 부인인 폴로렌스를 만났을때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 아니그의 부인이기도 전에 처녀였던 폴로렌스가 8월 4일이라는일자마자 이룩했던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 말을 해야 하나.

완벽한 두 부부에숨겨져 있던 그들의 또 다른 삶을 가장 마지막에서야 알았던 다우얼을 통해 드러나는 그 이야기들이란. 자신의아내의 내연남이었던 에드워드를 훌륭한 군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처음에는 이것이 반어법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인가, 라고 읽는 내내 그의 어조를 분석하고 또 생각했다. 대체 그 어떤남자가 아내의 내연남에게 그토록 찬사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태도는 나의 끊임없는 힐책에도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다. 그에 반면 아내였던 폴로렌스가 심장병이 아닌 자살이었던 것이라는 사실보다, 그가 알아온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삶에 대한 비난이 훨씬 짙었다.아니, 비난이라기 보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놓고 체념한 듯 했다. 폴로렌스는 원래 그런 여자였으며 에드워드는 원래 그런 남자였던 것마냥 말이다.

낸시는 이모한테서 그가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기를사랑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절대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것이 되겠지만, 나는 절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본문

남편으로부터의사랑을 얻고 싶었던 한 여자는 평생 동안 그를 향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갈망은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그 자신을 남편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어느 정도의 방황이 끝나면 이 고통 어린 시간이 지나 자신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오노라는 폴로렌스로부터그 희망의 시간이 산산조각 났으며 그 모두의 남자가 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남자가 될 수 없었던 남편인 에드워드의 진정한 사랑이었던 낸시로 하여금자신과 같은 고통을 에드워드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간절히 그 사람의 마음을 갖고자 하지만 가질 수없기에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 쓰라린 고통의 시간들. 어디서부터 그들은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있던 것일까.

레오노라가 “안 보여요?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는 말을 듣자 두려움으로 심장이 멎는 듯했다. 나는 떠듬떠듬 작은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아뇨! 뭐가 문젠데요? 대체 뭐가 문제죠?”

그러자 레오노라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엄청나게크고 압도적인 푸른 두 눈이 나를 세상에서 격리시키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중략)

“그게 바로이 모든 비극., 이 세상 모든 슬픔의 원인이라는 것, 나와당신, 그리고 그 두사람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할 영원한 저주의 원인이라는 걸 모른다고요?”-본문

그래, 이 때만해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왜 레오노라가 이토록 치를 떨며두려워하고 있었는지. 이게 대체 무슨 비극이라는 것인지. 나는그 때만 해도 레오노라가 히스테리 가득한 여자인 줄만 생각했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내내, 그제서야 나는 이 장면이 얼마나 무서운 장면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어느 공포영화보다도 섬뜩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 반전의 역습이란. 이 모든 것이 이 완벽했던 두 부부에드리워질 절망과 슬픔의 서막이었다니. 아마 한 동안 오랫동안 이 훌륭한 군인의 이야기에 빠져 있을 듯하다. 대체 그들이 원하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들은이렇듯 세상 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생각할수록 안타까우면서도 아프지만그래도 놓아버릴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아니, 간절히 듣고 싶으면서도 어디서든 그들을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이 슬픈 이야기는 단 한번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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