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리더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9
질리 헌트 지음, 이현정 옮김, 최진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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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다보스포럼의 의제 중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내용이 계속 오르는 것 같다. 각국의 정상들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리하고 있는 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부재에 관한 의제가 꾸준히 이 포럼에 등장한다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만한 적합한 리더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게다. 리더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난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의 부재. 이것은 공석으로 남아있는 것보다도 위협적인 것일지 모른다. 올바른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모두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리더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위압적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칠 것만 같은 이들의 모습들은, 사실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우리는 반장선거를 통해서 학급의 장을 선출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나의 의견을 잘 대변해주고 한 학급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누군가를 선출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리더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또 배우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리더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바로 세더잘 시리즈 29번의 주요 관점이다. 수 많은 개개인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이끄는 리더는 대체 어떠한 자세여야 하는 것인가? 막연하게 떠오르는 것은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지혜로우며 다방면으로 모든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리더이기를 바라보지만, 지난 역사를 들여다 보면 리더라는 지위는 양날의 검과 같은 자리인 듯 하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지만 그 목적이 불순할 경우 리더를 중심으로 한 많은 대중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라는 일반론적인 접근에 부합했던 인물이었던 히틀러를 바라보더라도 대중을 끊임 없이 선동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을 손에 쥐려 했던 그의 끔찍했던 지난 역사 속 만행들을 보노라면 리더로서 그가 가지는 목적이 합당하지 않을 경우 도래하게 되는 결과의 참혹함을 목도할 수 있다.

 히틀러는 유대인과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량 학살했습니다. 이들이 게르민족의 부흥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특히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명목은 게르만족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유대인들이 막강한 경제력으로 유력을 장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히틀러는 유대인이 있는 한 독일이 유럽에서 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문

 2차 세계 대전을 지나 냉전시대를 지나는 동안, 각국의 리더들은 자신들의 이해 목적을 위해서, 때론 그들만의 명분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으며 첨예한 가치관의 대립은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의 연속으로 발생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2개의 대립된 사상의 차이는 핵 보유 전쟁은 물론, 베트남 전쟁과 쿠바의 미사일 위기로까지 봉착되게 된다. 특히나 쿠파의 피델 카스트로를 보면 과연 그가 합당한 리더인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독재 정권에 대한 반대로 혁명을 일으킨 그는 고스란히 독재 정권과 같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간디는 힌두어로 진리에 대한 헌신이라 추구를 뜻하는 사티아그라하(Satyagraha)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폭력을 부정하는 것이 영국에 대한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탄압에도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간디는 모든 폭력을 견디는 것이 진정한 저항이라고 생각했지요. –본문

 인종 차별이나 식민지 시대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의 삶을 구제하려 했던 간디와 만달레의 삶을 보노라면 그와는 다르게 권력이라는 것을 손에 쥔 이후 오롯이 개인만을 위해서 자신의 힘을 남용했던 리더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리더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에 대해 다시금 고개 숙여 생각해보게 한다. 국민을 대변해야 할 정치인들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에만 치중하여 국고의 돈을 개인의 금고로 횡령했던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금액들을 취한 이들은 호위호식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들을 보면 리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과거를 거슬러 현재의 리더들을 조명하며 미래의 리더들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 안에 이것이 진정한 리더다! 라는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앞에서부터 시대 속 리더들을 통해 배우면서 어떠한 리더가 우리에게 필요한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게 된다.

 나와는 별개인 사람이 아닌, 국민을 대변하며 국가를 위해 이끌어 줄 수 있는, 바르고 강직한 리더의 필요성에 대해서 재차 깨닫게 된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해 힘씁니다. 그래서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요. –본문

 지휘봉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달라질 것이다. 불협화음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우리의 선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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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조건 / SBS 스페셜리더의조건팀저

 

 

 

독서 기간 :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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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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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상대의 매력에 이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짧은 단어로는 다 형언 할 수 없는 무한하면서도 대체 알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하게 된다.

 여느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저런 사랑을 하고 싶어라고 바랐던 적이 20대 초반이었다면 지금은 전지적인 시점이 아니고서야 스크린 속의 사랑마저도 답답하고 어렵긴 매한가지라는 것을 깨달은 나이라 그런지, 사랑이란 별게 아니다! 라는 단언을 하기 보다는 사랑 그거 정말 별거다, 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듯 하다.

당신은 소설을 읽으며 당신의 꽃 진 사랑이 소설로 그려져 있음을 추억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소설을 읽으며 소설에서 읽은 사랑이 현실에서도 꽃필 수 있음을 꿈꾸는 사랑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기꺼이 앓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중략) 사랑은 소설을 읽는 당신의 앓는 몸이며, 앓는 몸으로 당신이 읽는 소설입니다.–본문

삼킬수도 뱉을 수도 없는 애물단지, 사랑 그리고 소설이라는 부재를 안고 있는 이 책은 저자는소설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소설 속 주인공과 현실의 독자들을 연결시켜 연애에 대한 모든 고민과 어려움 등을 총망라하여 7년이란 시간이 걸쳐 이 책을 탄생시켰다.

프롤로그의 애물단지라는 말마따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사랑은 우리가 꿈꾸듯 아름다우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애틋한 것들을 뛰어 넘는 장르가 많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우울하고 힘겨우면서 때로는 이게 사랑이라면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절로 들게 하는 것들이 가득한데 실상 사랑이라는 것을 돌이켜 바라봐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폭신한 것들을 기대하며 막상 그 세계에 빠져들지만 알고 보면 진득진득한 늪과 같은 것도 있으니 말이다.

좋은 것만 보고 그러한 것들만을 꿈꾸기에는 우리의 사랑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튀어버릴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느낌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비극적 사랑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더 잘,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그녀만의 처방인 셈이다. 감기라는 흔한 바이러스조차 그 형태가 모두 다르고 처방되는 약들이 다르듯이, 우리도 사랑에 대해서 핑크 빛이 아닌, 때로는 심장을 조이는 고통의 근원을 찾아보고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바에 대해서 소설을 통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랑하는 자는 홀로 있을 때조차 제 딴에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연기한다. 그의 행복을 기원하는 가상한 마음을 가장 지순하게 가꾼다. 고통조차도 미학적으로 찬란하게 변조하거나 장식한다. 그의 감탄을 사리라 짐작되는 행동만을 골라서 한다. 이때 그는 제 모습에 은밀하게 도취한다. 이토록 근사한 나. 혼자만 볼 수 없다. 상대가 나의 근사함을 봐주어야 한다. 보고 매혹되어야 한다. –본문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사랑의 시작하던 내 모습보다도 상대방의 눈에 담길 내 모습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가 사랑했던 나와 그가 바라는 나를 모두 담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으로 인한 혼란마저도 사랑이라 믿게 하며 그리하여 혼자 있는 동안에도 지극히 사랑에 빠진 이들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사랑에 빠진 다는 것이 이토록 강한 체면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 실제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는 독자들, 그 동안 만났던 그 어떤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며 스스로 저주 받은 것이라며 자멸을 외치고 있는 에게 저자는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전해주고 있다.

거짓과 혼란과 상처와 환멸이 뒤섞인 그대로, 황홀한 열정과 애끓는 이별의 고통까지 다 포함한 피투성이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흉물스러운 것들을 끌어안는 마음까지 더한 것이 또한 사랑이니, 사랑의 내포는 얼마나 넓고도 넓은가 본문

 타인에게는 너무도 명확한 사랑이라는 문제는, 주체가 내가 되었을 때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전모해 버린다. 대체 이 막막한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야만 그 사랑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A부터 Z까지,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대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와 비슷한, 때론 나의 상황을 뛰어 넘는 이들의 책 한 권을 받아 들고 그 안의 내용들에 빠져들게 된다. 책에 빠지는 순간, 나의 문제도 내 눈에 덮인 장막을 거둬내고 제 3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니, 그야말로 정확한 처방이 아닐까 싶다.

 우스갯소리로 연애마저도 책으로 배우는 것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분히 그러한 취지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나를 마주하는 순간, 사랑에 눈이 먼 망자가 아닌 독자로서의 내 모습을 또렷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책 속의 책을 통해서 세상의 얼마나 다양한 사랑이 있는지, 사랑을 담을 고전들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을 톡톡히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왜 내게만 이런 걸까, 라는 푸념이 가득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구원 받아보시길,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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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 김현희저

 

 

독서 기간 : 2013.1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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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 지음, 최혁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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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으며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이런 삶을 다시 한 번 살 것이다 . ” 내 생의 마지막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 순간에 이런 말을 남길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더 이상의 후회나 미련 없이 , 참으로 뿌듯하면서도 순간 순간 스치는 기억들로 하여금 나지막한 미소를 띄울 수 있지 않을까 , 싶다 .

  그것이 안일했던 10 대를 지나 버둥거리던 20 대를 지나온 현재의 소망인데 , 바라는 것은 지금의 나날들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왜 그런지 하루하루의 삶은 버거울 때가 더 많은 듯 하다 . 먹고 산다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왜 산다는 것이 그토록 어렵기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레 이해되는 나이가 되어 버린 지금 .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

  사랑과 지식이 내게 허용되는 한 , 그것들은 나를 천상으로 인도했다 . 그러나 인간에 대한 연민은 언제나 나를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 고통에 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내 가슴속에 메아리치고 있다 . 굶주리는 아이들 , 압제자들에게 고문당하는 희생자들 , 자식들에게 혐오스러운 짐이 되어버린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 그리고 고독과 빈곤과 고통으로 가득한 전 세계는 인간의 삶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이상을 비웃고 있다 . 나는 이런 사회악의 폐해가 완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그래서 나 또한 고통스럽다 .

  이것이 내 생애였다 . 나는 이런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이런 삶을 다시 한 번 살 것이다 . – 본문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환희의 순간들도 있겠지만은 그런 행복의 순간들 보다는 사는 동안 드리워진 어둠의 이야기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 하다 . 인간으로서의 삶은 탐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가 나를 인지하고 있을 때에 나는 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렇기에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그 규율과 테두리를 지켜야만 했다 . 그럼에도 세상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었으며 , 내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기에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생을 살고 살아야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해보곤 한다 .

  이렇게 불합리한 ,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렇게 살아간다면 앞으로 무엇이 변화될 수 있을까에 대한 체념으로 가라앉아 있을 때 , 이 책의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은 이야기 하고 있다 . 그럼에도 자신은 기회가 된다면 이 생을 다시 살아보겠다고 말이다 .

  다섯 살이었던 그는 앞으로 일흔 살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 여전히 지루하기만 한 삶을 13/14 나 더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끔찍함을 느꼈다고 한다 . 반전 , 반핵운동을 통해 철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80 세를 넘어 100 세에 가까운 삶을 사는 동안 ,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그는 그의 삶을 다시 재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그에게 이런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게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

  그 전쟁에 반대한다고 해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 다리가 성한 사람이라면 인간 본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두 발로 굳건히 선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나는 느꼈다 . – 본문

  많은 반전 집회에서의 연설 덕분에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엄청난 독서를 했다고 한다 . 반전 운전을 하지 않는 다는 전제하에 그에게 주어진 이 달콤한 기회는 그에게 있어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 비록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했기는 했지만 말이다 .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 란 제목을 붙였으나 실제로 이 글은 내 나이쯤 되면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주제인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 것인가 에 관한 글이다 . – 본문

  특히나 나는 저자의 위트 넘치는 이야기들에 매료되었는데 다섯 살 때 남은 생애 동안의 지루함에 대해 걱정했다는 그의 이야기가 무턱대고 난해하기만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 생각 외로 그는 호탕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서 깊은 고뇌를 느끼며 그것들을 바로 잡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 기계의 탄생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지금 필요한 것은 빈곤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막아야 함을 주장하고 나이가 들면서 내 안의 부족한 점에 대해 무관심해 지는 법들에 대해 알아 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었다 .

  계속된 지식의 갈구가 그로 하여금 철학으로 발을 내딛게 한다 .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된 그의 지식에 대한 갈망과 또 한 편으로는 수학마저도 의심에 의심을 하게 하는 회의주의적인 시각이 그를 이 세계로 이끌게 되는데 그러는 와중 , 여전히 추앙 받고 있는 철학자중 한 명인 헤겔을 스스로 던져버리고 플라톤을 통해서도 자신의 고민을 끝내 마무리 할 수 없었노라 고백하고 있다 .

나는 우리 시대에 철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다른 시대의 과제들과 어떤 식으로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나는 철학이 영원하고도 변하지 않는 특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 그러나 한 가지 측면에서 예외는 있다 . 즉 어떤 시대들은 다른 시대들보다 지혜로부터 더욱 벌리 벗어나게 되며 , 따라서 그런 사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마음과 결합된 철학을 더욱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 – 본문

  철학을 넘어 정치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 특히나 현대 기술이 본능과 현명한 이기심 사이의 갈등이 발현되는 바 , 예전에는 전쟁의 승자가 패자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인지하여 살인의 명분이 되었다면 지금은 비용이 전쟁의 이유이자 결과가 된 것을 지적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공감이 되어 꽤나 여러 차례 읽어 본 듯하다 .

  사춘기 때는 삶을 혐오했고 지속적으로 자살의 유혹을 느꼈다 . 하지만 수학을 좀더 알고 싶은 갈망 덕분에 그런 유혹을 억누를 수 있었다 . 지금은 그와 반대로 삶을 즐기고 있다 . 어쩌면 해가 갈수록 삶을 더욱 즐기게 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 부분적으로 이것은 무척 갈망하던 것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했고 그것들 가운데 많은 것을 점차적으로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 – 본문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지성을 키울 것을 권장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덮으면서 , 그는 사는 동안 그가 겪어왔던 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 그 시간 동안 어떠한 생각을 안고 왔는지에 대해서 이 책 한 권에 채워 담아놓았다 . 모든 것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끄덕일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 나 역시도 80 세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와 같이 다시 한 번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열심히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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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드는 법 / 대니얼 클라인저

 

   

 

독서 기간 : 2013.11.2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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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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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를 대표하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 중 < 미움 , 우정 , 구애 , 사랑 , 결혼 > 을 먼저 읽은 후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을 만나게 되었다 . 바로 직전에 읽었던 < 미움 , 우정 , 구애 , 사랑 , 결혼 > 역시 너무나 즐겁게 읽은 터라 이 소설 역시 기대를 가득 안고서 마주하게 되었는데 , 이 책 역시 그녀의 단편집을 모아둔 것들이었다 .

  < 미움 , 우정 , 구애 , 사랑 , 결혼 > 이 무언가 따스하면서도 때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의 구성들이 있었다면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은 책의 제목과는 달리 행복하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렇다고 또 너무 무거워서 읽기 버겁다 , 이런 느낌이라기 보다는 뭔가 읽으면 읽을수록 먹먹해 지기도 하고 , 위트가 있는 듯 하지만 그 위트가 가볍지 않은 느낌이다 .

  그를 그리워하고 찔찔거리면서ㅡ보낸 시간이 실제로 그와 함께한 시간보다 모르긴 해도 열 배는 더 많았다 . 마틴 생각은 내 마음을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주물렀고 , 얼마쯤 지나서는 급기야 내 의미마저 거역했다 . 만일 처음에 울며불며 야단스럽게 감정을 다 토해 냈더라면 , 아마도 그때쯤에는 가뿐하게 훌훌 털어냈을 것이다 . 그런데 궁상을 떨며 질질 끌다 보니 우울해졌고 한시도 편안하지 않았다 . – 본문

  첫사랑의 실패 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 하룻강아지 치유법 > 은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왠지 모르게 아련함이 느껴졌다 . 주인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철저히 나를 망가트린 후에 그를 잊어버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왠지 모르게 힘이 쭉 빠지게 된다 .

장례식장이라는 자리에서 갖춰야 할 예절에 어긋나지 않게 그는 살포시 회상에 젖은 듯한 미소를띠며 나를 건너다 보았다 .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그때 내가 보였던 열성이랄지 아니면 잠깐 매장당하다시피 했던 나의 비극에 그도 놀랐었다는 것을 알았다 . ( 중략 ) 나는 이제 어엿한 여인다 . 그 사람 자신의 비극을 밝히는 건 그에게 넘긴다 . – 본문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한 때는 연인이었던 이제는 다른 가정의 주인이 되어 마주하게 되는데 , 그 당시의 마틴의 표정이 왠지 나에게 지어진 듯 해서 불쾌한 듯 하면서도 굳이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생각을 할 필욘 없지 , 하면서 빠르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의 불편함을 참으로 적절하게 그녀는 꼬집어 표현을 해 놓은 듯 하다 . 한 때는 내 인생의 전부이자 그 사건만이 나에게 오롯이 남을 것만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흐려지는 기억 속에 묻혀 버리는 것들이 갑작스레 다시 등장하게 되는 그 느낌이란 . 아무리 상상해보아도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

어쩌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지어낸 흥분 때문일지도 몰랐다 . 이를테면 마이라가 더할 나위 없이 인상 깊은 방법으로 우리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모든 규칙과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사실 때문일 수도 있었다 . 마치 마이라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 사람처럼 우리는 멋대로 마이라에 관한 의논을 시작했고 , 마이라의 생일잔치는 곧 대의명분이 되었다 . – 본문

  여하튼 이 안의 이야기들은 각기 각색의 특색을 , 그러면서도 꾸준히 회색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 < 나비의 나날 > 이라는 세일라의 이야기를 보면 동생 때문에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는 불연듯 어느 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다 . 7 월달이 마이라의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3 20 일에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방문 계획을 잡고 그날을 그녀의 생일이라 생각해서 파티를 열어줄 계획이다 . 나비 브로치를 그녀에게 선물했던 주인공은 차마 사람들에게 마이라와의 관계를 밝히기 보다는 조용히 , 그러나 은근히 마이라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 마이라에게 건내 준 생일 선물을 다시 받아 오면서 작별인사를 하지 않고 돌아선 그 이후 . 마이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란 작품 역시 , 행복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마살레스 선생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그 누구도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요즘 시대에 , 차마 그 사실을 피아노 선생님인 그녀에게 전할 수 있는 이는 없기에 , 그 마지막 연주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끝으로 찬란했던 파티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된다 .

회색조라는 느낌을 계속 안고 읽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 확실히 내겐 < 미움 , 우정 , 구애 , 사랑 , 결혼 > 보다는 어두운 느낌으로 이 책이 남아 있기는 하다 . 이야기마다 뭔가 조금 더 서글프면서도 마냥 웃을 수 많은 없는 것들이 , 그럼에도 계속 다음 페이지를 읽게 만드는 것 같다 . 앨리스 먼로의 책을 이번 기회에 연달아 읽으면서 그녀만의 문체에 빠진 듯 한대 ,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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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앨리스 먼로저

 

 

 

독서 기간 : 2013.11.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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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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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이 무슨 해괴한 제목이냐며 펄쩍 뛰면서 이 책에 계속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어느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순간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도 떠올랐으며 필히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서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건네고 자신은 훨훨 날아가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기에 이런 역심을 꾀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렇게 떠난 당신이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겠어, 하는 괘씸죄를 보태어 읽기 시작한 소설은, 그를 향한 투터운 원망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듯 하다.

 소설 속 주인공인 경력 22년의 방송작가인 미무라 슈지는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건네고 자신은 훨훨 날아가고자 하는, 일생일대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큰 중점은 다른 여인을 마음을 품어서 일거야, 란 나의 불순한 의도와는 전혀 관련 없이 그가 세상에 허락된 181일 동안,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아내 곁에 남기고 떠나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순간에도 나는 미무라의 선택에 대해서 100% 지지 할 수 없었다. 아니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미무라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한다면, 떠난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을 것이다. 망자가 된 이는 아무 기억 없이 홀연히 떠날 수 있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계속 기억되길 바라는. 그 무엇보다 이기적이면서도 마지막까지도 나를 위한 선택을 했을 법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방식은 나와는 달랐다.

 아내를 사랑하냐고?

 어려운 질문인가요?”

 이토는 말했다.

 아뇨, 사랑합니다. 만약 바람을 피운다면 내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요.”-본문

 방송작가를 하면서 매번 숙제와 같이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했던 그는, 22년이란 시간 동안에 가정보다는 일에 더 충실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 바쁜 일상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 테면, 냉장고에서 아들의 아침을 꿀꺽 해버린 아내에게 남편은 핀잔을 주고 있었으나 이것은 모두 아내가 남편과의 대화를 위해서 만든 소소한 이벤트였으며 눈에 힘을 주고 찍은 사진은 거실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모습은 남편이 찍어준 유일한 사진 중 하나이기에, 우리에게는 생경한 이 풍경들이 이 가족에게는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안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배에서 나왔는지는 엄마밖에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뻤어. 어쨌거나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안고 환하게 웃었거든. 너도 장차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방금 아빠가 한 말을 아내에게 해줘. 기뻐할 거야. 엄마도 그랬으니까.” –본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나는 이 모든 시간을 나를 위해 쓸 것이다. 그 동안 가보지 못한 곳, 먹어 보지 못한 것,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며 철저히 날 위해서 이 모든 시간들을 쓸 것이며 그마저도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보며 아등바등 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미무라는 이 시간 동안 자신을 대신해서 아내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가 될 사람을 찾아주고 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이 사라진 이후에도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이 장면들을 마주했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더 아련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그러던 와중 미무라의 눈에 이토라는 남자가 들어오게 된다. 훤칠하면서도 재능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만큼이나 아내를 사랑해 줄 것 같은 그를, 미무라는 오랜 동안 탐색을 거치고 이들을 서로에게 소개시켜 주고 있다.

 허무맹랑한 소설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읽는 동안 오랜만에 울컥하며 읽었던 이야기였다. 미무라가 아내 아야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야코는 또 그녀만의 방식대로 미무라를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보면서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면 좋을텐데…….”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도는데도, 아야코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1초라도 함께 있자…… 내 목숨이라도 나눠줄 테니…….” –본문

이 소설의 마지막은 이 책을 읽을 또 다른 이들을 위해 잠시 덮어두며,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없을 세상의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마주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본 듯하다. 생과 사의 사이에서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사랑은 아마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아르's 추천목록

 

당신에게 / 모리사와 아키오저

 

 

 

독서 기간 : 2013.11.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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