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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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터덜터덜, 아직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고 온 몸이 물을 흠뻑 담은 스펀지처럼 무거우면서도 발걸음을 회사로 재촉하며 걸어가고 있다. 무엇을 위한다거나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어제처럼 오늘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그저 오늘 하루만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책상 앞에 앉아 오늘의 일을 시작하고 있다. 

 매일 일탈을 꿈꾸면서도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라고 나름의 위안을 전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이 최면이 현실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움직여야 하기에 움직여야 할 뿐이니까. 그래서일까. 교코와의 만남은 엉뚱한 듯 하지만 언젠가는 꿈꾸는 나의 모습이기에 그녀의 소소한 일상들이 평범하지만 함께 하나 보면 또 휴식처럼 느껴져 계속 그녀의 곁에 있고 싶어진다.

 그토록 예전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했으면서 막상 닥치고 보니 이십 년 이상이나 몸에 밴 회사원 습성이라는 것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아 당황스럽다. 여기로 이사 오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뭔가 해야 해.” 하고 무심코 할 일을 찾게 된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 했을 때,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할 일이 하나도 없다는 허무함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본문

 교쿄가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위해 찾은 연꽃빌라는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쓰러지기 일부 직전의 위태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모기떼에 시달리고 습기 때문에 곰팡이의 습격을 받는 것은 물론 겨울에는 바깥보다도 집안이 더욱 춥게 느껴져서 온몸을 칭칭 감고 난로를 켜지 않으면 안될, 게다가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동 사용이며 옆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마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도 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이 공간이 대체 무엇이 좋다는 것일까, 라며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물론 나 역시도 그녀가 선택한 세 평 남짓한 이곳이 처음에는 마뜩잖았으니 말이다.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지만 30만엔의 월세와 한달 생활비 10만엔은 그녀가 남은 여생 동안 자신이 모아둔 돈으로 생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그녀는 어머니의 그늘에서부터 벗어나고파 했기에 이곳을 보자 마자 근사해요라는 말을 내뱉는 교코를 보며 그녀가 얼마나 이 시간들을 바라고 있었는지를 쉬이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선택은 그녀 앞에 드리울 문제들을 보며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만 최악의 선택이라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그럼에도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나가며 그 안에서의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오면서도 그래, 이 정도면 됐지, 하며 그녀의 행보에 나지막이 힘을 실어보기도 한다.

 이미 오랫동안 몸에 벤 습관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라는 반문을 던지면서도 이웃인 사이토와 구마가이씨를 보면서 어떻게 보면 연꽃빌라라는 세상의 낙오자들과 함께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그 안에서의 의미들을 찾아가는 그들을 보며 찬란하지 않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교코가 회사 생활을 할 때도 큰 눈이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적당히 시간을 계산해 택새를 불러 그걸 타고 회사에 다녔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과거의 자신은 현재의 자신과 많이 닮기는 했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유행하는 옷과 소품이라든가, 화장품이나 에스테틱, 네일 살롱이 어떻고 하면서 겉모습은 반듯했지만, 그것은 그저 예쁜 갑옷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그 갑옷을 벗고, 속에 있던 부드러운 알맹이가 그 자리에 있다. -본문

방안의 제습기를 설치하고 수시로 물을 비워줘야 하고 모기의 출현 때문에 방충망을 직접 설치하고 곰팡이 제거를 위해 손수 닦아내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문을 닫아도 방안으로 들어오는 눈보라와 갑작스레 등장한 거대한 지렁이 때문에 방을 뛰쳐나가야 하는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안에서 새싹이 자라고 새들이 지저귀는 현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쏟아내는 잔소리가 우리가 견뎌야만 하는 현실이라면 그녀가 있는 세 평 남짓의 이 공간은 그녀를 감싸 안아주는 공간이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쓰러져 가는 남루한 공간이었지만 교코에게는 그녀 스스로의 생각과 시간을 갖게 해준 곳이었기에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과연 나의 연꽃빌라는 어디인지에 대해서, 당장이라고 이런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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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무레 요코저

 

 

 

독서 기간 : 2014.12.02~12.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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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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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세상의 고양이가 사라지게 된다면, 이라는 독특한 질문 때문에라도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대체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 어떠한 변화가 오게 될까. 고양이를 키운 적은 한 번인가 있었는데 뒤뜰에 있는 쥐 잡이용으로 장터에서 온 녀석은 어느 새 비좁은 뒤뜰이 아닌 세상으로 뛰쳐나가버렸고 그렇게 정이 들 즈음 사라져버린 그 고양이 덕분에 부모님은 고양이는 더 이상 키우지 않으셨다. 그저 지나가는 들 고양이만 몇 번 마주했던 것이 전부였기에 과연 고양이가 사라진다, 와 그 이후의 변화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딱히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았던 기억도 사랑을 주었던 기억도 뚜렷이 없이 그저 이 지구 상에 함께 하는 존재 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질문을 바꿔 강아지가 사라지게 된다면, 현재 동거동락하고 있는 강아지가 있기에 그 사실은 무척이나 슬플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나에게는 물음표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현실이 될 것이고 또 고양이를 싫어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을 텐데 과연 이 책 속에서는 어떻게 이 이야기를 펼쳐나가게 될지. 고양이를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지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세상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벼하고,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세상에서 갑자기 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여느 때와 똑 같은 내일을 맞게 될까?

시시한 망상이라고 당신을 생각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믿어주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써나갈 내용은 지난 일주일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너무나 불가사의한 일주일이었죠.

나는 머기않아 죽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이유에 관해 지금부터 쓰려고 합니다. 분명 긴 편지가 되겠죠. 그래도 마지막까지 함께해주길 바랍니다. 이것은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될 것입니다. 그래요, 이것은 나의 유서입니다. -본문

평범한 일상 속에 우편 배달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서른 살의 사토 다케루. 그에게는 가족을 대신해 4년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인 양배추가 있다. 어제와 같이 오늘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그에게 감기 기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그리하여 들린 병원에서는 뇌종양 4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당연히 내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남겨져 있는 알 수 없는 며칠을 종종거리고 있던 그에게 너무도 화려한 셔츠를 입은 악마 알로하가 나타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없앨 때마다 사토 다케루에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삶의 연장. 이것이 바로 악마가 그에게 내 놓은 거래 조건이었는데 하나님과의 제안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얻은 알로하는 이 믿을 수 없는 조건을 시한부 인생을 이제 막 받아들인 다케루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 다케루는 전화, 영화, 시계를 차례로 없애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슬르 타면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들을 보노라면 과연 핸드폰이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지냈을까, 라는 물음이 절로 들었는데 다케루는 이것을 그가 악마를 만난 그 다음날 가장 처음 없애게 된다. 휴대폰 속의 수많은 이들의 번호 중 무엇 하나도 외우지 못하면서 세상에 가장 중요한 물건인 냥 늘 내 손에 있었던 핸드폰이 사라지고 그 다음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영화였다. 왜 그가 이러한 것들을 없앴는지에 대한 선택 또한 관전 포인트겠지만 번외의 문제로 순간 자신이 없애기로 한 것들을 마지막 순간에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게 주어지는데 그것이 만약 나였다면, 마지막에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어떠한 영화를 보게 될지에 대한 생각에도 잠겨보게 한다.

 그리고 나서 다케루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늘 곁에 있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양배추의 존재에 대해서, 그 전에는 그저 전화를 사용하고 영화를 보고 시계를 확인했던 것을 넘어 자신과 교감을 나누었던 고양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한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이것은 비단 고양이를 넘어 우리에게 주변에 늘 있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닫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하고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닫죠. –본문

 매일 눈에 보이고 곁에 있는 것들이라 당연히 곁에 있는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들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야옹, 하고 우는 양배추의 소리가 얼마나 그에게는 따스했을지. 그 짧은 울림이 내 주변의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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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 오기와라 히로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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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오승희 지음, 정현정 극본 / 예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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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을 돌리다가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멈춰선 적이 있다. 꽤나 오래된 연애를 하고 있던 직장동료에게 그 남자 변한 거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지난날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는 한 여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연애 초기엔 그녀의 볼에 덕지덕지 붙은 솜사탕마저 귀엽다고 하던 그가 5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양념통닭의 양념이 묻은 것을 보며 칠칠하다며 핀잔을 주는 그 모습을 순간, ‘그래, 변한 거구나 라며 그녀의 에피소드가 마치 나의 것 인냥 처량하게 그 곳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드라마를 웬만해서 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 <연애의 발견>은 순간의 찰나가 발목을 잡은 것이었으며 그렇게 멍하니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것을 보며 대관절 사랑이란 무엇이며 연애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어렵기만 한 것이냐며 드라마의 대사에 격한 공감을 보내며 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순간순간의 공감을 만들어내던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마주하면서 드라마에서의 장면이 다시 오버랩 되는 것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500일의 썸머 싱글즈의 영화가 더 많이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여름이라는 이유로 영화 ‘500일의 썸머가 떠오른 것은 그야말로 1차적인 연계였고 싱글즈의 나난이 이 소설 속의 여름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 둘을 엮은 것은 왠지 모르게 그녀들이 닮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하는 뒤늦게야 뼈저리게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상대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는 걸. 여름이 건넨 것은 이해하고, 배려하고, 나아가 태하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진심이었음을.
 
여름의 편지 위로 태하의 눈물이 툭 떨어진다.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 예상치 못한 갈들을 맞딱뜨렸을 때 그 일은 극복할 수 있는 시작점은,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본문

 지난날의 연애를 돌이켜 보노라면 그 당시의 나는 어쩜 그토록 어렸던가, 에 대해 생각하며 혀를 차기도 하고 그것은 그 당시보다도 현재의 내가 성장했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풋풋함을 잃어버린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이제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기에 지나간 연애에 대해 지우고 싶을 지 언정 그 덕분에 내가 있노라, 라며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인데 눈물바다가 되어 서로에 대한 이별의 이유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던 여름과 태하는 여름의 현재 남자친구인 하진의 선 자리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인연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악연이라 해야 할지 아직은 확고하지 않은 그 경계의 선 위에 여름와 태하는 다시 마주하게 되고 과거의 연인이었던 그들과 현재의 연인 사이인 여름과 하진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하진에게 숨겨져 있던 아픈 기억에서부터 계속해서 눈엣가시처럼 파고드는 아림, 게다가 다시금 여름이 좋다고 고백하는 태하에서부터,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결국은 친구 이상은 아니라며 솔의 가슴에 생채기만 남겼던 은규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이 흘러가면서 때론 누군가의 짝사랑이었고, 어느 순간은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이었으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비련의 주인공까지 되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이 안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내가 너를 보내준 것도 아니고, 네가 간 것도 아냥. 나는 너를 만나면서 행복하지 않았어,여름아. 늘 불안했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고….”(중략)
더 사랑 받고 시었고….그랬어. 강태하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행복하려고 노력했지만 행복하지가 않았어. 그게 우리가 헤어진 이유야.” –본문

 최선을 다해서 그 때를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늘 아등바등하면서 왜 나의 사랑과 그의 사랑은 동일하지 않는지, 사랑이라는 것의 굴레에 빠져 있을 때 동등한 주체가 아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 안에서 평형으로 맞추기 위해서 밀당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지, 때론 이러한 밀당마저 할 수 없이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하는 반쪽 짜리 사랑에 가슴을 앓고 있다면 이러한 둘이서 하는 가슴앓이는 행복한 고민이라고도 하겠지만 어찌하여 타인의 연애는 그토록 쉬워 보이면서도 나의 것은 쉽지 않은지. 이 모든 고민들을 해보았기에, 아니, 지금도 하고 있기에 나는 이 소설마저도 깊이 빠져들어 마주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느낌이다. 사랑을 끝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일까, 아니면 이번만큼은 끝이 없을 거라는 바람으로 매번 그 안으로 뛰어드는 것일까. 
 
끝나지 않는 사랑은 없지만 영원할 것이라 믿고 시작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있을 동안만큼은 찬란하게 빛나기를 모든 사랑들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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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의 크리스마스 / 카마타 토시오저


 

 

독서 기간 : 2014.11.2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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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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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비몽사몽의 시공간이 제대로 인지되기도 전에 진열대 위에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빼빼로를 보면서 아, 이제 빼빼로 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과 10일에 퇴근하면서 부서에 돌릴 빼빼로를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잰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어느 기업의 마케팅 기획으로 시작된 이 빼빼로 데이는 어느 새 11월달에는 꼭 챙겨야만 하는 날이 되어버렸고 언제부터 이 가느다란 막대 과자에 이토록 많은 의미가 담기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회사 사람들에게 빼빼로를 챙기며 정작 가족이나 남자친구, 지인들에게는 챙기지 않은 나를 보면서 가볍다고는 하지만 뭉클거리는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는 빼빼로 데이가 즐겁다기 보다는 하나의 의무로 자리잡아 버렸기에 씁쓸하기까지 하다.

그래, 나는 빼빼로 데이가 귀찮아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이 그저 따르고만 있는 나로서는 이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무언가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줄 것만 같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한장 한장을 넘기게 된다.

빼빼로를 두려워하는 빼빼로 포비아를 남자친구로 둔 한나리는 심리상담사인 민형기를 찾아가게 된다. 그녀의 남자친구의 증상이 점차 심해지는 것이 걱정되었던 그녀가 대신해서 그를 위해 심리상담가를 찾아가게 되는데 성인인 남성이 빼빼로가 무엇이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는 왜 이 막대 과자에 대해서 어떠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은 곧 이어 이 안의 이야기가 김만철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그 김만철의 상상 속의 이야기와 실제의 삶이 데깔코마니처럼 이어지게 된다.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이란 달콤한 초콜릿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느 놎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 손개 개똥 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은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의 인간은 모두 독특한 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나네. -본문

자신이 일하는 카페의 현실 안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누나를 기반으로 하여 소설을 써내려간 것이었는데 '스윗스틱'에 대한 배경을 시작으로 그 카페의 주인 따라 간 그의 집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데 허름한 호송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알고보니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서부터가 픽션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 마지막은 김만철의 여자친구가 심리상담가를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니 말이다. 빼빼로 포비아의 등장에서부터 시작에서 SF 공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인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빼빼로는 문장 아닌 막대 과자로 구성된 과자 상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11 11일 이 가까워오면 그 과자를 통해 자신이 상상하는 이야기예 빠져든다. 그건 대게 사랑에 대한 환상이지만 그 환상은 얼룩지고 음산해지며 종종 우울하게 가라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때 뿐이다. 시답잖은 베스트셀러를 읽은 뒤에 뒤로 던져 버리듯 빼빼로데이가 지나면 이내 그 과자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는다. -본문

어떻게 보면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끝나게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라 생각될 수 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빼빼로라는 하나의 막대과자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이 만들어가는 굴레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들도 슬쩍 마주하게 됐을때 마냥 즐겁게 웃을 수 만은 없게 된다. 웃기면서도 웃을 수 만은 없는 이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빼빼로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이기에 한번 쯤 읽어보며 생각해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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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 프랑수아즈 사강저

독서 기간 : 2014.11.28~11.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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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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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소설을 읽다 보면 과연 저자는 어떠한 생각들로 시작하여 이 이야기들을 써내려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도 그렇고 주인공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물론 열린 결말로 마감을 한 책이라면 더욱이 과연 저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물음표가 고개를 들게 되는데 당최 어느 곳을 향해 이 질문을 던져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에 그저 마음 속으로 삭히며 혼자만의 공상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저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이 독서 후의 자신만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그의 바람대로 나만의 세상을 어수선하지만 나름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던 셈이다.

그러니까 이미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집안에 들어서서 이곳에는 무엇이 있고 저곳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내가 소설을 접하는 방식이었다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음의 푸른 상흔>은 집을 설계한 건축가와 함께 그 집이 어떻게 지어졌는데, 그 순간순간 그가 선택한 골재를 무엇인지, 왜 이러한 생각들을 하게 됐는지 등 그의 옆에서 한 채의 집이 지어지는 일련의 과정 안에 같이 있는 기분이었으며 저자와 함께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 무언가 다른 책과는 남다른 느낌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다.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지 두 달째다. 내가 없는 동안 나의 소중한 반밀렘 남매는 어떻게 밥을 먹고 무엇으로 생활했을까? 후견인으로서 후회(기쁜 후회)를 느낀다. 남매가 신세를 지게 된 부자의 이름을 다시 찾아봐야 하는데…… 제델만 부부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세바스티앵이 제델만 부인과 해야 할 일을 했는지 결정해야 한다. 불평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문

그녀의 손끝에서 살아나게 되는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가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녀가 그들은 놓아두고 자신의 삶을 사는 그 순간마저도 그들의 생각에 잠겨 어떻게 그들이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것이 소설과 에세이가 결합된 액자식 구성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아마 나는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라는 남매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라 믿었을 것이다.

땀의 대가로 살아간다기 보다는 그들에게 원초적으로 주어진 육체로 오늘을 연맹하고 있는 이 남매는 그들이 실제 처해있는 현실은 노숙자나 다름 없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지만 그들이 하고 다니는 행색은 여느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와 다름 없을 정도로 허세에 빠져 사는 모습은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당장 오늘 저녁으로 때울 음식조차 없으며 그들의 입은 드레스와 정장차림으로는 걸어갈 수 없기에 기꺼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그들. 때론 얄밉기도 하고 대체 왜 그들은 후원자만을 기다리는 것일까, 라는 답답함을 안고도 있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럼에도 그들에게 계속된 연정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내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가장 견딜 수 없는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 내가 이 책에서 상상력을 예찬한 것도 물론 그런 이유에서였다.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본문

대체 이 남매의 행보는 어디까지 가게 되는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 한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녀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주인공들을 밀어 넣고 있다.

3주의 시간 동안에 변해있는 브뤼토 라페와 남매의 분위기 속에서 로베르 베시는 그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었던 배신감과 슬픔에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브뤼토 라페, 엘레오노르, 세바스티앵에게는 그러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어찌되었건 그들에게 드리우는 것은 한 인간의 죽음이다.

친절한 듯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너무나 많은 길 위에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또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초반의 느꼈던 친절함이 과연 친절함이었던가, 에 대한 물음과 쉽게 진입하기는 했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막막하기도 했던 이 이야기를 보며 그럼에도 매혹적이기에 빠져나올 수 없었던 책이었노라 감히 말하고 싶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과연 그것이 나였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물음이 다시 앞에 놓이게 된다.

아르's 추천목록

젊은 베르터의 고뇌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저

독서 기간 : 2014.11.25~11.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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