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 드라마 에세이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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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1년에 드라마 한편 제대로 보지 않는 나로서는 <괜찮아, 사랑이야>를 우연치 않게 보게 된 그날, 종영을 앞두고 있던 이 드라마를 이른바 정주행 하겠다며 하루를 밤을 새며 보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 드라마를 놓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었다.

 누군가 나의 이 모습을 보면 무모한 짓이라 이야기하겠지만, 드라마를 위해 밤을 지새고 앓아 누었던 그 시간마저도 괜찮다, 라 말할 정도의 애잔함을 남겼으니 가히 이 드라마 안에 푹 빠져 지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시로 병원에 간다. 감기, 몸살, 눈병, 입병, 하다못해 무좀, 위장장애, 소소한 외상과 때로는 인생을 뒤흔드는 암과 같은 혹독한 병마와 싸우기 위해 검진을 받고, 치료를 하고, 예방에 힘쓴다. 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거의 집착증에 가깝다.

 그런데 마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어떠한가? 마음이 감기에 걸리고, 마음이 암에 걸리고, 마음이 당뇨와 고혈압에 걸린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행복을 원하면서,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음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방치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나? -본문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무심한 듯 빠르게 스쳐지나 가며 수 많은 군중 속에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상처와 아픔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드러낼 시간이나 여건 따위 없이 그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으로 치부되지 일쑤이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정신과 의사인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불륜을 보고 나서 스킨십에 대한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으며 정확한 그녀의 병명은 불안장애 및 관계기피증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유명한 작가이자 라디오 DJ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이렇게 나무에 묶어두지.
 
근데 아침엔 끈을 풀어, 보다시피
.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
 
나무에 끈이 묶인 밤을 기억하거든
.
 
우리가 지난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트라우마가, 상처가 현재의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애기지. –본문

그런 그 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달달한 연애 드라마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마음이 아픈 이들의 사랑은 몸이 아픈 이들의 사랑보다 뛰어 넘어야 하는 장애가 더 높고 크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나 역시도 그들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안고 있었으니, 여전히 그들의 사랑을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 속의 이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며 기다림을 선택하고 그 시간들을 각자를 위해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죽을 것 같은 그 순간 속에 그들은 어른답게 서로를 위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고 그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는 그들의 재회는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개개인이 그들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듯이 우리 역시도 그러한 아픔들을 다 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드러내느냐 안느냐가 겉으로 드러난 환자와 일반인의 차이겠지만 우리 모두가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에 그 아픔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이 모든 아픔들을 서로 보듬어 주며 살아갈 수 있다는 따스함을 전해주는, 보았던 얼마 되지 않던 드라마 중에서 단연 손에 꼽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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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 노희경저


 

 

독서 기간 : 2014.10.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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