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출근길 비몽사몽의 시공간이 제대로 인지되기도 전에 진열대 위에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빼빼로를 보면서 아, 이제 빼빼로 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과 10일에 퇴근하면서 부서에 돌릴 빼빼로를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잰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어느 기업의 마케팅 기획으로 시작된 이 빼빼로 데이는 어느 새 11월달에는 꼭 챙겨야만 하는 날이 되어버렸고 언제부터 이 가느다란 막대 과자에 이토록 많은 의미가 담기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회사 사람들에게 빼빼로를 챙기며 정작 가족이나 남자친구, 지인들에게는 챙기지 않은 나를 보면서 가볍다고는 하지만 뭉클거리는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는 빼빼로 데이가 즐겁다기 보다는 하나의 의무로 자리잡아 버렸기에 씁쓸하기까지 하다.

그래, 나는 빼빼로 데이가 귀찮아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이 그저 따르고만 있는 나로서는 이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무언가 내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줄 것만 같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한장 한장을 넘기게 된다.

빼빼로를 두려워하는 빼빼로 포비아를 남자친구로 둔 한나리는 심리상담사인 민형기를 찾아가게 된다. 그녀의 남자친구의 증상이 점차 심해지는 것이 걱정되었던 그녀가 대신해서 그를 위해 심리상담가를 찾아가게 되는데 성인인 남성이 빼빼로가 무엇이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는 왜 이 막대 과자에 대해서 어떠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은 곧 이어 이 안의 이야기가 김만철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그 김만철의 상상 속의 이야기와 실제의 삶이 데깔코마니처럼 이어지게 된다.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이란 달콤한 초콜릿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느 놎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 손개 개똥 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은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의 인간은 모두 독특한 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나네. -본문

자신이 일하는 카페의 현실 안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누나를 기반으로 하여 소설을 써내려간 것이었는데 '스윗스틱'에 대한 배경을 시작으로 그 카페의 주인 따라 간 그의 집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는데 허름한 호송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알고보니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서부터가 픽션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 마지막은 김만철의 여자친구가 심리상담가를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니 말이다. 빼빼로 포비아의 등장에서부터 시작에서 SF 공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인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빼빼로는 문장 아닌 막대 과자로 구성된 과자 상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11 11일 이 가까워오면 그 과자를 통해 자신이 상상하는 이야기예 빠져든다. 그건 대게 사랑에 대한 환상이지만 그 환상은 얼룩지고 음산해지며 종종 우울하게 가라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그때 뿐이다. 시답잖은 베스트셀러를 읽은 뒤에 뒤로 던져 버리듯 빼빼로데이가 지나면 이내 그 과자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는다. -본문

어떻게 보면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끝나게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라 생각될 수 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빼빼로라는 하나의 막대과자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이 만들어가는 굴레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들도 슬쩍 마주하게 됐을때 마냥 즐겁게 웃을 수 만은 없게 된다. 웃기면서도 웃을 수 만은 없는 이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빼빼로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이기에 한번 쯤 읽어보며 생각해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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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 프랑수아즈 사강저

독서 기간 : 2014.11.28~11.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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