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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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던 나에게 주인공(신경숙)의 삶은 낯설음 그 자체였다. 그녀의 자전적인 기록이기도 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지금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대의 어려움을 보는듯 해 마음이 아팠다. 곳곳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그 때, 볕도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산업체특설학교에 다니며 문학에의 하얀 꿈을 마음속으로 키워야만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열사로 남았지만 거리 한 복판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외롭게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도 그 소녀들에겐 역사의 인물이 아닌 하루에 쪼그리고 앉아 15시간 이상을 일해야 했던 그들 옆자리에의 '오빠' 였을 것이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을 공책에 한 장 한장 베끼던 그녀는 문학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작가가 되었다. 그것도 문단에서 알아주는 작가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가 안쓰러운 건 이 소설이 그녀 뼛속에 새겨진 상처를 꺼낸 댓가라는 것이다. 또, 이 소설은 그녀의 일기이자 암울했던 그 시대를 거친 산 증인의 회고록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흘러도 무시무시했던 그 시대는 15살 소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에.. 또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던 그 소녀들은 바로 우리네 고모, 이모의 모습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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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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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 책을 통해 무언가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독서방법을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현재 일본의 최고 저널리스트로 불리고 있고, <우주로부터의 귀환>, <뇌사>, <일본공산당연구>, <정신과 물질>(공저), <원숭이학의 현재>, <거악 vs 언론>, <임사 체험>, <뇌를 단련한다>, <인체 재생>, <21세기 지의 도전>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했으며 가지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고양이 빌딩'이라는 3층에 이르는 개인 서재를 구축해야만 했던 '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사과상자에 책을 담던 시절에서 '고양이 빌딩'이라는 서고를 구축하기에 이르기까지의 '그'를 보면 남들의 배가 넘는 왕성한 지식욕의 소유자란 걸 느끼게 된다. 그가 중학교 때 자신의 독서편력에 대해 썼었다는 글을 보면 내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지껏 미뤄온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그에겐 이미 작아져 버린 옷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또, 한 권의 책을 집필하기 위해 쌓아놓으면 그의 허리까지 오는 책들을 한 권 한권, 독파해 나간다는 그를 보면 '역시나 보통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책 읽기에 열중하는 것일까?

그는 인간사회가 원숭이 사회와 다른 문명 사회를 이룰 수 있기까지엔 인간의 지적욕구의 역사적인 축적과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을 읽음으로써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가 이룬 소세계만큼 우리의 공동체가 다양한 발전 모습을 가진 다세계 복합체로서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난 요사이 나의 독서에 대해 약간의 회의와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 대목에서 그러한 갈증이 해소된 기분이었다. 나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나아가 인류문화 총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서의 필요성에 관한 매우 매력있는 해석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반성도 많이 했다. 그동안 나의 두서없는 책 읽기는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탑이었는지... 관련분야의 책을 단계별, 관점별로 여러권 사서 읽으라는 조언에 동감하나 아직 나에겐 두 손 가득히 긍끙거리며 들고 갈 만큼의 책을 살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스스로 앎과 깨닮음의 즐거움을 포기하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독서의 범위도 나의 인식 구역을 조금은 뛰어넘어 넓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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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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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부제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이기다. 제목부터가 을씨년스럽다. 환영받지 못한 장 그루누이의 태생, 그는 남들보다 배는 예민한 후각을 갖고 태어나지만 그에겐 남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그 무언가가 없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체취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더욱 다른 사람들의 체취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25명의 아리따운 소녀를 살해하고 그 체취를 자신의 향수병에 담아낸다.

나중에 그의 살인 행각이 모두 밝혀지고 형 집행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도중 그는 그가 일생을 바쳐수집한 향수를 뿌린다. 광장에 모여 그루누이를 경멸하며 형 집행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일시에 아찔한 향에 매혹되고 그루누이를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하고 욕망의 경계를 일시에 허물어뜨리게 된다. 허울을 벗은 인간의 치부가 한 순간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난 이부분에서 좀 충격을 받았다.

소설 '향수'는 곱추인 그루누이를 내세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보여주는 한편,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위악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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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유쾌하다 - 사진이 있는 이야기
신현림 지음 / 샘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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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유쾌하다.' '우유도 유쾌하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도 큰 즐거움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야말로 바다의 파도소리, 어머니께서 쓰시던 재봉틀, 이런것이 즐거움을 주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류의 에세이는 사실 밋밋해지기 쉬운데 신현림은 평소에 가졌던 느낌 그래로를 덧칠하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이고 편안하기까지 하다. 특히, '실연당한 친구'에게 쓴 듯한 글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작가의 인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낸 글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나는 신현림이 좋다. 보통의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위압적인 느낌과 건조함을 신현림은 촉촉함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다가가서 '나는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라고 용기있게 외칠 수 있는 소녀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명대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그녀가 직접찍은 사진들은 그녀의 글과 일상을 1.5배 돋보이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채 덮기도 전에 나는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던 나의 과거와 지금의 모습을 꼭꼭 싸매서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설레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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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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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개미는 전혀 나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본 어린이 프로가 불개미를 검은 개미를 괴롭히고 나쁜짓만 일삼는 불한당 같은 종족으로 세뇌시킨 탓에, 난 때때로 문틈을 지나가는 불개미들을 적개심에 뭉친 손끝으로 '꾹' 눌러 죽이곤 했을 뿐이었다. 개미에 관한 기억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개미들이 우리 주위의 흔하디 흔한 숲에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을, 무한한 우주에 떠도는 초록별 지구에 인간말고도 경외심을 가질만한 생명체가 있음을 이 책으로 확인하고 난 후, 순간 혼란스러웠다.

인간세계와 개미들의 세계가 교차되고 밀접하게 관련을 맺게 하는 구성으로 이 소설은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땔 수가 없게 한다. 눈앞에 펼쳐진 것만 같은 개미 사회의 묘사...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순간에 나는 개미 사회의 일원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개미는 다른 개미 종족과 대치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사회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인간들에게 대항하면서 끊임없이 무한한 개미제국을 건설해간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개미를 맘 편하게 죽일 수 없게 되었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그들의 사회에서 중요한 일원이고 어엿한 생명체인데 그들이 실종된다면 그의 知人들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에 길거리를 갈 때도 발 밑에 혹시 개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조심해서 걷는 버릇도 이 책을 읽고난 뒤 생긴 버릇이다.

넓은 우주에 인간말고도 다른 경이로운 생명체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벅찬 감동을 맞고 이제까지의 이기적인 인간들의 작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우린 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당연한 도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될까? 그것은 산업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배제한 교육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나도 솔직히 쥐나 나방, 바퀴벌레등 날 괴롭히는 해충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단지 우리를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그러한 생명체를 근본적으로부터 우리의 삶에서 배제해오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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