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3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개미는 전혀 나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본 어린이 프로가 불개미를 검은 개미를 괴롭히고 나쁜짓만 일삼는 불한당 같은 종족으로 세뇌시킨 탓에, 난 때때로 문틈을 지나가는 불개미들을 적개심에 뭉친 손끝으로 '꾹' 눌러 죽이곤 했을 뿐이었다. 개미에 관한 기억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개미들이 우리 주위의 흔하디 흔한 숲에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을, 무한한 우주에 떠도는 초록별 지구에 인간말고도 경외심을 가질만한 생명체가 있음을 이 책으로 확인하고 난 후, 순간 혼란스러웠다.

인간세계와 개미들의 세계가 교차되고 밀접하게 관련을 맺게 하는 구성으로 이 소설은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땔 수가 없게 한다. 눈앞에 펼쳐진 것만 같은 개미 사회의 묘사...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순간에 나는 개미 사회의 일원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개미는 다른 개미 종족과 대치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사회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인간들에게 대항하면서 끊임없이 무한한 개미제국을 건설해간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개미를 맘 편하게 죽일 수 없게 되었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그들의 사회에서 중요한 일원이고 어엿한 생명체인데 그들이 실종된다면 그의 知人들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에 길거리를 갈 때도 발 밑에 혹시 개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조심해서 걷는 버릇도 이 책을 읽고난 뒤 생긴 버릇이다.

넓은 우주에 인간말고도 다른 경이로운 생명체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벅찬 감동을 맞고 이제까지의 이기적인 인간들의 작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우린 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당연한 도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될까? 그것은 산업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배제한 교육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나도 솔직히 쥐나 나방, 바퀴벌레등 날 괴롭히는 해충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단지 우리를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그러한 생명체를 근본적으로부터 우리의 삶에서 배제해오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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