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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읽다 보면 과연 저자는 어떠한 생각들로 시작하여 이 이야기들을 써내려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도 그렇고 주인공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물론 열린 결말로 마감을 한 책이라면 더욱이 과연 저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물음표가 고개를 들게 되는데 당최 어느 곳을 향해 이 질문을 던져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에 그저 마음
속으로 삭히며 혼자만의 공상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저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것이 독서 후의
자신만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그의 바람대로 나만의 세상을 어수선하지만 나름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던 셈이다.
그러니까 이미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집안에 들어서서 이곳에는 무엇이 있고 저곳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내가 소설을 접하는 방식이었다면 프랑수아즈
사강의 <마음의 푸른 상흔>은 집을 설계한
건축가와 함께 그 집이 어떻게 지어졌는데, 그 순간순간 그가 선택한 골재를 무엇인지, 왜 이러한 생각들을 하게 됐는지 등 그의 옆에서 한 채의 집이 지어지는 일련의 과정 안에 같이 있는
기분이었으며 저자와 함께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 무언가 다른 책과는 남다른 느낌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다.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지 두 달째다. 내가 없는 동안 나의 소중한 반밀렘 남매는 어떻게 밥을 먹고
무엇으로 생활했을까? 후견인으로서 후회(기쁜 후회)를 느낀다. 남매가 신세를 지게 된 부자의 이름을 다시 찾아봐야
하는데…… 제델만 부부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세바스티앵이 제델만 부인과 해야 할 일을 했는지 결정해야 한다. 불평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문
그녀의 손끝에서 살아나게 되는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가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녀가 그들은 놓아두고 자신의 삶을 사는
그 순간마저도 그들의 생각에 잠겨 어떻게 그들이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것이 소설과 에세이가 결합된 액자식
구성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아마 나는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라는 남매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라 믿었을
것이다.
땀의 대가로 살아간다기 보다는 그들에게
원초적으로 주어진 육체로 오늘을 연맹하고 있는 이 남매는 그들이 실제 처해있는 현실은 노숙자나 다름 없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지만
그들이 하고 다니는 행색은 여느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와 다름 없을 정도로 허세에 빠져 사는 모습은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당장 오늘 저녁으로 때울 음식조차 없으며 그들의 입은 드레스와 정장차림으로는 걸어갈 수 없기에 기꺼이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그들. 때론 얄밉기도 하고 대체 왜 그들은 후원자만을 기다리는 것일까, 라는 답답함을 안고도 있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럼에도 그들에게 계속된 연정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내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가장 견딜 수 없는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 내가 이 책에서 상상력을 예찬한 것도 물론 그런 이유에서였다.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본문
대체 이 남매의 행보는 어디까지 가게 되는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 한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녀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주인공들을 밀어 넣고 있다.
3주의 시간 동안에 변해있는 브뤼토 라페와
남매의 분위기 속에서 로베르 베시는 그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었던 배신감과 슬픔에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브뤼토 라페, 엘레오노르,
세바스티앵에게는 그러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어찌되었건 그들에게 드리우는 것은 한 인간의 죽음이다.
친절한 듯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너무나 많은 길 위에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또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초반의
느꼈던 친절함이 과연 친절함이었던가, 에 대한 물음과 쉽게 진입하기는 했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막막하기도 했던 이 이야기를 보며 그럼에도 매혹적이기에 빠져나올 수 없었던 책이었노라 감히 말하고 싶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과연 그것이 나였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물음이 다시 앞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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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저
독서 기간 : 2014.11.25~11.28
by
아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