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 곰베 침팬지들과 함께한 30년 사이언스 클래식 40
제인 모리스 구달.제인 구달 연구소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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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인간의 인식은 어느 시점부터 매우 천박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으로 판단되고 있었다. 철학과 과학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때부터였을까. 외부 자연환경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우리 조상들도 우리와 비슷한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었을까.

과거의 사람들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지독했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약육강식의 원리로 모든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지금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 생존에 대한 순수한 본능과 욕구에 의한 것이 다였다면 차라리 동물적 순수성으로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성, 인간다움의 조건 중 하나는 자아와 타자의 구분, 나와 나 아닌 존재의 차이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그런데 나 또는 우리의 영역 밖에 있는 존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고, 대상을 나와 같은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나의 욕심에 따라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역사는 위선과 모순으로 점철된다.

특히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동물에 대한 인간의 대우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행해졌다. 무자비한 동물 실험이나 무절제한 사냥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런 파괴적인 태도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이렇게 인류는 편을 가르고 상대 집단에 대해 비인간화라는 작업을 거쳐 잔혹한 일을 아무 죄의식 없이 저지른다.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비극에 대한 감각을 더욱 무디게 만들었다.

이런 세상의 끔찍한 흐름을 거스르는 위대한 정신의 시도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희망의 이유』, 『인간의 그늘에서』 등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제인 구달 박사일 것이다. 『창문 너머로』는 원서의 첫 출간 시점이 30년 연구를 정리한 1990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것은 20년이 흐른 2010년에 추가된 내용을 합해, 제인 구달 박사의 50년 침팬지 연구를 망라한 것이다.

이 책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자의 글쓰기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려한 문장은 읽는 이에게 독서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나아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부담 없이 습득하게 해준다. 마치 영상물을 보는 듯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은 전에 제인 구달이 출연했던 다큐멘터리를 봤던 영향일까. 아무튼 탄자니아 곰베 지역에 와 있는 듯, 그리고 침팬지들의 삶 하나하나에 다양한 감정으로 공감하도록 이끄는 세심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창문’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과 깊이를 의미한다. 인간이 모든 것의 척도일 수가 없다는 겸손함,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태계 내 생명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작용하는 관점과 태도야말로 지속적인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 책은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침팬지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근본적인 통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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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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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최소한 그 관계의 필요성 혹은 필수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인터넷 덕분에 방에 틀어박혀 생존하는 것이 가능해진 사람들조차도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한다면 당장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 실존의 진실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그것을 가리는 것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금전 거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작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밀 싱클레어는 안정적인 개신교 집안에서 자란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내면에서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분열 의식은 실제 학교 생활에서 어떤 친구에게 약점이 잡혀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삶을 뒤흔드는 갈등으로 발전한다.

이때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데미안’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이미 완성형 캐릭터로 싱클레어에게 이후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처음으로 일으킨 인식의 파문은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에 대한 재해석으로 비롯된다. 개신교의 전통적 성경 해석과는 전혀 다른 카인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싱클레어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자아를 일깨우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기존의 전통 체계 안에서의 한계, 다시 말해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닌 한계에 대해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내지는 요구, 그것은 인간이 진정한 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을 발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는 것, 자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고 갈망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기독교 전통에서 경계하는 태도다. 헤세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을 특정 사상이나 체계 안에 가두는 모든 전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소망한다.

자기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일종의 신인류로 설정된다.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반응하고 제 역할을 하게 될 시점, 그 시점을 앞당기는 장치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삽입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작중 실제 인물이면서도 또 다른 자아로서의 데미안이라는 신비한 존재와의 연합을 통해 결국 고난과 갈등을 극복하고 카인의 표식을 이마에 단 인물로서, 한 걸음 성숙된, 알을 깨고 나온 새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그 의미를 음미하는 것은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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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일기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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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작가의 이름이 익숙지 않다. ‘오늘의 작가상’까지 수상한 소설가인데도 낯선 걸 보면 그만큼 내 독서의 양과 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저자도 자신에 대해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작가라고, 진심인지 농담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소개한다. 하지만 앞으로 많이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글을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여행 프로그램이나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다른 나라의 문화나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는 편이고, 여건상 다른 나라를 가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 챙겨보거나 집어드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 너무 지루해서 시간 낭비라고 여겨질 때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최민석’이라는 작가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의 원고는 시기적으로 2022년 기준이다. 코로나의 후반기에 해당한다. 책날개에서 이미 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나는 중간에 이강인 이야기가 나올 때 눈치를 챘다. 저자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러 가는 에피소드에서 상대팀 선수로 이강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소속팀이 마요르카라고 해서 아, 이게 좀 시기적으로 밀려서 나온 내용이구나 알아차렸다.


정부 프로그램의 혜택과 개인 일정을 포함, 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보낸 76일간의 이야기가 짧거나 약간 긴 일기 형식으로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故 김현 선생의 문체를 존경한다는 이유로, 요즘과는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문체로 글을 썼다. 사이사이에 가끔 단어를 한자 표기로 쓰기도 했는데, 정말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단어에만 적용했다.

스페인을 ‘서반아’로, 마드리드를 ‘마덕리’로 계속 쓴다. 베를린은 ‘백림’이라나. 아무튼 저자의 문체는 여행자 특유의 느슨하고 농담 같은 분위기를 주로 드러내고 있으며, 간간이 여행지에서 건져올려지는 인상 깊은 통찰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대체로 다 비슷하다. 역사와 문화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여행자의 삶은 풍성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모든 것을 바싹 말라버리게 만들 것만 같은 건조함, 즉 기후에 대한 묘사다. 가벼운 마음으로, 근처 동네를 여행하듯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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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 곰 세 마리부터 아기 돼지 삼 형제까지 흥미진진한 영국 동화 50편 드디어 시리즈 3
조셉 제이콥스 지음, 아서 래컴 외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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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즈음에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라는 책이 출간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절판된 것으로 검색되는데, 당시 꽤 흥미로워서 사서 읽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숲속의 잠자는 공주’ 이야기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초 버전의 이 동화들은 책 제목 그대로 상당히 수위가 높은 잔혹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감 없이 알려주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세월을 거치며 얼마나 많이 다듬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2권까지 나온 건 알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3권까지 나왔었다.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도 그런 느낌의 책이 아닐까 예상해 보았다. 원작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책이 바로 떠올랐던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의 이야기들이었다. 짧거나 약간 긴 내용의 영국 동화 50편이 소개되어 있다. 목차를 보면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잭과 콩나무’나 ‘곰 세 마리’, ‘피리 부는 사나이’ 등의 제목이 눈에 띈다. 제목만 보면 낯선 작품들이 많은데,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와 교훈을 다루고 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그 문제로 인해 고난을 겪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심성이 착하다거나 지혜롭다거나 외부의 도움을 통해 그 문제는 해소된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더라는, 전형적인 옛날 어린이 동화의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책과 비교해서 덜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에서 잔인한 느낌의 묘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담백하게 서술되어 있기에 그 느낌이 덜 전달될 뿐이다. 기본적으로 악하거나 기묘하게 묘사되는 캐릭터들은 죽는 것으로 결말이 나는 경우가 많다. 악랄한 느낌을 주는 등장인물이 거인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 거인들이 당시 무엇을 모델로 설정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약간 어리둥절할 정도의 급전개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접하게 되는 같은 제목의 동화들이 더 극적으로 읽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원작이 나온 이후 세월을 거쳐 각색되거나 살이 더 붙어서 그런 것 같다. 거기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같은 것들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로서는 그 원형이 얼마나 심플한지 확인하는 데 이 책을 읽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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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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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장르도 모른 채 제목만 보고 끌렸다. 그리고 소설인 걸 알았다. 소설 제목이 ‘존재의 모든 것을’이라니, 얼마나 깊고 묵직한 내용을 담았을까 기대했다. 그리고 유괴 범죄소설인 것을 알았다. 범죄소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범죄 내용을 다룬 소설의 제목치고는 너무 거창한 것 같았다. 제목과 초기 줄거리의 갭 차이 때문에 기대치가 약간 떨어졌다.

초반부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동시 유괴’라는 요소다. 비슷한 시기에 2건의 유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현실에서는 유괴 사건의 특성상 1건의 사건이 터지면 그에 대응하는 경찰의 움직임이 전개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여기서 거의 동시에 2건의 유괴 사건이 터진다는 설정으로 독자의 흥미를 일으킨다.

동시에 2건의 유괴 사건이 터진다는 것은, 아무리 해당 범죄에 경험이 쌓인 경찰이라 하더라도 수사력 분산이라는 변수에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범죄 해결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독자는 관심을 가지고 읽어가게 될 것이다.

이 정도까지 읽으면 범죄 용의자들이, 자작극이든 혹 경찰 조직의 특성과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든, 꽤나 철저하게 유괴 계획을 세운 것 같지만, 작가는 여기서 독자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너무나 허무하게 사건은 미해결 상태로 종결되고, 세월은 30년을 훌쩍 넘어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고 난 후, 사건 관계자들, 예를 들어 피해가 가족이나 담당 형사들, 또 당시 사건을 취재하던 언론인들 등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의 진실이 한 겹씩 벗겨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500쪽이 넘는 소설의 3분의 2가량이 지나가도 여전히 ‘존재의 모든 것을’이라는 묵직한 제목이 어울리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와, 그런데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400쪽이 넘어갈 무렵부터 이 소설은 진가를 드러낸다. 서장과 종장을 포함,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8장 후반부부터 왜 이 소설이 단순한 유괴 범죄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아닌지를 감동적으로 입증한다.

작가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유괴 범죄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웠는데, 읽어갈수록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의 흐름, 가족의 진정한 의미, 예술이란 무엇인가 등 그 목적이 존재라는 단어가 아우르는 우리 삶의 다양하고 복잡한 측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데 있다고 느꼈다.

사실 우리를 둘러싼 거대담론이나 존재론, 우주론, 실존 같은 철학적 문제들은 내가 살아 있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내가 직접 부딪히고 뒹굴고 온몸과 마음으로 겪어내지 못하는 순간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삶을 소중히 여기며 전력을 다해 겪어내는 것, 그것이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실증(實證) 아니겠는가?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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