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이 무슨 해괴한 제목이냐며 펄쩍 뛰면서 이 책에 계속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어느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순간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도 떠올랐으며 필히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서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건네고 자신은 훨훨 날아가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기에 이런 역심을 꾀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렇게 떠난 당신이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겠어, 하는 괘씸죄를 보태어 읽기 시작한 소설은, 그를 향한 투터운 원망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듯 하다.

 소설 속 주인공인 경력 22년의 방송작가인 미무라 슈지는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건네고 자신은 훨훨 날아가고자 하는, 일생일대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큰 중점은 다른 여인을 마음을 품어서 일거야, 란 나의 불순한 의도와는 전혀 관련 없이 그가 세상에 허락된 181일 동안,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아내 곁에 남기고 떠나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순간에도 나는 미무라의 선택에 대해서 100% 지지 할 수 없었다. 아니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미무라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한다면, 떠난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을 것이다. 망자가 된 이는 아무 기억 없이 홀연히 떠날 수 있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계속 기억되길 바라는. 그 무엇보다 이기적이면서도 마지막까지도 나를 위한 선택을 했을 법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방식은 나와는 달랐다.

 아내를 사랑하냐고?

 어려운 질문인가요?”

 이토는 말했다.

 아뇨, 사랑합니다. 만약 바람을 피운다면 내 아내와 바람을 피우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요.”-본문

 방송작가를 하면서 매번 숙제와 같이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했던 그는, 22년이란 시간 동안에 가정보다는 일에 더 충실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 바쁜 일상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 테면, 냉장고에서 아들의 아침을 꿀꺽 해버린 아내에게 남편은 핀잔을 주고 있었으나 이것은 모두 아내가 남편과의 대화를 위해서 만든 소소한 이벤트였으며 눈에 힘을 주고 찍은 사진은 거실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모습은 남편이 찍어준 유일한 사진 중 하나이기에, 우리에게는 생경한 이 풍경들이 이 가족에게는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안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배에서 나왔는지는 엄마밖에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뻤어. 어쨌거나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안고 환하게 웃었거든. 너도 장차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때 방금 아빠가 한 말을 아내에게 해줘. 기뻐할 거야. 엄마도 그랬으니까.” –본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나는 이 모든 시간을 나를 위해 쓸 것이다. 그 동안 가보지 못한 곳, 먹어 보지 못한 것,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며 철저히 날 위해서 이 모든 시간들을 쓸 것이며 그마저도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보며 아등바등 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미무라는 이 시간 동안 자신을 대신해서 아내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가 될 사람을 찾아주고 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이 사라진 이후에도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이 장면들을 마주했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더 아련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그러던 와중 미무라의 눈에 이토라는 남자가 들어오게 된다. 훤칠하면서도 재능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만큼이나 아내를 사랑해 줄 것 같은 그를, 미무라는 오랜 동안 탐색을 거치고 이들을 서로에게 소개시켜 주고 있다.

 허무맹랑한 소설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읽는 동안 오랜만에 울컥하며 읽었던 이야기였다. 미무라가 아내 아야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야코는 또 그녀만의 방식대로 미무라를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보면서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면 좋을텐데…….”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도는데도, 아야코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1초라도 함께 있자…… 내 목숨이라도 나눠줄 테니…….” –본문

이 소설의 마지막은 이 책을 읽을 또 다른 이들을 위해 잠시 덮어두며,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없을 세상의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마주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본 듯하다. 생과 사의 사이에서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사랑은 아마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아르's 추천목록

 

당신에게 / 모리사와 아키오저

 

 

 

독서 기간 : 2013.11.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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