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ㅣ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누군가에게 그리스는커다란 세계 지도 안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나라이다. 또 누군가 에게는 조국일 테고 누군가에는 살아서꼭 가야만 하는 성지와도 같은 장소일 것이다. 첫 번째 언급했듯이, 그리스란그저 이 지구상의 한 나라로 고대 민주주의의 발아한 장소로만 알고 있는 것이 나에게 비춰진 그리스의 모습이라면 저자인 박경철 선생에게 있어 그리스는살아서 그가 꼭 가야만 하는, 20대의 그의 삶을 그리스로 가득 채우게 하고 그곳을 가야겠다는 갈망을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도 그를 이끄는 장소가 바로 또 다른 이름의 그리스다.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의장소도 다른 학교들은 해외다 제주도다 하며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반면 우리는 그 당시 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하게 되었다. 10원짜리 동전에서 수 없이도 보았던 다보탑을 경주까지 가서 보아야 한다니,조금 더 멋지고 확 트인 바다와 같은 장소를 원했던 나에게 경주는 그저 하나의 배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별 다른감흥 없이 경주를 다녀왔던 후 십 여 년 후에 친구와 함께 여행 차 다시 찾아간 경주는 여고생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떠한 감흥과 감동을 가득알게 해 주었다. 책 속에서 단지 몇 십 페이지 혹은 몇 백 페이지로만 만나왔던 역사라는 것들을 실제몇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그 신비롭고 영험한 느낌 받았으니 그 전에는 보라고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정도의 이해를통해서인지 하나의 장소가 아닌 지난 역사가 살아 숨쉬는 삶의 보고로 보이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저자인그가 30여 년의 세월 동안 그토록 원하던 그리스를 마음껏 누비고 경험한 이 책 속의 시간들은 내가느꼈던 그 감동과 견주어 훨씬 커다란 것일 게다.

처음에 이 책을받아 들고서는 그 두께에서부터 깜짝 놀라게 되었다. 대체 그는 그리스에 대해 무엇을 보고 느꼈기에 이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것도 단권이 아닌데도 말이다. 무엇이 한 남자의 인생을 통틀어 그토록 갈망하게 되었는지, 그 궁금증에시작한 그와의 여행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감탄과 존경이 배가되었다.

펠로폰네소스의관문인 코린토스. 사실 이 지역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그 부분에 이토록 많은 페이지를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 그의 지식이 마냥 놀라우면서도 부러울 따름이었다. 지금은 폐허나 마찬가지로 한때의전성기였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이나 고요한 그 곳에서 그는 레온 스구로스를 마주하고 아크포코린토스에서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마주하게 된다.

당시 로마인들의 그리스에 대한 짝사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갓 부임한 여선생을 연모하는 사춘기 더벅머리소년의 열병 같은 것이어서, 로마인들은 조각과 건축, 문화와연극뿐 아니라 철학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문화를 통째로 받아드렸다고 한다. 로마의 상류층들은 심지어 그리스어로말하고 그리스어를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 땅이야 로마가 점령했을지언정, 정신은 도리어 그리스가 로마를 점령했던 셈이다. -본문

아크로코린토스를점령했던 로마조차도 그들의 문화를 흠모하게 만든 그리스의 마력은 그 자리까지 찾아오게 한 그 이전에도 수 많은 사람들을 끌어 당기게 하는 넘치는역사와 신화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하나의 샘을 보아도그들에게는 신화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벨레로폰에게 고삐를 잡힌 천마페가수스가 화가 나서 걷어찬 발길질때문에 바위가 패여 생겨났다는 페이레네 샘부터 인간과 인간의 몸을 이상화된 신의 모습으로 표현한 쿠로스와 코레의 조각상들까지. 지금은 몇 개의 기둥만이 남아있는 그 아름다운 공간 안에 있는 신전의 모습도 아마도 그가 아니였다면 나는 그저하나의 샘물이요, 하나의 조각상으로, 그리고 신전에 우두커니남겨진 몇 개의 거대한 기둥으로만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눈을 통해 보고 그의 지식을 통해 배우며그 장소들을 바라보았기에 그제서야 나는 그리스를 그저 그리스가 아닌 문명의 탄생의 보고로서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코린토스는 천혜의 지정학적 장점을 바탕으로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라는 의므이 이면엔 지정학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실제로코린토스의 방볍은 아티카를 유린한 크세르크세스의 군대도 주춤거리게 만들었고, 오스만투르크의 강력한 군대도주춤거리게 만들었고, 오스만투르크의 강력한 육군도 엄청난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돌파할 수 없었다. 즉 아티카에서 펠로폰네소스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반드리 코린토스의 방벽을 넘어야만 했다. –본문

한 때는 그리스의주요 항구이자 주요 항로였던 코린토스의 항구는 번영의 땅이었지만 그 번영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았다. 번영이기에누군가에게는 탐욕이자 갈망의 땅이었고 그렇기에 몰락의 운명도 품고 있는 곳이었다. 디올코스의 건립으로오디세이아라는 전설속의 괴물을 탄생시켰던 위험한 항로가 아닌 코린토스를 통과하게 됨으로써 그 곳은 항만과 해운업의 요체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는 사치와 향락만이 존재하고 더 이상의 문화가 없었기에 그 찬란한 불꽃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번영이라는 그 찬란했던 역사만을 남겨놓은 채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뒤이어 헤라클레스의전설이 있는 네메아를 통해 수도원으로 발길을 옮기고 ‘성스러운 휴전’이라는‘헬라스’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제우스 신전과 헤라 신전을보면서, 스파르타로 가는 길목에서 헬레네를 만나기까지. 그의여행은 단지 현재 눈에 펼쳐지는 장면 뿐만이 아니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리스 안에서 자유로이 유영 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우리가 역사와 전설과 신화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그저 기티오 항의 이 자그마한 포구가 파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터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강퍅한 우리들에게 그 정도의 너그러움도 없다면 여행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본문

여행이라는 틀이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는 그리스 안에서 눈 앞에 보이는 것 이상의 그리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화와현실이 뒤엉켜 있으며 딱딱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그 행로마다 새로이 살아나는 이야기들 사이사이 가득한 사진들을 보며 20대의 열정을 담아 불혹의 나이에 실현하고 있는 그가 그리스에 담긴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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