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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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최소한 그 관계의 필요성 혹은 필수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인터넷 덕분에 방에 틀어박혀 생존하는 것이 가능해진 사람들조차도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한다면 당장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 실존의 진실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그것을 가리는 것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금전 거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작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밀 싱클레어는 안정적인 개신교 집안에서 자란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내면에서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분열 의식은 실제 학교 생활에서 어떤 친구에게 약점이 잡혀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삶을 뒤흔드는 갈등으로 발전한다.

이때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데미안’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이미 완성형 캐릭터로 싱클레어에게 이후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처음으로 일으킨 인식의 파문은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에 대한 재해석으로 비롯된다. 개신교의 전통적 성경 해석과는 전혀 다른 카인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싱클레어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자아를 일깨우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기존의 전통 체계 안에서의 한계, 다시 말해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닌 한계에 대해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내지는 요구, 그것은 인간이 진정한 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을 발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는 것, 자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고 갈망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기독교 전통에서 경계하는 태도다. 헤세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을 특정 사상이나 체계 안에 가두는 모든 전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소망한다.

자기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일종의 신인류로 설정된다.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반응하고 제 역할을 하게 될 시점, 그 시점을 앞당기는 장치로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삽입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작중 실제 인물이면서도 또 다른 자아로서의 데미안이라는 신비한 존재와의 연합을 통해 결국 고난과 갈등을 극복하고 카인의 표식을 이마에 단 인물로서, 한 걸음 성숙된, 알을 깨고 나온 새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이 과정을 지켜보고 그 의미를 음미하는 것은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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