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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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이 문장은 햄릿을 읽었는지의 여부를 떠나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문장일 것이다. 나 역시도 중학생 때인가 이 글을 알게 되었는데, 비록 그 시작은 유행가 노래 속의 가사에서였지만 그 때도 대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그 문제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졌다가 뒤돌아 서면 잊어버리고서는 거즌 이십 여 년의 시간이 지나서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뒤틀려 버렸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아버지의 동생이었던 클로디어스가 왕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와 결혼을 함으로서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은 물론 어머니의 변절과 아버지의 동생이었던 클로디어스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네 역사에 있어서도 왕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한 수 많은 계략들이 있었으나 언제나 의 자리에 오른 그들의 입장을 조명한 이야기를 들어왔더라면 이 이야기는 그 엄청난 모략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피해자일 수 밖에 없는 햄릿을 내세워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그가 이겨내야 하는 시련을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변덕스런 운명이 쏘아 대는 돌덩이와 화살을 맞아야 하나, 아니면 고난의 파도에 맞서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끝장을 내야 하나.
 
어느 쪽이 더 고결한가, 죽는 건ㅡ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 한 숨으로 육신이 상속받은 고뇌와 피할 길 없는 수천 가지의 불화를 마감한다 한다면, 그건 애써 간구해야 할 귀결이다. 죽는 건, 잠드는 것. 잠들면, 아마도 꿈을 꾸겠지ㅡ아, 거슬린다
.
 
이 뒤엉킨 삶의 허물을 떨쳐 냈을 때 죽음이란 잠 속으로 어떤 꿈이 찾아올지 생각하니 멈출 수 밖에 없다ㅡ 불행한 삶일망정 그토록 질질 끄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본문

덴마크의 왕자로서 유복한 삶을 누리며 그가 사랑하는 오필리어와 함께 아름다운 날들을 맞이하고자 바랐을 그의 염원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모든 것이 적막 속에 빠져들고 만다. 이제는 아버지라 불러야 하는 클로디어스는 햄릿을 멀리 떠나 보내는 것은 물론, 그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었으며 그의 어머니인 거트루드는 자신의 남편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들보다도 그 슬픔을 보며 불편을 느끼는 클로디어스를 보며 햄릿을 다그치고 있다. 햄릿에게 사랑은 영원 고결한 것이 아닌 쉬이 변모할 수 있는 수치스러움이었으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던 그는 결국 폴로니어스를 죽음으로 내몰게 되고 이로 인해 오필리아를 잃는 것은 물론, 레어티스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원수로 변모하게 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긴장감에 책에서 손에 놓을 수 없는 이 이야기를 보며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퍼져나가 결국은 비극으로 다다르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저 그들이 처음 놓여졌던 그 자리에 만족하고 욕망이 이끄는 행동을 실천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들은 모두 웃고 있을까. 벼랑 끝에 몰려 있던 그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들을 한 것인가에서부터 그 선택의 결말이 결국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것에서 애잔한 마음이 맴도는 소설이었다. 과연 내가 햄릿이었다면, 나는 어떠한 행보를 걷게 될지, 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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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 윌리엄 셰익스피어저

 


 

 

독서 기간 : 2014.1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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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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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에 이어 <푸른 수염>까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서 그녀만의 해학적이면서도 인간의 숨겨져 있는 이면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만큼은 단연코 그녀의 이야기가 으뜸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깔깔 웃으면서 읽어내려갔다가 끝으로 다다르면 다다를 수록 섬뜩함을 느꼈던 <오후 네 시>와 무언가 음산한 느낌으로 시작해서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이 이것일까?라는 생각이 스치게 하는 <푸른 수염>까지. 처음의 그 느낌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출구로 나오는 이야기가 그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완벽한 호화저택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세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사르튀닌은 그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 면접이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 단어일까, 라는 생각이 스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작품 속에 면접이라는 단어를 택하고 있기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는데 문제는 지금은 빈방이지만 그 전에 이 방에 살았던 여덟명의 여자들은 현재 행방불명의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에 들어오기를 지원하는 수 많은 여자들 중, 돈 엘레미리오의 간택을 받아 유유히 이 방으로 입성하게 된다.

"어디 감춰두신 거예요? 난 한명도 못 봤는데?"
"
당신도 감춰지고 싶소
?"
"
전 당신의 여자가 아니예요
."
"
내 여자요. 오늘 아침부터는" -본문

계속해서 이어지는 돈 엘레미리오의 고백을 보노라면 과연 그가 무슨 생각에서 사튀르닌에게 이토록 사랑을 느끼는 것인지, 이제 겨우 며칠, 아니 몇 번을 마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 과연 그가 정상인건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관심이 없는이라도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누군가를 보며 은근히 그 모습을 즐기는 심리를 돌이켜보며 그렇게 사튀르닌도 이 관계를 단절시키기 보다는 계속해서 그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속에서도 너무 진지한 돈 엘레미리오와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톡톡 쏘아대는 사튀르닌을 보며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되어 갈지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라고 매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돈 엘레미리오의 요리에, 그 다음에는 그가 손수 만들어준 옷을 보며 사튀르닌은 점차 그에대한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어느새 사랑의 설렘은 그 선을 넘어선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근접한 것 세가지를 섞으면 이상적인 게 나올 거라고 믿는 것, 그건 무지한 자들이나 품는 환상이오. 색깔들을 섞으면 언제나 끔찍한 잡탕에 도달하고 말지. 한 빛깔의 순수함보다 더 완벽한 건 아무것도 없소. 난 당신을 위해, 당신 치마에 쓸 안감을 위해 87번째 노란색을 발명해 냈소. -본문

돈 엘레미리오가 왜 이토록 노란색에 집착하게 되는지, 사르튀니가 계란 노른자를 표현한 모습에서 그가 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마지막을 향해가면 점차 그 비밀이 벗겨지게 된다. 그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8명의 여인들과 한 자리 비어있는 아홉 번째 자리의 액자. 그곳의 숨겨진 비밀이 풀려지는 순간, 사르튀니는 다른 여인들과는 다르게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오게 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하는 순간,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이 모든 것들이 생경하게만 다가오게 된다. 완벽한 사랑과 그 사랑을 완성하려했던 돈 엘레미리오의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는 것일까. 가볍지만 쉽지 많은 않은 그녀의 이야기를 한 동안 또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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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브저

독서 기간 : 2014.1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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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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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1440, 86400. 지구 안에 있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전해지는 이 시간의 마법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구의 자전 주기에 따라 모든 이들이 정해놓은 ‘1=24시간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길에 올랐으며 오전 9시 업무를 시작하고서는 오후 6시에 시계 바늘이 도달하기를 바라며 바쁜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법칙이 조금씩 깨어지게 된 것은 바로 슬로잉 현상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 누구도 대체 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한 것인지 모르지만 조금씩 이상 현상들, 하늘을 날던 새들이 추락을 하고, 하루의 시간이 24시간이 아닌 30시간, 나중에는 심지어 70시간까지도 늘어나고 있고 일몰과 일출은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인간은 슬로잉 증후근에 걸리게 된다. 또한 이전보다 추락하는 것은 더 빠르게 떨어졌으며 그에 따라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을 주어야 하는 등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지구 안의 모습을 보면서 그럼에도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또 지금의 우리를 보는 듯 해서 아련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이 소설은 지구의 자전주기가 어느 순간 점차 늦춰지면서부터 지구 상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에 대해서 당시 11살 소녀였던 줄리아의 눈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공상 과학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며 외면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들에게 나는 현재 지금의 지구 상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기후의 현상 속에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들이기에 마냥 픽션의 세계라고만 칭할 수 없는 것이다.

 10 6, 일단의 전문가들이 비밀을 공개햇다. 물론 우리는 모두 이날을 기억한다. 그들은 어떤 변화가, 그러니까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그것을 슬로잉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중략
)
 
하지만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하루는 이미 밤 시간이 오십육 분이나 늘어나 있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길모퉁이마다 삼삼오로 모여서 세상의 종말을 외쳤다. 심리 상담가들이 학교를 찾아왔다. 옆집의 발렌시아씨가 통조림과 생수를 차고에 가득 채워 넣는 모습도 보았다. –본문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나 오래 전에 한반도의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마트마다 라면이나 생필품들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실제 전쟁이 난다면 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 하며 집에 쌓여져 가는 라면과 쌀을 보면서 그저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는데 이와 비슷하게 줄리아 역시도 조금씩 달라져가는 일상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 안에 속해서 서서히 변해가는 현실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변화되어 가는 일상들을 전해주고 있다.

 지구의 자전 주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하루가 24시간을 넘어 점점 길어지는 날이 계속 될 수록 사람들의 혼란은 가중되게 된다. 시계는 이전처럼 동일하게 12시간을 기준으로 바늘을 가르키고 있지만 밖의 풍경은 아침이 될 시간인데도 여전히 깜깜하거나, 밤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양이 솟아있는 현상들이 계속되고 있고 그리하여 각 국가는 클락 타임으로 생활할 것을 국민들에게 권고하게 된다. 클락 타임이란 말 그래도 자전 주기가 늘어나게 되면서 하루의 기준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 없이 무조건 하루를 24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생활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줄리아는 암흑과 같은 나날에 등교를 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수업을 하는 날들이 왕왕 일어나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클락 타임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 ‘리얼 타임으로 지내고 있는 이들은 소외되거나 아니면 그들만의 도시인 서케이디어로 이주를 하고 있다. 물론 클락 타임의 생활권에서 리얼 타임으로 지내는 실비아 선생님과 같은 이들도 있지만 이들은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위협을 받게 된다.

 고래만 자기장이 필요한 게 아니야.”
골짜기 가장자리에 이르러 보도에 들어설 때 세스가 말했다
.
우리 인간에게도 필요해. 아빠가 그러는데 자기장이 없으면 인간은 모두 죽는대
.”
 
하지만 그날 내 귀에는 세스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오후 내내 세스 모레노와 함께 있다니……. –본문

 리얼타임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나의 삶으로는 그저 어쩜 이런 일이!’라며 탄식만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삶 속에는 여전히 우리와 같은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쟁과 같이 아픔과 고통만 가득할 것 같은 곳에서도 사랑과 희망이 피어나 그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지듯이 기적이라기 보다는 재앙에 가까운 이 나날 속에서도 그들은 계속해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줄리아의 할아버지나 세스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야만 했고 줄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을 맛보아야 했으며 해나와도 결별을 했지만, 그녀는 세스와의 두근거리는 나날들을 안고 있었으며 지금은 그와 헤어진 상태이지만 어느 순간 기적처럼 나타날 그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 이야기가 회색조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닮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잿빛이지만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영롱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생각이 들어 읽고 나서는 묵직하게 밀려드는 따스함을 느낄 수가 있다.

 오랜만에 신나게 읽어내려 간 소설책인 듯 하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줄리아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나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돌이켜 보는 것은 물론, 현재의 줄리아에게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본다.

 

 

 

독서 기간 : 2014.10.11~10.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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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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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켜버린 동생의 기억을 안고서 살고 있는 히나코는 오늘도 아메코와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가공의 여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론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내에서 그녀는 독거노인도 아니면서 홀로 살고 있는 괴짜라는 소문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실제 그녀는 주변이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외롭거나 이상하지 않다. 그저 현재의 그녀 이전에 수 많은 기억들만을 안고 살고 있을 뿐이다.

히나코에게는 피아노가 아닌 악기의 소리도 들린다. 드럼과 베이스와 색소포느 그ㅓ면 외국의 어느 술집에 잇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들 마시고 떠들고 웃고 있다. 찾으면 모두 찾을 수 있으리라. 아버지도 엄마도, 첫 남편도 둘째 남편도. 떠났거나 히나코 쪽에서 떠나왔던 옛 연인들도, 여동생도. -본문 

 히나코의 집을 주기적으로 찾는 류지를 통해서 그녀의 현재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히나코의 가공의 여동생을 통해서 히나코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장소의 나쓰키와 드류를 통해서 고지마 선생을 마주하며 마지막에 가서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시끌시끌하고 빠르고, 소박하면서 명량한 가공의 소리가 피아노에서 넘쳐흘러 방을 채웠다. 히나고는 선 채로 눈을 감고, 온몸으로 선 채로 눈을 감고, 온몸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리 하나하나가, 현실에 존재하는 잔신 위로, 주위로, 잇달아 내려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눈처럼, 기억처럼. -본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히나코나 아주 작은 소인을 보았다는 이야기들은 때론 미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들 같지만, 이 책 안에서 만큼은 참 편안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 안에서의 이야기들이 모두 그들의 추억이 담겨 있었기에 현재 그들이 보여주는 미스터리한 모습들 보다도 과거의 따스함이 전해졌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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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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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 프리커는 편집장인 프랭커 커리의 설득 아닌 설득에 못이겨 자신이 자랐던 윈드 갭으로 취재를 나가게 된다. 고향으로의 회귀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설렘, 반가움 등의 밝은 느낌이겠지만 그녀는 이 제안이 달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일전의 다른 기자들은 자신의 고향으로 가서 취재한 기사가 퓰리처상에 오른 일이 있기에 프랭커 커리는 그녀에게도 그런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취재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꽤나 오랜만에 찾은 집 앞에서 그녀의 어머니인 아도라는 딸의 갑작스런 출현을 반기기 보다는 뭐랄까, 왜 너가 이곳에 있는거니? 하듯 손님을 대하듯 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 가족에 대한 비밀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들과 함께 카밀이 취재해나가는 이야기들을 보며 조금씩 그 문제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된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를 사랑하니까요." 엠마가 햄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고기의 역겨운 냄새 위로 단 냄새가 떠다녔다. "나도 살해당했으면 좋겠어." 

 "엠마, 그런 말 하면 못써."어머니가 새하얗게 질려 말했다. 손가락이 손눈썹 근처를 부들부들 맴돌더니,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식탁 위로 도로 내려왔다. -본문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메리언의 빈 자리를 카밀은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자리는 오히려 엄마의 텅빈 자리만이 있었고 그렇게 공허해져버린 자리를 카밀은 커터가 되어 스스로의 몸에 자해를 하며 버티고 있었고 메리언의 자리를 매꾸듯 엠마는 아도라가 바라는대로 행동하는 듯 하지만 집 밖에서 마주하는 메리언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아도라는..... 어머니에게 과잉보호를 받았지. 네 할머니 조야가 네 엄마를 보고 미소를 짓거나 사랑스럽게 어루만져주는 건 한번도 못봤지만 그래도 그 양반은 네 엄마한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언제나 머리를 만져주고 옷을 입히고, 그리고.... , 네 할머니는 아도라를 핥기도 했어. 그냥 개 손을 잡고 핥는거야. 아도라가 햇빛에 타서 살같이 벗겨지니까. (중략) 아무튼 조야가 네 엄마 옆에 않아서 셔츠를 벗기소 살갗에 길에 일어난 껍질을 벗기는 거야. 조야는 그걸 아주 좋아했어. -본문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결말로 치닫게 되는 것인지. 이 모든 것들의 이야기의 첫번째 단추에 대한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지게 된다. 그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받아들여야 하는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폭력은 아이는 물론 그것을 자행하는 어른들마저도 비뚤게 만들고 있다.

 범인을 추격해나가는 그 모습들도 그렇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 갈수록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비뚤어진 사랑의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송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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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송이 백합과 13일 간의 살인 / 안드레아스 프란츠저

 

 

 

 

 

 

 

 

 

 

독서 기간 : 2014.10.01~10.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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