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
오승희 지음, 정현정 극본 / 예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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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채널을 돌리다가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멈춰선 적이 있다. 꽤나 오래된 연애를 하고 있던 직장동료에게 그 남자 변한 거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지난날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는 한 여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연애 초기엔 그녀의 볼에 덕지덕지 붙은 솜사탕마저 귀엽다고 하던 그가 5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양념통닭의 양념이 묻은 것을 보며 칠칠하다며 핀잔을 주는 그 모습을 순간, ‘그래, 변한 거구나 라며 그녀의 에피소드가 마치 나의 것 인냥 처량하게 그 곳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드라마를 웬만해서 보지 않는 나로서는 이 <연애의 발견>은 순간의 찰나가 발목을 잡은 것이었으며 그렇게 멍하니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것을 보며 대관절 사랑이란 무엇이며 연애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어렵기만 한 것이냐며 드라마의 대사에 격한 공감을 보내며 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순간순간의 공감을 만들어내던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마주하면서 드라마에서의 장면이 다시 오버랩 되는 것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500일의 썸머 싱글즈의 영화가 더 많이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여름이라는 이유로 영화 ‘500일의 썸머가 떠오른 것은 그야말로 1차적인 연계였고 싱글즈의 나난이 이 소설 속의 여름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 둘을 엮은 것은 왠지 모르게 그녀들이 닮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하는 뒤늦게야 뼈저리게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상대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는 걸. 여름이 건넨 것은 이해하고, 배려하고, 나아가 태하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진심이었음을.
 
여름의 편지 위로 태하의 눈물이 툭 떨어진다.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 예상치 못한 갈들을 맞딱뜨렸을 때 그 일은 극복할 수 있는 시작점은,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본문

 지난날의 연애를 돌이켜 보노라면 그 당시의 나는 어쩜 그토록 어렸던가, 에 대해 생각하며 혀를 차기도 하고 그것은 그 당시보다도 현재의 내가 성장했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풋풋함을 잃어버린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이제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기에 지나간 연애에 대해 지우고 싶을 지 언정 그 덕분에 내가 있노라, 라며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인데 눈물바다가 되어 서로에 대한 이별의 이유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던 여름과 태하는 여름의 현재 남자친구인 하진의 선 자리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인연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악연이라 해야 할지 아직은 확고하지 않은 그 경계의 선 위에 여름와 태하는 다시 마주하게 되고 과거의 연인이었던 그들과 현재의 연인 사이인 여름과 하진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하진에게 숨겨져 있던 아픈 기억에서부터 계속해서 눈엣가시처럼 파고드는 아림, 게다가 다시금 여름이 좋다고 고백하는 태하에서부터,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결국은 친구 이상은 아니라며 솔의 가슴에 생채기만 남겼던 은규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이 흘러가면서 때론 누군가의 짝사랑이었고, 어느 순간은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이었으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비련의 주인공까지 되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이 안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내가 너를 보내준 것도 아니고, 네가 간 것도 아냥. 나는 너를 만나면서 행복하지 않았어,여름아. 늘 불안했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고….”(중략)
더 사랑 받고 시었고….그랬어. 강태하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행복하려고 노력했지만 행복하지가 않았어. 그게 우리가 헤어진 이유야.” –본문

 최선을 다해서 그 때를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늘 아등바등하면서 왜 나의 사랑과 그의 사랑은 동일하지 않는지, 사랑이라는 것의 굴레에 빠져 있을 때 동등한 주체가 아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 안에서 평형으로 맞추기 위해서 밀당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지, 때론 이러한 밀당마저 할 수 없이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하는 반쪽 짜리 사랑에 가슴을 앓고 있다면 이러한 둘이서 하는 가슴앓이는 행복한 고민이라고도 하겠지만 어찌하여 타인의 연애는 그토록 쉬워 보이면서도 나의 것은 쉽지 않은지. 이 모든 고민들을 해보았기에, 아니, 지금도 하고 있기에 나는 이 소설마저도 깊이 빠져들어 마주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느낌이다. 사랑을 끝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일까, 아니면 이번만큼은 끝이 없을 거라는 바람으로 매번 그 안으로 뛰어드는 것일까. 
 
끝나지 않는 사랑은 없지만 영원할 것이라 믿고 시작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있을 동안만큼은 찬란하게 빛나기를 모든 사랑들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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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의 크리스마스 / 카마타 토시오저


 

 

독서 기간 : 2014.11.29~11.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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