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독
박완서 지음, 민병일 사진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박완서 선생의 작고 소식을 들으며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프게만 느껴졌다. 박완서 작가의 단편집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시작으로 <노란집>을 읽게 된 나로서는 거의 마지막에 그녀의 이야기를 마주한 셈이지만 그 따스함과 아련함이 담겨 있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박완서 선생의 이야기라면 무조건, 이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 갔었는데 그런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더 이상 접할 수 없다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이 <모독>이라는 책은 그야말로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환희에 차게 했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 1997년도에 출간된 책이었지만 실은 존재하는지도 잘 몰랐던 이 책을 지금 이렇게 다시 보며 그녀의 이야기를 탐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기쁨이 교차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티베트의 하늘은 그때의 우리 하늘빛보다 더 가깝고 더 깊게 푸르다. 인간의 입김이 서리기 전, 태초의 하늘빛이 저랬을까? 그러나 태초에도 티베트 땅이 이고 있는 하늘빛은 다른 곳의 하늘과 전혀 달랐을 것 같다. 햇빛을 보면 그걸 더욱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다. 바늘쌈을 풀어 놓은 것처럼 대뜸 눈을 쏘는 날카로움엔 적의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건 산소가 희박한 공기층을 통과한 햇빛 특유의 마모되지 않는, 야성 그대로의 공격성일 것이다. –본문

 실용성보다는 멋내기용을 위해서 당시는 착용했다는 선글라스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착용하고 마주한 티베트 땅에 선 그녀를 통해 마주한 하늘은, 내가 그 동안 보았던 그 어떠한 푸르름 보다 더욱 진하고 깊은 푸르름인 듯 하다. 민둥산과 같은 언덕을 뒤로 하며 보이는 새파란 하늘은 지금의 이 사진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더욱더 푸르르게 그녀의 가슴 속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으나 그들에게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어떠한 위압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품어주고 있었으니, 이 여정이 벌써부터 설레온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네 모습과 비슷한 그들을 보면서 그녀는 반가움을 느끼고 있다. 다른 나라에 왔다기 보다는 반세기를 거슬러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니, 어찌 보면 이 여행이 그녀에게 더욱 따스함을 전해주는 이유일 것이다.

 도대체 바다 밑의 세계에서 제일 높은 땅으로 밀어 올린 에너지란 어떤 것이었을까. 땅의 광란이었을까? 하늘의 분노였을가? 그 해답을 성적인 에너지에서 찾은 게 티베트 사람들이 아닐까. 이 땅을 생성한 그 엄청난 기운이 이 거친 땅에 몸 붙이고 살게 된 사람들의 의식에 옮아 붙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이 곳 사람들의 최고 성지 카일라스 산도 남성적 에너지의 상징이니만치 반드시 여성적 에너지의 상징인 마나사로와르 호수와 짝을 이루어 숭배 받는다고 한다. –본문

 

 티베트의 사원과 초원을 넘어 마주했던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아른거리는데 자랑스럽게 가져다 준 암모나이트를 보며 선생은 티베트의 에너지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며 그 안의 의미들을 전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네팔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데, 그녀가 말하는 네팔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서 이질감으로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해해줄 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사치를 부린다고 해서 실제 우리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지 않기에 부담 없이 네팔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을 더욱더 가슴을 뛰게 만든다.

 

 

 

 오늘 살 줄 알았지 내일 죽을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힌두 문화권에서는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그들의 사는 모습을 구질구질한 면까지 천연덕스럽게 보여주듯이 죽어 빈 껍데기가 된 시신이 아주 한 자락의 바람으로 무화되는 과정도 천역덕스럽게 보여준다. 윤회를 믿기 때문일까. –본문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혹은 책으로 몇 번씩 마주했던 화장장의 모습을 매번 마주할 때마다 무언가 송연해지는 느낌이 있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거리가 이토록 가까운 것일까, 라는 생각부터 어제는 살았을 그가 오늘은 주검으로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세상과 차단되어 다른 곳으로 동떨어져 버린 그 순간에 있다는 것이 무언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녀가 다녀왔던 동일한 일정으로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해도 나는 그녀와는 다른 것들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비슷한 것이라손 치더라고 나에게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었을 텐데 이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에서야 이 이야기를 마주하지만 이렇게라도 그녀의 문장과 느낌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녀와 함께 이 길을 여행해보고 싶다. 내가 담아올 것들은 무엇인지, 그 안에 그녀와의 공통점은 있을는지, 먼 미래겠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르's 추천목록

 

여행수업 / Terry L. 동훈저


 

 

독서 기간 : 2014.10.24~10.25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되는 빨간 책방팟 캐스트의 흑임자 김중혁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잰걸음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일까. 실제 그를 마주한 적도 없지만 이미 나는 그를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목소리가 귀에 익어버린 탓에 그의 이야기인 <메이드 인 공장>으로 처음 그의 글을 읽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읽는 내내 피식 웃음이 난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묵묵한 듯 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따스함이 깃들어있어 편안하게 읽어내려 갔는데, 학창 시절이 아니고서야 어느 곳을 견학 한다는 것이 쉽지 많은 우리에게 그는 다양한 공장을 다녀와서 그 모습들을 알알이 전해주고 있다.

주변만 슬쩍 돌아보아도 수 많은 공산품들이 널려있다. 매일 쓰는 것에서부터 가끔 사용하는 것들, 때로는 그런 것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기 마련인데 완제품이 되어버린 그 물품들을 마주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나는 그 물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이 곳으로 도착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어느 공장에서 만들어졌겠지, 라는 생각과 공장이라 함은 높은 굴뚝이 있고 그 굴뚝에서 연기만 피어 오르는 모습만을 상상하고 있는 나에게 그는 생동감 넘치는 공장의 실제를 알려준다.’

어린 시절, 작은 마을에서 지냈다는 그로서는 커다란 공장에 대한 환상마저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공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나의 생각 속 공장의 모습도 한정적인듯 한데 어찌되었건 물품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가 그 물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을 견학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바로 제지공장이었는데 소설가인 그로서는 종이와 땔래야 땔 수 없는 것이기에 그가 제지공장으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것에 대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본다.

제지 공장의 숙명도 비슷한 것 같다. 고대 이집트의 커다란 수초 파피루스에다 문자를 적기 시자간 인류는 석판, 밀랍, 가죽, 종이에다 수 많은 글을 남기며 진화해왔다. 인간의 진화를 위해 자연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잘라내고,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ㅇ하여 종이를 건조 시키고, 펄프를 표백하기 위해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글씨를) 쓰기 위해 (나무를) 부스는 일은 과연 옳은 일인가. 쉽게 답할 수 없다. –본문

하루에도 수 십장의 A4용지를 쓰는 것은 물론 전자책보다는 종이로 된 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나 역시도 일년에 몇 십 그루의 나무를 사용할 텐데 그러한 종이가 어떻게 나무로부터 만들어지는지, 나의 손 아래서 사라져가는 나무들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듯 하다. 그저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기에 별 죄책감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제지 공장의 위압감을 고스란히 전해주던 그는 종이를 쓰는 것에 대한 상념을 던져주고 있다.

엘피가 갑자기 많이 팔려서 시디나 음원 판매를 앞지르는 일을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엘피의 먼지를 닦으며 음악을 듣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곡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옳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엘피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계속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뭐 잊고 있는 건 없는지, 너무 많은 걸 줄이고 압축하는 바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까지 줄인 것은 아닌지, 우리가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음악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질문을 던지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본문

차마 입 밖으로 되내기도 민망하기만 한 콘돔공장과 브래지어 공장을 지나, 김중혁 작가의 작업 공작소, 가방 공장을 넘어 LP 공장에 도착하게 된다. LP판에 대해서 TV를 통해 종종 본적은 있지만 내 두 눈으로 실물을 본다거나 두 귀로 그 날것의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브라운관을 통해서 마주한 것이 LP의 전부인데, 우리나라의 유일한 LP공장이라는 엘피팩토리는 이곳은 일반적인 공장에 대한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전무후무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윤 창출을 위해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지만 이 곳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얻은 수익이 고작 200만원이란다. 그것도 공자을 가동하는 날보다는 닫혀 있던 날이 더 많았던 이 공장의 존속 이유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잊혀져 가고 사라져가는 그 와중에도 LP 공장을 닫지 않고 있는 이 곳의 존재의 가치를 따지는 것 역시 우리 스스로 너무나 계산적이 되어 버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기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나의 단편을 보게 된다.

공산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도 우리의 삶에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이상이 생기거나 하는 일들은 없을 것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그 공산품들을 사고 쓰는 평범한 일상을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하나하나의 공장들을 마주하게 된 후부터는 손에 집히거나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과연 이건 어디서 왔을까, 라는 생각들에 빠지게 된다. 전에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또 생각들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부터 무언가 물품들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긴다는 점에서도 즐겁게 읽은 책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안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그가 만난다는 지인들에게 풀어 놓을 생각이라고 하니, 그의 지인이 아닌 그저 독자인 사실이 조금 서글프게만 다가올 뿐이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유쾌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기였다.

독서 기간 : 2014.10.28~10.3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존의 문제 40가지에 답하다
김용전 지음 / 샘터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학창시절, 전철을 타고 등교를 할 때 보면 지하철에서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직장인들을 보며 그들을 왜 저렇게 힘들어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이미 졸업까지 마치고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음에도 왜 저렇게 늘 힘들어 보이는 걸까, 라며 측은함 반, 신기함 반으로 바라보곤 했는데 그때의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던 직장인의 대열에 들어오고 나니 이 고단함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대번에 알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정신 없이 고개를 흔들며 잠이 들고 있다.

 처음 직장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설렘을 안고서 환희에 차 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 이름이 새겨진 명함이 있고 출입카드가 생겼으며 번듯한 책상을 보며 뿌듯해했었는데 바야흐로 4년이 넘어가는 직장인이 된 지금은 그 무엇에 대한 감흥도 별달리 없이 그저 오늘을 아무 일 없이 마무리하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일에 대한 어려움보다도 사람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1년만 버티면 3년은 버티고, 3년차를 지나면 5년은 버틴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매 순간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 바람 속에서도 아직까지 견디고 있는 것을 보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또 서글퍼지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여기지만, 그러면서도 요즘 다소 걱정이 되는 것은 재직 기간이 아예 1년도 채 안 된 새내기 직장인들이 이직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1년이 아니라 한달이라 해도 여기는 정말 아니구나!’하는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문제는 1년이 채 안 되서 이직을 한 분들 가운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취지의 상당을 해오는 분들이 의외로 만다는 사실이다. –본문

나 역시도 1년이 되기 전까지, 과연 이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꽤나 오랜 동안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과연 이 곳이 나의 평생 직장인가, 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고민보다도 입사 후 1년이 가장 큰 시련의 난관이었는데 직장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빽빽하다 못해 답답하고 힘들기만 한 회사 생활이 두렵기만 했다. 특히나 남성적 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현 회사에 대해서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라는 계속된 고민 끝에 1년이 지나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으로는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고 조금 더 알아보고서 그때도 아니다, 라는 확신이 든다면 포기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직장인들은 사실 꽤 많이 있다. 물론 이런 분들 가운데는 과감하게 자기 길을 찾아서 변신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 저 길로 가고 싶다하고 몸살을 앓으면서도 막상 결행은 하지 못하고 지금의 일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는데도 쉽사리 결행하지 못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주변의 만류를 이유로 든다. ‘한 사람이 참고 열심히 일하면 조용히 잘 먹고 잘 살 일을 왜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켜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려고 하느냐?’고 반대하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가족의 만류도 만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열정 부족인 경우가 많다. –본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해보았을 생각일 것이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 이외의 다른 길을 바라보았을 때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설렘. 분명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만 해도 그러한 설렘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담담함을 넘어서 벗어나고 싶은 나날이지만 새로운 길을 목도했을 때 지금의 내가 있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쉬이 그 곳으로의 일탈을 하지 못하게 된다. 벗어나려 하지만 스스로 발목이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진정 자신이 새로운 길로 가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먼저 하고 나서 그것이 진정 맞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방향들을 안내해주고 있다.

 일을 하고 나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들어선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힘에 따라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한다. 무엇이 답인지, 과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일들에 대해서 그가 주변 이들에게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전해주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래, 이러한 방법이 있었구나.’ 라는 안도를 전해준다. 매일 축 늘어진 어깨를 안고 출근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한 두 장 넘기는 것만으로도 그 무거웠던 짐이 금새 줄어들 테니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오병곤저 


 

 

독서 기간 : 2014.10.26~10.27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아 사랑이야 - 드라마 에세이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1년에 드라마 한편 제대로 보지 않는 나로서는 <괜찮아, 사랑이야>를 우연치 않게 보게 된 그날, 종영을 앞두고 있던 이 드라마를 이른바 정주행 하겠다며 하루를 밤을 새며 보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 드라마를 놓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었다.

 누군가 나의 이 모습을 보면 무모한 짓이라 이야기하겠지만, 드라마를 위해 밤을 지새고 앓아 누었던 그 시간마저도 괜찮다, 라 말할 정도의 애잔함을 남겼으니 가히 이 드라마 안에 푹 빠져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시로 병원에 간다. 감기, 몸살, 눈병, 입병, 하다못해 무좀, 위장장애, 소소한 외상과 때로는 인생을 뒤흔드는 암과 같은 혹독한 병마와 싸우기 위해 검진을 받고, 치료를 하고, 예방에 힘쓴다. 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거의 집착증에 가깝다.

 그런데 마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어떠한가? 마음이 감기에 걸리고, 마음이 암에 걸리고, 마음이 당뇨와 고혈압에 걸린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행복을 원하면서,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음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방치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나? -본문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무심한 듯 빠르게 스쳐지나 가며 수 많은 군중 속에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상처와 아픔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드러낼 시간이나 여건 따위 없이 그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으로 치부되지 일쑤이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정신과 의사인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불륜을 보고 나서 스킨십에 대한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으며 정확한 그녀의 병명은 불안장애 및 관계기피증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유명한 작가이자 라디오 DJ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이렇게 나무에 묶어두지.
 
근데 아침엔 끈을 풀어, 보다시피
.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
 
나무에 끈이 묶인 밤을 기억하거든
.
 
우리가 지난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트라우마가, 상처가 현재의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애기지. –본문

그런 그 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달달한 연애 드라마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마음이 아픈 이들의 사랑은 몸이 아픈 이들의 사랑보다 뛰어 넘어야 하는 장애가 더 높고 크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나 역시도 그들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안고 있었으니, 여전히 그들의 사랑을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 속의 이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며 기다림을 선택하고 그 시간들을 각자를 위해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죽을 것 같은 그 순간 속에 그들은 어른답게 서로를 위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고 그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는 그들의 재회는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개개인이 그들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듯이 우리 역시도 그러한 아픔들을 다 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드러내느냐 안느냐가 겉으로 드러난 환자와 일반인의 차이겠지만 우리 모두가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에 그 아픔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이 모든 아픔들을 서로 보듬어 주며 살아갈 수 있다는 따스함을 전해주는, 보았던 얼마 되지 않던 드라마 중에서 단연 손에 꼽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아르's 추천목록

 

그들이 사는 세상 / 노희경저


 

 

독서 기간 : 2014.10.2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이외수 선생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권을 다 읽은 것이 아마 이로서는 2번째인듯 하다. 그 동안 짧은 단문들로 그의 이야기를 마주하던 나로서는 꽤나 부지런을 떤 셈인데 그 단문들을 이전부터 계속 일거왔기 때문인지 그의 이 이야기가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제목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탄탄대로 위를 걸을 수 있기를 내심 바라곤 하지만 인생의 언저리에서는 불쑥 불쑥 등장하는 장애물들로 인해서 쿵 하니 그 앞에 부딪혀 멈춰서야 할 때도 있고 빙 돌아 그 곳을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러한 나날들이 있다고는 하나 언제나 나의 앞에 있는 장벽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질 때면 다시 툴툴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가 쉬이 생각할 수 있는 것임에도 쉬이 따라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더욱 강하게 반응하게 된 듯 하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만 늘 어렵게만 빙 돌아 지내고 있는 나날들에 대해서 휘휘 털어 내보고자 이 책을 조용히 열어본다.

 누군가에게 잊어버린 사람이 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잃어버린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 잊어버린 사람은 이름도 모습도 기억되지 않을 정도로 무가치한 존재지만 잃어버린 사람은 최소한 아쉬움이라도 불러일으켜서 찾고 싶은 존재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본문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나의 세계는 점점 더 편협해진다. 전화번호 속의 숫자는 더 늘어났을지언정 실제 연락할 수 있는 이들의 숫자는 더 줄어드는 것이 현실인데 그렇게 하염없이 넘어가는 전화번호부를 볼 때면 답답한 마음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수 많은 전화번호 속에 실제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는 그 가벼움은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에 대한 반증이기에 자연히 고개가 숙여지는데 지금이라도 연락해볼까? 라는 생각과 구태여 지금 와서 연락을 해야 하나, 라는 양가적 감정이 함께 하는 지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닌 잊어버린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가 있을까, 하는 상념에 빠져본다.

남에게는 춘풍같이 대하고 나에게는 추풍같이 대하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는 따뜻하게 처신하고 나에게는 냉엄하게 처신하라는 뜻이겠지. 자신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그리고 호감은 성공을 부른다. –본문

 남에게는 배려 깊게, 나에게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 내가 행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너무도 관대한 잣대를, 타인에게는 한 없이 냉철한 잣대를 드리우며 잘잘못을 따지는 내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나는 누군가의 행태를 판단할만한 재목인가를 뒤돌아 볼 때면 간담이 서늘해지곤 한다. 말을 아껴야지 하면서도 금새 그 사실을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는 내 모습은 언제나 타인에게는 추풍을 넘어선 한겨울 바람과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현재의 나는 쓸쓸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

 어떤 이들은 이외수 선생의 글을 보며 괴팍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거침없기에 속이 시원하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글들을 읽는 동안 제법 많은 시간 고개를 끄덕거렸던 나로서는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드러낼 수 없는 카타르시스의 정수를 느끼는 듯 하다. 콕 꼬집어 이야기하기에 때론 그것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내가 마주하기 꺼려했지만 실제의 진실이기에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게 반갑다.

 

 

 

아르's 추천목록

 

하악하악 / 해냄출판사저


 

 

독서 기간 : 2014.10.24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