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났다
신동원 지음 / 참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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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혹은 made in China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붉은 색과 원산지가 중국인 제품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질은 좀 떨어질 지 언정 겉 모습은 비슷한 물품을 싼 값에 살 수 있고 그 어느 나라보다도 copy 문화가 잘 발달되어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 없으며 어느 곳을 가도 붉은색이 가득할 것이란 게 아직까지도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이란 나라의 이미지이다.

 수 많은 매체들이 G2 경제 지표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질서와 안보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위안화 절상에 따라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도 중국이 언제 이렇게 성장을 한 것일까 라는 의문으로만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리적이나 역사적, 경제, 문화 둥을 총 망라하여 여전히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으로 한정시켜 바라보는 하나의 국가로만 자리 잡혀 있는 것이다.

 인구 세계 1, GDP 세계 2, 국가 면적 세계 4, 그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가 앞 서가는 것은 없음에도 중국의 성장에 대해 이해하고 배워봐야겠다는 의지 보다는 많은 인구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 낸 결과라고만 치부했다. 별 다른 노력 없이 그들이 가진 자원인 인력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그들의 오늘에도 나는 여전히 발전해야만 하는 부족한 나라로만 보고 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시간을 지내고 있을 거라 믿었던 중국이 이제는 G2로 자리매김 하여 21세기의 경제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사회주의 인 듯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그들의 경제 성장에 배우고 싶어 펼쳐 든 책 안에는 중국에서의 경제에 관한 분석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중국이 담겨있다. 제목만 보고 이 책 안에서 중국의 경제 실태를 알아보고자 했던 나의 바람은 무너졌지만,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중국을 산산이 깨트리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그들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너무나 빠르고 쉽게 모방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국을 보면 대체 왜 매번 남의 것을 베끼기만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다분히 나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들의 복제는 불법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누군가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따라 한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나의 성공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도덕이나 법보단 실리가, 남의 권리보다는 나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문화 속 차이니즈 웨이가 녹아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어떠한 물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이전에 A라는 사람을 통해서 구매했다면 내가 직접 그 공장이나 판매로부터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A라는 사람을 통해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다. 이는 중국인들이 중시하는 관시 때문이며 이 관시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그 어떠한 것보다 중시되는 요건이다.

 시진핑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중국은 또 다른 중국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소득격차를 줄이고 그러면서 세계 속으로의 도약은 한 발 더 앞서 나가려 하고 있다. 내가 알던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국가로서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좌우하려 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만만한 중국이 아니다. 내가 보고 있는 중국은 너무도 협소하게 내 안의 틀 안에서 보려 했던 것임을 깨닫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해 겸허히 그들의 어제를 배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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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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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 아트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김동유 화가,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고난 끝에 성공한 화가로 부르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그저 환쟁이로 부르며 오늘 날 그가 있기까지의 지난 날에 대한 독백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림꽃, 눈물밥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꽃과 밥이 공존하는 이름이 낯설면서도 특이해서 호기심이 끌렸다. 단지 그것만이 내게 보여지는 첫 이미지였다. 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탄탄한 편견이 그림만큼이나 화려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그의 인생 또한 수려한 한 편의 소설과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이 한 길만을 고집하며 다른 곳에 한 눈 팔이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언젠가는 성공한다 라는 말들을 종종 듣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이 문장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김동유, 그는 진정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고 환쟁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수 많은 직위는 내려 놓고 오롯이 그림 그리는 그 만이 지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읽는 내내 너무도 외골수적인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내가 그의 아내였다면, 그의 딸 이었다면 과연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란 반문도 계속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현재 인정받는 화가로서 현재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부인이 병세가 점점 심해져 차도가 없을 때, 딸 아이의 학교는 훨씬 멀어진 곳간을 개조한 집에서 살게 되었을 때, 모기 때문에 잠도 잘 수 없는 순간에도 그는 캔버스 앞에 서 있었다. 절박한 순간에 진정 자신이 가야 할 길인지를 알게 된다는 그는 자신이 타고난 재능이 없을 지는 몰라도 끈기 있게 계속 한 곳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힘을 가진 것만은 틀림 없다 자부하는 그 앞에서 그가 겪었던 현실이 내 것이었다면 나는 나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본 택시 회사에 매달려 어떻게든 일을 할 것이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생계를 위해 오늘까지도 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그와 내가 다른 점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의 한계가 오면 그것을 이겨보겠다 다짐하면서도 그 강도가 점점 옥죄어 오면 슬그머니 내 길을 바꾸는 것. 굽히지 않는 것은 융통성이 없는 거야, 이게 현명한 거야 라며 자신과 타협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그 순간의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게 더 큰 진심이었다.

 오늘의 그가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기까지 그를 포함한 그의 주변은 너무도 심히 요동치며 격렬한 어제를 통해 오늘을 맞이했다. 어느 누군가의 눈에는 떠도는 운을 손에 거머쥐어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의 눈에는 이제서야 그의 노력의 대가를 인정 받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몇 십 년 동안의 그의 시간을 단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하기에는 불가능하겠지만 나는 그를 보며 또 하나의 삶의 형태를 배울 수 있었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위해 어제를 달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그를 알 수 있어 안여태산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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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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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란 이름도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란 그녀의 저서도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신간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기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대체 누구이길래, 그녀가 써 온 지난 이야기들이 어떤 것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시작하여 그녀의 행보의 발자취를 따라오면서 지금의 행복의 경제학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고 나서 그녀가 독자에게 바라던 것이 아직 행복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깨달음보다는 아직도 좌정관천에만 빠져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만 빠져 있던 나의 무지함에 대한 보고로 이 책을 기억할 듯 하다.

 경제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면 무언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들을 찾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학문이자 그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학부 시절에도 경제학원론을 배우면서 수 많은 그래프와 그 안에서 효용성에 대해 배우며 가장 합리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현재의 현상들에 대해 분석하고 토론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러한 시간 속에 내가 이러한 경제란 큰 틀을 배워나가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하고 그 안에서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어떠한 선택을 하면 저비용 고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지 그로 인해서 내 삶의 행복을 영위할 것이란 생각은 잠시도 떠올린 적이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고 그로 인해 윤택한 삶을 누릴 내 모습을 보며 잠깐 동안이나마 꿈에 부풀어 있던 시간이 경제를 배우며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갔던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뇌리에 가장 빈번히 떠올랐던 물음은 이게 정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그 동안 알아온 사실은 다 무엇이지?’라는 것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렇기에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한 줄을 읽고 나면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과 그녀가 이야기하는 현실 사이의 충돌은 간극이라기 보다는 자석의 N극과 S극 마냥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있어 좀처럼 융화되지 않았다.

국제통상을 전공한 나에게 있어 국가간의 무역은 저비용 고효율을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더 좋은 물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여겨왔다. 한 국가의 수출 증대는 무역수지 흑자를 가져오게 되며 이러한 흑자는 GDP라는 숫자 안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현 국가의 실적 평가표를 우수하게 만들었으며 무역이 있기 때문에 운송이라는 분야의 사업이 발전되고 그 안에 부수적인 기타 여러 사업들도 부흥하게 된다. 그 안에 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로 인해 경제 주체가 된 사람들이 다시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배우고 알고 있던 사회이자 경제였다면 그녀는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주거나 내 스스로도 단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적이고 환경적 측면까지 함께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숫자로만 경제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형태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이며 우리는 그것이 옳고 현명한 것이라 세뇌를 받게 되어 지금의 현 사태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만 놓고 보았을 때도 1/3 가량을 읽어나가는 동안에도 대체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란 의문만 들었으니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실체를 이해하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12년 다보스포럼의 주요한 주제는 자본주의를 버리다였다. 자본주의로 지금까지 이룩해 온 성과에 대한 즐거운 보상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발한 문제들에 대한 위기의식의 해소와 반성인 셈이다. 너무나 빠른 성장 속에서 소득불균형은 불가피한 현상이었고 이러한 문제가 팽배해졌으니 이제는 잠시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녀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경제라는 한 사회만이 존재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틀이기에 숫자의 성장만이 아닌 실제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그녀가 알려준 방향들에 대해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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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연인들
김대성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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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들렀던 남산 공원의 철조망에 무수하게 주렁주렁 얽혀 있는 자물쇠들을 보며 이 자물쇠를 걸어두는 두었던 그들은 이 곳에서 무엇을 바란 것일까 란 막연한 호기심이 일었다. 커플의 데이트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곳에 이토록 수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영글어 잠든 자물쇠는 무엇을 담고 있는 것 일까. 남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었듯 앞으로 드리워질 그 시간 속에서도 둘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사랑이라면 왜 나는 사랑이 무엇이라는 단순한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너무 흔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그 단어 안에서 과연 사랑이란, 그 원형이 무엇일까 라는 단순한 물음은 턱 하니 막혀버린 담벼락 안으로 점차 나를 밀어내는 기분이었다.

보통 사랑이라고 일컫는 것에 대해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들 그러니까 흔히 낭만적이고 핑크 빛이 발광하는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것은 중세와 근대의 시기에 유럽에서 문학이 만들어 낸 형태의 것이 우리에게 잘 인식되어 있는 것이라 한다. 죽음을 넘나 들며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들이 만들어 낸 로맨스가 어느 새 우리에게는 사랑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아 그 형체를 고스란히 답습하여 그것을 사랑의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풀지 못한 난제를 손 안에 쥐고 전전긍긍하던 내게 사랑이라는 개념이 생겨나지 않은, 온갖 규율과 형식의 통념이 지배하는 문명이 탄생하기 이전,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의 원형을 말하고자 한다는 띠지의 선명한 문구는 그 어떠한 것보다도 강렬하게 이 책으로 빨려 들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중세와 근대 이전에는 사랑이란 어떠한 형태로 존재했는가? 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하여 쓰여진 이 소설은 낭만이라는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하며 사랑이라는 그 나약하면서도 위험한 본질을 백장우와 백광수의 부자 관계의 틀 안에서 샅샅이 드러내고 있다.

낙원의 연인들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그 표지는 매우 어둡고 무언가 혼탁해 보인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쉼 없이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도 너무도 거칠고 상처를 도려내는 듯한 그들의 처절한 인생사는 사랑의 본질 보다는 인간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이 안고 있는 본질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장생포의 바다처럼, 그 안에서 고래를 잡고 사는 백장우와 백광수는 거칠다 못해 흉악한 인간의 표상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끔찍하게도 증오했던 그 아들은 어느 새 그 아비만큼이나 악을 안고 사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들도 한때 연약한 존재의 시간이 있었다. 그들이 간절히 지키고자 하던 그 순간을 놓쳐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귀신고래가 새끼와 그 어미를 잃은 것처럼, 그들 역시 눈 앞에서 천생배필을 잃는 순간 그들 스스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버리고 오로지 악으로 영겁의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과연 그들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오늘과 같은 내일을 함께 하는 소소한 하루의 계속을 바랐던 것 일까. 어쩌면 귀신고래를 향해 작삭을 던지는 그 순간부터 그들의 바람은 무참히 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존귀한 행복을 산산이 부셔버리면서 내 것은 지켜지기 바라는 비뚤어진 바람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좀 먹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책을 덮고 나서 오히려 더 복잡한 굴레로 빠져든 느낌이다. 단순히 사랑의 원형에 대한 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었는데 너무 쉽게 그 답을 얻을 것이라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낭만보다는 인간이 숨겨져 있는 욕망을, 광포하고 섬뜩하지만 그 안에서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끄집어내어 드러낸 이 책 앞에서 사랑이라는 그 단어가 무력하게만 보인다.

귀신고래가 돌아오는 날에는 소원이 이뤄진다고 했다. 저 멀리서 귀신고래를 타고 있는 분희와 백장우를 보며 그들의 이그러진 삶이 그 안에서는 평온하기만을 고대해 본다. 그리고 현실에 남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백광수와 이해수에게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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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길 룰라
리차드 본 지음, 박원복 옮김 / 글로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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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중 지식채널 e가 방영되고 있는 채널에 리모컨을 내려놓고 우두커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 노신사가 미간을 움켜잡은 배경 위로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노동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합니다란 자막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며 단 몇 분의 영상만으로 나는 그라는 한 인간에 매료되었으며 그의 삶에 대한 경의가 눈물로 흘러내렸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뿐만 아니라 실상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으며 현실의 잡음에는 투덜거리기만 하는 내게 타국의 정세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브라질이란 나라는 남아메리카에 자리 잡은 하나의 나라로 월드컵 시즌에만 한 번쯤 눈 여겨 보던 곳으로 나와는 전혀 연결 고리가 없을 것만 같았던 그 곳에서 나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사그라지게 만들고 한 인간으로서 동경하게 하는 그를 만나게 되었다.

대통령 당선증을 받고서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자신에겐 처음 받는 증서라며 그는 눈물을 흘린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나는 그의 짧지만 강한 그의 인생의 찰나의 순간 순간을 통해서 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지위에 대한 자격의 조건에 대한 관념이 철저히 부서지고 있었다.

한 장의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들로 우리는 한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하곤 한다.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전공은 무엇이었는지, 최종학력은 어떻게 되는지, 외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각종 자격증 등으로 인해 우리는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한 낱 종이 안의 글자들로 가늠하게 된다. 어느 직위에 필요한 요건들, 다시 말해 일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한 나라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 및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능통하며 리더십이 충만하고 혜안을 가진 자로서 그러한 조건의 증명하는 수단은 종이 한 장으로 가늠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그 동안 대통령이란 자리에 대한 필수불가결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만 말하는가”-본문

대학교 시절 전공을 선택하고 배우는 이유에 대해 어느 교수님께서는 사회에 나아가 당신들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지금의 지식이 기반이 되어 좀 더 쉽게 배워나갈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 하셨다. 지식의 상아탑 안에서 우리는 완전한 세상의 지식은 한 번에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배우고 있는 현상들을 실제 맞닥뜨리게 될 때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선행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것들을 흡수하기 위해 출발선 앞에서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고 있는 행태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전공자로서 대학생 시절에는 그 분야에 정통한 것인 마냥 우쭐함에 젖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공에 관한 학습 시간들은 사회에 진출함에 있어 나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빛나게 해줄 찬란한 지식이 되어 줄 것만 같았다만 실상 속에 그 잔 지식들은 조미료와 같이 약간의 풍미를 더하는 역할을 할 뿐 주부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어느 직위에 있어 필요 충분한 조건이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책 안에서의 룰라 전 대통령의 모습은 내가 알고 싶어 하던 그의 모습보다는 그의 일대기를 정렬해 놓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로 인해 초반에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드라마틱한 그의 일대기를 스냅숏으로 본 터라 한 권의 책이 길게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안에서 그 동안의 간과해 오던 가치관들이 무너지고 다시 점철되어 두터운 관념을 재 건립하게 한다.

임기 종료에 떠오르는 레임덕과 대선을 앞두고 앞다투어 넘실거리는 공약들로 난무한 가운데 이 책의 앞부분에 수록된 몇 장의 기록들이 그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가벼운 한 줄기의 말로 한 장의 용지를 모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재 상황에서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룰라와 같은 눈을 가진 그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우리네 마음이 그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그들이 우리를 원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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