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으며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이런 삶을 다시 한 번 살 것이다 . ” 내 생의 마지막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 순간에 이런 말을 남길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더 이상의 후회나 미련 없이 , 참으로 뿌듯하면서도 순간 순간 스치는 기억들로 하여금 나지막한 미소를 띄울 수 있지 않을까 , 싶다 .
그것이 안일했던 10 대를 지나 버둥거리던 20 대를 지나온 현재의 소망인데 , 바라는 것은 지금의 나날들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왜 그런지 하루하루의 삶은 버거울 때가 더 많은 듯 하다 . 먹고 산다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왜 산다는 것이 그토록 어렵기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레 이해되는 나이가 되어 버린 지금 .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
사랑과 지식이 내게 허용되는 한 , 그것들은 나를 천상으로 인도했다 . 그러나 인간에 대한 연민은 언제나 나를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 고통에 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내 가슴속에 메아리치고 있다 . 굶주리는 아이들 , 압제자들에게 고문당하는 희생자들 , 자식들에게 혐오스러운 짐이 되어버린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 그리고 고독과 빈곤과 고통으로 가득한 전 세계는 인간의 삶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이상을 비웃고 있다 . 나는 이런 사회악의 폐해가 완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그래서 나 또한 고통스럽다 .
이것이 내 생애였다 . 나는 이런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이런 삶을 다시 한 번 살 것이다 . – 본문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환희의 순간들도 있겠지만은 그런 행복의 순간들 보다는 사는 동안 드리워진 어둠의 이야기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 하다 . 인간으로서의 삶은 탐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가 나를 인지하고 있을 때에 나는 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렇기에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그 규율과 테두리를 지켜야만 했다 . 그럼에도 세상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었으며 , 내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기에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생을 살고 살아야만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해보곤 한다 .
이렇게 불합리한 ,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렇게 살아간다면 앞으로 무엇이 변화될 수 있을까에 대한 체념으로 가라앉아 있을 때 , 이 책의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은 이야기 하고 있다 . 그럼에도 자신은 기회가 된다면 이 생을 다시 살아보겠다고 말이다 .
다섯 살이었던 그는 앞으로 일흔 살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 여전히 지루하기만 한 삶을 13/14 나 더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끔찍함을 느꼈다고 한다 . 반전 , 반핵운동을 통해 철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80 세를 넘어 100 세에 가까운 삶을 사는 동안 ,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그는 그의 삶을 다시 재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그에게 이런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게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
그 전쟁에 반대한다고 해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 다리가 성한 사람이라면 인간 본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두 발로 굳건히 선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나는 느꼈다 . – 본문
많은 반전 집회에서의 연설 덕분에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엄청난 독서를 했다고 한다 . 반전 운전을 하지 않는 다는 전제하에 그에게 주어진 이 달콤한 기회는 그에게 있어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 비록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했기는 했지만 말이다 .
‘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 ’ 란 제목을 붙였으나 실제로 이 글은 내 나이쯤 되면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주제인 ‘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 것인가 ’ 에 관한 글이다 . – 본문
특히나 나는 저자의 위트 넘치는 이야기들에 매료되었는데 다섯 살 때 남은 생애 동안의 지루함에 대해 걱정했다는 그의 이야기가 무턱대고 난해하기만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 생각 외로 그는 호탕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서 깊은 고뇌를 느끼며 그것들을 바로 잡아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 기계의 탄생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지금 필요한 것은 빈곤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막아야 함을 주장하고 나이가 들면서 내 안의 부족한 점에 대해 무관심해 지는 법들에 대해 알아 감으로서 인간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었다 .
계속된 지식의 갈구가 그로 하여금 철학으로 발을 내딛게 한다 .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된 그의 지식에 대한 갈망과 또 한 편으로는 수학마저도 의심에 의심을 하게 하는 회의주의적인 시각이 그를 이 세계로 이끌게 되는데 그러는 와중 , 여전히 추앙 받고 있는 철학자중 한 명인 헤겔을 스스로 던져버리고 플라톤을 통해서도 자신의 고민을 끝내 마무리 할 수 없었노라 고백하고 있다 .
나는 우리 시대에 철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다른 시대의 과제들과 어떤 식으로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나는 철학이 영원하고도 변하지 않는 특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 . 그러나 한 가지 측면에서 예외는 있다 . 즉 어떤 시대들은 다른 시대들보다 지혜로부터 더욱 벌리 벗어나게 되며 , 따라서 그런 사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마음과 결합된 철학을 더욱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 – 본문
철학을 넘어 정치까지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 특히나 현대 기술이 본능과 현명한 이기심 사이의 갈등이 발현되는 바 , 예전에는 전쟁의 승자가 패자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인지하여 살인의 명분이 되었다면 지금은 비용이 전쟁의 이유이자 결과가 된 것을 지적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공감이 되어 꽤나 여러 차례 읽어 본 듯하다 .
사춘기 때는 삶을 혐오했고 지속적으로 자살의 유혹을 느꼈다 . 하지만 수학을 좀더 알고 싶은 갈망 덕분에 그런 유혹을 억누를 수 있었다 . 지금은 그와 반대로 삶을 즐기고 있다 . 어쩌면 해가 갈수록 삶을 더욱 즐기게 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 부분적으로 이것은 무척 갈망하던 것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했고 그것들 가운데 많은 것을 점차적으로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 – 본문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지성을 키울 것을 권장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덮으면서 , 그는 사는 동안 그가 겪어왔던 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 그 시간 동안 어떠한 생각을 안고 왔는지에 대해서 이 책 한 권에 채워 담아놓았다 . 모든 것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끄덕일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 나 역시도 80 세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와 같이 다시 한 번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열심히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