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어떤 상대의 매력에 이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짧은 단어로는 다 형언 할 수 없는 무한하면서도 대체 알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하게 된다.

 여느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저런 사랑을 하고 싶어라고 바랐던 적이 20대 초반이었다면 지금은 전지적인 시점이 아니고서야 스크린 속의 사랑마저도 답답하고 어렵긴 매한가지라는 것을 깨달은 나이라 그런지, 사랑이란 별게 아니다! 라는 단언을 하기 보다는 사랑 그거 정말 별거다, 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듯 하다.

당신은 소설을 읽으며 당신의 꽃 진 사랑이 소설로 그려져 있음을 추억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소설을 읽으며 소설에서 읽은 사랑이 현실에서도 꽃필 수 있음을 꿈꾸는 사랑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기꺼이 앓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중략) 사랑은 소설을 읽는 당신의 앓는 몸이며, 앓는 몸으로 당신이 읽는 소설입니다.–본문

삼킬수도 뱉을 수도 없는 애물단지, 사랑 그리고 소설이라는 부재를 안고 있는 이 책은 저자는소설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소설 속 주인공과 현실의 독자들을 연결시켜 연애에 대한 모든 고민과 어려움 등을 총망라하여 7년이란 시간이 걸쳐 이 책을 탄생시켰다.

프롤로그의 애물단지라는 말마따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사랑은 우리가 꿈꾸듯 아름다우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애틋한 것들을 뛰어 넘는 장르가 많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우울하고 힘겨우면서 때로는 이게 사랑이라면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절로 들게 하는 것들이 가득한데 실상 사랑이라는 것을 돌이켜 바라봐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폭신한 것들을 기대하며 막상 그 세계에 빠져들지만 알고 보면 진득진득한 늪과 같은 것도 있으니 말이다.

좋은 것만 보고 그러한 것들만을 꿈꾸기에는 우리의 사랑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튀어버릴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느낌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비극적 사랑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더 잘,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그녀만의 처방인 셈이다. 감기라는 흔한 바이러스조차 그 형태가 모두 다르고 처방되는 약들이 다르듯이, 우리도 사랑에 대해서 핑크 빛이 아닌, 때로는 심장을 조이는 고통의 근원을 찾아보고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바에 대해서 소설을 통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랑하는 자는 홀로 있을 때조차 제 딴에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연기한다. 그의 행복을 기원하는 가상한 마음을 가장 지순하게 가꾼다. 고통조차도 미학적으로 찬란하게 변조하거나 장식한다. 그의 감탄을 사리라 짐작되는 행동만을 골라서 한다. 이때 그는 제 모습에 은밀하게 도취한다. 이토록 근사한 나. 혼자만 볼 수 없다. 상대가 나의 근사함을 봐주어야 한다. 보고 매혹되어야 한다. –본문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사랑의 시작하던 내 모습보다도 상대방의 눈에 담길 내 모습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가 사랑했던 나와 그가 바라는 나를 모두 담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으로 인한 혼란마저도 사랑이라 믿게 하며 그리하여 혼자 있는 동안에도 지극히 사랑에 빠진 이들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사랑에 빠진 다는 것이 이토록 강한 체면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 실제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는 독자들, 그 동안 만났던 그 어떤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며 스스로 저주 받은 것이라며 자멸을 외치고 있는 에게 저자는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전해주고 있다.

거짓과 혼란과 상처와 환멸이 뒤섞인 그대로, 황홀한 열정과 애끓는 이별의 고통까지 다 포함한 피투성이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흉물스러운 것들을 끌어안는 마음까지 더한 것이 또한 사랑이니, 사랑의 내포는 얼마나 넓고도 넓은가 본문

 타인에게는 너무도 명확한 사랑이라는 문제는, 주체가 내가 되었을 때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전모해 버린다. 대체 이 막막한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야만 그 사랑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A부터 Z까지,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대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와 비슷한, 때론 나의 상황을 뛰어 넘는 이들의 책 한 권을 받아 들고 그 안의 내용들에 빠져들게 된다. 책에 빠지는 순간, 나의 문제도 내 눈에 덮인 장막을 거둬내고 제 3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니, 그야말로 정확한 처방이 아닐까 싶다.

 우스갯소리로 연애마저도 책으로 배우는 것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분히 그러한 취지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나를 마주하는 순간, 사랑에 눈이 먼 망자가 아닌 독자로서의 내 모습을 또렷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책 속의 책을 통해서 세상의 얼마나 다양한 사랑이 있는지, 사랑을 담을 고전들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을 톡톡히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 왜 내게만 이런 걸까, 라는 푸념이 가득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구원 받아보시길, 추천하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 / 김현희저

 

 

독서 기간 : 2013.10.19~10.2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