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켜버린 동생의 기억을 안고서 살고 있는 히나코는 오늘도 아메코와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가공의 여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론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내에서 그녀는 독거노인도 아니면서 홀로 살고 있는 괴짜라는 소문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실제 그녀는 주변이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외롭거나 이상하지 않다. 그저 현재의 그녀 이전에 수 많은 기억들만을 안고 살고 있을 뿐이다.
히나코에게는 피아노가 아닌 악기의 소리도 들린다. 드럼과 베이스와 색소포느 그ㅓ면 외국의 어느 술집에 잇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들 마시고 떠들고 웃고 있다. 찾으면 모두 찾을 수 있으리라. 아버지도 엄마도, 첫 남편도 둘째 남편도. 떠났거나 히나코 쪽에서 떠나왔던 옛 연인들도, 여동생도. -본문
히나코의 집을 주기적으로 찾는 류지를 통해서 그녀의 현재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히나코의 가공의 여동생을 통해서 히나코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장소의 나쓰키와 드류를 통해서 고지마 선생을 마주하며 마지막에 가서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시끌시끌하고 빠르고, 소박하면서 명량한 가공의 소리가 피아노에서 넘쳐흘러 방을 채웠다. 히나고는 선 채로 눈을 감고, 온몸으로 선 채로 눈을 감고, 온몸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리 하나하나가, 현실에 존재하는 잔신 위로, 주위로, 잇달아 내려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눈처럼, 기억처럼. -본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여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히나코나 아주 작은 소인을 보았다는 이야기들은 때론 미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들 같지만, 이 책 안에서 만큼은 참 편안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 안에서의 이야기들이 모두 그들의 추억이 담겨 있었기에 현재 그들이 보여주는 미스터리한 모습들 보다도 과거의 따스함이 전해졌기 때문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