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인간다움의 조건 중 하나는 자아와 타자의 구분, 나와 나 아닌 존재의 차이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그런데 나 또는 우리의 영역 밖에 있는 존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고, 대상을 나와 같은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나의 욕심에 따라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역사는 위선과 모순으로 점철된다.
특히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동물에 대한 인간의 대우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행해졌다. 무자비한 동물 실험이나 무절제한 사냥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런 파괴적인 태도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이렇게 인류는 편을 가르고 상대 집단에 대해 비인간화라는 작업을 거쳐 잔혹한 일을 아무 죄의식 없이 저지른다.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비극에 대한 감각을 더욱 무디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