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길 룰라
리차드 본 지음, 박원복 옮김 / 글로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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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중 지식채널 e가 방영되고 있는 채널에 리모컨을 내려놓고 우두커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 노신사가 미간을 움켜잡은 배경 위로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노동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합니다란 자막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며 단 몇 분의 영상만으로 나는 그라는 한 인간에 매료되었으며 그의 삶에 대한 경의가 눈물로 흘러내렸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뿐만 아니라 실상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으며 현실의 잡음에는 투덜거리기만 하는 내게 타국의 정세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브라질이란 나라는 남아메리카에 자리 잡은 하나의 나라로 월드컵 시즌에만 한 번쯤 눈 여겨 보던 곳으로 나와는 전혀 연결 고리가 없을 것만 같았던 그 곳에서 나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사그라지게 만들고 한 인간으로서 동경하게 하는 그를 만나게 되었다.

대통령 당선증을 받고서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자신에겐 처음 받는 증서라며 그는 눈물을 흘린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나는 그의 짧지만 강한 그의 인생의 찰나의 순간 순간을 통해서 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지위에 대한 자격의 조건에 대한 관념이 철저히 부서지고 있었다.

한 장의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들로 우리는 한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하곤 한다.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전공은 무엇이었는지, 최종학력은 어떻게 되는지, 외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각종 자격증 등으로 인해 우리는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한 낱 종이 안의 글자들로 가늠하게 된다. 어느 직위에 필요한 요건들, 다시 말해 일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한 나라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 및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능통하며 리더십이 충만하고 혜안을 가진 자로서 그러한 조건의 증명하는 수단은 종이 한 장으로 가늠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그 동안 대통령이란 자리에 대한 필수불가결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만 말하는가”-본문

대학교 시절 전공을 선택하고 배우는 이유에 대해 어느 교수님께서는 사회에 나아가 당신들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 지금의 지식이 기반이 되어 좀 더 쉽게 배워나갈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 하셨다. 지식의 상아탑 안에서 우리는 완전한 세상의 지식은 한 번에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배우고 있는 현상들을 실제 맞닥뜨리게 될 때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선행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것들을 흡수하기 위해 출발선 앞에서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풀고 있는 행태임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전공자로서 대학생 시절에는 그 분야에 정통한 것인 마냥 우쭐함에 젖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공에 관한 학습 시간들은 사회에 진출함에 있어 나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빛나게 해줄 찬란한 지식이 되어 줄 것만 같았다만 실상 속에 그 잔 지식들은 조미료와 같이 약간의 풍미를 더하는 역할을 할 뿐 주부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어느 직위에 있어 필요 충분한 조건이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책 안에서의 룰라 전 대통령의 모습은 내가 알고 싶어 하던 그의 모습보다는 그의 일대기를 정렬해 놓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로 인해 초반에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드라마틱한 그의 일대기를 스냅숏으로 본 터라 한 권의 책이 길게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안에서 그 동안의 간과해 오던 가치관들이 무너지고 다시 점철되어 두터운 관념을 재 건립하게 한다.

임기 종료에 떠오르는 레임덕과 대선을 앞두고 앞다투어 넘실거리는 공약들로 난무한 가운데 이 책의 앞부분에 수록된 몇 장의 기록들이 그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가벼운 한 줄기의 말로 한 장의 용지를 모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재 상황에서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룰라와 같은 눈을 가진 그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우리네 마음이 그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그들이 우리를 원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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