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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이의 일기
에스메이 코델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4살의 에스메이 코델은 초등학교에 첫 부임을 받아 5학년 담임을 맡게 된다. 그 1년동안 아이들과 겪었던 이야기들을 일기로 적은 것이 이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단순히 새내기 여교사의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속단했던 것이 부끄러웠을 정도로 이 책은 교대에 다니는 예비교사인 나에게 따뜻한 깨달음을 주었다.
에스메이의 반 아이들은 아침마다 '고민바구니' 에 고민을 내려놓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반 아이들의 대부분이 흑인 또는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이민자의 아이들인 관계로 어린 나이에도 감당해야 할 아픔이 있지만 그녀 또한, 상처받은 아이였던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그들을 마음으로 감싼다.
에스메이는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배려할 뿐만 아니라 학습능력 향상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문자와 친근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딱딱한 교과서 대신 그녀의 사비를 털어서 구입한 책으로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믿고 그 책들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녀의 교실에는 수학, 사회라는 과목이름이 없다.
대신에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동참하기 위하는 마음에서 수학은 '퍼즐 풀기', 사회는 '시간 여행과 세계 탐험' 등의 이름으로 대신해서 부른다. 그야말로 에스메이의 교실에선 수업 하나하나가 즐거운 이벤트이고 아이들이 세상에 올곧게 설 수 있게 하는 준비과정이다. 그녀는 아동문학에도 매우 관심이 많아 어린이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아이들과 지혜를 모아 재미있는 독서파티 계획을 세우고 유명한 동화책의 작가를 학교로 초청하는 기쁨도 얻는다.
에스메이는 섣불리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릴 줄 안다.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뒹굴고 생활하면서 힘이 들기도 하고 자신의 독특한 교육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장땜에 좌절도 하지만 에스메이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가르치고 현재의 자신을 만든 사람 또한 아이들이었다고 에스메이는 믿는다.
에스메이를 보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함과 동시에 때묻지 않은 아이들로부터 그들만의 순수한 세계를 배우며 감동받을 수 있는 '선생님' 이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은 그들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선생님' 일 것이다. 나도 에스메이가 1년동안 지녔던 그 만큼의 뜨거움을 가슴속에 품을 수 있을까?